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은 고(高)지식 기반의 기술집약 산업입니다.
한 순간이라도 뒤쳐지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피 에스케이는 자본금 63억 원에 지난해 64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 반도체 장비업체다.
올해로 회사가 창립된 지 16년에 불과하고 직원 수도 120여 명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회사는 현재 반도체 제조공정마다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감광액을 제거하는 장비인 ‘애셔(Asher)’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국내 1위, 세계 3위를 자랑한다.
피에스케이는 특히 내년에는 애셔 장비시장에서 세계 1위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비전을 갖고 있다.
이처럼 피에스케이가 어찌 보면 미천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경험과 자본, 인력으로 세계 정상을 꿈꿀 수 있는 밑바탕에는
박경수(54) 대표이사의 고집스런 경영철학과 전략이 깔려 있다.
“반도체 산업은 고(高)지식 기반의 기술집약 산업입니다. 한 순간이라도 뒤쳐지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인식에서 읽을 수 있듯이 피에스케이의 성장동력은 기술력과 전문화다.
박 대표이사가 처음 반도체 분야에 뛰어들 결심을 굳히게 된 것은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우리나라의 모 그룹
뉴욕지사에서 5년간 건설과 엔지니어링 쪽 일을 할 때다.
“미국에서 근무하면서 미래산업으로 각광받던 반도체 분야 개척을 결심했습니다.
1985년 국내로 들어와 피에스케이의 전신격인 ‘금영’이란 회사를 설립한 뒤 주로 유틸리티 설비와 장비 관련 무역업을
하면서 기술을 축적하고 관련 네트워크를 키워 나갔습니다.”
이후 박 대표이사가 1990년 일본의 프라즈마시스템 등 2개 업체와 합작 형태로 설립한 것이 현재의 피에스케이.
하지만 설립 초기 피에스케이의 성장에는 난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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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7년 6월 입주 예정인 화성연구센터 조감도
2. 새로운 개념의 ICP 타입 소스를 채택해 안정된 재현성을 확보한 ‘TSL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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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분이 모두 빠져나갔지만 당시 일본의
프라즈마시스템이 애셔 제조업체로서 단지 한국 시장에 제품을 팔기 위해 금영과 손을 잡았기 때문에 기술 전수에
미온적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
이에 따라 피에스케이는 일본 연구진들에게 관련 기술을 하나 둘씩 배워나가면서 국내 대학과의 산학협동 등을 통해
기술연구와 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 1997년 200mm 애셔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고 이어 2001년에는 300mm 애셔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박 대표이사는 왜 애셔 장비 하나에만 그토록 매달리는 것일까?
그는 이에 대한 설명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들었다.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의 많은 업체들이 제품 다변화를 꾀할 때
피에스케이는 하나의 주력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애셔
장비 하나를 선택해 집중 연구.개발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것이 결국 피에스케이의 장점이면서 성공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그의 전략이 실제 빛을 발했던 것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다.
“당시 외환 위기로 고객인 반도체 업체들이 경영난에 직면해 새로운 설비투자를 사실상 중단하면서 피에스케이 역시
매출 급감과 구조조정에 직면했습니다. 하지만 연구개발만은 결코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그는 외환위기 당시에도 차세대 주력시장이 될 300mm 애셔 장비 개발을 진행했으며, 반도체 장비시장의 침체기였던
2000년대 초반에도 매출액 대비 10%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박 대표이사는 "결국 그 때의 어려웠던 시기에 R&D를 지속했던 것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게 해준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한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과 함께 박 대표이사의 변함없는 경영철학이자 목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글로벌 넘버 원’이다.
“피에스케이의 목표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습니다.
한국에 세계 1위의 반도체 소자 업체만 있어야 합니까?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의 이름에 피에스케이를 올리고
싶습니다.”
현재 점유율 80%에 육박하는 국내 시장을 넘어 내년에는 매출의 50% 이상을 대만, 싱가포르, 중국,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확보, 전체 매출 1천억 원 이상을 달성해 세계 애셔 장비 1위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애셔 부문의 목표 달성이 근접했기 때문인지 여기에다 그는 그동안 애셔 장비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드라이 클리닝(건식 세정) 장비 개발에도 주력해 내년부터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이처럼 인터뷰 내내 자신만만함이 느껴지는 박 대표이사에게 대인관계 철학이 궁금해져 물어봤다.
“외환위기 당시 주요 외국 수입 거래선의 대금 결제일이 임박했지만 결제 능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3~6개월만 참아 달라’ ‘안정이 돼야 여유를 갖고 투자할 수 있으니 제발 기다려 달라’는 식으로 꾸준히
설득을 했더니 결국 받아주더군요.”
그는 “그동안 주요 거래선의 결제 대금을 제때 지불하고 한번 말한 것은 꼭 이행하는 등 신용을 지킨 것이 당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힘이었다”면서 “회사와 회사뿐 아니라 대인관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신용”
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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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스케이는 산업자원부로부터 ‘2006 세계 일류 인증’ 수상했다. 우측 두 번째가 박경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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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지 박 대표이사가 회사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어찌 보면 신용과 비슷한 맥락인 ‘윤리’다.
그의 회사 내 경영철학은 윤리경영인데, “부정은 저질러서도 안 되지만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은 더 큰 잘못”
이라는 게 그의 신조다.
이에 따라 회사 내에서 임직원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이를 감추기보다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려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한 직원의 설계가 잘못돼 제품을 다시 만드는 바람에 추가 비용이 들어간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직원이 이를 사전에 솔직히 털어놓음으로써 제품 하자나 이에 따른 불신을 막을 수 있었으며, 그 직원은
현재 회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게 박 대표이사의 설명이다.
경영현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그의 평소 생활습관도 소위 말하는 ‘FM’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평소 남다른 생활습관이 없는지 물었더니
“남들과 다른 생활습관이라고 한다면 규칙적이고 바른 생활이라고 해야 할까요”라고 웃으며 농담처럼 대답한다.
하지만 이어 “CEO는 항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직원들과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독려하려면 제가 앞서 활기차게 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한 것”
이라며 평소 술은 자제하면서 매일 아침 기공수련을 하고 주말 등 여가시간에는 지인들과 함께 등산이나 골프와 같은
운동을 즐긴다고 덧붙였다.
이런 그의 말을 들으니 ‘바른 생활’이란 말이 농담만은 아닌 듯하다.
김인철 산업부 기자 | aupf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