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도 경제특구(SEZ)가 연일 정치권의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인도 정계의 최고 실세로 집권연정(UPA) 의장인 소니아 간디 여사가 처음 문제제기를 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권 전반에서 이 제도의 폐해를 성토하고 있는 것.
국민회의당의 원내 지지세력인 공산당은 “경제특구에 사용되는 토지의 면적과 용도를 제한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기존 경제특구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프라카시 카라트 사무총장은 “산업용 목적과 관련 인프라에 사용돼야 하는 부지의 비율을 각각 50%와 25%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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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계의 최고 실세인 소니아 간디 여사가 “특구 때문에 농민들의 불필요한 이주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 후
경제특구 제도의 폐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진은 소금밭을 갈고 있는 인도의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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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경제특구법은 전체 부지에서 25%만 산업용 목적으로 사용하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는 또 경제특구의 세금감면 규정도 재검토해 세금 혜택을 획기적으로 축소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그는 “경제특구 건설로 생활터전을 잃고 쫓겨나게 된 농민들이 제대로 보상받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책도 대폭 보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야당 계열인 자타타달의 샤르드 야다브 총재는 “경제특구 제도는 인도 역사상 최대의 ‘부동산 사기’다”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다수의 지역 정당과 함께 관련 법의 폐기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압둘 칼람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그는 “농민들로부터 비옥한 땅을 빼앗아 재벌의 배를 불려주는 것이 경제특구법”이라며
“정부는 이렇게 비농민적이고 반국가적인 법을 즉각 무효화하라”고 요구했다.
이 문제가 본격적인 정치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간디 여사가 “특구 때문에 농민들의 불필요한 이주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 9월 우타란찰 주에서 열린 국민회의당 소속 주총리 회의에서 “농경지가 비농업적 목적으로 전용되는
사례는 없어야 한다”면서 “만약 불가피한 경우가 있더라도 이것이 농업의 전망을 어둡게 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간디 여사의 이 발언은 농민들의 표를 의식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정부로서도 현행 경제특구법의 문제점을 인정한 셈이다.
야다브 총재는 그러나 “간디 여사의 언급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면서 “그가 농민들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농민들이 착취당하지 않도록 왜 구체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지난 1991년부터 경제개방에 나선 인도는 해외투자 유치와 수출증진, 고용창출 등의 목적으로 중국의 수출진흥 지역을
본뜬 경제특구의 개념을 지난 2월 처음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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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부터 경제개방에 나선 인도는 해외투자 유치와 수출증진, 고용창출 등의 목적으로 중국의 수출진흥
지역을 본뜬 경제특구 개념을 지난 2월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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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은 처음에는 150개의 특구만 허용키로 했다가 통상산업부의 요구에 따라 특구의 숫자에 제한을 두지 않는
방향으로 내용이 변경됐다.
경제특구에 입주한 업체들은 처음 5년간 세금이 완전 면제되고 이후 5년 간은 소득세의 50% 감면 혜택을 누린다.
또 다음 5년 간은 재투자된 이익에 관해 50%의 면세 혜택을 받는다.
현재 164곳이 경제특구로 지정됐고 266곳이 조만간 승인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전기나 물, 도로, 통신 등 완벽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이들 특구가 향후 수년간 18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80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특구에 대한 과도한 세금 혜택으로 정부의 세수 손실이 190억 달러(2009 회계연도)에 이를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전문가들과 심지어 관료집단 내부에서도 이 제도가 근본적으로 인도 경제에 도움이 안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다수의 기업들이 헐값에 땅을 매입한 뒤 개발과정을 거쳐 고가에 되파는 방식으로 ‘땅 장사’를 한다는 점도
이 제도가 가진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체탄 아야 연구원은 “133개 특구의 면적이 1km2에 못 미치는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허가된 전체
특구의 평균 면적이 4.2km2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도 제조업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카말 나스 통상장관은 "인도는 토지밀집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과 같은 150km2의 대규모 특구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고 "다만 특구당 최소 투자비용을 5천500만 달러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 내에서는 통상산업부가 경제특구의 확대를 주장하는 반면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반대하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규득 뉴델리 특파원 | wolf85@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