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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에 올인하는 중국

세계경제는 지금 `중국발 에너지 위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은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지난해 사상최대의 석유 수입량을 기록했다. `세계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석유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곧바로 국제유가 급등세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석유수입 다변화를 기치로 한 중국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석유 쟁탈전에 뛰어들면서 세계 각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른바 에너지 전쟁에 나선 중국의 에너지 상 황과 에너지 외교 총력전, 그리고 중국의 중장기 에너지 전략 등에 대해 살펴본다.

◆치솟는 에너지 수요
중국에서 `에너지 문제'는 사실상 국가기밀에 속한다. 공식적으로 내놓는 통계가 있지만 국제전문가들은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마치 중국 당국이 내놓는 경제성장률 통계가 폭발하고 있는 시장의 실질성장세를 축소하는데 급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공식 통계만 보더라도 중국의 에너지 수급상황은 심각하다. 지난 1월5일 중국무역통계 는 중국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수입한 총석유는 1억3천34만t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47.8%나 증가했다. 중국당국이 아무리 긴축정책으로 석유소비를 줄이려 했지만 결국 사상최대의 수요량을 기록한 것이다. 중국은 사실은 `석유대국'이다. 10년 전만해도 석유 순수출 국가였다. 확인된 매장량만 전세계의 2.1%에 해당하는 237억 배럴에 이른다. 철광석, 석탄, 수력발전 등 에너지로 통칭할 수 있는 다른 자원 또한 풍부 한 편이다.
최근 중국에 에너지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베이징의 주유소에서 점원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대국인 중국은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최근 몇 년간 경제가 활황세 를 타고 있다. 이른바 `석유 먹는 하마', 중국시장은 2002년을 기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소비국이 됐다. 중국의 하루 석유소비량은 지난해 598만 배럴로 일본(545만 배럴)을 가볍게 제치고 2위로 발돋움했다. 중국 당국이 석유문제를 `기밀사항'으로 치부하고있지만 거대한 `에너지 공룡'이 되가는 현실까지 숨길 수는 없다. 매년 최소 8%가 넘는 고도성장을 10년 동안 이어온 중국경제의 `먹성'을 제어할 길이 없는 것이다.
석유소비만 보더라도 1982년 하루에 166만 배럴에 그쳐 석유공급이 우위였다. 하지만 이제는 600만 배럴을 오르내리고 있다. 20여 년간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석유소비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는 것이다. 2003년 전세계 석유 소비 증가율이 1.9%였으나 중국은 세계 평균의 5배를 초과하는 11.0%를 기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자동차 수요의 급속한 증대에 따라 향후 석유소비는 매년 최소 3%에서 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자동차 수요가 뇌관이다. 지난 2003년 70%대의 높은 수요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오는 2030년까지 현재의 미국 자동차 판매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전망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은 하루 1천200만 배럴까지 치솟게 되며, 석유 순수입 물량은 하루에 900만 배럴에 이르게 된다. 이는 2003년 미국의 석유 순수입수준 에 육박하는 규모다. 중국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석유사냥'에 나선 이유를 쉽게 알 수 있게 한다.
중국의 에너지 생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원유만 하더라도 1996년 하루 300만 배럴을 생산했지만 지난해 340만 배럴에 그쳤다. 사실상 정체상태다. 기존의 육상유전들이 노쇠해진데다 새로운 원유전 개발이 큰 성 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력이나 석탄 등 기타 에너지도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은 지난해 공황상태에 가까운 전력난을 겪었다. 2 4개 성(省)과 시(市)에서 제한송전이 실시돼 공장들이 정상조업을 할 수 없는 지경에 빠졌다. 최대경제중 심 상하이(上海) 소재 일부기업들은 겨울철인 요즘에도 주중 휴일제를 실시하고 있다. 전기가 없어 생산하 고 싶어도 기계를 돌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력난 해소를 위해 중국은 올해 4천800만㎾ 규모의 발전소를 증설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전체 발전 용량(5천만㎾)과 비슷한 규모다.
중국은 또 오는 2020년까지 매년 100만㎾급 원자력 발전소를 2개씩, 모두 30여개를 증설할 계획이다. 석탄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탄 생산국이며 수출국이다. 석탄이 전체 에너지 원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수요증가로 석탄이 고갈돼가고 있다. 중국은 이에 따라 필요한 에너지 자원을 찾아 전세계를 샅샅이 누비고 있다. 해외에너지 개발투자에 나서 고 해양 에너지나 전기에너지 등 에너지가 될 만한 것은 모두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동 일변도의 수입선 을 다양화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남미는 물론 러시아, 캐나다에서도 석유를 들여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 고 있다.
또 전략적 석유비축분까지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곳곳에 석유비축기지 건설이 가시화되고 있 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6개월치 비축은 아니지만 90일치 석유비축에 중국이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올해 전 세계 석유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마디로 에너지 먹는 공룡, 중국이 바야흐로 세 계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세계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석유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곧바로 국제유가 급등세로 이어진다.

◆에너지외교 총력전
지난해 9월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중국 4세대 지도부의 새로운 출범 직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급거 러시아 방문길에 올랐다. 원 총리는 당시 미하일 프라드코프 러시아 총리와 만나 러시아의 장기적인 대(對)중국 에너지 공급과 극동 송유관의 중국 노선 결정을 적극 요청했다.
올해 러시아산 원유 도입이 1천500만t에 이를 전망인 중국은 러시아와 향후 5년 간 석유 공급 계약 체결 과 러시아 극동 송유관의 중국 동북부 다칭(大慶)유전 연결을 강력히 희망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베이징(北京)으로 초청, 정상회 담을 갖고 이 문제를 협의했으나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의 확약을 받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시베리아 송유관이 중국측의 기대와는 달리 나홋카 노선으로 최종 결정되는 등 당초 기대에서 완전 히 벗어나고 말았다.
후 주석은 이런 결과를 예감한 듯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1개월 뒤 칠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와 때를 맞춰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등 남미 4개국 순방에 나섰다. 후 주석은 이들 국가에서 밝힌 에너지 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이 호응을 얻으면서 원유의 안정적 확 보에 청신호를 켜는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12월 23일에는 세계 석유시장 5위 공급국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정상회담을 갖고 베네수엘라 유전을 양국이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베네수엘라와의 에너지 공동 개발 합의는 미국과 에너지 확보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미국의 그늘 아래 있던 나라와 이룬 것이어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 지도부의 에너지 외교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상대로도 파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 국가에 대해 대대적인 인프라 시설 투자를 제공하는 대가로 원전을 공동 개발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초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를 2005년 중점 해결과제 가운 데 하나로 정했다. 또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올 신년사를 통해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에너지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 조했을 정도로 중국에 있어 에너지는 가장 중요한 성장의 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은 경제개발이 가속화되면서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갈수록 그 정도가 심각한 상 황으로 치닫고 있다.
명실상부한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중단 없는 발전이 요구되는 가운데 에너지 부족으로 공 장 가동을 멈추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고 중소도시와 농촌에서는 대도시 공장 가동을 위해 제한 송전을 감 수할 수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지난해 말 발생한 남아시아 지진ㆍ해일 피해국 돕기에 점차 큰 힘을 실어가고 있 고 오는 25일 베이징에서 재난 조기경보 체제 확보를 위한 국제세미나를 열기로 한 것도 크게 보면 남아시 아 에너지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이라고까지 말한다.
이들은 중국이 피해국에 대한 초기 지원에서 미국과 일본에 이니셔티브를 빼앗겼지만 복구 및 재건사업 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았고 중국 당국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런 배경 아래 중국 지도부의 올해 초청 및 방문 외교일정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벌 이고 있는 에너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에너지 외교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확보에 도움이 된다면 지구촌 어디라도 달려가겠다는 것이 후 주석이 이끄는 4세대 지도부의 한결 같은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에너지확보 중장기 전략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구호 정상회담을 마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1월 6일 갑자기 전용기 기수를 돌렸다. 원 총리는 곧바로 베이징으로 가지 않고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광둥성의 최대 경제특구인 선전시 에서 비행기를 내렸다. 지진과 해일로 쑥대밭이 된 서남아시아의 피해현장을 벗어나자 그의 머리 속에는 또 다시 에너지난으로 휘청거리는 산업현장이 떠올라 지나칠 수가 없었다. 원 총리는 다음날인 1월 7일 오전 다야완원자력발전소와 첨단 기업체를 둘러보고 에너지 공급 실태와 기 업들이 겪고 있는 생생한 모습을 직접 점검했다.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건설되는 발전소가 늘고 있다. 사진은 쓰촨성 광안현에 위치한 화력 발전소
중국은 전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에너지 2대 소비국이며 전체 에너지 소비의 상 당량이 세계의 공장인 광둥성에서 소비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980년 개혁ㆍ개방을 시작한 이후 에너지 수요가 연 평균 5% 정도씩 증가했으며 현재 에너지 소비량은 전세계의 12.1%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에너지 증가세가 지속되면 오는 2020년께 연간 2.5억-4.3억t 정도의 석유가 부족해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동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산 석유의 경우 중국이 국제유가 등락의 메커니즘에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으며 가격 등락에 따라 경제성장에도 큰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이에 따라 중동산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기 위한 노력을 최대한 기울 인다는 것이 최대의 중장기 에너지 전략이다. 이를 위해 먼저 연해지역 석유자원을 적극 개발하는 것은 물론 인근 국가인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키르기 스스탄 등과 에너지 합작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또 최근 호주와 인도네시아, 이란 등과도 석유 및 천연가스를 공동으로 탐사하기로 합의하는 등 에 너지 확보 노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에너지 수급 10개년 및 20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60억 위안의 예산을 투입해 4대 항구도시에 전략석유 비축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자원이 제한적인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태양열과 풍력, 수력발전 등 대체 에너지 개 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우귀후이(吳貴輝)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에너지국 부국장은 "우리의 에너지 확보 전략은 석탄을 기본으로 한 에너지의 다원화"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중국은 교통과 건축, 공업분야 등을 중심으로 에너지 절약에 주력한다는 방침아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있으며 격려정책도 도입하고 있다. 이우탁 상하이 특파원 | lwt@yna.co.kr 박기성 베이징 특파원 | jeansap@yna.co.kr 권영성 홍콩 특파원 | ys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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