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업의 해외투자 활성화를 꾀하면서 외환보유액 관리부담을 줄이기 위해 7월 1일부터
외환보유액 일부를 국내은행들에 대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한은이 외국환은행에 원화를 담보로 외화자금을 대출하고 외국환은행은 이를 자본재수입자금 대출 및
해외영업자금 등에 사용한 후 만기에 환매하는 이른바 통화스와프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통화스와프 거래로 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만일을
대비한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통화스와프 거래 어떻게 이뤄지나
외환보유액 중 우선 50억 달러 한도로 외국환은행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외국환은행의 해외
영업자금이나 기업의 투자자금으로 활용되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외화대출 연계 통화스와프 제도'는 한은이 은행의 원화를 담보로 잡고 외환보유액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외환위기 이전 외화를 예탁형식으로 직접 대출해주는 방식과는 성격이 다르다.
 |
|
한국은행이 기업의 해외투자 활성화를 꾀하면서 외환보유액 관리부담을 줄이기 위해 7월 1일부터 외환보유액
일부를 국내은행들에 대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
|
한은의 외환보유액 활용이 가능한 대출 용도는 △사회간접자본 투자관련 자본재 수입자금 외화대출
△발전설비 항공기 등 자본재수입자금 외화대출 △국내기업의 해외투자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 및
신디케이션론 참여 등의 외화대출 △외국환은행 해외점포 영업자금 등이다.
특히 자본재수입 자금대출 등 기업의 시설투자관련 자금을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이 경우 외국환은행은 6개월 단위로 한은에 리보(Libor) 금리로 외화이자를 주고 한은은 국채수익률을
기준으로 외국환은행에 원화 이자를 주게 된다.
통화스와프 거래기간은 외화대출 등 연계거래의 기간과 일치시켜 거래시 외국환은행의 금리 및 환율 변동
위험 발생을 방지하도록 했다. 거래한도는 일단 50억 달러(건별 최소 100만 달러)지만 외환보유액 증가 및
자금수요를 보아가면서 신축적으로 조정키로 했다.
한은과 은행간 기본계약서를 체결한 후 건별 거래는 실무책임자간 거래확인서를 서로 교환함으로써 실행되며
은행은 한은과의 통화스와프 거래후 외화자금을 용도대로 사용했는지를 한은에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은행이 통화스와프 거래에 의한 외화대출 등의 일부 또는 전액을 조기회수하는 경우 통화스와프 계약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해지하도록 규정했다.
◆ 도입 배경은
가장 큰 이유는 2천억 달러를 넘어선 외환보유액의 관리부담을 덜고 국내기업의 설비투자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한은은 97년 외환위기를 교훈삼아 외환보유액을 꾸준히 확보, 5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천61억 달러로
일본과 중국, 대만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환보유액 활용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특히 시중은행장들은 지난 5월 20일 박승 한은 총재와의 월례회동에서 해외에서 외화조달비용이 높아짐에
따라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민간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당시 박 총재는 이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미 국민연금관리공단과 30억 달러 규모의 원/달러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 문제점은 없나
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만큼 위기상황을 대비해 쌓아놓는 외환보유액을 통화스와프 계약을 통해 민간에
대출했다가 또다시 외화 유동성위기에 몰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도 만만찮다.
이에 대해 박 총재는 지난 6월 13일 국회 발언을 통해 "외환위기 때 300억 달러를 시중은행에 예치했으나
정작 필요할 때 회수가 안돼 위기를 맞았으나 당시는 스와프 거래가 아니고 예탁이었다"고 말했다.
즉, 통화스와프 거래의 경우 원화를 담보로 하는 만큼 위급할 때 외국환은행으로부터 달러회수가 안될
경우에는 원화를 달러로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
|
박승 총재는 유동성 위기 지적에 대해 “통화스와프 거래의 경우 원화를 담보로 하는 만큼 위급할 때
외국환은행으로부터 달러회수가 안될 경우에는 원화를 달러로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
|
그러나 이 경우 환율이 급등한 상태라면 그만큼 손해를 볼 수 있다.
특히 환율이 지나치게 급등하면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외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 원화로
외화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다면 이는 97년 상황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민간은행에 대출해주는 기간도 유의할 점이다. 이와 관련, 한은은 대출기간을 외국환은행의 대출기간과
연계시켜 놓았다. 즉 외국환은행의 기업 대출기간이 3년이면 한은도 이 기간에만 달러를 외국환은행에 대출해
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출기간이 3년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한은은 이 기간에 대출해준 달러에 대한 이자는 6개월마다
받겠지만 원금은 3년간 묶일 것을 감내해야 한다.
◆ 전문가들 "만일 대비한 안전장치 마련해야"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위원은 "장기간 대출해줄 경우에는 그만큼 달러가 묶이기 때문에 장기계약을 하되
1년 단위로 재갱신하는 방식 등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북핵문제가 더욱 심각해져 국내에 들어와 있던 외국자본이 빠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이런 극단적인 상황도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도 "일단 50억 달러 규모로 통화스와프 거래를 시작해보고 추이를 봐가며 거래한도를
늘릴 계획"이라며 "이는 위기상황을 항상 염두에 두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97년 당시에는 달러가 부족해서 문제였고 지금은 달러가 넘쳐나기 때문에
통화스와프 계약을 통해 외환보유액이 활용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97년 위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건실해지고 대형화해 쉽게 도산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한은이
위기 때 달러를 회수하는 데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창업 경제부 기자 | yct9423@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