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일 자동차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자동차 산업이 강세를 보였으나 일본에 밀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 중국 등 신흥 자동차
공업국들의 만만치 않은 추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통해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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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미국의 합작 자동차 기업인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올해 안에 8천5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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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업체의 구조조정은 우선 과감한 인력 감축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과 미국의 합작 자동차 기업인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독일의 메르세데스 자동차 그룹에서 올해 안으로 8천5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 자동차 그룹은 메르세데스벤츠, 스마트 및 마이바흐 등의 브랜드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메르세데스는 경쟁 업체인 BMW, 아우디 등의 독일 브랜드와 도요타 등 일본 업체의 추격으로 경쟁력이
약화됨에 따라 인력 감축이란 고전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이번 구조조정은 지난 1월 다임러크라이슬러 회장에 취임한 디터 체체 메르세데스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은
첫 번째 경영혁신으로 향후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경영성과를 좌우하는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폴크스바겐은 인력 감축대신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타협안을 마련했다.
앞서 폴크스바겐은 향후 3년간 2만 명의 직원을 감축할 계획을 발표했으나 노조와 추가 임금 지급 없이 주당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향후 5년간 고용을 보장키로 약속했다.
독일 최대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IG 메탈)와 폴크스바겐 경영진은 지난 9월 29일 주당 노동시간을 25~33시간
사이에서 탄력적으로 운용키로 합의했다.
당초 폴크스바겐 경영진은 주당 35시간을 노조 측에 제시했으나 이를 관철하진 못했다.
그러나 현행 주당 28.8시간의 노동시간을 임금인상 없이 최대 33시간까지 늘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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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감소 계획을 밝힌 데 반발해 24시간 노동자 파업이 벌어진 폴크스바겐 브라질 공장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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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은 지금까지 유럽에서 가장 적은 주당 노동시간을 운용해왔다.
폴크스바겐 경영진은 노조가 노동시간 연장을 받아들인 대가로 독일 내 공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2011년까지
강제해고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 약속했다.
폴크스바겐은 강제해고 대신 명예퇴직 방식은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폴크스바겐 경영진은 노조와 오는 2011년 말까지는 강제해고를 단행하지 않고 자발적인 퇴직을 유도키로 합의함에
따라 다양한 퇴직 성과보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감축할 예정이다.
폴크스바겐의 퇴직 위로금은 근무 연한과 퇴직 시기에 따라 차등을 두고 지급된다.
폴크스바겐은 서독 지역에 근무하는 8만5천여 명의 직원에 대해 최고 25만 유로의 퇴직 위로금을 제시했으며
약 1천 명이 이 제안을 수용했다.
독일의 BMW와 아우디 등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은 대규모 감원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영성과에 따른 인력 재배치와 신규 인력채용 감축 등의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의 덩치를 키우고 시너지 효과를 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의 상용차 제작사인 만은 스웨덴의 경쟁회사 스카니아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스카니아의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폴크스바겐이 만의 스카니아 인수를 반대하고 있어 인수계획이
성사될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폴크스바겐은 현재 스카니아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으며 만이 스카니아를 인수한 이후에도 합병회사의 지분
20%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들어 전 세계적으로 인수.합병 붐이 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자동차 메이커 간에 인수.합병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독일 자동차 업체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기 위해 제정된 소위 ‘폴크스바겐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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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국제모터쇼에 나온 메르세데스 E-550. 지난해 독일 500대 기업의 고용인력 증가율이 3.9%에 그쳐 구조조정으로
인해 이들 기업의 1인당 생산성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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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에 제정된 독일의 폴크스바겐법은 단일 주주가 2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외국기업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저지하기 위한 이 법에 대해 유럽연합(EU)은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것으로
규정하고 유럽사법재판소에이 법의 무효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 대한 판결은 2007년께 나올 예정이다.
세계적인 스포츠카 제조업체인 독일의 포르셰는 폴크스바겐법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최대 지분을 보유한 포르셰는 2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바라고 있다.
포르셰는 폴크스바겐법이 폐지될 경우에도 외국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조조정 노력에 따라 독일 자동차 메이커들의 경영실적이 호전되고 있다.
독일 대기업 매출액 순위에서 자동차 메이커인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폴크스바겐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으며
지멘스, 도이체텔레콤, 메트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순익이 당초 예상보다 많은 11억 유로에 달했으며 매출액은 953억 유로를 기록했다.
지난해 독일 500대 기업의 고용인력 증가율은 3.9%에 그쳐 구조조정으로 인해 이들 기업의 1인당 생산성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의 산별노조가 임금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업체 노조원들이 가장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으며 파업과 항의시위를 주도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노조원들은 인력 감축으로 인해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하면서 시간당 적어도 5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다.
또한 최근 독일 각지에서 벌어진 사회보장 감축 항의시위에서 폴크스바겐과 오펠 등 자동차 업체 노동자들이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외에 진출한 독일 자동차 업체도 구조조정에 따른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폴크스바겐 브라질 법인의 한 생산공장에서 회사 측의 해고 통보에 반발한 근로자들이 1주일간 파업을 벌인
끝에 노사협상을 개시한다는 조건으로 파업을 중단한 데 이어 메르세데스-벤츠도 인력감축 계획을 내놓으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폴크스바겐 브라질 법인은 지난 5월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노조가 이를 거부할 경우
현지 공장을 폐쇄할 수 있다”고 위협해 파장을 일으켰다.
송병승 베를린 특파원 | songbs@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