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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대장금은 어디에
여성이 일해야 국민소득 높아진다

여기저기서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주요 선진국의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넘어가는 동안 해당국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평균 9%포인트 급증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빠지는 이유
천신만고 끝에 재임에 성공함으로써 부시 미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새로운 4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레이건 정부시절 경제호황을 일으킨 레이거노믹스에 뿌리를 두고 있는 부시 행정부 는 조세감면과 정부개입 축소라는 기본입장을 2기에도 견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남성들이 쏙 빠져드는 여성의 매력은 뭘까? 아름다운 얼굴? 날씬한 몸매? 상냥한 성격? 많은 사람들이 여성에게는 여하튼 빼어난 외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유혹의 기술> 저자인 벳시 프리올뢰 미국 맨해튼대학 교수는 약 5년에 걸쳐 이를 조사했다.
당대 최고의 ‘유혹녀’로 꼽혔던 여성들을 샅샅이 분석한 것. 그 결과 섹시한 외모는 한순간 남자의 시선을 붙잡을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남성의 심장에 사랑의 화살을 제대로 꽂고 영혼마저 사로잡을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지성. 그 녀들이 갖추고 있었던 건 뛰어난 능력과 지혜, 창의력과 모험심. 한마디로 지성인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결혼연령이 높아지는 이유로 남성들은 경제적 부담(76%)을 꼽는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자아성취에 대한 욕구상실(44%)을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운다. 이는 얼마 전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네티즌 575명(남성 178, 여성 3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밝혀진 것. 나아가 여성의 경우는 직장생활에서 당하는 불이익(16.4%) 때문에도 결혼을 늦춘다고 답변했다. 여성들의 자의식이 그만큼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성들이 스스로 원했던 일을 갖기 위해서는 아직까지도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한 예로 여성은 직업훈련을 통해 남성보다 자격증을 더 많이 따고도 취업률은 오히려 떨어진다.
중앙고용정보원이 2003년 실업자 재취직 훈련 참여자를 대상으로 취업현황을 분석한 결과, 여성들이 훈련 수료율과 자격증 취득률 모두에서 남성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취업률은 남성보다 훨씬 낮았다.
이에 대해 중앙고용정보원 전용석 연구원은 “여성들은 훈련참여와 자격증 취득 등 재취업을 위해 남성보다 더 노력하지만 적합한 일자리 부족과 여성기피 등 차별적인 채용관행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한다.

신분과 성차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일에 매진해 가는 당찬 여성의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크게 어필했던 MBC 드라마 대장금

잘 나가는 나라는 역시 다르다
현재 정부에서는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주요목표로 세워 놓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주요 선진국의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넘어가는 시기 해당국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평균 9%포인트 급증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10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국민소득 1만 달러에 진입하기 직전인 94년 47.8%에서 2003년 48.9%로 겨우 1% 남짓 늘어난 게 고작이다. 이에 따라 2만 달러 시대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라도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금보다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성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9개 선진국의 여성 경제활동 추이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 나라는 취업알선과 일자리 창출 등 적극적으로 노동시장 정책을 펴나갔다. 아울러 여성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보육을 지원하는 정책도 과감히 추진했다.
이들 나라의 특징은 쉽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9개국 모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로 증가하는 시기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다른 때에 비해 빠르게 증가했다는 것.
두 번째는 남녀간 성별임금격차가 줄었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고학력 여성의 고용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교육, 보건, 의료, 복지 등 사회서비스 영역과 금융, 정보서비스, 연구개발 등 사업서비스 영역에서 여성들이 진출이 두드러졌다. 직종별로는 전문직과 관리직으로의 진출도 이 시기에 크게 늘어났다. 끝으로 한창 자녀를 키울 나이의 여성들의 노동시장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남았다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국가 차원의 정책과 배려에 힘입어 많은 여성이 일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국민소득 2만 달러라는 커다란 경제적 효과로 보답됐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2002년 현재 대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6.6%(남성은 91.4%). 대략 두 명당 한 명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78.4%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아예 최하위 수준이다.
또 대부분의 취업여성이 단순직, 비정규직에 머물고 있다. 노동의 질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나마도 출산 무렵이 되면 아이가 성장해서 학교를 마칠 때까지 노동시장에서 물러나는 여성들이 부지기수다.
한국노동연구원 전병유 연구위원은 “국가마다 사회경제적 상황이 다르므로 선진국과 국내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단순히 비교할 순 없으나 국민소득 2만 달러로 성장하기 위해 여성인력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Tip ------------------------------------------------------ 부럽다~~ 이런 제도!!

미국 - 계약준수제
이는 연방정부와 계약을 체결하는 계약자나 하도급 계약자에게 적극적 우대조치 프로그램을 준수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에는 업체를 공개하거나 수주계약을 파기하는 등 강력한 제제 조치를 취하게 돼있다.

스웨덴 - 조세와 육아제도
스웨덴의 경우 1인 소득자인 여성보다 기혼여성의 근로소득에 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여성의 취업을 간접적으로 장려한 것이다. 한편 이 나라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케 하기 위해 유연한 육아휴직 제도를 운영했다. 양 부모 중 어느 누구라도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기간도 아동이 만 8세 이전, 또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480일을 보장해 줬다. 육아휴직의 형태 역시 다양하게 세분했다. 휴직, 4시간 근무, 6시간 근무, 7시간 근무 등이 가능해 각자의 사정에 맞춰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로써 일과 가정의 양립이 보다 용이해졌음은 물론이다.

프랑스 - 보육정책
과거에는 분립되어 운영되던 전일제 탁아소와 비정규 시간제 탁아소를 단일제도로 개편했다. 이로써 기존의 탁아소에서도 비정규 시간제 탁아가 가능하게 됐다. 또 상가나 쇼핑센터 등 일과 가정의 중간 영역에 유아를 위한 보육시설을 건립했다. 일과 가정생활의 연계를 강화하고 탁아소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신기록에 도전하는 여성들
최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여야 여성의원들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여성금융인 모임에 참가,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외친 것이다. 먼저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은 “30~40년 전 여성들은 남편 봉급 받아 살림 꾸리는 데 여념이 없었는데 대단한 펀드매니저 역할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여성들이 금융계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딸 부잣집 둘째딸로 태어나 늘 죄스럽게 느껴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사내아이들보다 하나라도 더 잘 해야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이제는 여성들이 사회를 주도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감회를 밝혔다.
나아가 지은희 여성부 장관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한 발짝 다가서기 위해서는 현재 사회에 진출한 여성인력보다 10% 가량이 더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는 여성들의 활약이 실로 눈부시다. 한때 ‘금녀의 구역’으로 불렸던 곳마저도 이제는 여성들이 하나 둘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46회 사법시험 2차 합격자에서는 여성 합격자가 24.3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군법무관 합격자에서는 아예 여성이 남성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유창무 중소기업청장이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8회 여성경제인의 날 기념식에서 김태희 원택대표에게 동탑산업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에 앞서 발표된 행정고등고시에서도 여성의 합격률은 38.4%로 사상 최고. 7급 공채시험에서도 여성들의 선전은 마찬가지여서 역시 사상 최고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의 경우는 2004년 공채 합격자 210명 중 여성이 122명을 차지, 국내 은행사상 처음으로 여성 합격자가 남성을 앞지르는 기염을 토했다.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지원자의 남녀 비율은 5대 5 정도. 그럼에도 여성들이 많이 합격한 것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준비를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가 하면 최근 정부는 철도 역사 105년 만에 처음으로 철도청 차장에 여성을 임명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국철도대 교수를 역임중이던 최연혜(48) 씨. 철도청은 그동안 여성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무덤’으로 불릴 만큼 고위직 여성 공무원이 적기로 악명 높았던 곳. 그렇기에 이번 인사는 더욱더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에 대해 철도청의 한 직원은 “일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나 첫 여성 차장인 만큼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며 “철도경영 전문가로서 경영개선, 노사안정, 철도 국제화 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여자들 일은 하찮다(!)
단순히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여성들의 경우 늘어난 일자리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측면에서는 남성들과 격차가 커지고 있어 문제다. 비정규직 문제가 이의 단적인 예. 급기야 비정규직 문제는 여성문제라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 11월 중순 노동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임금근로자 실태조사 결과, 남성은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38.1%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은 65.4%로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훨씬 앞질렀다. 이 차이는 그러나 실제로는 더 크게 벌어진다. 경제활동 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남성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남성과 동일한 능력이라도 단시간, 단순 업무 등 질적으로도 형편없다.
비정규직 문제는 특히 기혼여성 취업자에게 심각한 문제. 취업포털 잡링크가 조사한 결과, 최근 이 회사에 재취업을 위해 등록한 기혼여성 구직자는 모두 3만1천370명. 이는 전년 같은 달의 2만1천29 5명에 비해 47.3%나 늘어난 숫자다. 이 중 정규직을 희망한 여성은 전체의 81.3%. 하지만 실제로 재취업에 성공한 897명을 조사한 결과 6 8.6%가 비정규직에 머물러 있었다. 자신이 원했던 직종에 취업한 비율은 17.2%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잡링크 한현숙 사장은 “경기가 어려워지고 여성들의 경제활동 욕구가 커지면서 재취업을 희망하는 기혼여성이 크게 늘고 있으나 단순직에 치우쳐 질적 저하가 심각하다”고 우려한다. 나아가 한 사장은 “여성의 재취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마련이 시급하 다”고 지적한다.v 한편 이에 대해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 중 상당수가 여성이고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현실 을 감안할 때 비정규직 문제가 곧 여성문제라는 주장은 맞는 지적”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김 장관은 또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늘고 있는 추세에서 비정규직 차별금지는 국가적 차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Tip ------------------------------------------------------ 여성 유막징족 100

여성부가 노동부, 교육인적자원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등의 연구결과와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IT, 서비스, 예술, 미디어 등 8개 분야의 여성 유망직종 100선을 발표했다. 이는 여성부가 2002년부터 매년 선정해온 것. 이번에는 정보화 추세 등 시대변화를 반영한 직종이 새롭게 추가됐다. 분야별 새로운 유망직종을 살펴보면 IT 분야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조사해 자료를 수집, 콘텐츠로 가공해 인터넷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 MD가 추가됐다.
이와 함께 개인휴대 단말기(PDA)나 휴대폰 등을 통해 무선 인터넷 콘텐츠를 제작하는 모바일 전문가, 로봇 디자이너도 새 직종으로 선정됐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창업 플래너와 노인을 돌보는 실버시터, 미디어 분야에서는 PR 매니저,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융합기술 전문가가 각각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요즘 청소년에게 인기가 높은 엔터테 이너 분야에서는 재즈 동작을 운동개념으로 쉽고 가볍게 변형시켜 일반인에게 지도하는 재저사이저 가 선정됐다. 이밖에 문화유적지에 배치돼 문화재와 지역문화 등을 국내외 관광객에게 설명해 이해 를 돕는 문화해설사도 추가됐다.

현대판 ‘대장금’
우리나라의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0년째 제자리 걸음. 그나마 일하던 여성들도 출산 무렵이 되면 아이가 성장해서 학교를 마칠 때가지 노동시장에서 물러나는 일이 부지기수다 .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인적자원의 개발이 급선무다. 이는 아직 잠자고 있는 여성인력을 적극 발굴하고 활용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여성의 경제활동을 확대하는 데는 정부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충분히 증명된 것.
각종 차별은 적극적으로 시정하고 취업알선, 직업훈련, 일자리 창출 등 헤쳐가야 할 문제가 많다. 보육비용을 줄이고 동시에 보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도 주력해야 한다.
최근 여성부는 제6회 남녀평등 방송상 대통령상에 MBC 드라마 ‘대장금’을 선정했다. 이 드라마 는 조선시대 실존했던 한 의녀의 활약상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그 어렵던 시절, 대장금은 신분과 성차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일에 매진해가는 여성의 당찬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온 국민의 가슴에 크게 어필했음은 물론이다. 2005년에는 사회 곳곳에서 현대판 대장금이 넘쳐나기를 기대해도 좋을까?

강윤경 기자 | bookworm@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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