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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사업 30년 신화는 계속된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역사를 삼성이 만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2월 6일 이건희 회장 주재로 윤종용 부회장,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 등 그룹 내 반도체관련 주요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반도체 전략회의'와 반도체 역사전시관 관람, 최첨단기술인 90나노 공정이 적용돼 올 하반기부터 512M DDR-Ⅱ 메모리 양산에 돌입한 13라인 시찰, 반도체사업 진출 30년 기념비 건립계획 발표 등 30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태동과 성장 그리고 세계제패

`92년 64M D램 세계 첫 개발, 94년 256M D램 세계 첫 개발, 93년부터 12년째 메모리 1위 고수, 2002년부터 세계 반도체업계 2위..'
삼성전자 반도체의 이 같은 화려한 기록은 30년 전인 지난 74년 말 부도 위기 직전인 한국반도체 (부천공장)를 인수할 당시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고 이병철 회장이 83년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 산업 본격 진출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외국에서는 냉소적 반응이 잇따랐고 국내에서 조차 `신발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는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삼성이 까마득한 후발주자로 출발, 세계 굴지의 업체들을 하나둘 제치고 `반도체 신화'의 기적을 이끈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삼성 안팎에서는 △우수한 인재 확보 및 육성 △최고 경영자의 의사결정 및 결단력 △시간과의 싸움 승리 △각 모멘텀별로 이뤄진 `용단' △불황기 과감한 투자 △직원들의 헌신 및 엄격한 품질관리 등을 오늘의 반도체 왕국 `삼성'을 탄생시킨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 기로마다 난상토론 끝 `용단' = 삼성이 반도체 산업 진출 과정에서 가장 먼저 부딪힌 과제는 주력 분야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당시 기술력 등을 감안할 때 주문형 반도체 부문이 타당해 보였지만 삼성은 반도체 사업 자체로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미?일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메모리 분야를 택했다.
메모리 중 D램이냐 S램이냐를 놓고도 후발업체의 시장 진입이 쉬운 S램보다는 시장규모가 훨씬 큰 D램을 주력 품목으로 선정했다. 또한 삼성은 1M D램의 경우 이전 방식인 `NMOS'를 버리고 과감하게 새로운 조류인 `CMOS'를 채택했고 4M D램을 개발할 때는 `트렌치'와 `스택' 방식을 놓고 선진업체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난상토론 끝에 수율이 높은 스택 방식을 택했다.
이후 스택방식이 4M, 16M, 64M D램까지 기술 주류가 되면서 삼성이 메모리 분야 1위에 올라서는 결정적 계기가 됐으며 반대로 당시 1M D램 세계 1위 업체였던 도시바는 트렌치 방식을 채택, 결과적으로 4 M D램부터는 뒤쳐지기 시작했다. 고비마다 이뤄진 적절한 기술 선택이 반도체 부문 주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시간과의 싸움 = 초창기 `후발주자'인 삼성에게 떨어진 `절체절명'의 특명은 선두업체와의 간격을 하루빨리 줄이는 일이었다.
삼성은 `도쿄 선언'에서 64K D램 기술 개발 착수를 발표한지 10개월 후인 83년 12월 미, 일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 독자 개발에 성공, 세계를 놀라게 했고 9년만인 92년 64M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 선진국을 완전히 따라잡았다.
83년 기흥공장 건설시 설계와 공사를 병행, 통상 1년 반이 걸리는 공기를 6개월 만에 완공, 제품 생산을 2년이나 단축한 일화는 유명하다. 실제로 삼성은 83년 11월 256K D램을 개발할 때 기존의 4인치 웨이퍼에서 5인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6인치 웨이퍼를 사용키로 결정했었다.
당시 6인치 웨이퍼를 쓰는 기업은 극소수였지만 `남들이 밟은 길을 다 밟다가는 나란히 어깨를 겨룰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월반'을 택했고 생산성이 1.4배 향상 효과를 낳았다.
또 삼성은 독자 개발과 기술 도입, 기술 단계가 다른 제품의 동시 개발, 기술 개발과 생산라인 건설 동시 진행 등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렬개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용, 실패 위험을 줄이고 시간을 얻는 `윈-윈' 효과를 거뒀다.
◆ 과감한 투자 = 삼성은 일단 반도체 진출을 결정한 뒤에는 과감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단행, 후발 업체의 한계를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이 87년 불황을 맞아 설비 투자를 축소할 때 삼성은 오히려 신규라인을 건설, 88년 호황기 때 누적적자를 모두 해소했다.
84-85년 극심한 반도체 불황으로 주력제품인 64K D램의 경우 1천억 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고 인텔마저 D램 사업을 포기했지만 삼성은 오히려 256K D램, 1M D램 등 설비 투자를 늘리며 버텼다.
삼성 관계자들은 그 때 버티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삼성은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회고한다. 90-91년의 경기침체기에도 삼성은 투자를 계속, 세계 최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D램 1위 업체로 부상했다.

세셰 최초의 60나노 8기가 낸드플래시. 세계 최고속 667MHZ 모바일 CPU

◆ 우수인재 확보와 육성 = 삼성은 사업 초기 외국에 있는 한국계 과학기술자들을 적극적으로 스카우트 했다.


이 중 대표적 인물이 각각 16M D램, 256M D램 개발을 이끈 진대제 현 정통부장관, 황창규 반도체 총괄 사장이다. 이와 함께 삼성은 기술 개발 과정에서 현지법인팀과 국내 개발팀 동시 개발체제를 채택, 실패율도 줄이고 `경쟁'을 통해 개발시간도 단축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러한 경쟁 체제는 국내 연구진이 성장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으며 1M D램과 4M D램 개발 모두 예상을 뒤 업고 국내팀이 기술대결에서 승리, 관심을 모았었다. 삼성전자는 현재 713명가량의 반도체 부문 박사급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전체 연구 인력은 약 8천명(석사 2천190명 포함)이다.
삼성 반도체 역사에서 원가절감, 품질 혁신을 위한 직원들의 헌신 및 엄격한 품질관리를 빼놓을 수는 없다. 매일 밤늦게 만나 토론하던 `11시 미팅',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기술 개발 회의인 `수요 공정회의', 단계별 태스크 포스팀 운영 등은 `숨은 공신'들이다. 반도체 라인은 연중무휴, 24시간 풀가동된다. 512M D램 라인 하나가 스톱하면 월 1조원의 손실이 초래된다.
◆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 =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산업의 초석을 마련했다면 이건희 회장은 그 위에 큰 집을 지어올린 장본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일찌감치 반도체의 중요성을 인식, 74년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했고 기흥공장 건설시 반도체 사업부장을 자임, 건설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후 위험요소에도 불구, 과감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적으로 단행했다.
이 회장은 투자 결정과 같은 경영 부문 외에도 중요한 모멘텀마다 기술 추세를 예측한 최적의 선택을 이끌어낸 최고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4M D램 개발 당시 스택 방식 결정, 16M D램 양산 세계 최초 8인치 웨이퍼 도입 등은 모두 이건희 회장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8인치 웨이퍼 도입의 경우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어떤 기업도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패하면 1조원 이상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지만 이 회장은 8인치 도입을 진행시켰고 삼성은 93년 8인치 웨이퍼를 이용해 생산한 16M D램에서 일본을 누르고 처음으로 세계 1위 메모리 업체로 올라섰다.
삼성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 대표적 자본집약형 사업인 반도체의 경우 최고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변곡점마다 이 회장이 보여준 결단력은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라고 밝혔다.
1.1983년 미, 일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을 개발한 주역들
2.1983년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 기공식

◆ 삼성전자의 성장과 위상 = 삼성은 이후에도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과감한 투자로 92년 세계 D램시장 1위, 93년 메모리 분야 1위, 95년 S램 1위에 올랐다.
특히 94년에는 일본, 미국에 앞서 256M D램을 처음 개발하면서 83년 64K D램 개발 당시 4년6개월이었던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9년만에 따라잡고 역전에 성공했다.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DDR, 램버스, DDR2, 그래픽 DDR2 등 차세대 고성능 D램도 최초로 개발해 세계 D램시장의 선두주자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디지털 저장 분야의 혁명으로 통하는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는 99년 256M 낸드플래시를 시작으로 해마다 집적도를 2배로 높인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올 9월에는 첨단 60나노 공정을 적용한 8G 낸드플래시를 개발했다.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이 2002년 국제반도체회로회의(ISSCC) 세미나에서 발표한, `플래시메모리 용량이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이른바 `메모리 신성장론'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론은 반도체 집적도는 1년6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의 `무어의 법칙'에 견줘 `황의 법칙'으로 불릴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까지 D램 13년, 메모리 12년, S램은 10년 내리 세계 1위를 지키고 있고, 국제 반도체표준화기구(JEDEC)와 모바일 표준화협의회(MIPI), 플래시메모리 표준화협의회(MMCA) 등의 의장 및 이사회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메모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비메모리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메모리-시스템LSI 동반성장'을 추진하면서 모바일 시대를 대표하는 초일류 종합반도체 회사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송수경 산업부 기자 | hanksong@yna.co.kr

2010년 반도체 누적매출 200조 달성

삼성 이건희 회장이 부인 홍라희씨와 함께 삼성 반도체 30년 기념행사에 참석,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 함께 대형 케이크 앞에서 축하 박수를 치고 있다.
반도체사업 진출 30주년을 맞은 삼성이 오는 2010년까지 반도체 신규라인에 총 25조원을 투자, 반도체 누적매출 20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은 12월 6일 오전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사업장에서 이건희 회장과 윤종용 부회장, 황창규 반도 체총괄 사장 등 반도체 관련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반도체사업 30주년 기념행사를 갖고, '반도체 전략회의'를 통해 반도체 분야 세계 리딩 기업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다지기 위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중장기 전략을 마련했다.
◆ 반도체 중장기 전략 수립 = 삼성에 따르면 이날 30주년 기념행사에 앞서 이 회장 주재로 열린 반도체 전략회의에서는 반도체사업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5-10년 뒤를 대비한 투자 및 기술개발, 시장전략 등 중장기 전략이 집중 논의됐다.
이 전략회의에서는 2010년까지 반도체 신규라인에 총 25조원을 투입해 현재 110조원 규모인 반도체 누적매출을 200조원으로 끌어올리고, 신규 일자리 1만개를 창출키로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황창규 사장은 회의에서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60% 성장해 사상 최대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황 사장은 또 "정보통신(IT) 산업환경이 모바일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는 점을 감안, 모바일 분야의 메모리와 시스템LSI 사업의 시너지를 강화해 오는 2007년까지 모바일 CPU 및 메모리, 디스플레이 구동 칩, C-MOS 이미지센서, 칩카드IC 등 모바일 분야 5대 핵심 반도체 제품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전략회의에 참석한 주요 경영진들에게 "반도체가 지난 한 세대 동안 우리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국가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 나간다는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특히 '반도체 산업의 특성은 타이밍'이라는 지론을 재차 강조하면서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반도체에서는 시기를 놓치면 기회손실이 큰 만큼 선점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회장은 "반도체사업 진출 당시 경영진들이 'TV도 제대로 못 만드는데 너무 최첨단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 국가나 기업이 앞으로 살아남을 길은 머리를 쓰는 하이테크 산업밖에 없다고 생각해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며 반도체사업 진출을 결정할 때 어려웠던 상황을 회고한 것으로 삼성은 전했다.
반도체 생산라인의 클린룸 설계부터 운영, 청청관리까지 불순물을 없애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인 삼성전자 국내외 사업장과 계열사의 청청관리를 총괄 책임지는 FI그룹

◆ '반도체신화'는 계속된다 = 삼성은 이날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다양한 기념식을 통해 80-90년대 고속성장을 이끌며 국가 중추산업으로 성장한 반도체 사업 진출 30년을 되돌아보고 '반도체 신화'를 이어가기 위한 혼신의 노력을 다짐했다.
삼성은 지난 74년 이 회장이 사재(私財)로 부도직전이었던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사업에 뛰어들어 20년만인 94년에 256M D램을 개발, 메모리 반도체분야 세계 1위에 오른 뒤 10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누적 매출 110조원, 이익 29조원으로 단일제품 사상 최대의 경이적 기록을 수립해 가고 있다.
이날 기념행사는 △반도체 역사 전시관 관람 △'꿈의 기술'로 불리는 90나노 공정이 적용된 13라인의 512M DDR-Ⅱ 양산 현장시찰 △반도체사업 진출 30년 기념비 건립계획 발표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 회장은 반도체 전략회의 주재와 기념행사 참석 뒤 화성사업장내 사원식당에서 올해 삼성 내 핵심 기술 인력인 '삼성 펠로우'로 뽑힌 김창현 상무를 비롯한 사원대표와 장기근속자, 여성엔지니어 등과 함께 배식을 받아 점심을 같이하며 노고를 격려했으며, 직원들의 사진촬영 요구에 응하기도 했다고 삼성은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등이 참석했으며 윤종용 부회장, 이윤우 부회장, 이기태 사장, 이상완 사장, 임형규 사장, 이현봉 사장 등 삼성전자 사장단, 삼성SDI 순택 사장, 삼성전기 강호문 사장 등 전자계열사 사장단과 반도체 총괄 황창규 사장, 권오현 시스템 LSI사업부 사장, 김재욱 부사장, 유병일 부사장 등 반도체관련 주요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기념식이 열린 화성사업장은 5개의 첨단 메모리라인이 가동되고 있으며, 삼성은 나노기술과 메모리 복합화 기술 등을 적용한 차세대 메모리 생산단지로 키워 인근 기흥사업장과 함께 '세계 반도체 산업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세워놓고 있다.

엄남석 산업부 기자 |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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