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리모델링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리모델링할 수 있는 아파트를 지은 지 15년 된 아파트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부 정책이나 법제, 공법, 시장 등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상태다.
|
배경과 개념
 |
|
서울 노원구청 주최로 열린 아파트 리모델링 설명회에 주민 3천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
|
낡은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재건축이 정부의 규제 강화로 주춤하면서 리모델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급속히 발달한 건축기술 덕분에 20~30년 된 낡은 아파트가 새 아파트처럼 변하면서 주거공간이 대폭 넓어지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이 활성화된 것은 2000년대 중반. 정부가 전체적인 부동산 가격상승의 요인 중 하나로 재건축을 지목하고
강력한 규제 정책을 시행하면서부터다. 주민들은 재건축으로 이익을 얻을 수 없게 되자 리모델링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지으면서 개발이익을 얻는 재건축과 달리 기존 건물의 뼈대를 그대로 두기 때문에 개발이익이
별로 없는 리모델링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하지 않았다.
개념
리모델링이란 간단히 말해 개조 공사다.
발코니를 거실로 편입시키는 간단한 공사에서 아파트의 뼈대만 남기고 모두 헐어낸 뒤 거의 새 아파트와 같은 기능과 편의성을
갖춘 아파트를 짓는 대규모 공사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주민들은 리모델링을 통해 법적으로 세대수를 증가시킬 수 없지만 아파트를 기존 전용면적의 30%까지 넓힐 수 있고
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증설할 수 있다.
또 건물을 완전히 허물지 않고도 변화된 주거문화를 수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시장이 부상한 것을 필연적인 과정으로 본다.
철근콘크리트로 지은 아파트의 수명은 50~100년 정도인데 지은 지 30년도 되기 전에 헐고 새로 짓는 행위 즉, 재건축은
사회적 낭비라는 것이다.
게다가 용적률 제한으로 재건축을 해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아파트 단지는 점점 줄고 있다.
용적률이 큰 고밀도 아파트는 재건축의 사업성이 없으므로 리모델링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리모델링은 아파트의 평수와 편의시설 등을 늘려 아파트 가치도 상승시키고 수명도 연장시킨다.
전문가들이 꼽는 리모델링의 장점은 건물의 기능과 이미지 개선에 따른 재산가치 상승, 공간 재배치를 통한 실용공간 증대,
건물 수명 연장에 따른 자원절약 및 건축폐기물 감소, 건축시장 확대로 인한 건설경제 활성화,
새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전문 건설인의 고용확대, 단열과 난방 성능 개선에 따른 에너지 소모 감소 등이다.
 |
|
서울 한 아파트의 리모델링 전(좌)과 후(우)
|
|
배경과 전망
한국에서는 1990년대 초반 정부의 아파트 200만호 건설 등으로 2002년 12월 이미 전국적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
신규 주택건설 시장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리모델링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국내 건설시장에서 리모델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으로 선진국의 30~50% 수준보다 낮다.
성장잠재력이 그만큼 큰 것이다.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도 리모델링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다.
1990년대 초 주택 200만호 공급 이후 절대부족이 해소돼 주택 신축수요는 중장기적으로 둔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990년대 들어 대량으로 신축된 고밀도.고층 아파트들은 추후 용적률 하향 조정 등으로 재건축이 어려워 대규모 리모델링 수요를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중인 서울시 저층단지 재건축은 향후 5년 내 일단락될 가능성이 크다.
그 밖의 중층 이상 아파트는 고밀도 건축과 용적률, 건폐율 등의 하향조정으로 인해 노후화될 경우 재건축에 따른 개발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현대건설 주택영업본부 도시정비사업1부 진한무 부장은 “지금은 재건축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라면서 “서울이나 분당,
일산 등 신도시에 남아 있는 노후아파트들은 대부분 중층.고밀도 아파트들인데 이들은 재건축으로 갔을 때 용적률 제한 때문에
사업성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 짓는 아파트들도 고밀도이기 때문에 앞으로 재건축보다 리모델링 시장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말했다.
전재열 단국대 교수(건축학)는 1970~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들의 문제점으로 낡은 외관 디자인, 통신시설과 주차장 부족,
내진설계 기준 미흡, 물리적인 노후화 등을 꼽는다.
전 교수는 “2006년 현재 리모델링이 가능한 아파트는 19.34%”라면서 “과거 20년간 공동주택 재고량은 매년 약 4%씩 증가했으며,
적어도 향후 20년간 매년 약 4%가 리모델링 대상으로 진입한다”고 말한다.
그는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노후 공동주택의 적체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될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정부 정책 있나 없나
정부의 리모델링에 대한 접근은 그리 적대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장려책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박사는 “한국에서 리모델링과 관련한 정책과 제도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라면서 “그러나 정부에서 리모델링에 대해 뚜렷한 생각이나 입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
|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장한 어린이 놀이터 사진.김광호 기자
|
|
실제로 정부 관계자들도 리모델링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건설교통부 서명교 주거환경팀장은 이와 관련해
“아파트 재건축에 버금가는 비용이 드는 리모델링은 사회적 자원낭비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특별히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부분 리모델링은 필요하다면 세제나 건축기준 등에서 정책적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리모델링 아파트 값이 뛴다면 현재의 리모델링에 대한 규제를 재건축 규제처럼 강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겠지만 그렇다고 추가 활성화 조치를 취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시군구청의 건축위원회가 리모델링에 대해 일부 건축기준을 완화해주는 것에 대해 “그것은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할 일이며 규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80년대 이후 지은 아파트들이 계속 노후화하고 있는데 이런 노후아파트 적체현상을 해결하는 정부 정책은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선택할 문제”라 말했다.
 |
|
공동주택 리모델링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허가를 받아 시범사업으로 시행된 마포용강 시범아파트 리모델링 평면도. 우측은 리모델링 전, 우측은 리모델링 후
|
|
정부 조치
정부는 2003년 11월 주택법을 개정하면서 주민의 80%만 동의하면 리모델링을 할 수 있게 했다.
또 2005년 9월에는 전용면적의 30%까지 증축을 허용하고 1개 층을 필로티로 할 경우 1개 층을 더 올릴 수 있게 했다.
필로티(pilotis)란 지상층을 일반인의 자유로운 왕래와 자동차의 통행을 위해 개방하는 건축형식이다.
거주나 사무실 공간은 지상을 왕래하는 사람이나 차량의 동선에 방해되지 않는 2층 이상에 설계한다는 개념이다.
정부는 2004년 말 리모델링 아파트 전용면적을 최대 9평까지 늘릴 수 있도록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하지만 리모델링이 활성화되지 않자 1년도 되지 않아 ‘최대 9평’ 규정을 뺐다.
평수에 상관없이 전용면적을 30%까지 늘릴 수 있게 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초 다시 리모델링 허용 아파트 기준을 지은 지 20년 된 아파트에서 15년 된 아파트로 단축했다.
또 계단, 엘리베이터, 1층 로비 라운지 등의 공용부분은 증축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전용면적의 증가가 없는 경우는 현행대로 사용검사 후 10년만 경과해도 리모델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주상복합 아파트의 리모델링 사업시 상가 등 주택 외의 시설 소유자도 조합원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했다.
전에는 아파트 소유주만 조합원으로 인정돼 사업추진 과정에서 상가 주인과 마찰을 빚는 등 문제가 많았다.
지자체 차원의 리모델링 장려책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3월 리모델링이 쉽도록 짓는 신축 및 재건축 아파트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건축조례를 개정했다.
개정된 건축조례는 아파트 신축이나 재건축 때 20∼30년 후 리모델링이 쉽도록 라멘 구조를 채택하고,
디자인을 독특하게 하면 최대 10%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신축아파트들은 벽으로 건물을 지탱하는 내력벽 구조여서 리모델링이 쉽지 않다.
하지만 기둥과 보로 건물을 지탱하는 라멘 구조 아파트로 지으면 리모델링이 쉬워진다.
개정안은 또 이런 구조로 아파트를 지으면 층고도 20%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 평가
전문가들은 정부가 리모델링 장려책을 펴야 한다면서 비용절감 기술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아주대 건축학과 신동우 교수는 “정부의 리모델링 정책에 충분한 유인책이 없다”면서 “리모델링 연구단의 연구가 끝나면
여러 가지 조치를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 말했다.
신 교수는 정부산하기관인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는 노후공동주택 구조 및 설비 성능개선연구단 단장을 맡고 있다.
신 교수는 “경제적 측면에서 세대를 추가할 수 있다면 리모델링 활성화에 경제적 동인이 될 것”이라며
“비용이 하락하지 않는 한 리모델링 활성화가 어려우므로 비용을 크게 절감시킬 수 있는 기술도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모델링이 사회적 자원낭비란 주장에 대해서는 “국가적으로 20~30년 된 아파트를 헐고 다시 짓는 재건축이 자원낭비가
될 수 있다”면서 “리모델링도 자원낭비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건축 비용의 50%만 갖고도
신축 건물 80% 정도의 설비 편의성과 구조 안전성을 가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라 말했다.
윤영선 박사(도시행정)는 “모든 건물이 재건축 쪽으로 갈 수 없으니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활동을
유도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조치를 보면 리모델링이 가능하도록 조금씩 물꼬를 터주는 정도이며,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하라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주민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리모델링을 통해 주택을 개선시킬 수 있다면 집을
100년 정도는 쓸 것”이라 내다봤다.
새 집처럼 짓는다
20~30년 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경우 신축아파트와 비교해 무엇이 다를까. 재건축의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고려하는
주민들이 한 번쯤 가져봤음 직한 의문이다.
리모델링은 신축아파트보다 평면설계 등 여러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건축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구조안전성과 생활편의성 면에서 신축과 리모델링의 격차가 좁혀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
삼성건설 주택사업본부 권혁우 차장은 “리모델링을 하면 새 집이 되고, 평수가 증가하며,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는
세 가지 효과가 있다”면서 “건축기술의 발전으로 기존 건물에 새 건물을 붙여 확장하는 공사가 쉬워지고 내진 강도를
보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
|
60평형대 아파트의 리모델링 샘플하우스
|
|
지하주차장
리모델링에서 가장 큰 문제는 주차장이다. 70~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의 대부분은 주차장이 좁은 게 특징이다.
건축법에 따라 1980년까지는 세대당 0.21대, 1990년까지는 세대당 0.4대가 대부분이었다.
현재 주차난에 허덕이는 주민들은 리모델링 후 주차공간이 대폭 늘기를 원한다.
1980년대 중반 지어진 잠실의 한 아파트는 세대에 따라 전용 주차장이 있는 세대와 없는 세대의 아파트 가격 차이가 1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신축은 지하 몇 층을 내려가도 별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지하주차장을 만들려면 아래로 내려갈수록 비용이 증가한다.
리모델링 공사에서 지하주차장을 만든 경우는 방배동 궁전아파트(쌍용 예가)가 유일하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관계자는 “비용이 들어 그렇지 기술적으론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게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지하주차장 건설비용으로 지하 2층을 팠을 때 기술에 따라 자동차 주차공간 1대당 1천700만 원에서 2천100만 원 정도까지
든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리모델링시 지하 2층까지 주차장을 만드는 게 가장 비용 효율적이라 말한다.
평면설계 기술
요즘 아파트는 방이나 거실이 가능한 한 전면에 배치된다.
거실이나 방 2개가 전면에 배치되면 2-베이(bay), 3개가 배치되면 3-베이다.
과거에는 2-베이가 주류였지만 요즘은 3-베이나 4-베이가 대세다.
또 TV가 안방에서 거실로 이동하는 한편, 닫혀 있던 주방공간이 고급화되고 보조주방의 개념도 생겼다.
거실은 피아노와 그림, 조각 등이 들어서면서 문화공간으로 변했다.
이에 따라 거실은 넓어지고 방은 좁아지는 추세다.
리모델링을 할 경우 대부분 2-베이 상태에서 앞뒤로 평면이 길어지는 형태의 아파트가 만들어진다.
이때 가운데 배치되는 주방에는 빛이 들어오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상태에서 아파트 주거공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리모델링이 충족시킬 수 있을까?
윤영선 박사는 “한계는 있지만 수요가 있으면 디자인도 발전하므로 기술적 측면에서 제약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그는 “리모델링의 관건은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어지간한 아파트를 만드는 것”이라 말했다.
내진 강도 보강
한국에서 건물을 지을 때 의무적으로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를 하도록 법제화된 것은 1989년이다.
이때부터 6층 이상 신축건물은 모두 내진설계를 하도록 했다.
정부는 2000년부터 더욱 강화된 내진설계 규정을 적용, 최근에는 3층 이상 건물은 모두 내진설계가 의무화돼 있다.
따라서 1989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를 리모델링한다면 10분의 1 이상을 증축할 때 반드시 현행 내진 규정을 반영해야 한다.
이 비용이 적지 않다.
단국대 정란(내진공학) 교수는 “리모델링시 내진 보강에 드는 비용은 전체 리모델링 비용을 평당 300만~350만 원으로 볼 때
한 평에 80만 원~100만 원 정도”라면서 “비용이 문제지 기술적으론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건설사의 한 실무자는 “80년대와 그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대부분 설계도면만 있고 구조도면이 없다”면서
“구조도면이 없으면 콘크리트 속에 철근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알 수 없어 내진 강도를 보강할 때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재건축과의 비교
노후아파트 주민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재건축을 할 것인지, 리모델링을 할 것인지 여부다.
재건축의 경우 아파트를 헐고 다시 짓는 것이므로 설계나 증축 등에서 리모델링보다 자유롭지만 규제가 많다는 점이 걸린다.
반면 리모델링은 설계나 증축 면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재건축보다 규제가 적고 평수를 넓힐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의 용적률이 작지만 허용 용적률이 큰 아파트는 재건축이 유리하며,
원래 용적률이 크게 지어진 아파트는 리모델링이 유리하다.
 |
|
각종 규제로 재건축에 따른 이익이 줄어듦녀서 리모델링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
|
제약 조건
우선 아파트 준공연도를 기준으로 재건축할 수 있는 연도를 살펴보자.
서울시는 재건축이 가능한 연도를 공식으로 만들었다.
1982~91년까지 지어진 아파트의 재건축 가능연도=(준공연도-1982)x2+22다.
1982년 이전에 지은 아파트는 2002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하다.
이에 따르면 1986년에 지어진 아파트는 30년 후인 2016년에 재건축이 가능하며, 1991년에 지어진 아파트는
40년 후인 2031년에야 가능하다.
1992년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모두 준공 후 40년이 되면 재건축을 할 수 있다.
반면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 이상 지나면 가능하다.
리모델링은 주택법과 건축법의 적용을 받지만 재건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적용을 받는다
또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조합원 전매 제한이 없고, 해당 시군구청에서 용적률을 완화해줄 수도 있다.
조합 결성도 재건축의 경우 주민동의율이 80%(동별 3분의 2 이상)가 돼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67% 이상이면 가능하다.
단, 리모델링은 실제로 공사에 들어가기 위해 주민 80%의 동의를 얻어 시군구청으로부터 행위허가를 얻어야 한다.
재건축은 건물을 헐고 무한정 세대수를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용적률의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만일 기존 용적률이 현재의 허용 용적률을 초과한다면 세대수가 줄어들 수 있다.
재건축에 대한 정책적 규제는 연면적 증가분에 대해 기반시설부담금을 내야 하며,
공사 후 발생하는 이익의 일정 부분을 ‘초과이익 환수’ 정책에 의해 당국에 헌납해야 하고,
세대수를 늘릴 수 있지만 새로 짓는 가구 수를 중소형 평형 의무비율로 지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 기준을 다 지키면 기존에 중대형 아파트를 보유한 조합원들의 아파트 평수가 줄어들 수 있다.
 |
|
리모델링을 하면 건물을 완전히 허물지않고 첨단의 변화된 주거문화를 수용할 수 있다.
|
|
올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조합원들이 일반 분양분 아파트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반면 리모델링은 세대수를 늘릴 수 없지만 용적률 제한에 관계없이 전용면적의 30%까지 넓힐 수 있다.
재건축을 못하는 극단적인 경우를 살펴보자.
서울 광장동 모 아파트의 경우 일부가 녹지 지역으로 묶여 신축은 4층밖에 못한다.
그런데 현재 12층 아파트가 올라가 있다. 만일 주민들이 이것을 재건축하면 현행 법규에 따라 4층으로 지어야 한다.
층수가 턱없이 줄어드는 것이다. 주민들은 당연히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택할 것이다.
특이한 것은 시공사를 선정할 때 재건축은 사업시행 인가 후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리모델링은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할 때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아파트에서는 리모델링 시공사 입찰자격을 어떤 건설사에 줄 것인지를 둘러싸고 추진위원회와 일부 주민들 간에
갈등을 빚기도 한다.
또 다른 차이점은 건축기준 완화 여부다.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용적률, 건폐율, 건축선, 대지 안 조경, 공개공지 확보, 높이 제한, 일조권 등에서 건축기준의
적용을 해당 시군구청으로부터 융통성 있게 완화받을 수 있다.
비용 대비 효과
리모델링이 사업성을 가지려면 대상 아파트의 리모델링 공사 후 미래가치가 높아야 한다.
리모델링 추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사비. 현재 주택업계에서 내놓고 있는 평당 공사 금액은 300만 원 수준으로
재건축 아파트 공사비와 비슷하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공사비를 주민들이 직접 부담하므로 공사 후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고 말한다.
리모델링 공사비용은 대체로 계약면적을 기준으로 한다.
계약면적 평당 얼마라는 액수가 제시된다.
계약면적이란 전용면적과 지상 공용면적을 더한 ‘분양평형’에, 지하주차장, 놀이방, 노인정 등 편의시설 면적을 세대수로
나눈 ‘세대당 편의시설 면적’을 더한 넓이다.
리모델링 공사비가 재건축 공사비에 비해 싸지 않은 이유는 건물 골조만 빼고 신축과 거의 동일한 개념으로 공사하는 데다,
지하주차장이 없거나 부족한 기존 아파트의 경우 지하주차장 신설을 위한 토목공사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진 강도 보강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
 |
|
리모델링은 아파트의 평수와 편의시설 등을 늘려 아파트 가치를 높이고 수명도 연장시킬 수 있다.
|
|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 유리한 아파트는 전용 비율보다 공용 비율이 높은 아파트다.
공용면적을 전용면적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계단식 아파트에 비해 복도식 아파트는 공용부분의 면적이 넓다.
이런 아파트는 복도와 발코니가 전용면적으로 편입될 수 있다.
만일 용적률 증가가 여유 있는 중.저층 아파트라면 당연히 재건축이 유리하다.
그러나 재건축은 주로 수도권 지역에서 올해 9월부터 일반 분양분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받게 되고,
소형주택 및 임대주택 공급이 의무화돼 있어 개발이익이 과거보다 감소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이 유리한 아파트들 중에서도 일단 차선책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한 뒤 추후 재건축 규제가 완화됐을 때
재건축으로 돌아가려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입지조건이다.
리모델링이든 재건축이든 공사 후 이익을 남기거나 재산 가치를 늘릴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삼성건설의 권혁우 차장은 “서울시내 모든 아파트가 다 리모델링 사업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비용만큼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경우 주민들 입장에서는 리모델링을 추진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 말했다.
문제점
정부는 주택법 등의 개정을 통해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의 틀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 제도 운영의 절차와 기준은 아직 미비하다.
이런 이유로 리모델링은 수주 이후 실제 인허가를 받고 착공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낳는다.
정부는 리모델링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절차와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관련 제도 개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건축기준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신축이나 재건축은 강화된 기준을 따를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적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곧 리모델링협회와 업계의 건의사항을 모아 법적.제도적 문제점을 검토할 것”이라 말한다.
 |
|
리모델링 시장이 떠오를 전망이다. 아예 헐고 새로 짓는 재건축은 사회적 낭비란 지적도 리모델링의 인기를 부추기는 데 한몫 한다.
|
|
조세.금융 지원
리모델링의 대표적 자금 세 가지는 이주비(전세), 시공비, 관리유지 운영비다.
이 자금은 주민들 스스로 마련해야 하므로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추진의 가장 큰 문제가 자금이라 말한다.
일각에서는 국민주택기금을 리모델링 쪽에 융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지난 10년 간 수도권 지역의 주택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적정 가격으로 주택공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주택기금을
신축주택 쪽으로 많이 사용하다보니 리모델링 쪽으로 자금을 활용할 여지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노후아파트 적체현상에 대비하려면 국민주택기금 융자 등으로 리모델링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또 대부분의 리모델링 사업자금이 민간금융을 통해 동원되는 현실을 감안해 현재 일률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리모델링의 경우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리모델링에 대한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살고 있지 않은데 왜 재산세를 내느냐”고
항변한다. 또 등록세는 증축된 부분에 대해 내는 것이 맞지만 취득세는 현재 일괄적으로 전체 공사비의 몇 %로 정해 받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취득세도 증축된 부분에 대해서만 내야 한다는 것이다.
증축
리모델링의 경우 세대수 증가를 위한 수직.수평 증축을 불허한다.
단, 세대수 증가를 동반하지 않으면서 지상층에 필로티 구조를 설치하는 경우 최상층에 수직 증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앞으로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세대수를 유지하는 한도에서 수직 또는 수평 증축의 범위를 확대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대영 편집위원 | kdy@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