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에너지 위기설
현실화되는 전력난
남미 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볼리비아의 생산계획이 차질을 빚을 경우 남미 주요 국가들에
심각한 에너지 위기가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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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 3개국 국경에 걸쳐 있는 세계 최대의 이타이푸 수력발전소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모습.
그러나 최근에는 계속된 가뭄으로 댐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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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
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주요 국가들이 전력 및 천연가스 공급 부족에 따른 에너지 위기설로 고심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2008~2009년 중 심각한 전력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가 하면, 이웃 아르헨티나에서는
전력 부족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갓 출범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볼리비아산 천연가스 생산감소 전망도 위기 상황을 가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브라질
이미 지난 2001년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경험한 바 있는 브라질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까지 나서서 “전력을 포함한
에너지 위기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빠르면 2008~2009년, 늦어도 2010~2012년 사이 전력난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브라질의 전력수급 현황을 살펴보면 위기설의 단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브라질은 국내 소비전력의 70.83%를 수력발전소에 의존하고 있다.
이어 천연가스 10.45%, 수입분 7.53%, 석유 4.04%, 바이오매스 3.76%, 원자력 1.85%, 석탄 1.3%, 풍력0.23% 등이다.
한 마디로 비가 충분히 내려주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전력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브라질은 지금 70여 년 만의 최대 가뭄을 거치고 있다.
여름철 우기에 접어들었지만 수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 비가 내리지 않아 댐의 수위가 바닥을 드러낼 실정이다.
남동부 지역 댐의 저수량은 50% 가까이 줄어 최저 한계치를 위협하고 있다.
남동부 및 중서부 지역 강우량은 평균 53%, 북동부 지역은 50% 정도 감소했다.
북부 지역은 64%가 줄어들어 최근 수십 년 사이 가장 건조한 시기를 거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화력발전소를 풀가동하고 있지만 화력발전소의 터빈을 돌리는 데 필요한 천연가스 부족으로 실제 전력생산량은
전체능력 1만2천MW의 절반도 안 되는 4천500MW에 머물고 있다.
하루 평균 전력소비량이 5만2천MW란 사실을 감안하면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브라질 정부는 우기가 4월까지 계속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1개월 정도만 비가 충분히 내리면 전력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설명하고 있으나 전력 공급체계가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상황이 해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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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전력 부족 사태는 갓 출범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에 압박으로 작용한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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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계속된 무더위로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중심으로 한 대도시 지역에서 전력소비량이 급증하면서 전력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500만 가구에 전력공급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거나 일시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잇단 정전사고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의 전력수급 체계는 수력발전 36.6%, 열병합 56.6%, 원자력 6.2%, 브라질로부터의 수입분 0.6%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뭄과 천연가스 부족으로 이중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는 서머 타임의 부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2007년 12월 21일, 지난 2004년 이후 중단된
에너지 분야 투자확대와 석유 및 천연가스, 전력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효율적 공급 및 절약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오는 3월 30일까지 서머 타임을 부활한다고 발표했다.
아르헨티나의 서머 타임은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 시절이던 지난 1993년 중단됐다.
그러나 2003년부터 아르헨티나 경제를 서서히 압박해온 에너지 위기가 지난해를 고비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14년 만에 되살아난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겨울철인 지난해 5월말부터 8월 중순 사이 강추위에 따른 전력소비량 급증과 볼리비아산 천연가스 공급 축소 등으로
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겪었다.
이 기간 400여 개 생산시설이 1주일 이상 조업 중단에 들어갔으며, 5천여 개 공장이 생산에 큰 차질을 빚으면서 산업생산성이
크게 약화됐다.
크리스티나 정부는 서머 타임 부활과 함께 공공기관 건물에서 사용되는 전구를 전력소비량이 적은 제품으로 교체하고,
기온 24도 이하에서 에어컨 작동을 금지시키는 한편, 컴퓨터 및 관련 기기에 대한 야간 전력공급을 차단했다.
민간 부문에 대해서도 전구와 가전제품을 절전형으로 교체토록 권장하고, 이들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 위해 생산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매장과 옥외 광고판의 조명도를 낮추는 조치도 실시할 예정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1월 9일 첫 국정연설을 통해 전력위기론의 실체를 인정하고 소규모 열병합발전소 건설, 아르헨티나.
브라질 국경 우루과이 강에 대한 대규모 수력발전소 건설, 베네수엘라와의 2억 달러 규모 천연가스 생산시설 건설 등을 발표했다.
아르헨티나의 전력난은 지난 2003년부터 기록하고 있는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성장률 8~9%대 유지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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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정유공장. 볼리비아는 에너지 산업 국유화 후 다국적 에너지 기업과 신규투자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질적인
생산확대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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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볼리비아의 천연가스 생산량 및 수출량 감소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에너지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볼리비아는 2006년 5월 에너지 산업 국유화를 선언한 이후 다국적 기업의 투자가 대부분 중단되면서 천연가스 생산량이
줄어들었으며, 이로 인해 볼리비아산 천연가스의 대 브라질.아르헨티나 수출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볼리비아 정부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대한 천연가스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해 수출량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볼리비아의 하루 평균 천연가스 생산량은 4천200만m3 정도다. 볼리비아는 이 가운데 600만m3를 내수시장에 공급하고
브라질에 2천800만~3천100만m3, 아르헨티나에 400만~700만m3를 수출할 방침이다.
볼리비아 정부는 에너지 산업 국유화 선언 이후 처음으로 최근 자국에 진출해 있는 12개 다국적 에너지 기업과 15억 달러에
달하는 신규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신규투자가 생산확대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볼리비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하려는 브라질과 오는 2010년까지 천연가스 수입량을 2천770만m3로 늘리려는 아르헨티나로선
난감한 입장이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남미 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볼리비아의 생산계획이 차질을 빚을 경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물론, 아르헨티나를 통해 볼리비아산 천연가스를 간접 수입하는 칠레에도 에너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다.
김재순 브라질 특파원 |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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