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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퇴직금제도와 국민연금 등으로는 노후 준비가 충분치 않아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노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할아버지ㆍ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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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설계 확 바뀐다
5인 이상 사업장 12월부터 노사합의 거쳐 자율 도입
12월부터 일시금으로 받던 퇴직금을 퇴직 후 일정 연령(55세 이상)에 달한 때부터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 퇴직연금제가 시행된다.
퇴직연금제는 기존의 퇴직금제도가 연봉제, 중간정산제 확산 등으로 근로자들의 노후소득재원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기업 도산으로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다.
정부는 5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는 12월부터 퇴직연금제를 노사합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되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은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기에 퇴직연금제를 도입토록 했다.
◇왜 도입하나
정부는 지난 61년 도입된 현행 퇴직금제도가 그동안의 사회ㆍ경제적 여건 변화로 사용자에게는 큰 부담을 주고
근로자에게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판단아래 퇴직연금제를 도입하게 됐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퇴직금제도와 국민연금 등으로는 노후 준비가 충분치 않아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또 연봉제 확산과 근속연수(2003년 8월 기준, 평균근속연수 5년8개월) 단축 등으로 퇴직금이 소액 생활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도 반영됐다.
현행 퇴직금제도에서는 사업주가 퇴직금을 장부상으로만 적립하고 있어 기업이 도산하면 근로자는 일자리도 잃고
퇴직금도 떼이는 이중의 고통을 당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도 새 제도 도입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어떻게 운용되나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모든 사업장에서 퇴직연금제를 의무적으로 실시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사용자의 유동성부담과 근로자들의 퇴직금에 대한 정서 등을 감안해 노사가 합의한 경우에만 퇴직연금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퇴직금제를 퇴직연금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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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은 2010년까지 퇴직연금 추정 시장규모를 65조원으로 보고 전체시장의 3%를 점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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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대표는 근로자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는 그 노동조합이 해당되고,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퇴직연금제는 근로자의 연금급여가 사전에 확정되고 사용자의 적립금 부담은 적립금 운용결과에 따라 운영되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DB)와 사용자의 부담금이 사전에 확정되고 근로자의 연금급여는 적립금 운용수익에 따라
변동되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DC)가 있다.
DB형은 사용자가 연금급여 지급을 위해 예상급여액의 60% 이상을 사외의 금융기관에 적립, 운용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기금운용에 따른 위험부담을 져야 한다.
DB형은 임금이 계속 인상되는 임금 체계를 가지고 있거나 경영이 안정적이어서 급여를 떼일 염려가 없는 사업장에
적합하다.
DC형은 사용자가 기여액을 100% 사외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근로자가 금융기관이 선정, 제시하는 운용방법을 자기
책임 아래 선택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적립금운영에 따른 위험부담을 져야 한다.
DC형은 연봉제나 임금피크제가 실시되고 있는 사업장이나 기업 경영이 불안정해 퇴직급여의 수급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장에 더 적합한 것이다.
퇴직연금제로 전환하는 사업장은 퇴직연금제 시행 이전에 근무한 기간에 대해서는 퇴직연금제를 소급 적용하거나,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는 방안 등을 노사합의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근로자는 '55세 이상, 가입기간 10년 이상인 퇴직자'라는 조건을 충족시키면 일정기간(최소 5년 이상, 종신형도
가능) 연금을 받거나 일시금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일정기간 연금을 받으면 연금소득세가 적용돼 퇴직일시금에 대한 소득세보다 유리한 세율을 적용 받을 수
있다.
◇활성화 방안은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등 전국 9개 도시에서 사업장 노무관리 책임자와 노조대표
등을 대상으로 퇴직연금제에 대한 전국 순회설명회를 실시키로 하는 등 퇴직연금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또 퇴직연금사업자들의 상장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한도를 제한해 퇴직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확정급여형의 경우는 상장주식과 주식형 및 외국 간접투자증권 등에 대해서는 30%, 혼합형 간접투자증권 및 외국
투자적격 채권 등에 대해서는 40%로 투자한도를 설정했다.
근로자가 적립금운영에 대한 위험부담을 져야 하는 확정기여형은 상장주식과 주식형 및 혼합형 간접투자증권 등에
대한 투자를 금지했고, 외국 투자적격 채권과 외국 간접투자채권 등에 대해서는 투자한도를 30%로 정했다.
아울러 정부는 퇴직연금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퇴직금 충당금 손비 인정 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퇴직일시금에
대한 소득공제액도 인하하는 대신 연금소득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인상하는 등 세제상의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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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은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미국 보험계사협회 연금분야 정회원인 박진호씨를 퇴직연금 당담 상무로 영입하고 10여명으로 구성된 퇴직연금 컨설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민영의료보험 성격을 띤 교보생명의 ‘비전플러스헬스케어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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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188조 잡자"
13개 증권사 참여-중소기업대상 확정기여형 시장공략
증권사들이 2015년 18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상품판매 및 운용 노하우를 살려 주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확정기여형(DC)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38개 증권사 가운데 동양종금, 굿모닝신한, CJ투자, 한국투자, 대한투자, 신영, 교보,
대신, 삼성, 현대, 미래에셋, 우리투자, 대우 등 13개사가 운용관리기관으로 퇴직연금 시장에 참여할 예정이다.
◇상품판매 노하우로 불리한 조건극복
각 증권사들은 올 상반기부터 태스크포스를 조직해 12월 1일 퇴직연금 제도 시행에 대비해 왔다.
증권사들은 10월부터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잇따라 퇴직연금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태세다.
이정수 한국증권업협회 이사는 "증권사들의 주요 영업타깃은 중소기업 또는 벤처기업이 많지만 대기업과 외국기업,
공기업을 목표로 하는 곳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금융상품은 수익증권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ELS(주가연계증권)와 RP(환매조건부채권), 예금,
주식 직접투자, 채권, 특정금전신탁 등이 있다.
다만 이들은 경쟁 상대인 보험과 은행이 퇴직보험이나 퇴직신탁 형태로 이미 기존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퇴직금 시장은 보험이 86%, 신탁(은행)이 1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증권사에 대한 신탁업 인가가 늦어지면서 초기 시장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 심사 지연으로 개별 증권사의 신탁업 인가는 12월 중순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퇴직연금은 보험이나
신탁계약 형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탁업 인가가 필수적이다.
◇퇴직연금 시장의 15%는 증권사 몫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운용상품의 판매 노하우를 살려 전체 시장의 15% 정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증권연구원 추정치를 인용, 2010년까지 퇴직연금 시장규모를 50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자신들이 전체
시장의 10~2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굿모닝신한증권, CJ투자증권, 교보증권 등은 2010년까지 퇴직연금시장 추정규 모를 50조원으로 보고 각각 전체
시장의 0.7~1% 점유를 목표로 삼고 있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의 목표는 더 공격적이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대우증권은 2010년까지 퇴직연금 추정 시장규모를 65조원으로 보고 전체시장의 3%를 점유할
계획이며, 미래에셋증권은 2010년 전체 시장 50조원 가운데 2%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증권사들은 기존 퇴직금에 대한 세제혜택이 끝나는 2010년 이후 중소기업들도 대거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면서
자신들의 점유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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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관계자는 "각 기업의 특색에 맞는 최적화된 퇴직연금 제도를 개발?제공해 시장을 공략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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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연구원은 2015년 퇴직연금 시장규모가 188조8천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과 CJ투자증권, 대한투자증권은 각자 2015년 시장점유율 목표치로 1~2.3%를 제시하고 있으며 심지어
대우증권은 산업은행과 시너지 효과를 통해 전체 시장은 7.5%를 차지하겠다는 의욕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증권업협회 이 이사는 "차별화가 어려운 원리금 보장상품보다는 위험성을 내포한 금융상품에 대한 선정 능력이
근로자들의 자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이런 측면에서 위험 자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갖춘
증권회사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험ㆍ은행 등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 기대
퇴직연금 시장에 참여하는 증권사들 가운데 경쟁상대인 보험이나 은행이 계열사로 있는 곳이 많다.
증권업계에서는 단독으로 영업에 나서는 곳보다는 보험이나 은행과 공동 마케팅을 벌이는 곳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굿모닝신한과 우리, 대우, 대한투자 등은 최대주주가 은행 계열이며 교보와 삼성, 미래에셋 등은 보험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 이사는 "은행이나 보험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증권사는 공동 영업을 벌일 수 있어 단독 증권사보다는 유리하다"며
"다만 계열사와 기업고객을 계열사와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서 명암이 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 "경쟁력 자신감"
퇴직보험 노하우 바탕..장기간 다양한 상품개발 진행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는 다소 여유있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1~2년 전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준비를 해 온데다 퇴직연금과 유사한 퇴직보험의 운용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경쟁력이 크다고 자신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과 관련, 장기적인 투자 회사로 적합한지(안정성), 자산운용 능력이
뛰어난지(수익성)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자신들이 은행이나 증권과 비교해 우월적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을
홍보하며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미국에서 30여년간 보험사 등에서 퇴직연금 컨설팅 업무를 담당한 조지 베람씨를 2003년 3월 고문으로
영입해 일찌감치 퇴직연금 사업을 준비해왔다.
올 7월에는 인터넷에 퇴직연금 종합안내 웹사이트를 만들어 홍보를 하고 있으며 10월에는 자체 퇴직연금 전산
시스템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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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버팀목이 돼온 적립식펀드에 더해 많게는 수조 원에 달하는 새로운 유동성의 원천이 생기는 만큼 주식시장은 80년대 이후 미국시장의 대세 상승기와 유사한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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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법인 영업인력에 대한 교육을 이미 마쳤고 최근 1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교보생명은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미국 보험계사협회 연금분야 정회원인 박진호씨를 퇴직연금 당담 상무로 영입하고
10여명으로 구성된 퇴직연금 컨설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퇴직연금의 원조격인 종업원 퇴직적립보험을 1977년 금융계 처음으로 개발했고 이후 비슷한
상품을 지금까지 판매해 온 경험이 있어 기업 특성에 맞는 연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생명과 신한생명 등은 계열 금융사와 함께 기업 대상 공동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그룹 차원의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외국계인 알리안츠생명은 알리안츠그룹과 연계해 선진화된 퇴직연금 노하우를 앞세워 고객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달 초 산업은행과 퇴직연금 상품 개발과 판매 등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삼성화재의 경우 퇴직연금을 향후 기업들의 단체상해보험, 건강보험 등 다른 상품의 판매 확대를 위한 교두보로
삼는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LG화재는 퇴직연금 전담 직원(PFP)을 양성하고 있으며 LG그룹 계열사와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제일화재는 대형사와 달리 중ㆍ소형 법인 거래처를 중심으로 퇴직연금 가입을 유도하는 틈새 전략을 추진중이다.
현재 보험사들은 보험개발원 등과 함께 막바지 퇴직연금 상품 개발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에 따라 원리금 보장형과 금리 연동형, 실적 배당이 가능한 변액형 등 다양한 상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10월초에 보험개발원은 12개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사와 공동으로 퇴직연금 전산 시스템을 개발해 오픈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장기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안정성은 물론 기업 특성에 맞는 상품
설계, 자산운용 능력이 중요하다"며 "보험사들이 기존 퇴직보험의 노하우를 앞세워 적극적인 고객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안정성에 승부"
거래기업 대상 설명회 잇따라 개최..보험과 격돌예상
12월 퇴직연금제도 시행을 앞두고 은행권은 특유의 안정적인 이미지를 과시, 보험 및 증권업계에 비교 우위를
과시할 계획이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퇴직연금 사업자는 간접투자 자산운용업법에 의한 자산운용사, 보험업법에 의한 보험회사,
은행법에 의한 금융기관, 증권거래법에 의해 증권업 허가를 받은 주식회사 등으로 규정되지만 은행 특유의
신뢰성과 방대한 네트워크로 접근, 조기에 시장을 잠식한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사업자로서 은행권과 보험권이 자웅을 겨룰 것으로 예측한다.
보험권은 기존의 퇴직보험 가입 기업들을 퇴직연금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강점을 갖고 있다.
은행권은 거래 중소기업과의 '관계 마케팅'으로 접근할 경우 보험권에 못지 않은 힘을 발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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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들은 퇴직연금제가 강제조항이 아닌 만큼 추후 여론이나 다른 기업의 동향을 지켜보고 제도의 장단점 등을 분석, 도입 시기와 형태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전경련 회장된 회의에 참석한 재계 총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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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선택기준
퇴직연금은 최소 20~30여년 간 거래할 금융기관을 선정하는 상품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금융기관이 도산해
버리면 곤란하다.
연금의 운용에 대한 가입자의 투자성향도 중요한 키가 된다.
특히 확정기여형은 같은 돈을 매달 불입하더라도 운용회사의 능력에 따라 향후 수령 연금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운용사가 매우 중요하다.
서창환 팍스넷 퇴직연금사업팀 수석컨설턴트는 금융회사의 제1 선택기준으로 '안정성'을 든다.
퇴직연금은 퇴직 후 노후생활과 직결돼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안정성이 확보되고 재무구조가 우량한 연금사업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 불량 채권의 보유 정도, 수익성, 잠재 손익 등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 가입자는 금융기관의 수익성 창출력에 주목해야 한다.
적어도 5년 이상 펀드를 운영, 안정되게 배당 및 이자를 제공한 회사가 운용한다면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충실한 설명을 해줄 수 있는 금융기관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은행권 거래기업 섭외 총력
은행권은 퇴직연금시장 선점을 위해 1년 전부터 각 사의 나름의 이정표를 세워놓고 차근차근 실현해 왔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5월부터 연금사업파트를 구성, 활동해 왔다.
일본생명, 도쿄미쓰비시은행, 스미토모신탁은행 등을 방문, 노하우를 배워 왔으며 올 5월엔 기업의 퇴직연금제도
설계를 지원하기 위한 컨설팅 전문인력도 영입했다.
국민은행은 또 올 7월부터 여타 금융기관과 별도의 독자 전산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각 기업의 특색에 맞는 최적화된 퇴직연금 제도를 개발ㆍ제공해 시장을 공략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도 태스크포스팀(TFT)을 조직하고 시장선점을 위해 뛰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신한금융그룹 내 계열사와 거래하는 약 350여 개 기업의 부서장 및
퇴직연금 관계자들을 초청해 퇴직연금 공동설명회를 가졌다. 조흥은행도 우수거래기업들을 대상으로 퇴직연금을
주제로 기업초청 설명회를 계속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세계적 퇴직연금 컨설팅 전문회사인 '휴잇 어소시엇츠'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달 퇴직연금 업무에 대한 자문역 4명을 별도 배치하고 신규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7일엔 조선호텔에서 각
기업의 주요인사 200여명을 초청, 대규모 설명회를 열었다.
외환은행도 중견 수출입기업 및 외국기업을 집중 섭외대상으로 선정하고 섭외에 나서고 있다.
박용주 금융부 기자 speed@yna.co.kr
증시 "큰 장 온다"
매년 수조 원 증시 신규유입..자본시장 새 틀 정립
증권시장이 흥분하고 있다. 퇴직연금제 도입으로 증권시장은 퇴직연금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뒤 잇달아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올해 주식시장의 버팀목이 돼온 적립식펀드에 더해 많게는 수조 원에 달하는 새로운 유동성의
원천이 생기는 만큼 주식시장은 80년대 이후 미국시장의 대세 상승기와 유사한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이를 계기로 자산운용업계는 ‘빅뱅'을 겪게 될 것이며 우리 자본시장도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증권시장의 ‘큰 손'
퇴직연금제 실시로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 등 증시참가자들은 약간은 들떠있는 분위기다. 최근 증권시장이 조정을
겪고 있지만 시장참가자들은 대부분 앞으로 대세상승을 자신하고 있으며 그 같은 확신의 한가운데에는 퇴직연금제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업계 추산대로 퇴직연금시장이 10년 뒤인 2015년까지 최대 188조원까지 커질 경우 최저수준으로 계산해도
증권시장에 수조 원이 넘는 돈이 유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멀리 보지 않더라도 당장 내년에 주식시장에는 최대 8천억 원이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와 관련, 올해까지 기존 퇴직금의 퇴직연금 전환율을 2%로, 내년 이후 신규 퇴직금의 전환율을 5%로
보고 주식 최대 편입금액을 10～40%로 가정하면 당장 내년 주식시장의 신규수요는 3천억～8천억 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특히 2010년에는 최대 4조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의 근거로 미국 증권시장의 성장을 예로 들고 있다. 지난 82년 11월 겨우
1,000을 돌파했던 다우지수는 17년만인 99년 4월 10,000선을 뛰어 넘었으며 그 중심에 퇴직연금 플랜인 이른바
‘401K'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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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그룹의 얀 나이센 글로벌 연금 부문 대표가 네덜란드 ING그룹 본사에서 한국의 퇴직연금 제도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ING그룹도 국내 자산운용시장 진출을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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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 1천억 원에 불과헀던 401K 자산은 2003년 2조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했으며 이중 상당수가 주식시장에
투자됐다. 정완영 삼성증권 투자정보 파트장은 "미국의 경우 80년대 저금리 기조로 자산운용의 패러다임이 바뀐
상태에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 경제호황 및 주가의 대세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은 주식시장 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큰 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운데 은행권 예금 이외에 시장쪽으로 이동해오는 자금 중 상당부분은 안정적인 투자가 이뤄져야하는 만큼 채권
투자도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내년에만 5조원 정도가 채권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자산운용업계 판도변화
퇴직연금 도입을 앞두고 누구보다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해외 유수의 금융회사들이다.
에반 헤일 한국 피델리티 자산운용 사장은 지난해 말 기자들과 만나 "퇴직연금이 한국 자산운용업을 한 단계
발전시킬 것"이라며 "5년 후 한국 자산운용 수탁고는 4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올 들어 스위스계 크레디스위스자산운용, ABN암로 등이 서울사무소를 개설했으며 앞서 미국계 대형
운용사인 라자드가 국내 사무소를 설립하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는 지난해말 한국법인을 세우고 이미
펀드 판매를 하고 있다.
이밖에 푸르덴셜금융 그룹은 내년 1월 자산운용부문 아시아총괄본부를 서울에 설립하기로 했으며 ING그룹도 국내
자산운용시장 진출을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 운용사들도 퇴직연금시장을 앞두고 선진 운용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 외국계 자산운용사와의 짝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한투신운용의 주인인 하나은행은 최근 UBS와 합작과 관련된 협상을 거의 마무리지은 상태이며
우리자산운용과 교보투신 등도 합작 또는 업무제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경제 규모 등에 비해 성장이 지체된 국내 간접투자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퇴직연금 도입을
앞두고 그 어느때보다 고조되고 있어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외국계의 공격적인 진입에 대응하기 위해 인수ㆍ합병으로 대형화를 꾀하면서 규모가
작은 회사들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관련업계는 2015년 전체 퇴직연금 수수료 규모만 1조9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중 30% 정도가
자산운용사의 몫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자본시장의 새 장 마련
결국 퇴직연금은 이처럼 강력한 유동성을 통해 자산운용업계를 한 단계 '레벨 업'시킴으로써 증시 뿐 아니라
자본시장 전체에 새로운 문화를 정립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폭발적인 유동성으로 무장한 선진형 대형 펀드들은 기업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통해
기업 건전성을 개선, 시장의 투명성뿐 아니라 기업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기관들이 제시한 각종 전망치들은 모두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인 만큼 기업이나 근로자들이
퇴직연금 전환에 적극 대응하지 않을 경우 각종 금융기관들이 제시한 분홍빛 전망은 단기적으로는 자칫 신기루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재계 "아직 관망 중"
"시장반응-장단점 파악 신중 대응"..노조도 미온적
퇴직연금제가 시행됐지만 정작 재계에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도입 여부에 대한 검토조차 착수하지 않는 등
준비작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퇴직연금제가 강제조항이 아닌 만큼 추후 여론이나 다른 기업의 동향을 지켜보고 제도의 장단점
등을 분석, 도입 시기와 형태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퇴직연금제 시행을 앞두고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도입 시기나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퇴직연금제와 관련해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며,
구체적인 방향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LG전자도 "퇴직연금제가 시행되더라도 유예기간이 있고 아직 금융기관들의 퇴직연금 관련 상품들에 관한 정보가
없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시장의 반응이나 장단점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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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업연금 제도는 DB형, DC형, 혼합형(Hybrid)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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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은 연말께 세제 개편이 이뤄진 뒤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당분간 다른 기업들의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으며, 현대그룹은 그룹 차원이 아니라 계열사별로 판단해서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현대차도 퇴직연금제와 관련해 검토만 하고 있는 수준이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관련 하위법규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론 추이 등을 지켜본 뒤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도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지만 제도 적용이 강제사항이 아닌 데다 확정기여형(DC)의 경우 위험 부담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등 제도 자체의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장 도입하는 데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르노삼성차나 GM대우차,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등 자동차와 건설, 조선, 중공업을
포함한 대부분 업종의 업체들이 현재까지 퇴직연금제에 대한 검토작업만 벌이는 등 당장의 도입에는 상당히
소극적인 자세다.
재계뿐만 아니라 퇴직연금제 도입 여부와 시기, 형태 등을 사측과 합의해 결정해야 하는 노조도 현재까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사측과 노조 모두 퇴직연금제와 관련한 관심과 아이디어가 없어 추후 협의를 거쳐
도입 여부나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도 "퇴직연금제가 노사합의 사항인데 현재 퇴직연금제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사원들이 적다"며
"노조측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체 노조의 한 관계자도 "노조에서 퇴직연금제와 관련해 논의한 적이 없다"며 "퇴직연금제가 단체협상에
준하는 내용인 만큼 내년 단협에서 사측이 먼저 안을 제시하면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퇴직연금제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는 자금사정이 좋지 못한 중소기업 상당수가 관행적으로 사내에 적립된 퇴직금을 사업자금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퇴직연금제를 도입하면 매달 일정금액을 사외에 적립, 자금 충당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중소기업청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퇴직연금제가 실시돼도 현행 퇴직금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중소기업이 54%에
달했다.
또 중소기업 가운데 47%는 퇴직금을 장부상으로만, 40%는 회사 내부에 적립하고 있었으며, 사외에 적립하고 있는
곳은 12.6%에 불과했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퇴직금을 장부상으로만 잡아놓고 사업자금으로 전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퇴직연금제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가장 전용하기 쉬운 자금을 묶어두는 것으로, 그만큼 외부자금 수요가 늘 수
밖에 없어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도 "때가 되면 퇴직연금제를 도입하겠지만 자금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에게 퇴직연금제는
상당한 경영부담"이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세제 감면 등의 지원책이 나와야 퇴직연금제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현재 퇴직급여충당금의 40%까지만 손비로 인정해 주는 것과 관련해 "기업의 퇴직연금 적립금액에
대해 손비로 인정해주고 기존의 퇴직금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회사도 손비 인정 문제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의는 또 "직원 수 5명 미만으로, 사실상 퇴직금 지급능력이 없는 영세기업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ㆍ일ㆍ홍콩에선 확정급여형에서 출발..확정기여형으로 무게중심 이동
퇴직연금제도 시행과 관련 이미 정착 단계에 접어든 일본, 미국, 홍콩 등의 제도 변천 과정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전통적인 퇴직금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는 대체로 퇴직금 액수가 미리 정해지는
확정급여형(DB) 중심으로 출발했으나 점차 운용 결과에 따라 수급액이 달라지는 확정기여형(DC)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퇴직 후 근로자의 ‘최후 보루'로 여겨졌던 퇴직금 보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미 정착 단계에 접어든 이들 국가의
퇴직연금 사례는 이제 걸음마를 떼는 국내 퇴직연금 제도의 발전에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DC의 전형 미국의 ‘401K'
미국의 기업연금 제도는 DB형, DC형, 혼합형(Hybrid)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확정급여형이 주류였던 미국은 1970년대 오일쇼크와 경기침체로 퇴직연금 지급 불능 사태가 속출하고, 제도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인 ‘401K'를 도입하게 된다.
401K는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 '근로자퇴직 소득보장법 401조 K항'에 세제혜택을 규정 한데서 유래된 이름으로,
81년 본격 시행되면서 DB형 기업연금을 밀어내고 기업연금시장의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
401K는 1974년 제정된 종업원은퇴보장법(ERISA)에 의해 선임이 강제된 지명수탁자(named Fiduciary)가 퇴직연금
운영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401K 자금의 절반 이상이 뮤추얼펀드 형태로 주식과 채권시장에 유입되면서 1990년대 장기 호황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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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뿐만 아니라 퇴직연금제 도입 여부와 시기, 형태 등을 사측과 합의해 결정해야 하는 노조도 현재까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 외치는 민노총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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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타산지석' 일본
지난 1960년대에 도입된 일본의 퇴직연금은 이후 40여년 간 DB 형식의 제도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급격한 노령화 진전과 함께 일본 경제가 저성장 국면 진입에 진입하면서 기존의 DB형 퇴직연금 제도 역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직 근로자들이 퇴직자들을 부양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퇴직연금을 지탱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90년대 말
연금 가입자수가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했던 것.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공적 연금제도에 수술을 가했다. 공적연금과 연관성을 지닌 기존 퇴직연금을
순수 퇴직연금으로 전환해 확정부기업연금(DB)을 도입했고, ‘일본판 401K'로 불리는 확정갹출연금(DC)도
시행했다.
확정부기업연금은 적격퇴직연금제도(2012년 폐지 예정)가 수급권 보호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2002년
4월에 도입된 제도.
반면 확정갹출연금은 공적연금제도, 고용체계, 퇴직금 급여제도 변화, 기업의 재무부담 가중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1년 10월 도입됐다.
확정갹출연금은 노사합의에 의해 퇴직연금 규약을 작성하고 기업이 부담금을 납부하는 ‘기업형'과 자영업자 등이
가입하는 ’개인형' 등으로 세분돼 있다.
그러나 퇴직금 수급액이 미리 정해지는 DB형과 달리 운용결과에 따라 액수가 달라지는 DC형 확정갹출연금 정착에는
적잖은 노력이 필요했다.
주식투자와 같이 위험이 따르는 투자를 싫어하는 일본인들의 보수적 성향 때문.
일본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제도 도입 이전부터 꾸준한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짧은 기간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제도를 정착시키는데 성공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일본의 DB형 가입자는 1천580만 명이며, DC형은 가입자는 120만 명
수준이다.
한편 한국이 일본과 비슷한 고민 끝에 제도를 도입하게 됐으며 제도의 기본 틀도 일본의 것을 빌려온 만큼 일본
퇴직연금 제도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제가입으로 정착된 홍콩의 MPF
홍콩의 퇴직연금제도는 자발적 퇴직연금(ORSO, Occupational Retirement Schemes Ordiance)과 강제퇴직연금(MPF,
Mandatory Provident Fund)으로 대별된다.
지난 93년 도입된 ORSO는 현재 한국의 퇴직금 제도와 유사하다. 다른 점은 사업장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었는데, 결국 자발적 참여율이 낮아지면서 혜택을 받는 근로자가 전체의 3분의 1에 그쳤다.
반면 MPF는 안전한 퇴직급여 지급 보장을 위한 강제적 연금제도로 2000년부터 실시돼 단기간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근로자와 사업자가 급여의 5%씩을 각각 부담하되, 자영업자는 소득의 5%만을 납부한다.
한편 일본이 끊임없는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DC형 제도를 정착시킨 데 반해 홍콩의 MPF 제도는 정부의 강제적인
가입 조치로 조기에 정착될 수 있었다.
현영복 사회부 기자 | youngb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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