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의 가치는 물리적 시설, 교통 여건, 교육 환경, 지역 환경, 자연 환경, 그리고
각 커뮤니티와 사회적 이미지들이 통합돼 형성된다. 살기 좋은 아파트라면 이들 요소를 대부분 갖추고 있는 게 당연하지만
때로는 강점 몇 개만으로도 가능하다. 이런 요소들이 어떤 형태로든 시장가격에 반영되는 것은 물론이다.
자신의 여건에 맞는 아파트를 찾아낼 수 있다면 삶의 질을 충족하고 정당한 시장가격의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전문가가 현장을 직접 확인한 후 엄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한 `살기 좋은 아파트‘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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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안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센터로, 반포자이를 더욱 차별화시키는 중요 요소로 작용한다. 사진.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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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까지 국내, 특히 강남권에서 명품 아파트로 손꼽히던 곳이 삼성동 현대 아이파크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2008년 12월 완공과 함께 올해 3~4월을 지나면서 입주가 빠르게 진행된 반포자이는 단숨에 국내 최고의 아파트로 부상했다.
지난 7월 ‘살기 좋은 아파트’ 대통령상(종합 부문)을 수상하면서 실질 심사 모든 분야에 걸쳐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에서
그 수준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국내 도시계획가들과 부동산개발업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한 번쯤 탐방하고픈 마음을 유발시키는 곳이기도 하다.
어떤 매력을 지닌 아파트이기에 이렇듯 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르는지 일반인들에게도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외부는 병풍, 내부는 정원
반포자이를 방문하기 위해 7호선 반포역을 나오는 순간 병풍처럼 빽빽하고 거대한 고층아파트 숲 앞에 얼핏 답답함을 걱정하게 된다.
그러나 자이플라자상가를 거쳐 단지 내로 들어가는 순간 고속터미널 인근의 교통 체증이나 소음과는 확연히 단절된,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지상에 보이는 건 아기자기한 보도 블럭과 푸른 나무들,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뿐이다.
차량은 물론이고 쌩쌩 달리는 오토바이 한 대 없다.
주위를 경계하지 않고 무심히 발 닿는 대로 걸어도 어디든 안전하다는 얘기다.
단지 전체가 타워형 구조여서 대로변에서 보기엔 빽빽한 병풍처럼 보이나 단지 내부로 들어서면 의외로 답답하지 않고 개방감이
느껴지면서 원형 광장과 정원이 곳곳에 펼쳐진다.
대지 면적 194,458m2의 지하가 모두 주차장으로 설계돼 있고 지상은 아파트 건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공간이 고급 식목들을
비롯한 녹지로 꾸며져 있어 마치 정원 같은 느낌을 준다.
모두 4개의 정원광장이 군데군데 심심치 않게 펼쳐지고 경사진 지형의 특징을 살려 보도 옆으로 실개천이 졸졸졸 흘러내린다.
폭 4m, 길이 2.4km에 달하는 단지 순환형 산책로도 굽이굽이 펼쳐져 있다.
한강시민공원까지 15~20분 정도 걸으면 되지만 주민들은 굳이 한강까지 갈 필요를 못 느낀다고 한다.
잘 조경된 길 사이사이로는 마치 동화에나 나옴직한 예쁜 어린이놀이터가 7개나 있어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모처럼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는 여유도 가질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변에는 16,500m2에 달하는 완충녹지를 조성함으로써 고속도로변 아파트동과 고속도로와의 인접 거리를
최대한 멀리 해 소음과 공해를 완화시켰다.
단지상가 내 J중개업소에 따르면 고객들이 처음엔 고속도로변을 꺼리다가 막상 아파트 실내에 들어서면 고속터미널 도로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음이 적고 녹지는 넓으면서 시야가 탁 트이는 데 매우 놀라워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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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놀이터. 각종 부대시설 중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미니 카약장, 동화 같은 놀이터, 성인을 위한 사우나 시설 등은 단지
내 최고 편의시설이다. 사진.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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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지 대형 평형
반포자이는 소형 평형 위주의 반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다.
2008년 12월 완공했으며 총 3천410세대로 강남에서 보기 드문 대형 단지다.
평형 구성은 25평형 683세대, 35평형 1천363세대, 그리고 50평~91평까지의 대형 평형 1천364세대다.
25평형과 35평형의 중소형 물량도 풍부하지만 50평 이상의 대형 평형이 전체의 40% 가까이를 차지한다.
잠실단지와 비교하면 대형 평형의 세대가 훨씬 많다.
이 같은 대형 평형의 대단지 구성은 강남권 수요자뿐 아니라 인근 지역 대형 평형 수요자들의 관심까지 끌기에 충분하다.
단지에서 아이와 놀고 있는 어느 주부와 잠시 대화를 나눠 보니 대형 평형의 경우 3대가 같이 동거하는 경우도 많고 먼저 이사
온 형제의 추천이나 집들이 방문 이후 다른 형제가 뒤따라 이사 와 이웃으로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사통팔달의 교통과 명문 학군
반포는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경부고속도로와 인접해 있으며 서울 강남과 강북, 강서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는 이들에겐 꽤나 막히는 복잡한 지역으로 인식되지만 반대로 이 지역 거주민 입장에선 어디든 편리하게
닿을 수 있는 사통팔달이 장점이다.
대중교통을 살펴보면 단지 출입구 1번은 신반포로를 접하고 있으며 7호선 반포역과 2~3분 거리로 가깝다.
단지 출입구 2번은 고속터미널과 마주하며 3호선 고속터미널역을 도보 7~8분 거리로 이용할 수 있다.
단지 출입구 3번은 사평로와 접하면서 얼마 전 개통한 9호선 사평역이 바로 앞에 위치해 있는 등 그야말로 황금 트리플 역세권이다.
교육 여건으로는 반포자이 단지 내에 원촌초등학교와 원촌중학교가 들어서 있어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에 관한 한 어느 아파트
단지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밖에도 서원초등학교와 사립인 계성초등학교, 경원중학교, 반포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인 세화고등학교 등이 인근에 있어
강남 명문 학군의 수혜 지역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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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내의 미니 카약장. 모든 차가 지하로만 다녀 지상에 보이는 건 아기자기한 보도 블럭과 나무,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뿐이다.
사진제공.GS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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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움 사는 커뮤니티
자이안센터로 불리는 단지 내 대형 커뮤니티센터는 반포자이 주민들의 큰 자랑거리다.
편의시설 면적이 8,910m2로 단일 단지 내 커뮤니티센터로는 국내에서 가장 크다.
단순히 규모만이 아니라 이용객들의 호응도 매우 높다.
먼저 1층 로비에 자리 잡고 있는 클럽하우스에선 아이들을 동반한 주부 3~4명이 각자 준비해 온 간식을 꺼내 놓고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목욕 가방을 들고 가벼운 슬리퍼 차림으로 사우나를 찾는 주민들이 무척 눈에 많이 띄는데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부대시설이라고 한다.
올해 초에야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된 탓인지 아직 시설이 들어서지 않은 듯한 공간도 간간이 보이나 지하의 골프연습장,
휘트니스센터, 요가실, 2층의 독서실과 북카페 등 대부분의 부대시설이 이용객들로 활기가 넘친다.
이들 시설은 카드제로 운영되며 대부분 시설당 1~2천 원 정도의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고 비용은 월 단위 관리비에
포함돼 청구되므로 편리하다고 한다.
일반관리비 의외로 저렴
이런 수준의 아파트라면 당연히 관리비가 비쌀 것이라고 짐작하기 쉽지만 의외로 싼 편이다.
모든 평형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일반관리비가 여느 아파트와 비슷한 평당 4천500원이다.
반포자이와는 지리적으로 약간 떨어진 고속터미널 인근의 비전공인중개사무소에 의하면 35평짜리의 경우 반포자이의
일반관리비가 반포 인근의 다른 단지에 비해 오히려 10만 원 정도 더 적다.
이는 신차와 중고차의 차량관리비 차이와 같은 이치다.
새 아파트이다 보니 인근의 노후 아파트들에 비해 과다한 시설관리비 지출이 적고 단지 규모가 초대형이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측면도 있다. 중소형 평형을 찾는 이들에겐 또 하나의 장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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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형의 단지 배치로 아파트 동끼리 서로 마주보지 않도록 설계됐다. 멀리서 보면 마치 계단식처럼 보인다. 사진.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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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전망
강남에는 재건축을 위한 단지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으나 이들이 인.허가를 거쳐 시공 및완공에 이르기까지는 최소 3~5년
정도가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강남권에서 대형 단지이면서 특히 대형 평형 세대수가 많고 교통과 교육 환경 등이 뛰어난 단지를
찾아 보기는 향후 몇 년 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현재 반포자이는 전세를 안고 매입하려는 수요층이 다수 대기하고 있어 35평형의 경우 올해 초에 비해 2억~3억 원
가까이 올랐다. 또 단지 내 녹지율이 높고 편의시설이 뛰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인근 반포 지역 단지들이 재건축에 들어갈 경우
가격을 선도하는 아파트가 될 것으로 인근 중개업계는 보고 있다.
아파트의 진화는 계속 진행중
반포자이를 쉬엄쉬엄 둘러보는 데 약 3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그래도 돌아나오는 길이 어디가 어디인지 잘 구분되지 않았다.
다만 어느 길에 들어서나 푸른 녹지로 곳곳에서 분수가 흐르고 육상트랙과도 같은 우레탄 길을 따라 파워 워킹을 즐기는 주민들을
대낮에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거대한 지하도시와 같은 지하 주차장을 둘러볼 때는 살기 좋은 아파트란 말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지하엔 4차선 도로가 2개 있고 중간 중간 소도로들이 펼쳐져 있다.
피자를 배달하는 오토바이 기사도, 우편물을 배달하는 우체국 택배 차량도 모두 지하를 통해 운행된다.
유치원 아이들과 학원을 다녀오는 초등학생들을 실은 차량은 지하 중간 중간에 마련된 정거장에서 정차하며 바로 옆엔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반포자이는 지금까지 경험한 숱한 아파트들과 두드러지게 차별화되는 면이 많다.
앞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단점이 노출될 수도 있겠으나 아파트를 방문하고 면담하는 동안은 그다지 큰 흠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런 아파트를 단순히 부러워하는 대상, 또는 위화감을 조성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는 그저 그들만의 주거공간으로 단절되는 게 아니라 진화된 아파트 시설과 문화가 여타 지역의 아파트들에 서서히
적용되며 발전을 확산시켜 일반인의 주거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부러움과 함께 많은 관심을 갖고 ‘우리 지역엔 이런 아파트가 언제쯤 들어설까’란 희망을 품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