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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만성 저성장에 빠지나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들의 한국경제 성장 전망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투자와 소비, 고용진작을 위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당장 경기부양책을 쓰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핵실험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필요할 경우 이를 검토 한다는 입장이다.

원-엔 환율은 금융시장에 계속 불안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0월 17일 서울 명동의 한 은행입구. 사진 도광환 기자

대북 제재 현실화..경기부양론 필요?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따른 대북제재로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은 가운데 내년에는 성장이 더욱 둔화되고 경상수지마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KDI는 북핵사태의 진전상황을 주시해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큰 영향이 없다고 보고 정부가 거시정책 기조를 변경할 필요성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의 한국경제 성장 전망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투자와 소비, 고용 진작을 위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에 북한이 즉각 거부입장을 밝히는 등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고조돼 경제에 악영향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부양책 마련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결의안에 군사적 제재조치는 제외됐지만 북한으로 드나드는 선박에 대한 검색 등으로 인한 충돌 가능성 등 긴장상태가 계속될 수밖에 없어 이로 인한 투자와 소비심리 위축 등이 경제를 짓누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장 경기부양책을 쓰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핵실험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필요할 경우 이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만성적 성장둔화 오나

1. KDI는 북핵사태의 진전상황을 주시해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큰 영향이 없다고 보고 정부가 거시정책 기조를 변경할 필요성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의 한국경제 성장 전망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투자와 소비, 고용 진작을 위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2. KDI가 전망한 내년 경제성장률은 현재 5.0% 가량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정부의 내년 전망치인 4.6%보다 낮은 수준이다. 사진 조정호 기자
KDI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3%로 전망했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가 완만한 경기둔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히면서 3.4분기 전망치를 4.8%에서 4.6%로, 4.4분기 전망치를 4.1%에서 4.0%로 내리고, 연간 전망치도 5.1%에서 5.0%로 내렸다.

KDI가 전망한 내년 경제성장률은 현재 5.0% 가량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정부의 내년 전망치인 4.6%보다 낮은 수준이다.
KDI는 "최근 세계경제가 둔화되는 가운데 유가가 하락하고 있어 향후에는 경제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KDI는 "2000년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률 변동폭은 점차 축소되고 있지만 한해 건너 등락을 거듭하면서 전반적 성장세는 점진적으로 둔화되고 있으며 자본증가세 둔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생산성 증가세의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KDI 조동철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지표를 보면 5%대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로 보고 정책을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며 "잠재성장률은 5.0%가 안 되는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내외 기관들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세계 경기둔화 등과 함께 4%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해 KDI와 비슷하거나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각 기관별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현대경제연구원은 4.2%, LG경제연구원은 4%대 초반, 삼성경제연구소는 4.3%, 한국경제연구원은 4.1%,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리먼브라더스는 4.0%, 시티와 모건스탠리는 4.3%, JP모건은 4.5%였다.

10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 전망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선제적 대응을 위한 경기부양책을 섣불리 쓰기 보다는 북한의 핵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좀 더 사태진전을 지켜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사진 백승렬 기자
KDI는 경상수지가 올해 27억 달러의 흑자를 낸 뒤 내년엔 14억 달러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이 현실화되면 경상수지는 1997년 82억9천만 달러의 적자 이후 처음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경상수지는 97년 적자에서 98년 403억7천만 달러의 흑자로 전환한 뒤 감소세를 보여 2002년 53억9천만 달러로 축소됐다가 2003년 119억5천만 달러, 2004년 281억7천만 달러로 늘어났으나 작년에는 165억6천만 달러로 줄었고 올해는 8월까지 13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KDI는 내년 상품수지는 수출 증가율이 11% 안팎으로 둔화되는 영향으로 올해와 비슷한 240억~250억 달러의 흑자가 예상되나 서비스.소득.이전 수지 적자폭의 추세적 확대에 의해 경상수지는 균형 수준에 근접한 10억달러 초반의 적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경상수지 흑자 축소에 대한 이해 및 전망' 보고서에서 작년과 올해의 경상수지 흑자 축소는 대부분 교역조건 악화와 원화값 절상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실질실효 환율은 6% 이상 절상됐고 국제유가 등 교역조건도 2% 안팎 악화됨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를 각각 35억 달러와 40억 달러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KDI는 내년에도 경상수지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나 올해 3.4분기 이후 환율 하락세 진정 및 유가.원자재가 하락 등으로 흑자 급감 추세가 일단락되면서 균형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KDI는 경상수지를 경제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해석하기 어려운데다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누려온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소폭의 경상수지 적자가 난다고 하더라도 경제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경기부양에는 신중"

KDI는 경기부양 등 거시정책의 변경에 신중한 입장을 지켰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가 내수 증가세의 둔화와 함께 완만한 경기둔화세를 보이고 있고 이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면서도 "둔화세가 크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정책금리 수준을 변경하거나 재정지출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재정수지 전망이 적자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수정돼와 이 같은 전망조정이 반복될 경우 예산과정에서의 적자편향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재정운용계획에서 전망수정의 타당성을 보다 면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북한 핵실험 발표 이후 국제적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충격을 가장 먼저 반영하는 주가, 환율, 금리, 외평채 가산금리 등 금융변수들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아직까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조동철 선임연구위원은 "거시경제정책의 목표는 경기진폭의 완화를 통한 안정화이기 때문에 성장률의 일반적인 상승을 목표로 거시경제정책을 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4년여 동안 우리 경제 성장률은 4%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4∼5%정도의 성장률 수준은 우리가 앞으로 가져가야 될 성장률일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성장률은 이 같은 잠재성장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지나치게 높게 잡고 재정정책을 쓰는 경우 10년전 일본처럼 재정건전성은 나빠지면서 성장률은 궁극적으로 높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거나 통화정책을 쓸 경우 버블의 가능성 등 경제의 리스크 요인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핵사태가 변수

KDI는 내년 상품수지는 수출 증가율이 11% 안팎으로 둔화되는 영향으로 올해와 비슷한 240억~250억 달러의 흑자가 예상되나 서비스.소득.이전 수지 적자폭의 추세적 확대에 의해 경상수지는 균형 수준에 근접한 10억달러 초반의 적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 장은영 기자
정부도 거시정책기조의 변경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북핵 사태 이후 경제환경 변화를 점검해 필요할 경우 올해 말 확정할 내년 경제운용방향을 경기확장적(경기부양) 기조로 삼고 재정 조기집행과 금리정책까지 포함한 거시경제정책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북핵사태 발생 전에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반영한 성장률 전망치 4.6%는 KDI의 4.3%는 물론 다른 연구기관들의 전망치보다도 높은 것이어서, 실제로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보다 낮게 나타날 경우 세수 부족 등 경제운용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경기부양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이 북한 핵문제의 영향과 관련해 적극적인 경기부양 등 대응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는 정책기조 변경이 필요 없다는 KDI의 정책제언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정부가 경기부양쪽으로 나설 경우 정책기조 수정의 타당성과 관련한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KDI의 내년 경제전망 분석은 북한의 핵실험 영향을 감안하지 않았고 정책제언도 북핵사태가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북핵 사태의 진전과 경제영향에 따라서는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쓸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KDI는 "북한 핵문제가 악화되면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며 "만일 상황이 크게 나빠질 경우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금융시장 뿐 아니라 실물경제도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가능한 경기부양책은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하반기 증시전망 기자간담회'에서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경제분석 부문 전무이사 김선배박사가 기자들에게 경제정책분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최재구 기자
정부는 유엔의 대북 제재안이 애초 예상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북한 핵실험 직후와 크게 달라질 것은 없으나 북한의 2차 핵실험 가능성 등 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좀더 상황을 지켜 보며서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북핵 사태 이후 커지는 경기부양의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올해 말 확정할 내년 경제운용방향을 경기확장적 (경기부양) 기조로 삼고 재정 조기집행과 금리정책까지 포함한 거시경제정책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국회 재경위의 국감에서 "지금으로서는 어느 정도 악화할지 예측 불가하지만 북한 핵실험 사태는 최대의 경기하방위험 요인"이라고 진단하고 거시경제정책 기조의 수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재정의 조기집행과 민자사업(BTL) 확대 등이다.
권 부총리는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과 관련해 "재정정책에서는 재정의 조기집행 정도가 사용 가능하다"고 국감에서 말했다. 권 부총리는 또 경기를 위해 선제적 금리정책을 강하게 주장해달라는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의 질의에 "염두에 두겠다"고 밝혀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을 위한 선제적 금리정책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는 그러나 감세(減稅)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섣부른 경기부양책 신중해야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선제적 대응을 위한 경기부양책을 섣불리 쓰기 보다는 북한의 핵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좀 더 사태진전을 지켜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이번 결의안이 무기와 관련된 거래나 선박 검수 등의 제재를 포함하고 있지만 순수하게 경제적이고 직접적 제재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큰 흐름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추가적인 움직임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경기 부양의 필요성은 유효하지만 앞으로 북핵 문제 흐름이 예측과 어떤 차이를 보이느냐에 따라서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중요한 것은 결의안이 아니라 북한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라며 경기 부양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앞으로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섣불리 부양책을 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정책은 다소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지만 재정은 정책 효과가 바로 나타나기 때문에 규모나 시점은 정말 필요할 때 신중하게 써야한다"며 "위험요인이 있다고 바로 부양책을 쓰기 보다는 위기가 고조되고 투자심리 급랭, 자금이탈 등이 현실화되면 그때 가서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준 경제부 기자 |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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