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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정부의 자체 평가로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이에 따라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은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더 이상 고용은
없다는 절박성에서 출발했다.
겉보기엔 화려하지 않지만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취임 후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많은 공이 들어갔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그러나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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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기업환경 개선책을 발표했다.
우리의 기업환경을 ‘세계 10위권의 선진국형’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거창한 목표 아래 창업에서 퇴출에 이르기까지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규제와 미비점을 하나하나 살펴 10개 부문, 115개 과제를 선정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정부의 자체 평가로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지난 2003년만 해도 1만2천445개에 이르던 신설 법인은 지난해 9천435개로 줄었고, 공장 설립은 2004년 9천204건에서
작년 6천991건에 이어 올해는 6천144건(추정)으로 줄어드는 등 창업과 공장 설립이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다.
국내기업의 해외투자는 2002년 36억9천억 달러에서 올해 141억6천만 달러로 늘어난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2004년
92억 달러에서 올해 48억 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의 공장용지 가격은 파리의 9배, 암스테르담의 3배를 각각 넘고, 인건비는 홍콩과 싱가포르 등 경쟁국 수준을 웃도는
고비용구조로 경제활력을 둔화시키는 데 한몫 거들고 있다.
규제완화를 그렇게 외치는데도 새로운 규제의 도입은 빠르고, 불필요한 규제의 폐지는 더뎌 규제 총량이 2000년 925건에서
1천056건으로 늘어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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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규 부총리는 이번 기업환경 개선책에 대해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조치들뿐 아니라 장기적이면서 커다란 잠재
효력을 지닌 과제들도 많은 만큼 제대로 된 작품”이라고 자부했다.
사진.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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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 기대해도 되나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은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더 이상 고용은 없다는
절박성에서 출발했다.
최근 우리 경제는 공장설립, 외자유치 등의 측면에서 활력이 둔화하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투자를 막는 기업환경의
혁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기업환경을 근본적으로 고치기로 하고 창업부터 퇴출에 이르기까지 기업경영 전반에 걸친 규제와 미비점들을
하나하나 살핀 뒤 이 중 115개를 골라냈다.
이번 대책이 겉보기에 화려하진 않지만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취임 후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많은 공이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권 부총리는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조치들뿐 아니라 장기적이면서 커다란 잠재 효력을 지닌 과제들도 많이 담은 만큼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제대로 된 작품으로 평가한다”고 자부했다.
수도권 공장증설 전면 허용이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 눈에 띄는 조치를 희망해온 재계는 “성에 차진 않지만
정부가 기업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며 일단 반기는 모습이다.
기업환경 개선 없이 고용 없다
‘기업환경을 고치지 않으면 투자가 없고, 투자가 없으면 고용은 없다’고 정부 스스로 인정할 만큼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뒤떨어져 있다.
세계은행에서 매년 평가하는 우리나라의 기업환경 경쟁력은 세계 175개국 중 23위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 12위권이란 점에 비춰보면 한참 뒤져있는 실정이다.
미국(3위), 일본(11위)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싱가포르(1위), 홍콩(5위) 등 우리의 경쟁국이나 태국(18위)에도 밀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창업환경은 116위에 그쳐 한국에서는 창업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고용환경 역시 110위로 낙후돼 있다.
이런 열악한 기업환경이 우리 경제의 활력을 갉아먹고 있다.
창업과 공장설립은 2004년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로 돌아선 반면, 자동차와 1차 금속 등 국내 핵심 제조업의 해외이전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 금액은 지난해 64억 달러에서 올해는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외국인 국내 직접투자는 2004년 92억 달러에서 2005년 43억 달러로 추락한 데 이어 올해도 48억 달러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또 대도시의 공장용지 가격은 평당 200만 원을 웃돌아 서울의 경우 파리의 9배, 암스테르담의 3배 이상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규제 도입은 빠르고 불필요한 규제 제거는 더딘 탓에 규제 총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 중 환경.노동 분야 규제만 해도 2000년 925건에서 현재는 1천59건으로 증가했다.
창업서 퇴출까지 가능한 대책 모두 담았다
권 부총리는 취임 직후 고용창출에 대해 “기업에서 일자리가 나온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획기적인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 발표를 약속했다.
그는 창업에서 퇴출까지 구매.제조.물류.마케팅.서비스 등 기업활동 전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와 정책에 대한
개선과제를 발굴, 법률.행정.조세.노동.금융 등의 측면에서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지금까지 규제완화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대개 경제부처 위주로 작업한 탓에 한계가 있었다고 진단, 이번에는
비경제 부처와 민간부문이 참여해 규제완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번 종합대책을 마련한 태스크포스에는 경제부처 이외 환경부, 행정자치부, 문화재청 등 비경제 부처가
두루 참여했다.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광역.지역 상수원의 상류방향 거리 위주 공장입지 규제는 환경부에서 막판까지 수용
곤란하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을 겪었으나 범정부 차원의 규제개혁이란 취지에 공감해 양보했다”고 말했다.
권 부총리는 실무진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대책이 돼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4천775개와 대기업 100개 등 5천여 개 기업에 대한 샘플 조사와 5대 권역별로 현장점검단을 운영한
결과를 토대로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는 “세계 10위권의 선진국형 기업환경을 마련하겠다는 방침 아래 115개 과제를 선정했다”며
“69개 단기과제는 늦어도 연말까지 시행에 들어가고 30개 중기과제는 내년 중에, 16개 장기과제는 2008년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 부총리는 앞으로 분기별로 현장점검을 실시해 추진 실태 여부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점검함으로써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정부와 기업간 상시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는 재계의 건의에 따라 재경부 차관보와 경제단체 부회장단이 수시로
의견수렴을 위한 대화를 하고 정책에 반영해 나가도록 했다.
재계 “부족하지만 일단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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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창업&취업 박람회’에서 창업관은 많은 사람들이 몰려 뜨거운 열기를 나타냈다.
사진.한상균 기자
2. 기업유치 및 투자설명회에 쏠린 인파 사진.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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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기업환경 개선대책에 대해 경제단체와 주요 기업 관계자들은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하이닉스 이천공장 입지규제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의 조건 없는 폐지 등 실질적인 개선대책이 빠진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했다.
재계는 그러나 앞으로 수도권 입지 수요에 대해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고, 출총제 폐지 입법 논의가 예정돼 있는 만큼
향후 정부.여당의 조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권 부총리 취임 이후 정부부처가 투자환경을 살리기 위해 이런 기업환경 개선대책을 만든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특히 수도권 공장 총량 확대, 지방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보조 등을 담은 이번 대책이 기업
투자심리를 살리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상무는 “기업들이 가장 원하고 있는 수도권 규제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는 이미 별도 태스크포스 등에서 계속
논의하고 있는 만큼 이번 대책에 포함하지 못한 정부 입장을 이해한다”면서 “다만 앞으로 정부 내 논의 과정에서 이러
사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기업환경 개선대책이 제대로 실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동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창업 활성화 차원에서 투자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과 소규모 공장설립 관련
규제완화, 수도권 공장총량 확대 등은 중소기업의 투자확대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중기협은 다만 “국내시장의 침체로 활력을 잃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판로 확대를 위한 중기제품의 공공구매 촉진 등
중소기업의 판로난 완화에 대한 대책이 빠져 아쉽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에서 “정부가 여러 분야에 걸쳐 대책을 내놓은 것은 바람직하지만 출자총액제한제도나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 방안 등 기업의 핵심적 애로사항에 대한 대책이 빠져 아쉽다”면서 “일단 마련한 대책은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점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 은행의 여신담당 관계자는 “정부가 나름대로 많은 준비와 고민을 한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번
대책이 기업들의 투자를 살리고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에 대해 확신하기 어려운 것”이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도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동산 담보대출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과연
중소기업들이 담보가치를 지닌 동산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전망했다.
한편 하이닉스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성장과 생존을 위해 여러 개의 메모리 공장을 건설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이천공장의
증설은 필수적”이라면서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지역 및 국가경제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이천공장 증설이 허용될 경우 13조5천억 원을 신규 투자해 3개의 메모리 생산 라인을 신설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천공장이 자연보존권역에 위치해 있어 환경규제가 적용되는 가운데 향후 50나노 공정 등 첨단 미세 공정이
적용될 경우 반도체 회로 배선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리가 환경규제 물질이기 때문에 당장의 공장 증설은 불가능하게 됐다.
다만 하이닉스는 정부가 이천공장 증설에 대해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며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도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공장 증설의 당위성을 전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구리 사용 문제의 경우 최첨단 환경설비와
시설로 정화할 경우 음용수 기준보다 더 낮은 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만큼 환경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작 중요한 것은 출총제와 상속세제 개편 등을 둘러싼 정부.여당의 움직임”이라면서
“여당이 제기한 뉴딜의 취지를 살려 기업 애로사항을 적극 해결하겠다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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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 당정협의에서 김한길(우측 두 번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상학 기자
2. ‘기업환경을 고치지 않으면 투자가 없고, 투자가 없으면 고용은 없다’고 정부
스스로 인정할 만큼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크게 뒤쳐져 있다. 사진.조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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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대체로 긍정적”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에 대해 투자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인식과 세부
대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비수도권과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현실적으로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나 투자
희망지역인 수도권은 제외하고 있어 기대만큼 효과를 얻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정부가 각종 기업 관련 규제를 투자부진의 원인으로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했다는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그동안 지적돼왔던 각종 부담금 경감 등의 대책이 마련된 것은 긍정적이고 경기상황 등에 따라 추가로 개선될
여지도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순환출자 규제 등 공정거래 및 대기업 지배구조 관련 규제도 함께 완화하거나 폐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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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열린 한국투자환경설명회(IR)에서 월가 투자자들을 상대로 대한국 투자의 확대를 당부하고 있는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가운데)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좌), 태미 오버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우) 사진.이래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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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정부가 기업의 투자 여건에 변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대책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 발표된 대책 하나 하나를 뜯어 볼 때 의미가 있고 중요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초점이 중소기업과 비수도권에 맞춰져 있고 대기업과 수도권은 제외돼 있어 투자활성화에 가장
필요한 핵심은 빠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투자 여력이 있는 주체는 대기업이고 투자를 희망하는 지역도 수도권이란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대책으로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만큼의 효과는 얻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출자총액제한제도나 하이닉스의 이천 공장 증설 문제 등 대기업들이 투자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제기해온 문제에
대한 화답도 없다.
정부는 촐총제 등이 투자 증가와 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상징적인 의미에서 대기업의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 발표에 앞서 출총제나 수도권 입지 규제는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럼에도 투자활성화를 위해 출총제나 수도권 입지 규제 완화를 주장해온 대기업 입장에서 실망스럽다고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출총제나 수도권 입지 규제 등 큰 틀에서 본다면 정부의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정부 나름대로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애로 요인을 해소해주기 위해 성의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규제란 것이 기업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데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이 크지 않으나 기업의 투자심리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기업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상원 경제부 기자 | leesang@yna.co.kr
황정우 경제부 기자 | jungwoo@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