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는 사군자의 하나로 예로부터 선비의 굳은 절개를 상징한다하여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늦가을이면 산에 들에 만발한 국화꽃 향기에 절로 흥취가 난다.
국화는 장미나 백합 같은 화려한 꽃들에 비해 그 향이 그윽하면서도 야단스럽지 않고 자태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아하여 많은 이들이 관상용으로 사랑하여 아껴마지 않는다.
국화는 전 세계적으로는 1만여 종, 우리나라에는 7백여 종이 자생한다고 하는데,
중국에서 자라던 품종 중 일부가 일본으로 건너가 다양한 품종으로 개량된 후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었다고 하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국화를 관상용으로 재배하였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고려사(高麗史)」의 기록에 의하면
고려 의종(1163년) 때 왕궁의 뜰에 국화를 심고 감상했다고 하니 아마 그 이전부터 널리 재배된 것으로 보인다.
국화는 관상용으로도 사랑을 받아왔지만 중국에서는 아주 신비로운 약효를 가진 꽃으로 여겨왔다.
의약의 신인 염제 신농(神農)이 국화를 몸을 가볍게 하고 오래 살게 하는 최고의 영약이라고 한 후 여러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온다.
예를 들면, 옛날 중국 남양(南陽) 역현(?縣)의 감곡이라는 강의 상류에 신비로운 국화가 자라고 있었는데,
그 강물에 국화향이 섞인 이슬이 섞여서 강 하류에 사는 사람들이 그 물을 마시고 모두 건강하고 오래 살았다 한다.
이 전설 때문인지 여러 본초 책에서는 이 지방에서 난 국화를 약재 중에서 최고로 친다.
국화의 약효에 대한 여러 기록을 살펴보면 「본초연의보유(本草衍義補遺)」에서는
“국화는 보음(補陰)할 수 있으며 반드시 맛이 단 것을 써야하며 산과 들에서 자라는 쓴 것은 쓰지 말아야 한다.
만약 이것을 사용하면 위장을 상한다”고 했고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서는
“모든 풍(風)과 두통, 어지럼증, 종기로 인해 아픈 것, 눈물이 흐르는 것, 악창, 습비(濕痺) 등을 다스린다.
오래 먹으면 혈과 기를 이롭게 하고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으면 오래 산다”고 했다.
또한, 「일화자제가본초(日華子諸家本草)」에서는 “혈액을 잘 돌게 하여 사지가 저린 증상,
가슴이 답답하고 막히는 증상, 악성 종기, 두통을 치료한다. 베개 속에 말린 국화를 넣고 자면 눈이 밝아진다”
고 했다.
이런 약성에 근거하여 오늘날 한방에서는 국화를 고혈압, 중풍, 두통, 안질환 등에 널리 사용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국화를 주로 액운을 물리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술로 빚어 음용했는데 그 유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후한시대 여남 지방에 사는 환경(桓景)이라는 사람에게 장방(長房)이라는 선인이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오는 9월 9일 당신 집에 큰 재앙이 있을 것이니 집을 떠나 높은 곳으로 피하시오.
올라갈 때 집안사람들에게 주머니를 하나씩 만들어주고 그 속에 수유나무 열매를 넣도록 하시오.
그리고 높은 곳에 올라가면 국화주를 마셔야만 무서운 화를 면할 수 있소.”
환경이 선인의 말대로 9월 9일 가솔들을 데리고 뒷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신 후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보니
집에 있던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해 있었다.
국화주를 마시지 못한 가축들은 모두 재앙을 당한 것이다.
이후 중국에서는 ‘중양지연(重陽之宴)’이라 하여 음력 9월 9일이 되면 높은 산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하수영
한의학박사.
대전대학교 한의학과 겸임교수
라임한의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