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하는 '중화'
중국 개혁·개방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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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선 지 30주년이 되는 해.
그간 중국은 말 그대로 천지개벽의 변화를 겪었다.
개혁.개방 30주년 기념행사는 베이징 올림픽이라 할 수 있다.
베이징 올림픽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함께 중국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행사가 될 전망이다.
중국이 30년간 이룩한 성과와 의미, 미래를 조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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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을 거치며 중국은 천지개벽을 했다.
세계 언론이 보는 올해 국제정치의 화두는 단연 중국의 대국으로서의 발돋움이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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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으로 발돋움
‘중국인과 개는 출입금지’란 홍콩 빅토리아 공원 앞 팻말이 ‘중국인 출입금지’로 바뀌었다.
1840년과 1860년 제1, 2차 아편전쟁 이후 영국의 통치를 받던 홍콩과 조차지 상하이에서 약 100년간 중국인들이 그야말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던 단적인 상징이다.
중국인들은 서구세력에 의한 반식민통치 아래 자국 땅 안에서조차 공원에도 출입할 수 없을 정도로 굴욕과 수모를 겪었다.
세계문명 중심국이란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으며, 잠자는 호랑이가 아니라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는 좌절감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중국을 이렇게 보는 사람이 있고, 중국인들이 이에 좌절하고 있을까?
단연코 아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중국은 천지개벽했다. 세계 언론이 보는 올해 국제정치의 화두는 단연 중국의 대국으로서의 발돋움이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최근 “2008년은 중국 슈퍼파워 등극의 해”라고 보도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작년 12월 22일 자에서 중국이 개혁개방을 30년간 추진하면서 이룩한 성취를 단계별로 애정
어린 눈으로 회고했다. 다른 나라 언론매체들의 논조도 대부분 비슷했다.
중국인 스스로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후진타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작년 10월 15일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전대) 개막식에서 행한 정치보고서에서
중국의 위대한 중화 부흥의 꿈의 실현을 선언했다.
안으로 갈무리해 왔던 꿈이 국력신장에 힘입어 밖으로 표출된 것이다.
중화 부흥과 대국에의 꿈은 중국 국영방송국 CCTV가 지난 2006년 방영한 대형 다큐멘터리 ‘대국이 일어서다’와 뒤이어
작년 10월 방영된 ‘부흥의 길’에서도 엿보였다.
중국의 대국과 중화 부흥의 꿈은 어떻게 해서 가능해진 것인가?
마오쩌둥 주석이 지난 1949년 10월 1일 베이징에 입성, 톈안먼 성루에서 “중국인이여 일어나라”고 외치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언, 내전에 시달리던 대륙을 통일했지만 대국에의 꿈은 여전히 아득하기만 했다.
가난과 기아에 시달리던 중국을 구원해 오늘날의 중국을 만든 원동력은 개혁개방에서 나왔다고 단언할 수 있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이 1978년 12월 개최된 제11기 3중전회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선언한 후 중국 경제는 연간 10%이상의
고속 성장으로 질주한 결과 오늘의 중국을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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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금 선물(先物)거래 개시일을 맞아 금으로 만들어진 고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의 흉상이 베이징의 한 백화점에
판매용으로 전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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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치외교 위상 강화
중국은 작년 12월 미국 함모 키티호크호의 홍콩 입항을 거부하며 미국에 당당하게 맞서는가 하면,
달라이 라마를 접견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보복성 압박을 가해 독일 내에서 메르켈 총리에 대한 비판론이 일 정도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냉랭했던 일본과 인도에 대해선 관계회복에 적극 나서는 등 다양한 대국적 외교를 펼치고 있다.
북핵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이란 핵, 미얀마 사태, 수단 다르푸르 사태 등 국제적 현안에도 개입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패권 퇴조 조짐을 놀치지 않고 틈을 파고드는 기민함도 보이고 있다.
세계 3위 경제 대국
중국은 지난 30년간 개혁개방을 추진해온 결과 낙후된 농촌사회에서 현대적인 상공업 사회로 탈바꿈했다.
개혁개방을 시작한 1978년 379위안(1만1천300원)에 불과하던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2006년 2천 달러로 약 40배 증가했다.
1978년 당시 대외무역액이 206억4천만 달러에 불과하던 중국은 2007년 경제규모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중국은 1조4천억 달러에 달한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국부펀드를 설립한 후 미국의 2대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지분 9.9%를 확보할 정도로 해외자산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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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은 중국 슈퍼파워 등극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중국 선양에서 열린 얼음 눈 축제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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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중국은 2003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린 후 2007년 달 탐사선을 달에 보냈고 올해는 우주 유영에도
나설 계획이다.
중국은 우주기술 외에 미사일, 전투기, 군함 제조능력 등 많은 분야에서 세계 수준급의 과학기술력을 갖고 있다.
중국은 올해 이렇게 막강해진 국력을 대내외에 과시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8월 개막하는 올림픽이다. 중국은 올림픽 준비에 무려 400억 달러를 투입했다.
중국은 이 기회에 선진국 문턱에 도달한 과학기술, 환경개선 노력과 그 결과, 5천 년 문화의 진수를 전 세계인에게 보여주며
대국으로 우뚝 일어서고 있는 중국의 위상을 과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위대한 중화 부흥의 서곡은 이미 울렸지만 성공적으로 끝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국내외의 시각이 엄존한다.
이제 막 현대화의 길에 들어선 중국이 지역.도농.계층간 빈부격차, 부정부패 근절, 인권강화, 정치 민주화 등 숱한 장애와 도전을
극복하고 진정한 슈퍼 파워로 우뚝 설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패권 잡는다
“미국이 황홀한 빛을 잃어가며 저물어 가는 석양이라면 중국은 찬란한 빛을 발휘하며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입니다.”
중국을 방문하는 세계 각국 정치인이나 학자들은 물론 국제정치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조차 중국에서 받은 느낌을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털어놓는 말이다.
‘죽의 장막’에 갇혀있던 중국이 30년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위협론이란 말을 만들어내며 미국을 성가시게 하는 것을 보면
정말 괄목상대할 만한 변화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멀지 않은 미래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을 거머쥘 날이 올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21일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전대)에서 중국이 세계 중심무대에 위대하게
복귀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 5년은 개혁개방에서 중대한 진전을 이룩했으며, 우리나라의 종합 국력이 대폭 증강되고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이 크게
올라간 5년”이라 평가했다.
과거 세계사의 한 축을 주름잡아 온 초강대국 중국을 그리워하는 중국 인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후진타오 주석의 당시 발언에
정말 눈물을 글썽거릴 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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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시주민의 삶이 훨씬 윤택해졌으나 도시빈민층의 소득은 높은 식료품값 및 주택비로 인해 크게 고달퍼졌다.
베이징 거리의 나무 사이에서 잠을 자고 있는 노숙자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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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 1840년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후 160여 년간 서구 제국에 칼자루를 넘겨주고 세계사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굴욕과
수모의 역사를 겪었다.
공산화된 중국이 국제사회에 복귀하는 계기가 된 것은 1978년 개혁개방이다.
중국은 냉전 무드와 함께 1978년 일본, 1979년에는 미국과 각각 국교를 수립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세계사적으로 볼 때 자본주의 체제로의 재편입을 의미했다.
그러나 지역적으로 볼 때는 아시아 이웃 나라들과 멀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은 개혁개방과 동시에 현대화의 꿈을 한발 앞서 실현한 일본을 비롯해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화교 자본과
경제적 연대를 구축했다.
중국 지도부는 이와 함께 제3세계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 등 아시아 자본주의 국가들의 국가주의적 경제개발
모델과 경험에 비상한 관심을 가졌다.
특히 한국은 군부 독재정권이 경제개발을 통해 장기집권에 성공한 사례였을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중국과 상당히 동질성을
갖고 있는 나라였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한국형 경제개발 모델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경제 기초를
세우기 위한 모델로 삼았다.
중양성 중국 광둥성 상무 부성장은 지난 2003년 10월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중국 경제발전의 모델”이라 말했다.
중 부성장은 “1960년대 한국과 가나를 비교해 봤더니 발전 수준이 비슷했다”면서 “그러나 30년 이후 한국은 신흥공업국으로 발전했고
가나는 농업국가로 머물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해 자강불식하는 정신이 있으며, 최선을 다하고 생존하려는 정신이 있다”면서
“중국 경제발전을 위해 한국인들의 이 같은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제 한국에서 배울 것은 다 배웠다.
후진타오 주석은 “세계와 미래를 지향하는 중국은 이제 거인처럼 세계의 동방에 서게 됐다”고 선언했다.
이제 아시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배우고 극복해야 할 상대는 일본이다.
일본의 최첨단 기술과 자본을 수입하고 마지막으로 미국을 따라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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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항저우를 연결하는 길이 170km의 자기부상열차.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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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 1월초 올해 8대 과제를 선정했다.
이 중 외교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후진타오 주석의 4월 일본 방문을 꼽았다.
그렇다면 중국이 일본에 적극 다가서는 배경은 무엇일까.
일본은 근대 자본주의 체제가 성립하기 전 동아시아에 형성된 중국 중심의 조공무역 체제와 해상무역이 아시아적 자본주의
발전의 기초가 됐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서구 중심의 아시아 질서를 극복하고 중국과 동방 국가들간 교류의 역사를 복원함으로써 중국의 정체성을 찾아
미국과 맞서고 싶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30년을 맞으면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을 잡기 위한 힘찬 도약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이 미국에 도전장을 던지는 사태가 올 것에 대비해야 할지 모른다.
중국은 지금까지 국가목표인 경제발전을 무사히 달성하기 위해 세계평화를 대외정책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나면 국제문제에 목소리를 키워 나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현상 유지와 남북한에 대한 등거리 외교라고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대한반도 정책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한국은 경제난 극복과 남북통일을 동시에 풀어가는 한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중외교를 강화하고
재중국 교민이나 기업 지원에도 발 벗고 나서는 등 적극적인 외교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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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빌딩으로 가득찬 중국의 개발 1번지 선전 특구 도심 전경 사진.정주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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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경제대국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행하는 ‘인민생활지’는 지난해 말 개혁개방 이래 베이징 주민들의 생활상 변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직후인 1979년 베이징 주민의 연간 외식비용은 10위안(1천200원) 남짓했으나 2006년 조사에서는
1천320위안으로 27년간 130배 늘었다고 이 잡지는 소개했다.
1978년 베이징의 1인당 의류비는 50위안에서 1997년 760위안으로, 2006년에는 1천442위안으로 늘었고 100가구당 컬러TV 보유는
1981년에 겨우 1.7대였으나 2006년에는 155.3대로 늘었다.
중국이 이제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원바오(빈곤 해소) 사회를 지나 샤오캉(비교적 잘 사는 수준) 사회로 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다.
사회주의 초급단계의 이상사회를 일컫는 샤오캉 사회는 1인당 국민소득 5천 달러에, 모든 국민이 비교적 안정되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는 단계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 초기인 1978년에 오는 2000년까지 빈곤해소 단계인 원바오 사회를 이룩하고 2020년까지 샤오캉 사회를,
2050년까지 이상적 복지사회인 대동사회를 이루겠다는 3단계 발전목표를 제시했었다.
인민들이 동경해마지 않는 생활용품도 30년을 흘러오면서 변천을 겪었다.
개혁개방 당시 자전거와 손목시계, 선풍기, 재봉틀 등 기초적인 생활용품이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나 1990년대는 컬러TV, 세탁기,
냉장고로 바뀌었고 지금은 자동차와 고급아파트, 해외 여행상품 정도는 돼야 눈길을 끌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개혁개방은 중국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1978년 안후이성 펑양현의 샤오강촌은 3개를 의지해야 하는 이른바 ‘싼카오촌’이었다.
먹는 것은 국가의 식량반출에 의지해야 하고, 쓸 돈은 빈민들에 대한 지원, 생산은 대출에 의존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궁벽에 찌든 이곳에 농업생산 청부제를 의미하는 ‘대포간’이 시행되면서 환골탈태했다.
대포간은 농가들이 정부와 계약을 맺고 생산량의 일부를 정부의 수매에 응한 뒤 나머지는 시장에서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대포간은 단순히 새로운 제도의 도입일 수 있지만 중국 당시 상황에서는 혁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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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의 도심에 내걸린 덩샤오핑의 대형 초상화는 ‘당의 기본노선을 100년간 흔들림 없이 견지하자’는 남순강화 발언을 담고 있다.
사진.정주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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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은 청부제를 자본주의로의 복귀 내지는 우경화로 치부했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공산주의가 중국을 위한 올바른 길이지만 중국적 특색을 지난 공산주의여야 한다고 믿었으며,
자본주의는 중국이 택할 길은 아니지만 자본주의의 좋은 요소들은 중국사회를 개선하는 데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본주의의 이윤 동기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오쩌둥의 혁명은 지주들로부터 땅을 빼앗아 인민들에게 돌려줬지만 결국에는 인민공사란 이름으로 다시 회수했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청부제를 통해 농민들에게 토지를 되돌려줬고 인민공사를 해체했다.
덩샤오핑은 1978년 12월 개혁개방 노선을 선언했다.
중국이 계급투쟁에서 경제건설로, 정체에서 개혁으로, 봉건에서 개방으로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개혁개방 선언을 계기로 중국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뤘다.
개혁개방을 시작한 1978년 379위안에 불과하던 1인당 GDP는 2006년 2천 달러로 약 40배 증가했다.
1978년 당시 중국의 대외무역액은 206억4천만 달러였고 도시화율은 10.6%에 그쳤다.
또 빈곤층이 3억 명이나 됐다. 전형적으로 낙후된 농업국가였다.
그러던 중국이 2006년에는 경제규모가 세계 4위로, 지난해 기준으로는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을 바라보는 상황이 됐다.
외환보유고는 1조4천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국제자본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향력을 키웠다.
덩샤오핑은 청부제 시행을 통해 자본주의 이윤 동기를 도입,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찮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후안강은 중국에는 농민, 농촌, 농업 등 ‘3농 문제’뿐 아니라 ‘농민공(農民工)’이 포함된 ‘4농 문제’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농촌에 호적을 두고 있지만 일을 하기 위해 도시로 이주한 농민공에서 개혁개방 이래 확대되고 있는 빈부격차 문제가 압축돼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국 농촌인구 가운데 1년에 3개월 이상 도시로 이주해 노동에 종사하는 농민공은 전체
중국 인구의 15%에 달하는 2억 명을 넘어섰다.
농촌의 잉여노동력을 1억2천만~1억3천만 명으로 추산할 경우 이들의 농민공 전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통해 당시 절대다수였던 농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후진타오의 4세대 지도부에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무거운 숙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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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올해 치러질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막강해진 국력을 대내외에 과시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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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1번지 선전특구
중국 개발의 1번지인 선전 국제무역센터에는 ‘덩궁팅’이라는 칸막이 방이 있다.
1992년 1월 20일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이 ‘남순강화(南巡講話)’라 불리는 역사적 행사를 치른 곳이다.
개혁개방의 현장을 시찰하기 위해 8년 만에 선전에 내려온 덩샤오핑은 3일마다 한 층씩을 건립한 기록으로 선전의 속도를
상징하는 이곳 국제무역센터 49층의 리볼빙 레스토랑에 들러 선전 시내를 내려다보며 감회에 젖는다.
광둥성과 선전시 간부들에게 둘러싸인 덩샤오핑은 선전시 개발계획도 앞에서 개혁개방 노선의 가속화를 확인하며 당나라 시인
잠삼의 시구를 인용, ‘동방풍래만안춘(東方風來滿眼春)’을 읊었다.
그는 1989년 톈안먼 사태로 불안에 떠는 외국인 투자자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 경제를 발전시키지 않고
인민들의 생활을 개선하지 않으면 오직 죽음으로 가는 길뿐이다.
이런 기본노선은 흔들림 없이 100년 동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덩샤오핑의 강화 장면이 찍힌 대형 사진이 걸려 있는 덩궁팅은 지금도 여전히 리볼빙 레스토랑의 VIP룸으로 관광객과
손님들을 맞고 있다.
안내원 구리메이는 “덩샤오핑 동지가 이곳을 다녀간 후 선전의 발전이 훨씬 빨라지고 순조로워졌다”며 “현재 중국의 발전된 모습은
순전히 덩샤오핑 덕분”이라 말했다.
덩궁팅 외에도 선전 롄화산 공원의 덩샤오핑 동상이나 선난다다오(深南大道)의 덩샤오핑 화상엔 지금도 개혁개방의 과거를 보러온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 개혁개방의 성지 순례 코스에서 만난 중국인들에게선 덩샤오핑에 대한 존경과 감사함이 얼굴에 그대로 묻어난다.
선전은 그야말로 덩샤오핑의 도시다.
선전의 한자음을 한국인 대부분이 ‘심천’이라고 잘못 읽을 정도로 선전은 30년 전만 해도 외국인들에게 낯설고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다.
깊을 ‘심(深)’, 논두렁 ‘수(土+川)’가 뜻하듯 선전은 당시 바오안현으로 논과 밭, 양식장, 오솔길, 낮은 가옥 등이 자리 잡은 채
특구 설립 초기 객가인(客家人) 중심의 3만 명 인구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선전 전체의 은행 예치금도 800만 위안(10억 원), 기업 매출도 2천만 위안에 불과할 정도로 궁벽했다.
그러나 선전은 경제특구 1호로 지정된 이후 28년 만에 1천만 명의 인구에 고층 건물로 가득 채워진 현대화 도시로 변모했다.
선전 원주민으로 현재 국유 투자기업 주임인 탕원뱌오(47)는 “특구 설립 전에는 광저우로 물건을 사러 가야 할 정도로
가난한 곳이었다”며 “농부로 살아갈 작정이었는데 선전이 이런 대도시가 되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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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기아에 시달리던 중국을 구원해 오늘날의 중국을 만든 원동력은 개혁.개방에서 나왔다.
사진은 허페이와 난징간 고속 여객열차용 철도를 부설중인 노동자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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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은 1978년 중국 공산당 11기 3중전회에서 ‘사회주의를 핵심으로 하되 경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두 체제를 병행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덩샤오핑이 이어 1979년 광둥성 간부들에게 처음으로 경제특구 창설을 제안한 이후 선전은 1980년 8월 26일 ‘광둥성 경제특별구역
조례’를 통해 경제특구 1호로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실험장이 됐다.
지난 27년간 선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8%에 달한다.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폭발적 성장이었다.
2006년 선전 시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8천619달러로 전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가 된 것으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에
보답했다.
현재 선전은 1달러짜리 속옷에서부터 첨단 바이오 신약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국의 공장’이면서
상하이와 함께 증권거래소를 두고 있는 금융 중심지이기도 하다.
외국은행 밀집도도 중국 내에서 가장 높아 은행 예치금만 1천억 위안(12조5천억 원)에 이르며, 물동량이 매년 40%씩 늘어나
세계 4대 항만도시로 우뚝 섰다. 인도, 동남아, 중동에서 ‘선전의 기적’을 견학하러 오는 사람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선전은 특히 개혁개방이 중국이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지름길임을 그대로 보여줬다.
선전의 개혁개방 실험은 이제 동남 연해안으로 확대되고 내륙으로까지 전수되고 있다.
선전은 외자유치와 해외진출의 창구이자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험대로서 모델의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인접한 홍콩의
번영과 안정, 대륙과의 융합을 이끄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성장세가 폭발적인 만큼 부작용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점은 선전으로선 고민되는 대목이다.
20년 후면 성장을 멈추고 쇠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선전에 이어 1990년대 중국 나머지 도시들이 개방됨으로써 그동안 홀로 누렸던 특수가 이제는 불투명해졌고 선전의 매력과 경쟁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인구폭증에 토지는 부족하고, 에너지와 수자원 결핍도 심각하며 환경 수용도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선전시 측도
자인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소모가 심하고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업종과 노동집약적 업종에서 벗어나 선전의 산업구조를 환경친화적 첨단업종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정책으로 값싼 인건비에 의존한 공장 유치도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선전의 마지막 경제우대 정책이었던 기업소득세 특혜조치를 폐지하는 새로운 세법이 통과된 점은 선전이 더 이상 외자유치에
의존한 경제성장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도 그럴 것이 선전시 1천953km2의 전체면적 가운데 가용 토지는 760km2밖에 안 되고 현재 남은 200km2도 매년 10km2씩 줄어드는
추세여서 이대로 간다면 20년 후에는 가용 토지가 완전히 없어지게 된다.
게다가 선전의 1인당 수자원이 광둥성 전체의 6분의 1밖에 안될 정도로 수자원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은 선전이 성장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난 새로운 개혁이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궈완다 선전종합개발연구원 부원장은 “전력난을 비롯해 선전을 국제도시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며
“선전은 토지나 교통 인프라, 변화를 위한 사회적 통제가 부재하기 때문에 심각한 과도기 현상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궈 부원장은 특히 선전시 간부들이 과거 개혁개방 정책의 낙후된 룰을 따르는 데만 익숙하며 새로운 해결방법을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 경제성장의 기관차였던 선전이 겪고 있는 최근의 모습은 앞으로 중국이 국가적으로 직면할 수 있는 문제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도 개혁개방 정책의 일신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조성대 베이징 특파원 | sdcho@yna.co.kr
권영석 베이징 특파원 | yskwon@yna.co.kr
진병태 상하이 특파원 | jbt@yna.co.kr
정주호 홍콩 특파원 |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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