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리스트를 보는 요령
우리들 주변에서 와인의 수요가 빠르게, 그리고 넓게 일고 있다. 어느 면에서는 새로운 문화적 충
격이라 할만하다. 이러한 현상에는 삶의 질이 한결 나아지고 생활의 영역이 글로벌해진 데서 연유하기도
한 듯 하다. 격무를 감내하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그래도 한잔의 와인을 나누면서 삶의
여유를 가져 보는 것도 또한 삶의 기쁨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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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물타기 하는가?
와인이란 신선한 포도를 원료로 해서 빚은 과실 발효주이다. 다시 말하자면 포도의 당이(grape sugar)
효모에 의해 알코올과 카본다이옥사이드(Co2)로 분해되어 얻어지는 술이다.
참고로 발효에는 효모가 있어야 하고 일정한 온도(21℃-28℃)가 주어져야 한다. 효모에는 포도껍질에 자생
하는 자연적 효모가 기본이 되기는 하나 때로는 부실한 자연 효모를 보완키 위해 배양된 효모가 투입되기
도 한다.
와인 양조에는 물타기 등 일체 다른 물질의 투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극히 제한적인 몇 가지 예외
가 있다. 와인을 맑게 정제하기 위해 계란의 흰자, 또는 미세한 진흙을 넣기도 하고 산화를 막기 위해 설
파(sulpur)를 첨가한다. 그리고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 양조되는 포티파이드 와인(fortified wine)에
는 미량의 설탕이나 브랜디의 첨가가 따르기도 한다.
와인에 담겨져 있는 특성들
와인의 특성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와인을 제대로 마실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식사에 곁들여 마시는 테
이블 와인에는 화이트와 레드 와인이 으뜸이 된다.
화이트 와인은 포도의 종이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청포도이며 레드 와인은 붉은 염색소를 지닌 붉은 종
의 포도이다. 또한 이들 와인의 기초(base)는 서로 다르다. 화이트 와인의 기초는 신맛의 산(acid)이며 레
드 와인의 경우는 떫은맛을 보이는 탄닌(tannin)이다.
산을 바탕으로 한 화이트 와인은 차게 해서 마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의 풍미(flavor)가 넘쳐 제
맛을 볼 수 없다. 이때의 온도는 섭씨 6℃- 8℃가 적정하다. 이에 비해 레드 와인의 기초는 탄닌이어서
모든 레드는 기본적으로 떫은맛을 보인다. 이 맛을 유순하고도 기분 좋은 탄닌으로 바꾸기 위해서 양조장
에서 오크 통이나 스테인리스 스틸 통에서 일정기간 숙성을 거치게 한다. 일부 지방에서는 출시 전에 병
입(bottling)한 상태에서 달리 숙성을 진행시키기도 한다.
레드 와인은 췰링(chilling, 차게 하는 것)해서는 안 된다. 찬 상태로 그냥 두면 탄닌의 틀이 무너져 술
의 기본 맛을 잃게 된다.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 적정한 온도는 상온(常溫),
즉 18℃- 20℃이다.
와인은 음식과 매칭을 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다시 말하자면 음식에 곁들여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화이트 와인은 생선이나 갑각류(소라, 전복, 새우 등)에 잘 어울리고 레드 와인은 붉은 빛을 띄
는 육류(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가 제격이라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원칙이고 때로는 두 가
지를 한데 아울러 마시기도 한다.
와인의 영역과 서어빙
와인은 음식의 플랜에 맞추어 서어빙 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구미 요리에는 세 가지 섹터
로 나뉘어진다. 또한 이의 구분에 따라 와인의 서어빙도 다르게 마련이다.
전식으로써 에피타이저(appetizer)에는 아페리티프 와인 (apperitif wine)이, 메인 디쉬인 주 요리에는
테이블 와인, 그리고 후식 코스(dessert course)에는 디저트 와인(dessert wine)이 서어브 된다. 이들 음
식에 맞추어 서어브 되는 와인들의 영역은 다음과 같다.
ㆍ아페리티프 와인 : 버어머스, 쉐리, 샴페인, 신맛의 화이트 등
ㆍ테이블 와인 : 레드, 화이트 및 로제 와인
ㆍ디저트 와인 : 감미가 넘치는 스위트 와인, 꼬냑, 아르마냑, 브랜디, VDN 등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다른 나라의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한껏 마음을 열어야 할 것 같다.
필자 약력
경북대 사범대학 졸, 1967년 프랑스 호텔 경영학 이수, 경영학 박사, 교통부 해운ㆍ관광 국장, 수송ㆍ기획관
리 실장 등을 역임. 1994년 철도청장에서 공직 퇴임
현, 보르도 와인아카데미 원장, Wine Review 발행인, 고속철도 차내지 KTX 기획 제작
저서로 「포도주 그 모든 것」(1997)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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