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 저출산ㆍ노후책
  미룰 수 없다
• 우리 쌀, 일본 쌀
  무엇이 다른가









Home > 기획


우리 쌀, 일본 쌀 무엇이 다른가


  <편집자 柱> 올 연말쯤 수입 쌀이 국내에 시판된다. 비록 국내 쌀 소비량의 0.49% 수준이지만 확실 한 경쟁력을 지니지 못한 국내 쌀 산업은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일본은 1999년 관세화를 통해 쌀 시 장을 완전 개방했음에도 일본인의 일본 쌀 사랑은 식지 않고 있다. 일본 쌀의 생산에서 수확 후 처 리 과정를 통해 일본 쌀 산업의 경쟁력을 파악하고 동시에 우리에게 적용이 가능한 우수 시스템을 알아본다.

(상)품종에서 재배까지
-순도 높은 품종 관리, 재배과정 투명성이 달라

  일본을 여행한 한국인의 입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말이 있다. "우리 쌀에 비해 일본 쌀의 밥맛이 무척 좋다."
1999년 관세화를 통해 쌀 시장을 완전 개방한 일본이지만 일본인들은 맹목적(?)으로 일본 쌀 만을 찾 고 있으며 일본은 오히려 고급 쌀 수출국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일본 농업인과 유통업체는 어떤 식으로 쌀 품질을 관리하기에 소비자의 맹목적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 었을까. 재배에서 수확 후 관리 과정을 우리 벼농사와 비교, 일본 쌀 고품질화 과정을 살펴보자.
일본은 쌀 매장에서 일본 쌀에 대한 꾸준한 인기와 수요로 인해서 수입쌀의 판매가 부진하다.
▲일본에만 고품질 벼 품종이 있고 우리에게는 없다(?)
  일본은 2002년 휴경논 91만㏊를 제외한 170만㏊에서 벼를 재배했으며 고시히까리. 히토메보레. 히노히 까리. 아끼다고마찌. 키라라 397 등 상위 5개 품종이 전체 재배 면적의 69.4%를 차지했다. 이중 일본 벼 품종의 대명사로 알려진 고시히까리가 전체 재배면적의 36.7%인 54만6천㏊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고시히까리라고 해서 모두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고급 쌀로 확실한 인정을 받고 있는 일본 니가타(新瀉)현 오우누마 지방의 고시히까리는 5㎏에 4천500～5천 엔에 판매돼 일반 고시히까리 보다 2배 비싼 가격을 보장받고 있다. 품종 육성이 20년이 넘은 고시히까리가 여전히 일본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까닭은 일본 특유의 식문화와도 관계가 있다.
  우리와 달리 일본의 밥 문화에는 초밥과 도시락 등 식은 밥의 이용이 많다. 생선과 함께 먹는 초밥은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밥을 식혀가면서 만들고 도시락은 제작에서 소비까지의 시간을 아무리 단축한다 하더라도 소비자는 어느 정도 식은 밥을 먹을 수밖에 없다. 고시히카리의 장점은 밥이 식은 후에도 딱딱해지거나 찰기를 잃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고시히까리에 대응할만한 고품질 벼 품종이 없는가. 품종 육성 개발을 담당하 고 있는 농촌진흥청은 단호히 ‘아니다'고 답한다. 농진청은 매년 농가에 재배를 권장하는 고품질 벼 품종을 공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농진청이 권 장한 20여 개 품종 중 남평벼와 추청벼 등 상위 5개 품종의 국내 재배면적은 전체의 62.8%로 일본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농진청 자체의 밥 맛 테스트에서 일품벼를 비롯한 국내 고품질 벼 품종의 밥맛은 일본이나 미국, 중국 의 쌀 보다 우수하다는 객관적인 증거 자료가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순수한 단일 품종에서의 밥맛일 뿐 재배 과정과 수확후 유통과정에서 여러 품종이 섞이 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단일 품종 고유의 밥맛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농진청은 설명한다. 재배 과정에서 순도가 높은 정부 보급종의 비율이 일본이 66%인 반면 우리는 절반 수준인 32%에 불과 하다. 결국 농가가 스스로 자가 채종을 하면서 여러 품종이 섞여 재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에는 고품질 쌀을 생산할 수 있는 재배법이 있다(?)
  일본과 우리의 벼 재배 과정상 대표적인 차이는 비료 사용량에 있다. 그것도 벼의 직접적인 성장에 관 여하는 질소질 비료의 시비량에 있다. 비록 토양 유기물 함량이 많다고는 하지만 일본의 질소질 비료 사용량은 우리에 비해 확연히 적다. 일 본의 평균 질소질 비료 사용량은 10a당 4㎏이며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니가타 지역의 고시히까리는 2㎏ 정도만을 사용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올해 질소질 비료 사용 목표치를 기존 11㎏에서 9㎏으로 낮췄다. 하지만 목표치에 도달할지는 농진청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질소질 비료를 많이 주면 벼의 생장을 촉진시켜 수확량은 증가하지만 동시에 쌀의 단백질 함량이 높 아져 밥맛은 떨어진다. 아직 수확량에 따라 소득이 결정된다는 의식이 강한 우리 농업인에게 질소질 비료 절감은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일본 사까다의 조기 벼 수확. 일본 쌀은 질소질 비료를 적게 사용해서 좋은 밥맛을 낸다.
  질소 시비량을 제외한다면 일본과 우리의 벼 재배 과정상의 큰 차이는 없지만 재배 과정의 투명성에서 또 차이가 발생한다.
일본의의 경우 일본 농협(JA)을 통해 수매하는 벼에 대해서는 철저한 생산이력제 기재를 요구하고 있다. 생산자와 산지 등 기본적인 정보 외에 파종일에서 수확일, 농약과 비료 등 사용 농자재는 물론 사용 날짜까지 기록을 의무화하고 있고 이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생산 과정상의 모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자국산 쌀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생산이력제에 대한 논의만 활발할 뿐 공식적으로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실 정이다.

(중)수확 후 가공에서 품질 인증까지
-소비자 신뢰 위해 모든 것을 한다

  농가에서 수확된 벼는 건조와 저장?가공 과정을 거쳐 벼가 현미로, 현미가 다시 백미로 유통되는 절차 를 밟는다. 현실적으로 우리와 일본의 쌀 품질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부분이 바로 이 수확 후 과정이 다.
  최근 일본 쌀 저장ㆍ가공 시설을 둘러본 국내 농민단체 임원과 농촌진흥청 관계자들은 첨단 시설이 갖 춰진 일본의 벼 수확 후 처리시설을 살펴보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쌀 품질을 높이기 위한 철저한 관리 시스템이 바로 일본 소비자의 맹목적 일본 쌀 사랑으로 이끈 이유 였기 때문이다.

▲일본 쌀은 귀족 대우를 받는다(?)
  일본 대부분 지역의 벼는 일본 농협(JA)과의 계약재배를 통해 건조ㆍ저장된 후 유통과정을 밟는다. 일본 농협은 연초 계약한 물량을 수확한 농가로부터 넘겨받아 우리에겐 낯선 '컨트리 엘리베이터'란 곳 에서 1차 저장과 가공을 한다.
  일본 이바라기현 아쓰마마치(東町) 컨트리 엘리베이터는 3개의 벼 투입구를 갖고 있다. 이 지역에서 생 산되는 벼 품종이 고시히까리, 아끼다고마찌, 밀크퀸 등 3종이기 때문에 행여 발생할지 모를 혼종을 막 기 위해서다.
  컨트리 엘리베이터에서는 먼저 수분 함량을 검사한 뒤 건조를 하고 3월까지는 벼 상태로 상온 저장을 하 며 기온이 올라가는 3월 이후에는 현미로 도정한 뒤 15℃ 이하로 저온 저장을 한다. 국내에서 수매된 벼가 상온에서 장기 저장되는 것과 달리 봄부터는 현미로 저온 저장을 해 벼로 장기 저 장할 경우 발생하는 풋내 등의 품질 저하를 막고 있다. 이렇게 저장된 현미는 쌀 도매업자의 구매 요구에 따라 출하된다.
  아쓰마마치 농협의 네모토 영업부장은 "현미로 가공한 후에도 수시로 DNA 검사를 통해 혼종 여부를 확인하 고 있다"며 "최소한 컨트리 엘리베이터에서 품종이 섞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농협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도정공장도 있지만 우리보다 복잡한 쌀 유통체계를 지닌 일본에서는 주로 쌀 도매업자들이 도정공장을 운영하면서 쌀 브랜드를 양산한다. 1855년 창업한 쌀 도매회사인 ㈜다지마야(田島屋)사의 이바라기현 쓰구바센터.
  이곳에서는 일본 전국의 컨트리 엘리베이터에서 구입한 현미를 정미 과정을 거쳐 상품 포장 후 대형 매 장에 납품한다. 이곳엔 모자와 실내화를 착용하지 않으면 출입을 거부당한다. 그만큼 청결을 중요시 여 긴다. 국내 쌀 가공이 건조에서 벼를 현미로 만드는 제현, 현미를 백미로 만드는 정미 과정이 미곡종합처리장 (RPC)에서 한꺼번에 이뤄지는데 반해 일본은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제현과정은 컨트리 엘리베이터에서 담당하고 있다. 도정공장에는 그야말로 먼지 하나도 허용되지 않는 철저한 위생관리로 상품을 포장,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고 있다.
쓰구바센터의 정미는 최종 포장까지 로봇이 담당하는 완벽한 기계화율을 자랑하고 있다. 물론 깨지거나 흰색이 박힌 불완전한 쌀을 제거하는 색채선별기는 물론이고 도정이 완전히 끝난 쌀이 마지막 과정에 서 충격을 받지 않도록 공기압으로 운송하는 시스템도 도입됐다. 그러나 컨트리 엘리베이터에서 그렇게 막으려 했던 품종간의 혼종이 도정공장에서는 쉽게 목격된다. 이 건 소매업자들의 요구에 따른 혼종이다.
  순수 단일 품종의 고품질 쌀을 생산하는 동시에 맛과 가격을 위해 여러 품종을 섞는 과정 또한 도정공 장에서 이뤄진다. 물론 품종간의 혼입은 쌀 포장재에 당연히 기록으로 남아 소비자의 혼란을 막는다. 쓰구바센터를 방문한 농진청 작물과학원 이성희 원장은 "일본의 벼 수확 후 처리 과정은 한마디로 소 비자의 요구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지 고민하고 답을 낸 결과"라며 "국내 미곡종합처리장도 철저한 품 질 경영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는 곳도 있지만 일부는 품종 구분 없는 저장과 도정은 물론 마구 잡이 브랜드 양산으로 소비자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일본 쌀에는 인증 마크가 있다(?)
  일본 도쿄 긴자에 위치한 쌀 갤러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대부분의 쌀에는 '인증'이라는 마크가 붙어있다. 인증 마크 아래에는 '재단법인 일본곡물검정협회'라는 마크 출처가 적혀 있다. 쌀 갤러리를 찾은 젊은 주부인 미우라 게이코(33)씨는 "솔직히 곡물검정협회라는 조직에 대해서는 잘 모 르지만 인증 마크가 없는 쌀은 왠지 사는 것이 꺼려진다."고 밝혔다.
  일본곡물검정협회는 한마디로 정부 단체도 민간 단체도 아닌 제3의 곡물 검정기관이다. 1953년 설립된 검정협회는 쌀과 맥류 등 곡물의 품질과 안전성 여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쌀 생산자나 도매업자가 의무적으로 협회의 검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젊은 주부의 말대 로 인증 마크가 없는 쌀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브랜드화된 대부분의 쌀은 곡물검정협 회에 검사비를 내가면서 품질 검사를 의뢰하고 있다. 300개가 넘는 일본 도매업자의 도정공장 역시 제 대로 된 시설 설치 여부를 협회에 의뢰, 검증을 받고 있다.
전북 정읍산 쌀의 대표 브랜드인 '단풍미인'에 '죽 녹차'와 '칼슘' '아미노산' 등을 코팅한 고가의 기능성 쌀. 품질을 인정받는 브랜드쌀의 확산이 시급하다.
  곡물검정협회는 주로 생산지와 품종 등 쌀 포장재에 표시된 내용과 실재 쌀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검사 한다. 물론 일치하지 않으면 인증 마크는 부여되지 않는다. 여기에 쌀의 농약 잔류 여부와 각종 독성 성분 등 안전성 검증도 함께 실시한다. 검정협회는 또 소비자의 구매 선택을 위해 다양한 식미 테스트를 거쳐 5단계의 쌀 품질 등급을 매기고 있다. 이런 검사 내용은 협회의 인터넷 서버나 소비자의 휴대전화를 통해 수시로 확인이 가능하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일본곡물검정협회를 모델로 한 농산물 인증 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미 국 내 농산물의 품질과 안전성을 관리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의 업무 중복 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 다. 또 정부기구도 민단단체도 아닌 제3 형태의 검정기구가 과연 얼마나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여부도 기구 도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문제는 소비자의 신뢰를 어떻게 얻느냐에 달려 있다.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인증 시스템을 갖추고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 나쁜 품질의 쌀은 도태되고 고품질의 쌀이 높은 가격을 보 장받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하)농촌진흥청, '쌀의 혁명' 프로젝트 전개
-농업인도 소비자가 원하는 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

  일본에는 3천여 개가 넘는 쌀 브랜드가 있고 이중 전국적인 유통망을 지닌 브랜드는 200여 개로 추정되 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고품질 쌀이라는 개념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쌀이라는 개념에 충실하다. 소득이 높은 소비자는 안전하게 생산된 밥맛 좋은 쌀을 선택하고 소득 수준이 낮은 소비자는 다른 품종이 섞여 있더 라도 알맞은 가격대의 쌀을 선택한다.
  생산자와 유통업체는 이런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쌀 브랜드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도 총 1천200여 개의 브랜드가 있으며 이중 대형매장을 통해 판매되는 쌀 브랜드는 100여 개에 달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소비자들은 똑같은 브랜드의 쌀을 구입하더라도 지난해와 올 해 밥맛이 다르다고 느낀다. 물론 기상여건이나 재배 환경에 따라 해마다 밥맛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생산적 측면 외에도 지난해 와 올해 밥맛이 다른 이유가 많다.
  농촌진흥청이 쌀의 혁명을 부르짖으며 쌀 산업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은 지난해와 올해 밥맛이 달라지는 변수를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개혁으론 부족, 쌀의 혁명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수입 쌀 국내 시판을 앞두고 쌀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 '쌀 의 혁명'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일부에서는 혁명이란 용어까지 사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이었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는 대응으론 국내 농업의 대표격인 쌀 산업을 지키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농진청이 진단한 현재 국내 쌀 산업의 문제점은 이렇다.
일본곡물검정협회는 정부기관이나 민간 단체도 아닌 제3의 곡물 검정기관으로 엄중하고 공정한 심사로 소비자 의 신뢰를 얻고 있다.
  순도 높은 고품질 벼품종의 정부 공급량이 32%로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재배 과정에서 10a당 질소비료 사용량이 11㎏이나 되어 쌀의 질을 떨어뜨린다. 미곡종합처리장의 시설 미비와 운영 미숙으로 품종 혼 입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국내산 브랜드 쌀의 표기와 실재 내용이 달라 소비자의 불신을 초래한다. 이 런 문제점이 지속되면 결국 수입산 쌀과의 경쟁은 불가능하다. 농진청은 올해와 내년 실천할 수 있는 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먼저 질소비료 시비 기준량을 10a당 9㎏ 이하로 낮춰 다수확보다는 밥맛을 높인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 할 수 있는 품종 혼입 여부는 DNA 분석 방법으로 100여개 쌀 브랜드 모두를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정 부 보급종 품종은 종자관리소와 협의 70%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향상시킨다.
  농진청의 계획대로라면 쌀 품질 향상을 위한 과도기인 2006년 이후에는 품질과 품종에 따른 가격 차별 화가 가능해지고 소비자는 표기와 내용물이 일치하는 쌀 브랜드를 소득 수준에 맞게 구입할 수 있다. 전반적인 쌀 산업 체질 개선과 함께 농진청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최고의 쌀 생산 계획에 착수 했다. 국내 최고의 쌀 생산ㆍ저장ㆍ가공 기술을 동원,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고품질 쌀을 판매하겠 다는 것.
  국제적으로 식미에 있어 최고 점수를 받은 국산 고품질 벼 품종인 일품벼를 저비료?저농약에 의해 친환경 적으로 재배한 다음 고품질 유지를 위해 최적 상태에서 수확, 적정 건조와 저장을 한다. 금이 가거나 깨진 쌀을 제외한 완전미의 비율은 98% 이상으로 가공하며 수요에 따라 백미 가공과 청결 세척 후 시중 유통을 여름에는 15일, 겨울은 30일 이내로 한정한다. 이렇게 생산된 최고 쌀은 1㎏당 1만원 대에 시판될 계획이다.
  농진청은 농업인의 의욕적인 참여를 위해 최고 쌀 생산단지를 일방적인 지정이 아닌 농업법인이나 생산 자 단체의 공모를 통해 선별할 방침이다. 그러나 농진청의 의욕적인 쌀 산업 체질 개선과 최고 쌀 생산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될 지는 불투명하다. 생산 측면에서 다수확이 곧 소득 증대라는 공식에 익숙한 농업인에게 직접적으로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질소비료 시비 감소가 효과적으로 전달될지도 문제다.
  저장ㆍ가공 분야에서도 기존 미곡종합처리장의 시설 개선을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것은 당 연하다. 최고 쌀 생산계획도 벼 품종을 일품벼로 제한한 것에 대해 농업인의 반발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수입 쌀 시판이라는 직접적인 위기 상황에 놓인 농진청에서는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쌀 산업 체 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농진청 손정수 청장은 "개혁이 아닌 혁명이란 말로 쌀 품질 향상에 나선 것은 그만큼 우리 쌀 농업이 위 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국산 쌀의 고품질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지 않으면 언젠가는 우 리 식탁의 주인공인 밥을 외국산이 점령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밝혔다.

▲농업인은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일본 이바리기현 아쓰마마치의 농업인인 시노(45)씨는 최근 일본 정부가 발표한 도시 근로자에 비해 농 업인의 소득이 많다는 통계치에 대해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자기 땅 5㏊와 임대 5㏊ 등 모두 10㏊에서 벼농사를 짓는 시노씨는 "최근 쌀 값 하락으로 연간 소득이 2～3년전 700만 엔에서 500만 엔으로 줄어들었다"며 "소득 감소분을 만회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어 값이 비싼 유기농 쌀 재배 면적을 올 해 2㏊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노씨는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며 오히려 일본보다 활발하다는 한국의 도ㆍ농 교류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을 늘어놓으며 참고할 만한 내용을 메모했다. 아쓰마마치 일본 농협(JA) 네모토 영업부장은 "일본 역시 쌀 시장 개방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60㎏ 대까지 떨어지면서 벼 재배 농가의 타격이 심각하다"며 "이런 상황에선 농업인의 의식이 과거 방식에 머 물러 있어선 곤란하기 때문에 농협 차원에서 신기술과 소비자 욕구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좌) 김포시 양촌면 양곡리 신김포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한 직원이 자동판정기를 통해 수매한 벼에 대한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우) 국내 쌀 정미소는 일본에 비해서 시설이 낙후됐고 엄격한 품질관리가 떨어져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의 맛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곡물검정협회 하마구치 회장은 "일본 소비자의 70%는 농산물을 구입할 때 안전성을 첫 번째 조건으 로 삼는다"며 “곡물검정협회에서는 이같은 소비자의 요구로 시판되는 쌀 브랜드의 잔류 농약 여부는 물 론 미세한 곰팡이의 독성 여부까지 판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농업인 역시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대처해야할 상황에 놓여 있다.
  막연한 애국심에 호소하며 우리 쌀을 먹어달라는 호소는 이제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수 없게 됐다. 농 업인 스스로 소비자의 욕구를 읽어내고 그 욕구에 맞는 잘 팔리는 쌀을 생산해야 한다. 소비자가 한 번이라도 수입 쌀에 눈을 돌릴 경우 그 눈을 다시 돌리기에는 더욱 피말리는 노력이 필요 한 것은 당연하다.
  최근 일본의 쌀 저장ㆍ가공 시설을 둘러본 한 농업인 단체 회장은 일부 농업인의 의식을 한탄하며 이렇 게 말했다. "경기미(米)가 인기가 있다는 이유로 인근 타도 농업인이 안면이 있는 경기도 농업인에게 대리 수매를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밤에 몰래 경기도 번호판을 단 트럭을 빌려 경기도로 쌀을 가져온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정부 정책과 지원, 소비자의 호응과 함께 농업인의 의식 또한 분명히 달라져야 한 다.

신영근 경기지사 기자 | drops@yonhapnews.co.kr
  기사제보 | 구독신청 | 광고문의 | 회사소개

(110-140)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송동 85-1
TEL 02-398-3760~9, FAX 02-398~3767 웹지기 mida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