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가스 수급 불균형에 대한 지적이 나온데 이어 이수호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1월 13일
“2008년은 가스수급 조절이 특별히 어려운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스공급이 크게 부족해져 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가스 대란 가능성을 언급했다.
에너지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산업자원부는 이에 대해 올해 겨울철(2006년 10월~2007년 3월)을 앞두고 가스 공급 부족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현재 충분한 물량을 확보한 상태이고 그 이후의 수급은 관계 전문기관의 분석 작업이 끝나는
올해 말이나 돼야 정확한 전망치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부족 규모와 원인 및 영향
산자부가 지난 달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다르면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물량 부족 규모는
2007년 96만t, 2008년 151만t, 2010년 254만t, 2011년 410만t, 2012년 389만t으로 전망됐다.
2009년에는 수요보다 공급이 46만t 가량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산자부는 국감자료에서 올해 중에는 LNG 수급에 별 어려움이 없겠지만 내년 초에는 겨울철 전력수요 증가에 따라
발전용 LNG 재고 부족이 예상되며 세계 LNG 시장이 인도, 중국 등 신흥 아시아지역은 물론 북미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해
당분간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가스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있는 원인은 최근 2~3년 동안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 건설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발전용 LNG 사용량이 급증한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고유가로 발전회사들이 중유 대신 LNG를 사용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스공사 이 사장은 가스공급 부족 시기로 2008년을 지목한 배경에 대해 “각국과 체결한 20년짜리 장기 공급계약이
한꺼번에 끝나 재계약을 해야 하는 시점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한국전력 등의 수요 전망도 불확실하다”며
발전 수요 급증이 공급 부족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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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는 발견 시부터 실제공급까지 시설완비에 최소 5년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탄력성이 굉장히 낮다는 특성이 있다.
사진은 한국석유공사가 올해 국내 대륙붕에서 세 번째로 발견한 동해 6-1광구의 가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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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우리나라는 워낙 가스수요가 기후에 따라 달라지는데, 기후가 예측불허라 가스수요를 예상하기 힘들지만
최근 가스는 10%를 스팟물량으로 쓸 정도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가스가 친환경적이라는 인식과 함께
가스수요가 예측보다 훨씬 늘어난 게 그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스는 발견 시부터 실제공급까지 시설완비에 최소 5년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탄력성이 굉장히 낮다는 특성이
있다”면서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가스가 얼마나 필요한 지 신중히 예측하고 특정국가와 장기 가스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결정을 할 때는 위원회 등을 설치해 신중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최근 3개 가스선박을 해상에 띄워 만약을 위해 비축해두고 있는데 이는 3일 분량 정도 된다”면서
“가스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정박할 수 있는 시설이 3군데밖에 없어 비축량이 적은데, 이를 넉넉히
늘리기 위해 통영, 인천 등 6∼8곳에 관련 시설을 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세계시장 구조도 가스 공급 부족을 유발하고 있다.
중국이 가스를 수입하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도 환경 문제로 가스 소비가 늘어나고 있지만 중동에서 개발되는 새로운
가스 물량은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가스 생산은
감소하고 있다.
LNG 공급이 부족하면 발전 뿐 아니라 가정 난방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LNG 수요는 발전용(35%)과 도시가스용(65%) 2가지로 나뉘고 도시가스 용도 중 절반 정도가 가정 난방용으로 사용된다.
겨울철에 이상 기온으로 날씨가 추워지면 LNG 부족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는 것이다.
산자부 "가스 공급 부족 없다"
산자부는 가스 공급 부족으로 대란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가스 대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산자부는 올해 겨울철을 앞두고 가스 공급 부족 얘기가 나왔지만 수요를 초과할 정도로 충분한 물량을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올해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가스 수요 전망은 2년마다 내놓는 장기 천연가스 수급 계획으로 2004년에 마련된 것이라며
2020년까지의 정확한 수급 전망은 올해 말이나 돼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산자부는 가스공사 등 전문 기관과 함께 올해부터 2020년까지의 가스 수급 전망과 대책을 담을 제8차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올해 말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자부 관계자는 “공식적이고 정확한 전망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 대란 등을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스 공급 부족으로 발전이나 난방 등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저장시설 확충 등 대책 필요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가스 부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시장에 미국이 뛰어들면서
공급압박이 심해졌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에너지사용을 줄이면서 중기적으로는 비합리적인 전력요금체계를 개선하고 저장시설도 증설하되
장기적으로는 오랫동안 미뤄온 가스수급체계 구조개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가스산업 구조개편 문제 때문에 물량을 미리 확보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해외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스공사 이 사장은 “장기 공급계약 체결 등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위원회 등을 설치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고
비축량을 넉넉하게 늘리기 위해 저장시설도 확대해야 한다”며 “통영, 인천 등 6~8곳에 관련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상원 경제부 기자 | leesang@yna.co.kr
이율 경제부 기자 | yulsid@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