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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에서 열린 구찌 봄.여름 컬렉션에서 모델들이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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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달력이 깨끗한 새 달력으로 바뀌었다.
한 겨울의 자락을 잡고 있는 동장군의 엄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신문 지면은 겨울을 마감하는 백화점의 세일 광고로
가득하다.
이제 곧 쇼 윈도우에 걸려 있는 무거운 옷들은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는 봄과 여름옷들로 대체될 것이다.
2007, 정해년 봄과 여름에는 어떤 패션이 유행할까 최근 세계 4대 컬렉션을 인터넷이나 방송으로 미리 훑어본 발 빠른
패셔니스트라면 2007년 봄.여름 경향 중 하나가 ‘60년대식 미니멀리즘’ ‘60년대 퓨처리즘’이란 것을 간파했을 것이다.
1960년대는 히피, 섹스, 드럭, 존 레논과 오노 요코, 비트족을 따라하다 하나의 하위문화로 자리 잡은 모드족,
퓨처리즘 등으로 요약된다.
이런 60년대의 흐름이 뉴밀레니엄에는 어떻게 대체되는지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다.
히피는 ‘보헤미안 부르주아’로, 섹스는 ‘여성의 성 해방’에서 ‘퀴어 문화의 패션화’로, 드럭은
‘패션 아이템’으로 은유된다.
또 존 레논과 오노 요코는 ‘피트 도허티와 케이트 모스’로, 모드족은 이들의 21세기 버전인 듯한 ‘인터폴, 스트록스,
리버틴즈’로 대체된 것처럼 보인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생각나지 않는가!
하지만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식으로 이런 복고주의를 폄하하진 말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전의 유행들을 어떻게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하느냐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욕망(원제 Blow Up)’이란 영화를 주변에서 구해볼 수 있다면 한번 참고해보자.
남자 주인공이 입고 나온 어깨가 좁은 재킷이라든지, 여자 주인공이나 기타 등장인물들이 입고 나온 미니멀한 원피스나
미래지향적인 옷들, 혹은 시대상을 반영한 영화의 음모론적인 분위기까지 60년대의 많은 것을 축약하고 있다.
60년대에 등장한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선보인 미니멀리즘적인 우주선 내부의 라이프 스타일과
인류 역사상 최초의 달 착륙이란 사건은 우주에 대한 동경, 미래에 대한 희망과 더불어 당장 이런 상상들이 현실화될
것처럼 사회 전반적인 문화에 영향을 끼쳤고, 패션에서는 퓨처리즘이 대두됐다.
패션계에서 이런 퓨처리즘을 대표하던 인물은 앙드레 쿠레주와 파코 라반이다.
앙드레 쿠레주의 색안경 같은 선글라스와 미래지향적인 룩, 미니스커트 등은 올 봄, 여름에 또 한번 응용해볼 수 있는
참고서와 같다.
발렌시아가의 문하생으로 10년 정도 연수했던 앙드레 쿠레주가 60년대 자신의 이름으로 데뷔하고 나서 발표한 이 퓨처리즘
연작들이 현재 발렌시아가의 수석 디자이너 니콜라 궤스키에르의 이번 2007년 봄.여름 컬렉션에 영향을 준 셈이니,
어떤 주기로 반복되는 트렌드를 살펴보는 것은 참으로 흥미롭다.
이번 파리에서 많은 반향을 일으켰던 후세인 샬라얀의 미래지향적인 룩들이 60년대의 파코 라반 룩들에서 힌트를 얻어
발전시켰다는 것을 알면 더 재미있다.
파코 라반의 메탈과 투명한 소재의 미래지향적인 패션의 영향이 이번 시즌의 후세인 샬라얀이나 돌체 앤 가바나,
발렌시아가의 컬렉션에서 발견된다.
단 후세인 샬라얀은 의복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고 미래의 옷들이 어떻게 작동될지에 대해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전 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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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니스커트를 차려 입은 젊은이들 사진.서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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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초미니스커트나 드레스로 명성을 날린 메리 퀀트의 룩들도 올 2007년을 준비하던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메리 퀀트가 디자인했던 초미니스커트나 초미니 드레스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트위기라는 가냘픈 몸매의 모델이
입어 일명 ‘트위기룩’ 바람이 불었고, 한국에서는 가수 윤복희를 통해 김포에 상륙했다.
또한 이 시대 메리 퀀트가 비달 사순과 작업했던 단발머리 스타일은 영화배우 미아 패로우 등을 통해 확산됐다.
우리는 올 봄, 여름에 단발머리를 하고 초미니 드레스를 입은 멋진 여성들을 거리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프린트의 경우 60년대 이브생로랑의 몬드리안룩처럼 모던하고 그래픽적인 요소들을 담은 프린트 패턴이 부활하고,
이러한 미니멀리즘이 2007년에는 ‘로맨틱 미니멀리즘’으로 새롭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된다.
유행은 집단적인 현상을 보인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경우 유난히 유행, 트렌드에 민감한 것이 사실이다.
오랫동안 유행을 창조하기보다 유행을 쫓아가기 급급해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자기 개성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쏟아지는 유행을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디자이너나 소비자나 유행을 쫓아가기보다 유행을 만들어가는 리더가 돼보자.
2007년 올해 패션계의 인물은 ‘당신(You)’이다.
이상봉 패션디자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