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생산 초기부터 '차질'
현대자동차의 미래 명운이 걸렸다면서 출범한 미국 앨라배마(Alabama) 공장의 현지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앨라배마공장 생산라인은 한 개 밖에 없지만 시간당 생산대수(UPH)가 73대로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꼽혀왔다. 이는 완전 자동화 공정을 도입한 때문이며 도요타자동차의 UPH 60대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현대
측은 밝혔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앨라배마공장 준공식 이후 지금까지 이 공장의 UPH는 겨우 절반수준인 실제
40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 관계자들은 앨라배마공장의 현재 '하루 1교대 체제'가 2교대 체제로 전환된 이후에나 목표치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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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중인 현대ㆍ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가동중인 앨라배마 공장을 방문, 쏘나타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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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이와 관련 앨라배마공장의 차질 생산량을 보충하기 위해 근무체제를 7월부터 2교대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에서는 한국에서 생산한 '뉴EF소나타의 재고'와 '신형소나타의 높은 현지가격 책정' 등의
이유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큰 비중을 두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 공장 준공 이후 이제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초기 생산과정에서 '가타부타' 논의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대차의 미국 공장 준공이 완료되고 본격적인 생산 체제에 돌입한 만큼 과거 해외업체들의
사례를 참고하면서 '작은 불씨'도 만들지 않기 위한 철저한 준비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도요타 따라잡기 품질하락 우려
'도요타 따라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목표치 달성을 위한 조급함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대차에서 제시한 시간당생산대수 73대는 애초에 너무 공격적인(aggressive)
목표였다"면서 "자동화율이 높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현지 근로자들은 아직 초보수준이기 때문에 세계
최고수준인 도요타의 60대를 넘어서는 목표치는 무리였다"고 말했다.
한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미국 공장에서의 올해 생산 목표치가 원래는 9만3천대였지만 정몽구 회장의 지시로
15만대로 늘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를 하기 시작하면 궁극적으로 품질 유지를 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과거 성공경험에서 비롯된 외형 및 성과주의 경영이 결국 실패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바로 일본의
미쯔비시자동차.
미쯔비시차는 90년대 초반 이후 일본경제의 버블 붕괴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 기업이었다. 버블 붕괴로 일본
자동차업계가 고전하는 동안 미쯔비시는 '경차 붐'을 타고 RV(Reisure Vehicle)와 경차 등에서 연속 히트를
치면서 95년에는 일본업계 3위업체인 닛산자동차를 거의 따라잡을 만큼 승승장구했다.
이에 고무된 미쯔비시는 닛산 추월을 위해 '2000년 일본 국내 시장점유율 15%, 100만대 생산체제'를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결국 미쯔비시는 목표 달성은커녕 2004년 도산 위기에까지 치닫는 등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전문가들은 미쯔비시의 몰락은 미국 현지 생산체제의 구축을 통한 지나친 외형ㆍ성과주의 경영에서 기인한
품질경영의 실패와 이미지 실추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는 구체적으로 미쯔비시차의 위기가 90년대 후반 수 차례의 불상사가 반복
재발하면서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연구소는 96년 미쯔비시 미국 현지 자동차공장에서의 성희롱 사건과 97년 총회꾼에 대한 이익공여 사건에
이어 2000년의 자동차결함 관련 리콜 정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실 등이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결국 지금의
상황까지 치닫게됐다고 지적했다.
2004년에도 다시 리콜 은폐 사실이 터졌고 이후 미국 시장에서의 미쯔비시 점유율은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미쯔비시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02년 2%대에서 2004년에는 1% 미만으로 하락했다.
실적도 크게 악화됐다. 미쯔비시의 매출액은 2000년 3조2천억엔에서 2004년에는 2조엔으로 크게 줄었고 같은
해 순이익은 4천700억엔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과 순이익을 올리며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물론 미쯔비시와 도요타차의 직접적인 비교 자체가 힘들 수도 있지만 순간의 방심이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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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을 마친 미국 앨라배마 현대의 자동차 공장 생산라인. 시간당 생산대수(UPH)가 73대로 세계 최고 수
준이나 실제 40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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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미쯔비시의 경우 성희롱 사건, 리콜 문제 등의 경우 초기 대응을 정확하게 했으면
이 정도까지의 수순은 밟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대차도 신뢰와 투명성을 가장 중시하는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만큼 미쯔비시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쏘나타, 미국시장서 잘나갈까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앨라배마공장에서 생산, 판매한 신형 쏘나타는 31일까지 12일간 모두
422대로 집계됐다.
이는 현대차가 지난달 미국 전역의 600여 개 딜러에 공급한 신형 쏘나타 1만2천대의 3~4%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의 미국시장 판매 첫날까지 4천대를 공급한 데 이어 지난달 말까지 공급량을
1만2천대로 늘리기로 했었다.
이처럼 신형 쏘나타의 초기 판매실적이 저조한 것은 현대차가 수출한 '구형' EF쏘나타의 재고물량
때문이다.
EF쏘나타의 미국 재고물량은 아직도 1.8개월 가량의 판매분량인 1만1천대가 남아 있다.
앨라배마공장에서 생산, 판매되는 신형 쏘나타는 2.4ℓ쎄타엔진과 3.3ℓ람다엔진을 장착한 두 가지
모델로, 현대차는 연말까지 7개월 여간 모두 15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이 달까지 미국 내 6개 전국방송과 41개 케이블TV의 인기 프로그램에 광고를 집중
배치하고, USA투데이와 뉴욕타임즈, LA타임즈 등 30여 개 인쇄매체에도 11월까지 중점적으로 광고를 내보내는
등 쏘나타의 마케팅을 집중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쏘나타는 가격과 품질 등의 측면에서 선진 메이커보다도 경쟁력이 있다"며 "EF쏘나타
재고가 모두 팔리고 마케팅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신형 쏘나타의 판매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헌 인포맥스 기자 | chhan@yna.co.kr
김인철 산업부 기자 | aupf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