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신임 국민은행장은 취임식 이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국민은행을 말 그대로 국민
의 은행으로 만들겠다”며 취임 포부를 밝혔다.
강 행장은 또 지난해 LG카드 사태 이후 논란이 돼 왔던 선도은행의 공공성 부문에 대해 “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위해 간과할 수 없다”고 말하고 LG카드 추가 지원에 대해서는 “충분
한 검토를 통해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음은 강 행장과의 일문일답.
구조조정 및 조직 통합 시기와 방법은
시기와 방법은 업무파악을 하면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정리하겠다. 1～2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
경영진 개편과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은
오늘 임원들을 처음 만났다. 시간을 갖고 하겠다.
기업금융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소호(SOHO, 개인사업자)보다는 큰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쪽을 생각하고 있다.
감독당국과의 관계와 공공성 측면에 대한 생각은
은행의 중장기 기업 가치를 생각하면 감독당국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가 중요하고 공공성
부문도 간과할 수 없다. 고객이 2천400만명을 넘고 자산이 200조가 넘는 은행이 공공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수익성과) 균형은 생각해야 한다.
은행 경쟁 상황을 취임사에서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와 비교했는데
나는 국민은행장으로 오기 전에 도전장을 받았다. 신한은행이 오는 2008년까지 자산 규
모로 1위 은행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씨티은행과 외국계 은행들도 시장 점유율을 10%까
지 늘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은행을 진정한 국민은행으로 만들겠다.
자산건전성 제고를 위해 올해 적자도 감수할 생각인가
부실채권비율과 충당금 적립 비율 등은 최소한 경쟁은행과 맞춰야 한다. 충당금을 어느
정도 더 쌓아야 하고 이에 따라 수익이 어떻게 변하는지 등은 좀 더 봐야 알 수 있다. 그리
고 (충당금 적립) 시기 등은 공정공시와 관련된 사항이라 여기서 말하기 곤란하다.
다른 은행은 증권사를 인수하는 등 규모를 키우고 있다. 증권사 인수나 지주사로의 전환
에 대한 생각은
규모는 충분하고 규모에 비해 관리가 제대로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규모를 늘
려봐야 소화할 수 없다.
경영 혁신 방안 중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안은
제일 처음이 조직문화 통합이다. 조직이 통합되면 연수를 많이 시키고 은행간의 전쟁에
서 우리가 나갈 방향을 찾아야 한다. 기능적으로는 자본시장 상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능력
을 키워야 한다.
한국씨티은행의 출범 의미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은행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
내 은행들에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본다.
LG카드 추가 지원에 대한 입장은
LG카드는 우리가 채권을 갖고 있는 카드사다. 추가 지원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를 해서
입장을 정리하겠다.
한국경제의 저성장이 장기화될 조짐이 있다고 했는데
싼 임금을 바탕으로 옛날처럼 고성장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고 이같은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래서 경영을 긴축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국민은행 지배 구조와 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상설화에 대한 견해는
행장 선출이 조용하게 진행된 것을 보면 행추위 조직이 투명하고 공정한 것 같다. (국
민은행이) 프로세스(과정)상으로는 투명성을 갖춘 조직이라는 판단이다. 행추위 상설화 여부
는 더 생각해봐야 알겠다.
이상원 경제부 기자 | leesang@yna.co.kr
|
Tip ------------------------------------------------------------------------
국민은행의 8일 조직개편은 김정태 전행장에게서 사령탑을 물려받은 강정원 행장이 조기에 조
직을 장악하고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예상외로 빠른 조직개편은 향후 인력 구조조정 등 강 행장 특유의 경영방식에 속도를 더할
전망이다.
◆김정태 전행장과 선긋기
종전 부행장직을 맡았던 사람들중 6명이 유임됐으나 전체 15개 그룹 담당 부행장직중 전략,
여신관리, 자금시장, 기업금융 등 주요 5개 그룹은 주로 자신과 인연이 있는 외부인물을
영입함에 따라 강 행장 체제의 조기구축이 발빠르게 이뤄지게 됐다.
강 행장은 이날 사내 전산망에 띄운 ‘조직개편에 따른 은행장 메시지’라는 글을 통해 “유능
한 직원과 여러 좋은 시스템은 도입돼 있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면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조직개편의 이유를 설명했다.
9명의 행장을 15명으로 늘린데 대해서는 “그룹별 업무영역이 너무 넓어 통제가 제대로 안되
고 시스템 운영에 상당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느꼈다”며 부행장선의 관리누수 문제를 개
선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김정태 전 행장 때 구축된 경영체제와는 어느 정도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강 행장은 이 글에서 “국민은행을 진정한 ‘국민의 은행’답게 만들어가는 데 자부심과 책임
을 함께 느끼며 최선을 다해줄 것을 바란다”고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개인영업 부문과 자산
운용의 경쟁력, 부실여신 관리의 강화 등을 경영방향으로 제시했다.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도 탄력 붙을 듯
조직개편이 조기에 추진됨에 따라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도 탄력이 붙게 될 전망이다.
강 행장은 취임식에서 “국민은행이 합병 이후 합병효과를 낼 만한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았다는 시장의 지적이 있다”며 “1인당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이미 구조조정 방침을 예고했다.
강행장은 이날 사내 통신망에 띄운 글에서도 “금융시장과 은행들은 하루 하루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면서 조직개편의 조기단행 이유로 “조직을 재정비해 ‘은행들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함”이라고 위기의식을 늦추지 않았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가 한국씨티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을 국가신용등급보다 높은 A+로
상향조정, 경쟁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이 낮은 금리로 외화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점도
사례로 들었다.
취임후 대부분 오전 7시 출근해 오후 11시 퇴근하는 강행군을 해온 강 행장의 인력 구조조
정 추진 등 향후 행보에 국민은행 직원들의 불안한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 강 행장은 과거 서울은행장 시절 1천여 명의 직원을 과감하게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적자로 어려움을 겪던 서울은행을 흑자로 돌려놓았다.
경수현 경제부 기자 | evan@yna.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