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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자동차 ‘심장’을 해부한다

자동차 회사들의 기술경쟁과 신차개발 경쟁은 전쟁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치열하다.
엔진출력과 연비는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고, 안전과 편의성을 위한 전장 관련부품들은 자동차를 단순한 기계공학의 산물이 아니라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관련기술까지 결합된 첨단 복합제품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첨단디젤엔진

반짝이는 새 차는 설렘을 안겨준다. 낡은 차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은 새 차를 대하는 순간 사라져 버리고, 더 개선된 성능과 안락감으로 무장한 새 차에 정신없이 빠져든다. 그렇지만 새 차 구입의 결단은 후회할 가능성이 높은 도박 그 자체이다.

1. 첨단동력원을 향한 연구개발 경쟁이 불붙고 있다. 2004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렉서스 RX400h

주변의 조언과 인터넷 검색은 물론, 길거리에서 ‘필’이 꽂힌 차종들을 토대로 자동차 업체의 브로슈어까지 꼼꼼히 체크해 고심 끝에 하나를 낙점하지만 차를 사자마자 마치 약이라도 올리듯 바로 이거다 싶은 더 나은 성능의 신차가 또 출시되기 때문이다.
‘한 달만 더 기다렸다면 좋았을 텐데’라며 성급했던 선택을 후회한다. 그만큼 자동차 회사들의 기술경쟁과 신차개발 경쟁은 전쟁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치열하다. 미국 빅쓰리가 일본차, 한국차에 밀려 고전하는 것은 이제 구문이다. 지금은 미국과 유럽차를 따라잡은 일본과 한국차가 다시 중국 등 후발주자에 맹추격을 당하는 형국이다.

자동차의 겉모습은 20세기 초반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고전적 각진 디자인이 날렵한 유선형으로 이리저리 바뀌어왔지만 대체로 앞에 엔진이 놓이고 네 모퉁이에 네 개의 바퀴가 달린 기본 형태는 그대로다. 그러나 한 꺼풀을 벗기면 얘기는 달라진다.

엔진출력과 연비는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고, 안전과 편의성을 위한 전장 관련부품들은 자동차를 단순한 기계공학의 산물이 아니라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관련기술까지 결합된 첨단 복합제품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최근들어 특히 강조되는 것은 극도로 추구되는 안전과 편의성을 보이지 않게 뒷받침하는 친환경성과 고효율성이다. 그중에서도 주목되는 것은 자동차를 끌고가는 ‘심장’의 변화다.

신차가 겉보기엔 구형과 크게 달라진 것같이 보이지않아도 ‘심장’인 엔진은 기름은 덜 먹으면서도 힘은 더 강해지고, 공해물질도 덜 배출한다. 근년 들어 고유가가 일상화되고, 각국의 환경관련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에 자동차들도 적응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휘발유, 디젤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를 함께 쓰거나, 아예 내연기관을 들어내고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쓰는 첨단동력원을 향한 연구개발 경쟁이 불붙고 있다.
이달 들어서 현대차는 친환경.고효율의 3천cc급 승용 디젤엔진을 선보였고, 도요타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렉서스 RX400h 모델을 출시했다. 또 혼다는 첨단 친환경 디젤엔진과 연료전지차량을 공개해 기술력을 과시했다.

첨단 디젤엔진     디젤엔진이 소음과 진동이 심한 엔진이라는 선입견은 이제 버려야 한다. 첨단 고강도 소재와 전자제어 기술을 접목해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공해 다량배출형 엔진의 구각을 털어내고 청정엔진이라는 이미지를 빠르게 정착시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자동차는 최근 3천cc급 V6 승용 디젤엔진을 공개했다. ‘S엔진’이라는 이름으로 10월에 출시된 고급 SUV의 심장 역할을 할 이 엔진은 소음과 진동이 적을 뿐 아니라 최고출력이 240마력에 달할 정도로 높은 출력을 낸다. 물론 저공해 특성도 겸비해 배기가스도 엄격한 유로4 기준을 충족할 정도다. GM대우도 지난 5월 유로4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시키는 2천cc급 디젤엔진을 개발해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윈스톰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이 엔진은 토스카 디젤모델과 수출용 차량에도 사용된다.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한 디젤 엔진의 대변신은 연료를 초고압으로 적시에 실린더 내에 분사해주는 기술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디젤 엔진은 열효율이 40%가 넘는다. 기껏해야 25%선에 그치는 휘발유 엔진에 비해 경제성 면에서 압도적이다. 하지만 연료의 입자가 크고 실린더의 압축비가 휘발유 엔진의 배에 이르는 20대1에 달하다보니 불완전 연소와 소음, 진동 해결이 고질적 난제였다. 고압과 진동에 견딜 수 있도록 엔진을 튼튼하게 만들다보니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이른바 커먼레일형 디젤엔진이다.

2. 푸조에서 최근 출시한 크로스오버 디젤 세단 307SW HDi는 출퇴근용에서 레저용까지 전천후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3. 토요타 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는 리터당 최고 35.5km를 달릴 수 있는 경이적 연비를 자랑하고 있다.

연료에 아주 높은 압력을 가해 전자제어방식으로 연료를 최적의 시점에 정확한 분량을 실린더 내에 분사시켜주는 방식이다. 분사압력이 높기 때문에 연료가 미립자화 돼 완전연소가 가능해지고 연료를 뿜어주는 인젝터를 전자적으로 정밀 제어할 수 있어 분사시기와 분사량의 초미세 조정이 가능해졌다. 또 주분사에 앞서 소량의 연료를 예비분사(파일럿 분사)하는 기술을 통해 실린더 내에 최적의 연소조건을 만들어주고 주분사시 순간연소 충격을 완화시켜줌으로써 소음과 진동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
기존 디젤엔진에 비해 질소산화물 배출량과 연비 개선효과도 얻게 된다. 델파이, 보쉬, 덴소, 지멘스 등이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개발초기인 1997년도에는 실린더내 연료분사압력이 1천250바(대기압의 1천250배)였으나 최근 개발된 것은 1천600바에 이르는 등 성능개선 경쟁이 뜨겁다. 이처럼 디젤 엔진의 성능이 좋아지다 보니 디젤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소형승용차 시장까지 확산되고 있다.

기아의 소형차 프라이드의 경우 올 들어 7월까지 판매된 1만3천603대중 디젤 모델은 6천565대로 48.26%를 차지했다. 프라이드와 같은 급인 현대의 베르나도 총 7천969대중 디젤이 2천407대로 30.2%에 달했다. 디젤 모델의 차량 가격이 휘발유 엔진 차량보다 200만~300만원 가량 비싸지만 연비가 좋아 경제성이 월등하고, 가속성능과 승차감도 휘발유차 못지않게 개선된 것이 주된 배경이다. 실제 최근 태백 준용서킷에서 실시된 주행성능 테스트(비공인)에서도 디젤차들이 더 나은 성적을 보였다. 350ｍ의 직선거리 주파시간을 재는 테스트에서 프라이드 디젤은 14.6초를 기록해 15.3초에 그친 휘발유 엔진 차량을 가볍게 제쳤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디젤차량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만 해도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에 대한 수요는 손꼽을 정도였으나 올 들어서는 상반기만 해도 사브, 폴크스바겐, 재규어, 볼보 등에서 11개 모델을 앞 다퉈 내놨고, 모두 1천972대의 디젤차가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다섯 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현재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9.8%선까지 늘어났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면서 수입차업계는 이어 연말까지 국내에 들여올 20개 모델 중 절반에 이르는 10개 모델을 디젤로 결정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디젤차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3월 제네바 오토쇼에서 업체마다 디젤모델을 앞 다퉈 선보인 것도 이런 수요패턴의 변화 때문이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J.D. 파워는 디젤차량 수요가 앞으로 10년 간 배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J.D. 파워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에서 팔려나간 디젤차는 모두 1천500만대였지만 2015년에는 디젤차 판매고가 연간 2천900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그 견인차 역할은 북미시장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디젤차 비율은 3.2% 불과하지만 2015년에는 10%로 높아지게 되고, 이에 따라 전 세계의 디젤차 비율도 현재 18%에서 26%로 끌어올릴 것으로 J.D. 파워는 내다보고 있다.

하이브리드카
1. 하이브리드카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급을 추진하고 있으나 국내기술 미비 및 높은 가격으로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고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이재용 전 환경부장관. 사진.하사헌 기자
2.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말 미국 UTC퓨얼셀 사와 공동 개발한 투싼 연료전지차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스 운행사인 AC 트랜짓 사에 전달되 본격 시범운행에 나섰다.
하이브리드(HYBRID)는 원래 동식물의 잡종을 뜻하는 말이다. 두 가지 기능이나 역할이 한데 합쳐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 유래된 하이브리드카는 자동차의 ‘심장’이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로 복합화 된 차종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의 혼혈쯤으로 보면 된다.

자동차는 출발과 가속과정에서 꾸준히 운동에너지가 늘어나지만, 일단 속도를 줄여 정지하는 과정에서는 축적된 그 운동에너지가 브레이크 계통에서 전부 열로 전환된다.
즉 애써 연료를 태워 만든 운동 에너지를 100% 열로 날려버리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 주행과정인 것이다.
하이브리드카는 이 낭비되는 에너지를 다시 흡수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내연기관에 덧붙여진 형태라고 보면 된다.
감속과 정차 시에 운동에너지를 회수해 다시 가속과 주행과정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발전기와 배터리, 전기모터가 첨단컴퓨터에 의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작동한다.
따라서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연비가 크게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카는 ‘과도형’이다.
언젠가는 고갈될 화석연료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궁극적인 미래형 자동차로 발전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카의 원리    하이브리드카의 주동력원은 휘발와 경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이다.
여기에 보통 발전기보다 성능이 높은 발전기와 대용량의 고압 배터리가 연결돼 있다. 중량 감소를 위해 발전기와 모터는 일체형으로 결합돼 구동계에 연결된다. 발전기는 특히 운전자가 가속기에서 발을 떼고 감속하는 과정에서 운동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도록 컴퓨터로 정밀하게 제어된다. 출발과 저속주행은 전기모터가 맡는다.
일정속도 이상이 되거나 가속시에는 엔진이 기동돼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함께 힘을 공급하고, 감속시에는 자동차가 가던 힘으로 발전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게 된다. 아이들링이 필요 없어 정차 시에는 엔진이 꺼지며 엔진은 항상 재시동이 쉽도록 크랭크축이 일정위치에서 정지하게 설계된다. 발전기와 전기모터는 교류로 작동하고, 배터리는 직류인 데다 서로 사용전압이 달라 인버터라는 전압.전류 변환장치와 이들 장치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효율을 극대화해주는 전자제어장치가 핵심부품으로 들어간다.
현재는 일본의 도요타가 선두주자다. 지난 1997년 개발된 ‘프리우스’의 경우 76마력짜리 1천500cc 휘발유 엔진과 최고 67마력을 내는 교류 전기모터가 결합돼 있어 유기적으로 연계되면 최고 110마력의 힘을 얻게 된다.
여기에 201.6V의 전압을 가진 21KW 용량의 밀폐형 니켈-금속수소(Ni-MH) 고압 배터리가 연결된다. 변속장치는 전자식으로 제어되는 무단변속기가 달려 있다.

장점과 한계    무엇보다 연료 효율성에서 강점을 보인다. 정차 시에는 엔진과 모터가 정지하기 때문에 도심운행에서 불필요한 공회전으로 낭비되는 연료가 없고, 감속과정에서 일부 운동에너지를 흡수해 주행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프리우스의 경우 리터당 최고 35.5km를 달릴 수 있는 경이적 연비를 자랑하고 있다. 1천400cc 휘발유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국산 하이브리드자동차 현대 베르나의 연비도 리터당 18.5㎞로 일반모델의 13.3㎞보다 39.1% 정도 높다. 이번에 국내에 출시된 렉서스 RX400h는 무거운 SUV인 데다 272마력의 고출력임에도 공인연비가 리터당 12.9㎞나 나온다. 휘발유 엔진이 달린 동급의 RX350의 연비가 리터당 8.9㎞인 점과 비교하면 하이브리드 차량의 효율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정숙하고도 파워풀한 주행능력도 빼놓을 수 없다. 출발과 저속주행 시에는 전기모터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엔진소음이 없고, 특히 급가속시에는 전기모터가 엔진의 힘에 보태지기 때문에 가속성도 증가된다.
RX400h에는 3천300cc 휘발유 엔진이 달려 있지만 모터가 동시에 가동되면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의 가속시간이 7.6초에 불과해 4천cc급 엔진 성능과 필적하게 된다. 그러나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하다보니 구동계가 복잡하고 무거워지는 것은 단점이다.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는 있지만 고압 배터리의 수명관리과 높은 단가도 하이브리드카의 과제다. 일반형과 하이브리드형이 있는 도요타 하이랜더를 보자. 일반형 V6 3천300cc 엔진 차량의 경우 순중량은 2륜 구동형이 1천655kg이지만 하이브리드형은 1천846kg으로 약 200kg이 더 무겁다.
4륜구동형도 일반 휘발유엔진 모델은 1천700kg인 데 반해 하이브리드형은 1천925kg으로 훨씬 무게가 더 나간다. 따라서 정비의 복잡성과 사고시 수리 비용을 감안하고, 운전습관에 따라서는 하이브리드형이 그다지 큰 매력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하이브리드의 장래에 대한 가장 큰 걸림돌은 기본적으로 화석연료를 태우는 기존 내연기관의 개량형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연료전지 등 궁극적으로 전기자동차로 이행하는 과도기형 차량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기술과 인프라 부족으로 당장 전기자동차로 이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동안 내연기관과 전기자동차를 연결시켜주는 중간단계의 차량이라는 것이다.

KOTRA 대전무역전시관에서 산업자원부 주최로 ‘에너지 산업 순회전’이 열려 행사장을 찾은 초등학생들이 미래의 자동차로 불리는 하이브리드카 실물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조용학 기자

시장 일본차가 장악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 특히 도요타는 연료전지 차량에 기술적 중점을 두고 있던 미국과 유럽업체들이 충전소 등 인프라 부족문제로 고전하고 있는 사이 과도기술로 하이브리드에 집중 투자해 시장을 선점했다.
지난 1997년 시장에 첫 선을 보인 프리우스는 누적판매대수가 50만 대를 넘어서면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대표주자로 부각되고 있을 정도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판매고는 지난해 23만5천여 대로 업계 1위다.
앞으로 부품 경량화 및 원가절감 등을 통해 전차종의 하이브리드화를 추진해 2012년까지는 총 판매고를 연간 100만 대로 늘릴 방침이다.

제조원가를 30% 가량 더 낮춰 휘발유 엔진차량과의 가격차를 50만 엔선에서 20만 엔선으로 낮춰 수요를 촉진하게 되면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비중은 현재의 3%에서 10%로 높아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5만대의 하이브리드 판매고를 기록한 혼다도 시빅을 앞세워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어코드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했다. 그러나 V6엔진을 달고 있는 어코드의 경우 연비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수요가 예상에 못 미쳐 생산중단 여부에 대한 검토 작업을 벌이는 등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상태. 혼다는 일본 국내 미에(三重) 현에 짓고 있는 하이브리드 전용 부품공장이 2008년께부터 본격 가동되면 연간 하이브리드카 생산량을 현재의 4배인 20만 대 수준으로 늘리고, 기존차량과의 가격차도 20만 엔대로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 시장을 관망해온 미국과 유럽 업체들도 도요타의 성공에 자극받아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공동개발을 위한 제휴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하이브리드 합종연횡 시대가 열리고 있다. GM과 다임러 크라이슬러, BMW는 공동으로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을 진행 중이다. 주력모델로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를 내놓은 포드도 2010년까지는 최소한 7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로 개발해 연간생산량을 25만 대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이 전체 자동차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미미한 편이다. 미국시장의 경우 작년 하이브리드차량 신규 등록대수는 19만9천148대. 전년대비 139% 증가한 것이지만 전체 차량 판매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 정도다. 판매증가율을 감안하면 2015년에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비중이 30~35%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차량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으냐 가 관건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책적으로 보급을 추진하고 있으나 국내기술 미비 및 높은 가격 등으로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공공기관 납품용으로 클릭 50대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생산된 하이브리드자동차는 베르나와 프라이드 등 모델을 추가하면서 올해 418대, 2007~2008년 3천390대 등이 정부와 공공기관에 보급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당초 올 연말부터 양산체제를 갖출 예정이었으나 최근 그 시기를 2009년 이후로 늦췄다.

연료전지차
인류문명은 전기문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정은 물론이고 초대형 공장설비도 모두 전기에서 동력을 얻는다. 인공위성과 같은 최첨단 제품에서부터 노트북 등 소형 정밀 전자제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외부에서 전선으로 전기를 공급받지 않는 한 자체적으로 전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제품은 치명적 한계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바로 전기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수단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한 번 쓰고 버리는 1차 전지든 재충전해 쓸 수 있는 2차 전지(충전지)든 무게나 크기에 비해 에너지 저장밀도가 낮기 때문에 아직은 제품에 원하는 만큼 충분한 전기를 공급해 주는 데 한계가 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미래에는 궁극적으로 전기자동차로 기술발전이 전개되리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전기자동차는 힘도 달리고, 멀리 가지도 못한다. 한번 충전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 이런 점에서 주목받는 것이 연료전지(Fuel Cell)다. 연료전지는 말 그대로 연료를 넣어주면 전기를 생산해내는 전지다.
그러나 내연기관 발전기처럼 기계적 장치를 거쳐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산소와 수소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직접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근본적 차이점이다. 연료전지는 우주선 동력원에서 가정용 전력, 첨단전자제품의 전지 대체용 등으로 다양하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연료전지를 자동차에 실어 동력원으로 사용하면 연료전지 자동차가 된다. 아직은 생산단가와 무게 등 제한이 많지만 실용화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일본 혼다자동차는 지난 8월 차세대 연료전지 콘셉트 모델 ‘FCX’의 개량형을 공개했다. 새 FCX는 배터리의 크기를 20% 줄여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얹어 차체 높이를 낮춰 미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연료전지 자동차의 원리     물을 전기분해하면 산소와 수소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거꾸로 해놓은 것이 연료전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산소와 수소를 전지의 양극에 공급해 전자의 흐름, 즉 전기와 물, 반응열을 생성시키는 것이 연료전지다. 내연기관과 같은 연소반응이 없기 때문에 질소산화물이나 이산화탄소, 분진 등 공해물질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것도 이런 청정성 때문이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반응의 효율을 높이고 전기를 발생시키는 핵심장치(스택.단위전지들의 적층체)의 내구성과 중량을 줄이는 것이 기술개발의 핵심이다.
수소분자를 수소이온과 전자로 분리시키고, 산소와의 반응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백금이 촉매로 사용되고, 전극 사이를 채우는 전해질막에 따라 여러 형태가 개발되고 있다. 연료전지에서 생산된 직류 전기를 교류로 변환해 구동계의 전기모터로 전달하기 위한 전류.전압변환장치인 인버터와 고용량 배터리도 필수적이다.
특히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보조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연료전지 하이브리드형이 기술개발의 방향이다.

여기서 문제는 수소다. 산소는 공기 중에 풍부하게 존재하지만 수소는 별도로 공급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 초기에는 화석연료나 메탄올 등의 연료를 투입해 수소를 만들어내는 연료개질장치가 별도로 실렸으나 지금은 수소를 직접 스택에 공급해주는 방식이 대세다. 그래서 수소를 생산해 자동차에 공급해줄 수 있는 인프라의 확보와 자동차 차체 내에 안전하게 수소를 대량저장 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수적이다. ‘수소경제시대’ ‘수소연료시대’라는 용어를 최근 들어 자주 듣게 되는 것도 고유가와 온난화에 대응해 향후 무공해 자원인 수소에너지 쪽으로 기술개발이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다.

기술적 난점과 한계     지금은 수소의 생산.저장 인프라와 차량 내 시스템 양쪽이 모두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앞으로 연료전지의 실용화 시기에 대한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도 어느 한 쪽의 기술진전만으로는 실용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수소는 청정연료지만 생산과정 자체는 청정과는 거리가 멀다.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개질해 추출하거나 원자력 등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연료전지차는 에너지를 수소에 저장했다가 도로 꺼내 쓰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연료전지차 자체는 무공해라고 해도 수소생산과정에서 지금처럼 주로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면 공해 및 온난화 방지 면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연료전지차량이 진정한 의미의 무공해 교통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태양열이나 수력, 풍력, 혹은 미래의 기술인 핵융합발전 등으로 수소 생산수단도 무공해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수소는 또 가장 가벼운 기체로 확산성이 크고, 비등점도 영하 253도로 극히 낮다. 다루기 까다롭다는 뜻이다.
결국 연료전지 차량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전국의 수소 충전소가 고압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거나 경제적인 액화 수송수단이 확보돼야 한다. 도요타 등 일본 업체가 과도적 기술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가까운 시일 내에는 이런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크게 작용했다.

연료전지 스택에 핵심부품으로 들어가는 백금 촉매도 문제다. 백금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생산량이 200t에도 못 미치는 희귀금속이다. 남아공이 거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스택 내 반응면적을 넓히기 위해 백금촉매를 얇게 입히는 기술을 동원해도 현재 기술로는 자동차 1대에 수십g의 백금이 필요하다.
연료전지 차량의 보급이 확대되면 백금 수급난이 벌어지고, 백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다. 백금을 대체할 다른 촉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일본 자원에너지청이 올 들어 희소금속 전략비축대상에 백금을 추가하기로 검토한 것도 주시할 만하다.
자동차에 수소를 싣는 방법도 여러 가지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수소를 액화시키거나 수소를 저장하는 금속물질을 이용하는 방법은 경제성과 중량, 에너지밀도 문제로 일단 밀려나고 고압으로 압축해 싣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중이다. 현재 350기압과 700기압으로 수소를 압축해 차량 내 저장용기에 싣고 있으나 역시 용기의 중량과 안전성 확보가 문제다. 이와 함께 스택의 내구성 확보도 기술적 난제다. 현재 10년 10만km까지 연료전지의 내구성을 확보하는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1.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6월 7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세계 최소형 연료전지차인 ‘A-Class F-Cell’을 소개했다. 사진.이진욱 기자
2. 지난 4월에 열린 부산국제모터쇼에서 현대.기아자동차가 미래형 자동차인 수소연료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승식을 마련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진.조정호 기자

자동차 업체의 기술동향     GM은 내년부터 시보레 이쿼낙스의 연료전지 모델에 대한 상용화 테스트에 들어간다. 충전소 제한으로 인해 테스트 지역은 캘리포니아와 뉴욕, 워싱턴 DC 등 3곳. 리스형식으로 100대 이상을 거리에 투입해 내구성 및 고객평가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다기능 크로스오버 차종인 이쿼낙스의 연료전지 모델은 에어백과 ABS 등 기본안전장비를 갖추는 등 미 운수성의 안전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으며 8만km의 주행 내구성을 갖는다. 0→100km/h 가속성능은 12초, 최고속도는 160km/h이다. 푸조 자동차도 지난달 28일 개막된 파리 모터쇼에서 연료전지 모델인 ‘207 epure’를 공개했다.
207 epure는 지난 6월 선보인 신형 207을 수소연료전지형으로 개조한 것. 수소 탱크를 뒷 트렁크 바닥에 배치하고 50kw 용량의 대용량 배터리를 갖추고 있다. 0→100km/h 가속성능은 15초, 최고속도는 130km/h이다.

일본 혼다자동차는 지난달 차세대 연료전지 콘셉트 모델 ‘FCX’의 개량형을 공개했다. 새 FCX는 배터리의 크기를 20% 줄여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얹어 차체 높이를 낮춰 미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연료전지의 무게도 1999년 시제품 202kg에서 2003년 96kg으로 줄인데 이어 이번에는 67kg이라는 경량화를 실현했다. 영하 30도에서도 운행이 가능해졌으며 한번 수소연료 주입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도 작년 모델보다 30% 늘어난 570km에 이른다.
수소를 350기압으로 압축해 저장하는 고압 탱크에 5kg의 수소를 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최고속도는 160km/h다. 혼다는 2008년부터 일본과 미국시장에서 제한적이나마 이 모델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월 일본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연료전지 자동차 세미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오는 2010년대 초반 양산을 목표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때까지 현재 5년/10만km수준인 내구성을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제작비용도 현재의 10분의1로 낮춘다는 것. 그러나 스택을 핵심으로 하는 연료전지의 효율화,경량화, 내구성 향상 측면에서는 꾸준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수소저장기술이 진전이 없는 것이 난점으로 지적됐다. 수소저장합금이나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수소 저장기술에 돌파구가 열리지 않고 있어 일단 고압 저장탱크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탱크의 크기와 무게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

닛산의 경우 몸집에 여유가 있는 스포츠유틸리티 모델인 ‘X-트레일’을 이용해 700기압 압축탱크를 싣고 한번 충전으로 500km를 달리는데 성공했으나 탱크가 애물단지다. 안전성을 확보하다 보니 부피가 160ℓ가 넘고 탱크 무게만도 100kg을 훌쩍 웃도는 상태. 따라서 차체 크기가 줄어들면 탱크용적도 줄일 수밖에 없고, 주행거리도 짧아지는 문제점을 노출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대차에서 싼타페에 이어 투싼 연료전지차량을 내놓고 있다. 출력은 80Kw, 한 번 충전으로 300km를 달릴 수 있다. 최고속도는 150km/h, 0→100km/h 가속성능은 18초 정도다. 이와 함께 200Kw 용량을 가진 버스도 개발돼 있으나 핵심부품의 국산화율 제고와 비용 절감 문제가 관건이다.
투싼의 경우 한 대에 10억 원, 버스의 경우 30억 원이나 돼 현재로선 ‘그림의 떡’이다.

엇갈린 시장전망    연료전지 차량의 본격 상용화 시점과 시장의 개화시점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현대차가 최근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 차량의 상용화 시점을 2년 가량 뒤로 늦춘 것도 기술 개발의 난점과 함께 시장 전망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내년부터 연료전지 차량의 대규모 거리 테스트에 나서는 GM과 일본의 도요타 등은 상용화 시점을 2010년으로 잡고 있지만 실제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휠씬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표적인 비관론은 국제 컨설팅업체 매킨지가 최근 연료전지차량의 상용화 시기를 2020년 이후로 예측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중에서도 낙관적인 편인 전망은 현재 연간 6천만 대인 전 세계 자동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2010년을 정점으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수요가 꺾이면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요가 증가하다가 2020년대 초반 이후에야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요가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앞지른다는 것.
연료전지 차량은 2025년이 지나야 본격적으로 수요가 발생해 2030년 초반 이후에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대체하는 차세대 차량으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연료전지 차량이 일반인에 가깝게 다가서는 시점은 낙관적으로 계산해도 지금부터 20~30년 후가 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이선근 편집위원 | 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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