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내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신용위기의 확산 조짐으로 국내 증시가 추락하고 있고 고유가와 원자재값 급등, 물가 상승, 경기 둔화의 여파로 중소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부실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현 시점에서는 금융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금융시장 위험 요인에
대한 합동 점검회의를 갖고 선제 대응키로 한 것은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금융시장 불안 가중
미국발 신용경색 우려로 국내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긴급 구제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신용위기가 대형 은행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뿐 아니라 국내 증시도 흔들고 있다.
7월 15일 현재 코스피지수는 49.29포인트(3.16%) 급락한 1,509.33까지 떨어지며 1,500선을 위협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미 모기지업체의 부실 우려로 165.59포인트(9.89%)나 떨어졌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도 덩달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7월 1일 5.87%에서 전날 6.17%로 0.30%포인트나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1천50원을 돌파했다가 한 때 1천원 선 밑으로 추락하는 등 외환시장 역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하강이 본격화할 경우 가계와 기업의 수입은 줄어드는 반면 부채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이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며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은행권, 대출 경쟁 부메랑
2006년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본격화된 은행권의 외형 경쟁은 하반기 금융시장의 가장 큰 잠재 위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 은행의 총 대출 증가율은 2006년에 14.2%, 2007년에 15.4%로 2년 연속 14%를 상회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은 2006년에 45조3천억 원, 2007년에 68조2천억 원에 이어 올 들어 5월까지 28조9천억 원 늘어 대출 잔액이
398조9천억 원에 달한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1.0%에서 올해 6월 말 1.14%로 올라갔다.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맞은 건설업종의 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1.46%에서 2.26%로 치솟았다.
외형 경쟁 탓에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도 악화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06년 말 12.75%에서 작년 말
12.28%로 낮아진 데 이어 올해 3월 말에는 11.96%로 떨어졌다.
은행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은행채와 양도성 예금증서(CD)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대출 경쟁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 예대율은 2006년 말 109.0%에서 작년 말 123.7%, 올해 3월 말 126.0%로 높아졌다.
예금 수신액에 비해 과도한 대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여신 심사 적절성과 예대율 수준 등을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해 대출 경쟁을 억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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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로 금융위원회에서 ‘하반기 국내 금융시장ㆍ산업 상황 점검을 위한 금융위ㆍ금감원 합동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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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발 금융부실 우려..제2금융권도 불안
건설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부동산발 금융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은 2006년 말 50조3천억 원에서 올해 3월 말 73조원으로 급증했으며 대부분 은행과
저축은행에 몰려있다. 올 상반기에 180개 건설업체가 부도날 정도로 건설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건설사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이는 금융회사의 부실로 직결된다.
부동산 대출을 많이 늘렸던 저축은행은 은행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전체 저축은행의 순여신은 작년 말 47조836억 원에서 올해 4월 말 49조8천603억 원으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연체율은 14.7%에서 16.5%로 급등했다.
증권사도 최근 코스피지수가 장중 1,500선 밑으로 추락하는 등 급락세를 보임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가 제공하는 신용융자 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한 개미들의 자금 상황에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가계 상환능력 약화
은행들이 대출 경쟁을 벌이는 사이 물가가 급등하고 경기가 둔화되면서 기업과 가계의 채무 상환 능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가계의 금융부채가 가처분소득 대비 150%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고 금리도 상승하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빚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은행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최고 금리가 이번 주에 연 9.1%를 넘으며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집 값마저
하락할 경우 대출자들의 고통이 더 커질 수 있다.
원자재 값 급등과 원화 가치 하락이 겹치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하반기에는 기업들의 대출 연체율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벌어져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중소기업의 도산이 늘어날 수 있고
수출기업으로 부도 사태가 번지면 문제가 커진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들이 외형 경쟁을 자제하고 위험 관리에 치중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주문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클 수 있다”며 “금융시장과 금융 산업의
잠재위험을 사전에 점검하고 선제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호준 경제부 기자 | hojun@yna.co.kr
김문성 경제부 기자 | kms1234@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