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록의 '작은 거인' 신중현
'안착ㆍ도시학(鶴)' 새음반 잇단 출간..나이 잊은 채 왕성한 작곡활동
속초ㆍ금강산ㆍLA서 '음악회' “모방에 그치는 후배들 보면 안타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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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은 세월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록에 파묻혀 있으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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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동남부인 송파구 문정동의 `로데오 거리' 는 언제부턴가 유명상표의 의류 할인점들이 하나
둘씩 들어서면서 지금은 주말마다 인파가 몰려드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송파대로에서 동쪽으로 꺾어 난 로데오거리의 왼쪽 길을 100ｍ 가량 올라가다 보면 'SJHMVD'라고 쓰인 간판이
내걸린 조그만 건물을 만나게 된다.
이 건물 지하 공간에는 한 '작은 거인'이 산다.
그의 이름은 신중현(申重鉉).
"키를 재 본 적이 없습니다. 뻔한데 재서 뭐 합니까"라고 스스로 말 할 정도로 실제로 그의 키는 아주 작다.
그러나 한국의 대중음악사에서 그는 어느 틈에 뒤섞였어도 우뚝 솟은 '거인'임에 틀림없다.
'봄비', '미인', '아름다운 강산'의 작곡가이며 '빗속의 여인'을 부른 애드퍼(ADD 4)그룹의 결성을 통해 1960년대
초 이 땅에 한국적 록 음악의 씨를 뿌린 장본인이다.
1970년대 중반 대마초 사건을 계기로 음악활동을 잠시 접을 때까지 그는 펄시스터스, 이정화, 김추자, 김정미,
박인수, 장현 등 거물급 가수들을 길러냈다.
사건 이후 몇 개월 동안 옥고를 치른 뒤 거의 5년 동안 음악활동을 못하면서 폐인이 되다시피 했다가 결국 재활의
길에 들어선다.
그렇지만 신중현에 대한 평가는 과거와 같지 못했으며 힙합 뮤직 등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그는 서서히
잊혀져 가는 존재가 되는 듯 했다.
신중현은 그러나 그러한 세월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록에 파묻혀 있으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다.
한국적 선율과 록 뮤직을 결합해 한국적 록을 완성하겠다는 그의 집념과 열정은 대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임에도 최근 그가 새로운 록 음반을 2개를 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새로운 음반의 타이틀은 '안착'과 '도시학'.
모두가 '우드스탁'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그의 문정동 스튜디오 'SJHMVD'(신중현의 이니셜 석자와
뮤직ㆍ비디오ㆍ디지털의 첫 자를 합성한 이름)의 지하공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80년대 중반 음악활동을 본격화 한 이후 이태원에 '록월드'라는 라이브 공연장을 차렸으나 빛을 보지 못했으며,
다시 쫓기다시피 와 정착하게 된 문정동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8월 3일 강원도 속초 설악종합운동장에서 '신중현 헌정 공연-전설'이라는 타이틀의 헌정음악회
영광이죠. 훌륭한 음악인들이 제 노래 부르면서 헌정음악회를 하는 것은 음악인으로서는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거죠.(이번 음악회에는 빅마마, 윤도현밴드, 김건모, 김종서, 인순이 등이 출연해 '님은 먼곳에', '미인',
'커피 한 잔', '아름다운 강산' 등 그의 노래를 불렸다. 신중현 역시 이 무대에서 새 음반 '안착'에 수록된 '나는
너를', '봄비', '꽃잎' 등 리메이크 곡과 김삿갓의 시에 얹어 만든 자작곡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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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강원도 속초에서 개막된 2005 대한민국음악축제에 출연한 가수들이 다음날 오후 열린 핸드프린팅 행사에 참석, 프린팅 한 손바닥 모형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좌로부터 신대철,김조한,남진,신중현,김종서,성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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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 씨를 위한 헌정음악회는 처음?
아닙니다. 1997년에 이미 한 번 있었습니다. 잠실 올림픽 펜싱경기장에서였죠.
그 당시는 제가 '헌정'이라는 단어조차 몰랐었던 때 입니다.(그 때는 강산에, 윤도현, 한영애, 이중산 등이
출연했었다)
새 음반은 어떤 것. 어떤 메시지 담고 있나.
음악인생을 정리하고 떠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음반을 내게 됐습니다.
'안착' 은 설명하기는 복잡합니다만 이제껏 지내왔던 험난했던 제 인생과 현대문명, 사회적 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그려 본 것입니다. 삽입된 노래들은 '나는 너를', '봄비', '미인', '커피 한잔' 등 모두 옛날 노래들을 리메이크한
것입니다. 특징 하나는 '안착'에서 한 마디로 거침이 없는, 그러니까 무슨 소리든 낼 수 있는 창법을 제가 처음으로
시도했다는 겁니다. 몸 전체를 쓰는 창법이라고 할까요. 같은 곡이라도 어느 구절에 가서는 복부에서도 소리를 낼
수 있고, 어느 구절에서는 어깨에서도 낼 수 있고, 어느 구절에 가서는 비성을 쓸 수 있는 거침이 없는 그런
창법입니다.
'도시학'은 순수성에 대해 얘기한 것입니다. 메마른 사회에서 항상 순수성을 가지고 살아온다는 것이 어리석은 것
같기도 하고...어디 기댈 곳이 없는 그런 상황에서 순수성을 계속 고집해 온 저의 음악성을 그려 본 것입니다.
자기가 늘 찾던 대지를 도시에 빼앗겼으면서도 그걸 모른 채 습성에 따라 도시를 다시 찾아 날아다니는 학의 모습을
우리가 살아가는 혼탁한 세상에 비교하는 그런 음악입니다. 여기 삽입된 곡들은 모두 신곡입니다.
음반은 얼마 만에 나오는 것인가.
1997년에 김삿갓의 시에 얹어 곡을 만든 음반이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그 음반의 존재가 2000년께 알려졌었죠. 김삿갓
시를 한국적 가락으로. 한국적 록 풍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 때는 김삿갓이 떠돌아다니면서 한 수 내밷고 가는,
그런 자연스러움에 매료돼서 많은 김삿갓 곡을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발행한 음반 수는 총 몇 개
잘 모르겠습니다. 정신없이 음악만 했고 음반을 하나 내면 녹음 후는 잊어 버렸습니다. 버려야지만 새로운 것은
찾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녹음하고 돌아서면 잊고 다시 녹음하고 하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원래 라이브 록 클럽 성격의 스튜디오 '우드스탁'
처음에 '우드스탁'이라고 했었는데 이름이 좋아서 그랬는지 같은 이름을 가진 카페가 많이 생겨서 지금은 신중현MVD로
부르고 있습니다.
여기 오기 전에는 방배동에 있으면서, 이태원에 있던 태평극장을 헐고 '록월드'라는 라이브공연장 만들었었는데 망해
버려서 갈 데가 없어 여기 오게 됐습니다.
그 때 뭐 정확한 목표도 없었고 음악을 해야 되겠기에 50평짜리 공간을 마련해서 지금까지 오게 됐지요. 1986년에
여기 올 때만 해도 이 거리에 건물이 딱 3채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번화가가 됐죠. 덕분에 월세만 더 많이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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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 대마초 사건을 계기로 음악활동을 잠시 접을 때까지 신중현은 펄시스터스, 이정화, 김추자, 김정미, 박인수, 장현 등 거물급 가수들을 길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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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동 스튜디오에서의 이런저런 음악발표회
반응이 별로 안 좋았습니다. 장소가 외지다 보니까 많이 오지 않더군요. 지난 몇 년 동안은 또 인터넷 회원도 모집해
그들을 상대로 음악회도 해 봤는데 그것도 별로 신통치 않아 지금은 작업장으로 계속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중현록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여기서 라이브 공연을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시간을 이용해서 작곡
오전 중에 정신이 맑을 때 작곡 같은 정신적인 작업은 끝마칩니다. 오후에는 노래연주 연습을 하고 인터넷작업ㆍDVD
작업 같은 것을 하지요.
인터넷 작업?DVD 작업이란 어떤 것
인터넷사이트(www.sjhmvd.com)에 저의 모든 것이 담길 수 있도록 지금 한창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방송에 많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해서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다 보면 뭔가 대중들과 접촉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또 DVD 제작은 음반 시대가 침체된 상태에서 탈출구로서 좀 더 디지털을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된 겁니다.
DVD라는 것은 키 포인트가 멀티사운드라는 것인데 이제 스테레오 개념에서 멀티적인 개념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제 라이브 공연 실황 같은 것을 DVD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음악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아팠던 추억은 1974년말 대마초 사건
많은 가수나 음악인들이 제 주변에 들끓었었는데 대마초 사건에 휘말리게 되니까 그 순간부터 발을 완전히 끊고 저를
찾아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시 심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워서 술독에 빠져 오랜 기간 지냈고 성격도 변했죠. 그러다 어느 날 노장 사상을 알게
됐고 모든 것을 버리고 집착에서 벗어나 무위로 가야한다는 '홀'의 개념을 느끼면서 고통에서 헤어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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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미인', '아름다운 강산'의 작곡가이며 '빗속의 여인'을 부른 애드퍼(ADD 4)그룹의 결성을 통해 1960년대 초 이 땅에 한국적 록 음악의 씨를 뿌린 신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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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흡연 규제에 대해서
저는 한참 곡을 써야 할 때, 가수들이 제 곡을 기다리고 있을 때 대마초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6개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건강상으로도 안 좋고 정신적으로 피해를 많이 주기 때문에 주변에서 그걸로 인해
폐인이 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해서는 안되는거죠.
그러나 대마초가 존재하는 한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게 되고 언젠가는 하게 되니까 대마초 흡연 규제는 하되,
전과자를 만드는 방식 보다는 벌금을 부과하는 등 규제방식을 조금 정리를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기억에 남거나 애착이 가는 노래, 음반 또는 가수
펄시스터스를 비롯해서 이정화, 김정미, 김추자, 박인수, 장현 등이 불러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곡들은 제 나름대로
지금도 애착이 가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임아영 같은 경우 음반 하나 내고 초기에 반응이 그리 좋지 않자 일찍 가수생활을 접었지만 그의 목소리 같은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안타깝습니다.
가수를 하려면 매스컴을 탈 수 있는 어떤 성격이 필요합니다. 방송가라든지 부지런히 다니면서 자기를 홍보하고
자기의 영역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데 임아영이나 이정화 같은 경우는 음악만 좋아했지 그런 활동에는 몸을 사리는
편이었습니다.
1960년대 당시 작곡ㆍ연주활동에 큰 영향을 준 외국 음악인
미8군은 어느 부대를 가더라도 장교클럽, 하사관클럽, 사병클럽 등 3종류의 클럽이 기본으로 있었고 때로는
흑인ㆍ백인 클럽이 나눠져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얘기는 뭐냐 하면 각 클럽 마다 연주하는 노래가 달라야 했
고 그만큼 음악들을 다양하게 소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적 록을 추구한 저의 '애드4'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많은 음악인들의 영향을 받아 작곡된 것들이다.
엘비스 프레슬리 부터 비틀스 까지 저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예를 들어 '애드4' 앨범에 있는 '우체통'
같은 곡은 비틀스의 영향을 받은 거죠.
지미 헨드릭스 같은 경우는 록기타리스트로서 존경했습니다. 그 사람으로 인해 록기타의 기본이 서지 않았는가
생각되고 그의 음악을 통해 무한대의 음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첫 손자 동주(장남 신대철씨의 아들)를 위한 어린이록
아직 발표는 안 했습니다만 키즈록(Kid's Rock)이라는 이름 아래 줄넘기, 미끄럼, 자전거, 우산 등 19개 노래를
작곡해 놓았습니다. 애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들을 노래로 정리해 놓은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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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 중에 모방으로 끝내려 하는 사람들이 많아 아타깝다는 신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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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LP로 나왔던 앨범들의 CD 복간작업
아직 3분의 1 정도 밖에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복간작업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향후 계획과 공연계획
마음은 아직 젊습니다. 저의 음악성을 분명히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늘 골몰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리얼뮤직',
즉 진정한 음악을 라이브 공연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8월3일 헌정공연에 앞서 8월1일에 속초에서 '영원'이라는 타이틀의 단독공연이 있었다. 8월14일에는 금강산에서
공연(광복 60주년 제2회 금강산 콘서트)이, 9월20일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인들이 주관하는 행사에서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요즘 활동하는 젊은 음악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너무 많은데 젊은이들이 듣기 싫어하니까 되도록이면 안 하려고 합니다. 어쨌든 창작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젊은이들 중에 모방으로 끝내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안타깝습니다.
세계적인 음악인의 것을 모방하지만 말고 그 시기를 지나 진정 음악을 하고자 한다면 창작성을 길러서 자기의
국민성, 민족성 알리는 작업을 젊은이들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강일중 편집국 기자 | kangf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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