복제동물 연구의 세계적 성과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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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분야만 해서는 미래가 없다. 학제간 벽을 허물고 연관된 분야끼리 긴밀히 협조해야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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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그는 노벨생리의학상 분야 설문조사에 참여한 436명 가운데 가장 많은
127명으로부터 생리의학상 부문 후보자로 추천받았다. 추천인 가운데 의사는 43명, 과학자는 84명이었다.
황 교수의 노벨상 추천이유로는 '인간 배아 줄기세포 배양 연구성과의 실용화 가능성' '복제동물 연구의
세계적 성과' 등이 주를 이룬다.
황 교수는 지난 86년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99년 국내 처음으로 체세포 복제송아지
‘영롱이’를 탄생시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롱이는 동물 체세포 복제로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였으며 젖소
복제로는 세계 처음이다.
그는 같은 해 3월 복제 한우 ‘진이’를 탄생시켰으며 2000년에는 소 난자에 호랑이의 체세포 핵을 이식해
사자를 대리모로 쓴 백두산 호랑이 복제에 도전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종(異種) 동물의 핵
이식 실험은 임신까지 성공했지만 출산에는 실패했다.
무엇보다도 황 교수를 세계적 스타 과학자로 우뚝 서게 한 것은 지난해 세계 처음으로 복제 배아를 이용해
사람 배아 줄기세포 생산에 성공하면서부터다. 당시 황 교수는 사람의 체세포를 복제한 배아를 사람의
난자에 주입해 핵 이식 난자를 만든 다음 전기자극을 통해 세포융합을 유도함으로써 배반포 단계까지
발육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 연구로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질환.당뇨병.심장병 등 각종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게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세계 각국의 언론은 황 교수의 연구성과를 복제양 ‘돌리’에 버금가는
위대한 생물학적 개가로 평가했다.
한편 지난해 세계 최초로 인간 복제 배아에서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황 교수는
최근 또 한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황 교수는 지난 5월
중순 미국으로 출국,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자신의 연구성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황 교수 측은 이번에 발표할 연구성과에 대해 일체의 언급을 회피하는 등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발표는 황 교수의 방미기간 도중 미국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에서는 연구진과의 협의만 마친 뒤
귀국, 5월 하순께 국내에서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황 교수는 현재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광우병 내성(耐性) 소, 인간 장기공급용 무균 돼지, 인간 복제 배아 줄기세포의 상용화 등 크게 세 가지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에 사이언스에 발표할 연구성과는 인간 복제 배아 줄기세포의 전임상실험 성공에 관한
내용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 “황 교수는 지난해 2월
피츠버그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인간 복제 배아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했다”면서 “이번 발표내용은 지난해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 성공했다는 내용일 것”이라고 말한다.
과학계는 이와 관련, 황 교수가 이번 연구에서 인간 복제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동물에게 투입,
면역거부 반응여부를 실험해 면역거부 반응이 없음을 확인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면역거부 반응이
없음이 확인됐다면 이는 곧바로 환자에게 적용하는 임상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으로 아주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배아 줄기세포는 근육, 뼈, 뇌, 피부 등 신체의 어떤 기관으로도 전환할 수 있는 만능세포(pluripotent
cell)로, 인체의 손상된 부위에 투입되면 손상된 세포로 분화돼 손상부위를 정상화시킨다. 따라서 당뇨병,
심장병, 알츠하이머병, 암, 파킨슨병 등 각종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질병치료 임상실험에 성공할 경우 인류는 난치병 극복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다음은 황 교수와의 일문일답.
Q 과학자들 사이에서 노벨상 도전 과학자 1위로 선정된 소감은.
지금까지 연구를 하면서 어떤 특정한 상을 목적으로 실험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과학적 진보 그 자체를
위해 노력했다. 같은 과학계에 계신 분들이 나를 노벨상 후보로 선정해 줬다는 것은 내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 본다. 하지만 자만하지 않고 옷깃을 여미겠다.
Q 언제, 왜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나.
중학교 때부터 과학자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적 집에서 생계수단으로 소풀을 뜯는 일을 도맡아 하면서
소를 연구하고 싶다는 꿈을 간직하게 됐다. 소를 통해 생명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을 느꼈고 중학생 때부터
꿈을 구체화해 나간 것 같다.
Q 현 연구분야를 선택하게 된 동기는.
서울대에서 학위를 마치고 일본에 유학갔을 때 복제기술을 이용해 동물의 능력을 개량해 보겠다는 꿈을
세웠다. 복제기술을 이용하면 병에 저항성을 가진 동물을 만들 수 있고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치료용 세포
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후 86년부터 계속 이 분야를 하겠다고 다짐했고 귀국 후 서울대
수의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실천에 옮겼다.
Q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될 것으로 생각하나.
적어도 10년 이내에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Q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은.
노벨상의 꿈을 안고 자라는 청소년들을 육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노벨상 수상자들을
계속 국내에 초청해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노벨상 수상자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초과학의 육성과 과학 외교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이제는 전 세계가
원천기술을 중시하고 있다. 과학외교는 한국의 과학을 제대로 외국에 소개하는 것이다.
Q 과학자를 희망하는 어린이들에게 조언한다면.
과학은 진실이다. 그리고 전 인류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가장 보람찬 직업이다. 어린이들이 과학자가
되려면 무엇보다 어떤 사물의 현상에 대한 호기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의 양을
늘릴 필요가 있다.
Q 현재 하고 있는 연구는 어떤 상황인가.
한 마디로 피나는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과학선진국과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서로 협력도 할 수 있다. 경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경쟁을 해보면 서로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연구팀의 경쟁상대는 미국 하버드.MIT의 융합팀, 존스홉킨스 연구팀, 물량공세를 펴는
중국의 연구팀 등이다. 이들 연구팀과 앞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지겠지만 공동연구도 활성화할 생각이다.
Q 국내 과학기술계의 문제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과학계는 좁은 바닥인데도 남의 연구성과와 연구자세를 인정하는 문화가 인색하다. 외국에서는
과학자들끼리 서로 격려해 주고 과학적 과오가 있으면 이를 솔직히 인정한다. 제대로 된 남의 연구성과에는
박수를 쳐주는 문화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국내에서도 앞으로 다학제적 연구의 능동적 참여가 필요하다. 학제간 벽을 허물어야 한다.
자기 분야만 해서는 미래가 없다. 서로 연관된 분야끼리 긴밀히 협조해야만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너무 벽이 두껍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이미 다학제적 연구로 전향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Q 지금까지 연구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와 그 이유는.
가장 힘들었던 때는 연구 초기시절인 80년대 중반 건강상의 위기가 있었을 때다. 프라이버시이기 때문에
질환은 밝힐 수 없다. 90년대에는 국내 연구 인프라가 외국에 비해 너무 열악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안 된다는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Q 지금까지 과학자로 살아오면서 가족들과의 관계는.
가장 미안했던 게 가족들에게 포근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지금은 가족들이 모두 이해해주고 있고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초지일관했을
때의 만족감은 가족들 모두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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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는 줄기세포 스타
“황우석 교수는 서양에서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고 한국에서는 너무 큰 힘을 가진 가진 과학자인 것
같다. 하지만 양쪽 모두에서 그는 줄기세포 스타다.”
영국 월간 과학저널 ‘네이처 메디신’은 5월호 인물기사에서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를 한국에서
‘국보’로 불리고 과학활성화의 본보기가 될 만큼 소개가 필요없는, 가장 유명한 과학자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외딴 시골마을에서 아버지 없이 가난하게 자란 그가 어머니가 빌린 돈으로 산 소 한 마리가
계기가 돼 수의사가 됐다며 그의 이력은 우화 같다고 전했다. 기사는 또 그가 서울대 교수가 된 후 19년간
하루 4시간을 자고 연구실에 제일 먼저 나와 가장 늦게 퇴근하는 생활을 하면서 커다란 연구업적을
남겼다고 밝혔다.
그가 이룬 성과는 1999년 소 복제, 2002년 돼지 목제, 2003년 광우병 내성 소 탄생 등.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는 “황 교수는 뛰어난 발견을 하기 위해 꼭 하워드휴스연구소나 선진국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을 ‘인류와 질병치료를 위해 싸우는 군대’로 묘사하면서 “우리는 쇠젓가락으로
옥수수나 쌀 같은 것까지 집을 수 있다”며 성공의 비밀무기로 젓가락을 사용하는 뛰어난 손재주를 꼽았다.
기사는 이어 황 교수팀 표어가 ‘하늘을 감동시키자’라는 것이라며 이들은 ‘월화수목금금금-월화수목금금금’
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달력’에 따라 연구를 한다고 소개했다.
황 교수팀과 함께 인간 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한 미시간주립대 호세 시벨리 교수는 “황 교수의
연구실 분위기는 매우 열정적”이라며 “그들은 단지 명성을 쫓는 게 아니라 그들이 하는 일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잡지는 또 시벨리 교수와 다른 사람들이 황 교수의 수수함과 학생들을 다루는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고
밝혔다. 시벨리 교수는 “황 교수는 매우 겸손한 사람”이라며 “그것은 우리가 배울 만한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잡지는 그러나 “황 교수는 여러 개의 다른 얼굴을 가진 사람” “황 교수는 대중 이미지를 만드는
데 천재”라는 한국생명윤리학자들의 평가도 나오는 등 한국의 일부 인사들은 다른 의견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네이처 메디신의 자매지 ‘네이처’가 “난자 제공 여성 중 2명이 황 교수 연구실 소속”이라며
윤리문제를 제기하자 황 교수가 영어 미숙에서 빚어진 해프닝이라며 “국내 생명윤리학자 몇 명이 그런
내용을 제보한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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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자 방출 단층 촬영장치 세계 첫개발
조장희 가천의대 석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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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른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할 때 이에 반대하는 과학자들의 반대를 위한 반대가 가장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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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미지의 영역, 뇌의 신비를 풀겠습니다.”
노벨 물리학상 후보 추천에 참여한 국내 과학자 138명 가운데 가장 많은 32명으로부터 노벨상 후보감으로
뽑힌 조장희(67) 가천의대 석학교수의 다짐이다. 설문에 참여한 물리학자 56명만 놓고 봤을 때 조 교수는
23명으로부터 후보감으로 선정돼 국내 물리학계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많은 과학자들은
조 교수에 대한 노벨상 후보감 추천이유로 ‘양성자 방출 단층촬영 장치(PET)의 세계 첫 개발’을 꼽았다.
서울대 공대에서 전기공학으로 학.석사 학위를 마친 조 교수는 스웨덴으로 건너가 웁살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스톡홀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등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85년부터는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침술 연구를 위한 뇌기능영상연구소 책임자를
맡아왔으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 등에서 초빙 석좌교수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가천의대 길병원이 설립한 ‘가천뇌과학연구소’에서 일하기 위해 영구 귀국했으며, 현재
연구소장을 맡아 PET(양전자 단층 촬영기)와 MRI(자기공명영상장치)를 결합한 새 영상장치(PET-MRI
퓨전영상시스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가천의대는 이 연구소에 640억 원을 투입키로 했다.
조 교수는 “동료 과학자들로부터 성과를 인정받게 돼 영광스럽다”면서 “PET-MRI를 개발한다면 뇌
과학발전에 혁신적인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조 교수와 일문일답.
Q 언제, 어떻게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나.
초등학교 3~4학년 때 서울 남산에서 미군들이 버린 라디오와 건전지를 갖고 놀면서 나도 에디슨처럼
되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한 적이 있다. 과학자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극이 된 것 같다.
그 후 중학교 때는 물리반에서 공부했고 대학 때 전공으로 전자분야를 택하게 됐다.
Q 외국에 유학을 간 배경은.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선진 외국에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원자력 장학생 선발시험을 봤다. 이 시험에
합격해 스웨덴으로 갔고 10년 동안 공부했다. 72년에 미국 UCLA 연구부 교수 겸 수석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Q 어떻게 현재의 연구분야를 선택하게 됐나.
72년 미국 UCLA로 갔을 때 미 원자력위원회에서 ‘핵물리의 평화적 이용’을 내걸고 이 분야 연구에 많은
연구비를 줬다. 그 때부터 PET, CT, MRI 등의 연구에 전념하게 됐다.
Q 한국인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한 전략은.
한국사람이 아직까지 노벨상을 못탄 것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고등교육(대학 및 연구)이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에 비해 너무 늦게 시작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서울대가 50년에
교육을 시작했는데 그 당시 국제적인 교수 자격을 갖춘 사람이 없었다. 그 후 20여 년 동안은 6.25 전쟁의
황폐화 때문에 학문연구를 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지 못했다.
이는 미국은 말할 것도 없이 중국, 대만, 일본에 비해서도 턱없이 늦고 또 불리한 조건이었다. 또한 당시
많은 유학생들이 한창 공부할 나이에 군복무 3~4년을 마친 것도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Q 과학자를 희망하는 어린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어렸을 때 마음껏 놀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며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특히 부모는 이런 철학에 입각해 어린 아이들을 너무 다그쳐서 ‘진’을 빼버리지
말아야 한다.
국가나 사회에서는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학생들이 좀 더 자유롭게 자라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특수 중.고교의 설립이나 장려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가능하다면
소질과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한두 명씩 개인 지도할 수 있는 제도가 있으면 좋을지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어렸을 때가 아니고 대학원 때쯤에 집중해서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 정신과 체력, 지식을 갖추는
것이다.
Q 국내 과학기술계의 문제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연구환경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제화가 덜 돼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노벨상은 ‘창의적인
연구’와 ‘한 연구분야에의 영향력과 인류에의 공헌’에 가장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여기서 창의적인
연구의 뜻은 부득이 ‘세계 최초’라는 개념이 있어야 한다. 남이 미리 한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두 번째로 한 연구분야에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연구의 한 분야를 연 창시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정말 세계 최초의 새로운 연구를 하겠다는 의지와 사회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연습하는 연구는 이제 그만하고 ‘큰 연구(Big Science)’를 해야 한다.
빅 사이언스는 ‘Big Science’를 할 수 있는 사람(Scientist)을 말하며, 이 Big Science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모든 과학기술 연구에 핵심이 돼야 한다. 이 두 가지 요건은 우리 과학계가 꼭 풀어야 될 과제다.
Q 현재 연구중인 'PET+MRI 융합기기'의 파급효과는.
PET와 MRI를 통해 뇌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데는 수많은 제약이 따른다. PET는 뇌 속에서 신경물질 등의
이동경로와 반응을 잘 관찰할 수 있다. 반면 낮은 해상도 때문에 뇌 피질의 미세한 층들은 관찰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단점은 MRI의 높은 해상도가 보완해준다.
때문에 이 두 기기를 합친 ‘복합 양전자 단층 촬영기’는 뇌의 신비를 푸는 데 혁혁한 공을 올릴 것이다.
실제 파킨슨병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데 1주일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복합 양전자
단층 촬영기가 완성되면 약물의 양, 투여부위 등을 즉시 알아낼 수 있다.
이밖에 실시간으로 기억이나 학습, 감정 등에 관한 뇌의 영상자료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이 기기의 활용으로
인체 마지막 미지의 영역인 뇌의 신비를 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각종 뇌 질환에 대한 정확한
치료법 개발 및 신약 개발이 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Q 공부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남들과 다른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할 때 이에 반대하는 과학자들의 ‘반대를 위한 반대’가 가장
힘들었다.
Q 평생 과학자로 살아오면서 가족들과의 관계는.
가족들과 친지, 제자들에게 미안하다. 연구를 하기 위해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일생을 살아와
주위사람들에게 빚을 많이 졌다.
단(單) 트랜지스터 분야 최고 권위자
박홍근 하버드대 화학.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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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Au) 전극 사이에 바나듐과 코발트를 배치해 단(單)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논문이 네이처
표지를 장식하는 등 박홍근 교수의 논문은 네이처에만 총 5편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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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석졸업, 대학생 시절 국제학술지 논문발표, 스탠퍼드대 4년 만에 박사학위, 32세에 하버드대 교수,
한국인 최초의 하버드대 종신교수... 노벨상에 도전하는 한국인 과학자들을 주제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노벨화학상 분야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미국 하버드대 화학.물리학과 박홍근(37) 교수에게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박 교수는 전체 239명이 참여한 노벨화학상 부문 조사에서 36명의 추천을 받았다. 화학분야
전문가들만 놓고 보면 전체 76명 가운데 17명이 박 교수를 추천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화학과 출신으로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4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버클리대 박사
후 과정(Post-doc)을 거쳐 지난 99년 32세의 나이에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됐다. 그 후 4년 만인 2003년에
부교수로, 다시 1년 만인 지난해 정교수가 되면서 하버드대학 내에서도 초고속 승진으로 유명세를 탔다.
보통 조교수에서 부교수는 5년, 부교수에서 정교수는 2년 이상이 걸린다.
박 교수는 ‘단(單) 트랜지스터’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전자회로를 구성하는 기본단위인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만드는 것은 관련학자들의 오랜 목표 중 하나로 한 개의 원자나 분자를 트랜지스터로 이용할 수
있는 단원자, 또는 단분자 트랜지스터는 소형화의 최종점으로 간주돼 왔다.
그는 지난 2000년에는 한국인 박지웅 씨와 한 연구팀을 이뤄 탄소 60개가 축구공 모양으로 결합된
플러렌(C60) 분자를 이용해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네이처’에 발표했다.
또 2002년에는 금(Au) 전극 사이에 바나듐과 코발트를 배치해 단(單)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논문이 네이처 표지를 장식하는 등 사이언스, 네이처에만 5편이 실렸다.
하버드대학 내 잡지인 ‘하버드 매거진’은 최근호에서 박 교수를 ‘하버드에서 가장 뛰어난 농축물질
연구분야 과학자’로 소개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아직도 할 일이 끝이 없고 나보다 유능한
선배과학자들이 많은데 과분한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면서 “잘 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언제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나.
5살 때부터 과학자를 꿈꿔왔다. 그렇게 말하면 그냥 그 시기 어린이들이 가질 수도 있는 꿈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과학자가 되겠다는 내 생각은 그 때부터 바뀌지 않았다.
Q 현재의 연구분야를 택한 것은 언제인가.
박사학위를 할 때만 해도 내 전공은 광전자 분광법이었다. 하지만 버클리대학의 실험실에서 박사 후
과정으로 일하면서 전공을 나노기술 분야로 바꿨다.
Q 어린시절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받았던 일이 있다면.
내 삼촌 역시 과학자로 현재 퍼듀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내가 초등학생일 때 서울대 약대
대학원생이었고 나에게 과학을 지도했다. 당시 삼촌이 읽던 ‘학생과학’이라는 잡지를 꾸준히 읽으면서
과학에 흥미를 크게 가졌던 기억이 난다.
Q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바로 나오기는 힘들겠지만 지금처럼 한국인의 과학성과가 크게 발전한다면 머지않아
수상자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
Q 과학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어린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자신의 마음과 꿈을 믿고 따라야 한다. 진심으로 그 일을 즐길 때만 그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Q 국내 과학기술계의 문제점이 있다면.
개인적, 제도적 수준에서의 경쟁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고 싶다.
Q 공부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나는 공부를 하는 동안 줄곧 행복했던 같다. 많은 선생님과 동료, 가족이 나를 도왔다. 그들이 없었다면
현재의 내가 있을 수 없다.
김길원 정보과학부 기자 | bio@yna.co.kr
이정내 정보과학부 기자 | j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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