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중인 차기작도
인물 중심 다큐멘터리"
'소리 아이' 연출.감독
백연아
"판
소리는 악기가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하는 예술이잖아요.
그러니 소리꾼의 실제 삶과 연결된 소리가 나오게 되고 소리에서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드러나게 되죠."
꼬마 소리꾼들에 관한 영화 '소리 아이'를 만든 백연아(33) 감독은 다큐멘터리의 소재로 판소리를 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백 감독은 비디오아트를 공부하러 영국 런던으로 떠났고 그곳에서 다큐멘터리로 방향을 틀었다.
처음에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의 가족사를 다루려고 했지만 첫 장편으로는 '너무 스케일이 커서' 뒤로 미뤘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꼬마 소리꾼들, 박성열(11)군과 박수범(13)군이다.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건 어린 시절에 미래가 결정되는 예술의 특성 때문이었죠.
처음에는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부모님에 의해 시작하게 돼요.
힘든 과정을 거친 뒤에 그게 자신의 길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거죠.
그 과정에 아이들이 겪는 고민, 갈등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두 어린이는 명창의 꿈을 안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성장 배경이 전혀 다르다.
성열군은 아버지와 함께 전국의 행사장을 돌며 소리를 해 먹고 살고 수범군은 명창 밑에 제자로 들어가 정식으로 공부를 한다.
이 때문에 일부러 집안 환경이 다른 두 아이를 고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백 감독은 그보다는 아이들이 소리와,
아들이 아버지와 어떤 식의 관계를 맺고 있는지 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성열이 경우는 판소리의 원형질에 가까워요. 함께 사는 아버지로부터 전수받고, 전국의 행사장을 돌며 보통 관객들과
흥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노래를 하고요. 반면 수범이의 경우는 판소리의 현주소를 보여줘요.
명창 밑에 들어가 제대로 공부하는 일종의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인물 다큐멘터리의 연출자와 피사체의 관계 또는 거리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 것일까.
'소리 아이'의 주인공인 꼬마 소리꾼에게 백연아 감독은 관찰자이고 질문자일뿐 가까이 다가가 감싸안을 수 있는 부모도,
삶의 방향을 일러주는 스승도 될 수 없다.
게다가 주인공들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빨리 알아버린 애어른들. 술을 좋아하는 성열군의 아버지가 취한 채 보이는 언행을 담은
장면들에 이르면 연출자가 개입할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의문이 떠오르게 된다.
"이대로 계속 찍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건 그들의 삶의 방식이고 제가 적극적으로 상황을 바꾸려고 나선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오히려 여기서 찍는 것을 그만두는 게 아이들을 외면하는 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편견 없이 그냥 바라보는 게 맞다, 보는 사람의 시각과 대상의 간극을 최소한으로 줄여보자, 그렇게 생각했죠."
백 감독은 촬영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소리에 집중하려 했지만 결국 삶과 소리의 관계, 인물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고 말했다.
백 감독의 관심이 '인물'에 있으니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준비 중인 차기작 역시 인물을 중심에 둔 다큐멘터리다.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겠죠.
이번이 첫 장편 연출이라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가 고민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인물 자체에 대한 고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사람들의 생각과 심리를 추적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인물 다큐멘터리를 계속하고 싶어요."
김지연 문화부 기자 |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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