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박치기'의 이즈쓰 가즈유키(54) 감독과 남녀 주인공을 맡은 다카오카 소스케(24), 사와지리 에리카(20)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 로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박치기'로 한국을 찾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정말 기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박치기'는 1968년을 배경으로 일본인 고등학생과 재일 조선고교생들의 갈등과 꿈, 사랑과 희망을 담은 영화. 이 영화의
배경이 된 1968년 남북 분단의 슬픔과 통일의 염원을 담은 노래 '임진강'이 '더 포크 크루세더스'에 의해 번역ㆍ발매됐다.
'임진강'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은 마쓰야마 다케시가 2002년 소설 '소년 M의 임진강'을 썼고, 재일교포인 씨네콰논
이봉우 대표가 영화로 만들었다.
암울했던 시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마치 '웨스트사이드스토리'를 연상케 하는 내용을 통해
일본 사회, 그 안에서 소외돼 있는 재일교포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이즈쓰 감독은 "일본에서 시사회가 시작되기도 전인 2004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상영됐는데 일반인과 언론
관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뜻밖이라고 생각했다. 일본 내에서도 사회성을 띤 작품이라며 좋게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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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쓰 감독은 "일본뿐 아니라 프랑스 시민의 움직임, 영국 문화혁명, 미국 반전운동 등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런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런데 일본 사회가 그런 시기가 있었다는 걸 잊어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 젊은이뿐 아니라
우리 세대조차도"라며 이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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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박치기'의 이즈쓰 가즈유키 감독이 서울 로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김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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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해 이즈쓰 감독은 "이봉우 대표와 제작을 상의하며 단순한 노스탤지어가 아니라 잊어버리려고
하는 이런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말하자고 했다. 그 시대가 지금 일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생각해보자고"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잊혀져가고 있는 존재인 재일 조선인에 대해 다시 확인하거나, 일본 젊은이에게 그 존재를 알려주고 싶었다"
는 바람도 내비쳤다.
영화는 히가시고 2학년인 마쓰야마 고스케(시오야 슌)가 조선고 2년생인 리경자(사와지리 에리카)를 만나게 되며 재일
조선인의 현실에 대해 점차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다카오카 소스케는 축구 국가대표를 꿈꾸지만 일본에서는 될
수 없어 북한으로 가고자 하는 경자의 오빠 안성 역을 맡았다.
무거운 주제지만 영화는 '젊은 날의 초상'을 감각적이고 유쾌하게 그렸다.
이에 대해 이즈쓰 감독은 "무겁고 깊은 주제를 그렇게만 표현한다면 관객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다가서려고 하는 게 영화인"이라고 말했다.
'박치기'로 2005년 일본 아카데미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사와지리 에리카는 한국 젊은이에게 음성적으로 보여진 드라마
'1리터의 비밀'로 팬클럽까지 있을 정도.
재일교포를 연기한 것에 대해 사와지리는 "처음 이 역할을 맡기로 했을 때는 재일 한국인이라는 것 때문에 당혹스러웠다.
내가 모르는 세계를 어떻게 연기할까 고민이 상당했다"면서 "그러나 한 소녀가 사랑을 느끼는 마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경자 역에) 접근해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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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박치기'의 이즈쓰 가즈유키 감독과 남녀 주인공을 맡은 다카오카 소스케,
사와지리 에리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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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난생 처음 써보게 된 한국어와 교토 사투리를 배우는 게 힘들었는데 테이프에 녹음해 놓고 연습했다"고 소개했다.
일본 영화계 기대주로 꼽히고 있는 다카오카 소스케는 "일본에서 이 영화가 개봉됐을 때 한국에서 개봉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직접 와서 보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줘 이 영화 찍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인사했다.
외모는 '꽃미남'처럼 부드러운 데 비해 출세작인 '배틀 로얄'에서나 '박치기'에서 터프한 액션 연기를 자주 선보였다.
이에 대해 그는 "특별히 어떤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아직 연기를 시작한 지 6~7년밖에 되지 않아 해보지 않은
역할이 너무 많다. 40~50대가 되면 내가 하고 싶은 역이 있겠지만 아직 젊으니 다양하게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시대, 자신이 잘 모르는 재일교포를 연기한 데 대해서는 "다른 작품을 할 때는 그때그때
준비했는데 이번에는 제작진이 마련해준 1968년도에 관한 텍스트로 사전에 공부했다"면서 "액션, 한국어 등을 별도로
공부했지만 나머지는 감독님의 말을 그대로 듣고 따르려고 했다"고 말했다.
제작을 맡은 이봉우 대표는 "당시 우리가 느꼈던 분노와 어디로 가져가야 할지 모르는 에너지를 대단히 훌륭히
표현해주신 감독과 배우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아사히신문 선정 '2005 베스트영화 1위' 등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박치기'는 일본에서 진정한 '한류'를 느끼게 한 작품.
현재 서울 명동 CQN 2개관에서만 개봉했지만 객석 점유율이 80~90%에 이를 정도로 한국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가희 엔터테인먼트부 | kahe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