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시루
‘아닌 밤중에 웬 떡이냐’,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등 떡과 관련된 속담은 수십 가지에 이른다.
이 속담 속에 등장하는 떡의 이미지는 ‘횡재, 재수, 맛좋음, 귀함’등이다. 이렇듯 우리의 떡은 생활
속에 녹아나 있으면서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어왔다. 간식이자 밥의 대용식이던 떡이 빵이나 케잌에 의해
점차 밀려났던 자리를 웰빙에 힘입어 인기를 되찾아 가고 있다. 평생 떡 연구에 몰두해 오면서 떡의 현
대화와 대중화에 힘써운 윤숙자 소장이 차린 떡카페 ‘질시루’는 떡이 살아남아 사랑 받는 생활음식으
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곳이다.
언뜻 보기에는 청담동의 고급까페를 연상시키는 고급스런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자세히 보
면 고사목으로 만든 장식장과 어울린 돌담 벽이 운치 있다. 테이블과 천정 장식에 이르기까지 음양의 이
치를 고려한 점에 감탄을 하게 된다.
윤숙자 소장에 의하면 떡이라고 다 같은 떡이 아니다. 시루에 쪄서 만드는 찐 떡(시루떡, 설기떡, 두텁떡)
, 떡판이나 절구를 이용해 쳐서 만든 친 떡(절편, 인절미, 쑥단자), 기름에 지져서 만드는 지진 떡
(화전, 부꾸미), 끓는 물에 삶는 떡(경단, 단자류) 등으로 나뉜다고 한다.
전통과 퓨전을 넘나드는 다양한 메뉴의 떡을 주문하면 한 입에 쏙 들어갈 만큼 작고 탐스러운 모양의
떡이 나온다. 단자나 경단 모양에 흠을 내 잣이나 대추 썬 것을 꽂기도 하고 앙꼬를 밖으로 내 말아
놓은 모양 등 너무 이뻐 먹기가 안타까울 지경이다.
질시루의 인기 메뉴인 떡 도시락은 다섯가지 종류의 떡에 찬으로 먹을 멸치조림, 야채샐러드, 시원한
동치미와 은은한 향기의 녹차가 곁들여서 나온다. 작고 앙증맞은 떡 모양에 간식이나 후식용으로 적
당할 듯 싶지만 실제 먹어보니 금새 배가 불러온다.
떡에 대한 만만한 생각이 바뀌는 순간이다. 이곳
에는 모양도 예쁘고 색도 고운 떡케이크류부터 고깔떡, 쌈지떡보슬단자 등 20～30가지 다양한 떡이
있다. 얼핏보기에 식빵인 듯한 백설기 사이에 야채 샐러드를 끼워 넣은 떡 샌드위치는 질시루가 처음
개발하여 선보인 음식이다.
떡의 쫀득쫀득함이 연상되지만 실제로 입안에서 씹히는 맛이 너무 부드러
워 빵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샌드위치를 만들면서 초등학생에서부터 고등학생까지 2만여 명에게 시
식을 해보면 품평을 거쳤다고 하니 좋은 맛을 내기 위한 질시루의 고집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질시루 떡의 특징은 달지가 않다. 신세대 취향을 쫓아서 케익처럼 단맛을 강조하는 떡집이 늘고 있지
만 이곳은 전통적인 조리방식을 고수하여 떡을 빚는다. 그래서 담백하다. 떡도 주인의 성품을 닮는가.
뒷맛이 개운하고 입안도 속도 편안하다. 설탕과 버터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빵에 지친 사람들에게 분명
질시루의 떡은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다. 떡에 곁들이는 차도 여러 종류가 나온다. 녹차꽃을 띄워내는
시루꽃차를 비롯한 각종 차와 매실차, 식혜와 수정과 등 떡과 어우러짐에 손색이 없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같은 건물 내에 떡 박물관과 부엌살림 박물관을 함께 운영하
고 있다. 색다르게 떡으로 포만감을 느낀후 박물관을 둘러보는 즐거움은 이곳만의 장점이다.
음식은 색다른 맛을 느낄 때 더욱 즐겁다.
생소한 음식을 먹는 두근거림보다 잘 안다싶은 음식이 색다
른 맛으로 다가올 때 더욱 감탄하게 된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온고이지신의 마음으로 먹는 떡 한조각.
마음마저 푸근해진다.
강성철 기자 |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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