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펀드
증시 회복 동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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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투자 문화의 확산과 함께 주식형펀드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증시 고공행진을 이끌었다.
하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글로벌 증시를 강타하자 자금 유입세가 꺾이면서 증시 회복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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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가는 펀드 열풍
국내외 증시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뜨겁게 달아올랐던 펀드 열풍이 식고 있다.
연초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자금 유입세가 지속되면서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주식형펀드도 최근 힘이
빠진 모습이다.
간접투자 문화의 확산과 함께 주식형펀드 가입자가 최근 수년 간 급격히 증가하면서 주식형펀드는 지난해까지 증시 고공행진을
이끄는 엔진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충격이 글로벌 증시를 강타하자 자금 유입세가 꺾이면서 증시 회복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최근 진정되는 듯했던 미국발 금융불안이 다시 악화된 가운데 코스피지수가 급락하면서 국내와 해외 주식형펀드
모두 자금유입 강도가 눈에 띄게 약화됐다.
증시의 회복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주가 하락시 저가매수성 자금이 주식형펀드로 몰리던 현상이 사라지고,
대신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한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형펀드로 쏠리면서 단기 부동화되는 현상을 낳고 있다.
이제 막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국내 펀드시장의 장기적인 성장 전망이 유효하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의
불확실성이 걷히고 증시 회복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 전까지 펀드시장도 정체, 또는 성장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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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회복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주가 하락시 저가매수성 자금이 주식형펀드로 몰리던 현상이 사라지고
단기 부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최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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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유입 정체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는 3월 13일 기준 6거래일 연속 자금 순유입세를 지속했다.
그러나 순유입액은 170억 원으로 크게 줄었으며 해외 주식형펀드는 120억 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및 해외펀드를 합친 주식형펀드 전체로는 50억 원의 순유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현재 133조 원으로 올 들어 16조7천억 원(14.4%)이 늘어났다.
이 중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76조1천억 원으로 9조7천억 원(14.6%), 해외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56조9천억 원으로 7조 원(14.1%)
각각 증가했다.
그 사이 국내외 증시가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외형상 높은 성장세를 유지한 것처럼 보이지만 펀드 결산에 따른 재투자액을
감안하면 실제 자금유입액은 이보다 훨씬 적다.
올 들어 주식형펀드의 재투자액은 국내 주식형 5조5천억 원, 해외 주식형 5조1천억 원 등 모두 10조6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주식형펀드 설정액 증가분(16조7천억 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를 제외한 실제 유입 자금은 국내 주식형 4조2천억 원,
해외 주식형 1조9천억 원을 합쳐 총 6조1억 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자산운용협회가 최근 집계한 1월 적립식펀드 자금 동향을 토대로 추정해 보면 이 같은 실제 유입액 중 절반 이상은
매월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적립식펀드 자금인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연초 이후 지속되고 있는 증시 급락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저가매수 등 전략적인 판단에 의해 주식형펀드에 투자한
신규 자금은 2조~3조 원 수준인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정체, 또는 하락
주식형펀드가 지난해 국내외 주식시장의 활황과 적립식펀드의 확대, 해외 주식형펀드 양도차익 비과세 조치 등에 힘입어 설정액
기준 150% 이상의 성장세를 나타냈던 데 비하면 올 들어선 거의 정체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는 71%, 해외 주식형펀드는 549%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올 들어 나타나고 있는 주식형펀드의 정체는 무엇보다 국내외를 불문한 주가 급락으로 펀드 수익률이 크게 악화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15% 하락한 가운데 국내 주식형펀드는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10.5%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중국펀드와 인도펀드의 수익률이 -20% 이하로 악화되면서 해외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15.4%를 나타내고 있다.
연초 시장전문가들은 해외 주식형펀드 비과세 등 특수가 있었던 지난해 수준에는 못 미쳐도 국내 및 해외 주식형펀드가 올해
30~40% 수준의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증시와 펀드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전망은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는 주식형펀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주가가 오르고, 이로 인해 펀드 수익률이 상승하면 펀드 자금이 다시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으며 중간 중간 주가가 하락 조정을 받을 때도 오히려 저가 매수성 자금이 주식형펀드로 몰리면서 낙폭을
제한하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주가 하락에 따른 수익률 악화와 함께 주식형펀드의 매수 기반이 크게 약화된 상태여서 투신을 비롯한 국내 기관에
버팀목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13조 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가운데 투신권에서는 1조2천억 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주식형펀드로 집중됐던 투자자금이 올 들어선 MMF와 채권형펀드로 몰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MMF 설정액은 현재 63조1천억 원으로 올 들어 16조4천억 원(35.0%) 늘어났으며 채권형펀드도 2조 원(4.9%)의 설정액 증가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증시 불안이 지속되면서 마땅한 대체 투자수단을 찾지 못한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증시가 반등할 경우 대기자금 성격이 강한 MMF 자금이 다시 주식형펀드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지만 신정부 출범과 함께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경우 오히려 자금이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는 자금이 펀드와 주식으로 몰리면서 MMF 설정액이 1년 새 10조4천억 원(18.2%) 감소했으며, 채권형펀드는
3조4천억 원(7.0%)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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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하강 국면에 진입했다.
사진은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주택가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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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회귀에 시간 필요
국내 펀드시장은 지난해 말 현재 전체 펀드 계좌 수가 2천350만 개를 기록하며 1가구 1펀드 시대를 열었다.
선진국형 저금리와 고령화 사회 진입을 배경으로 전통적인 자산축적(재테크) 수단인 은행 예금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자산관리의
패러다임이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바뀐 데 따른 결과다.
지난해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펀드 열풍은 증시의 조정 분위기 속에 잦아들고 있지만 국내 펀드시장이 미국 등 선진국처럼
발전해갈 것이란 장기적인 성장 전망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 있다.
최근 주가 하락폭이나 펀드 수익률의 단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과거 유사한 상황에서 발생했던 펀드런(펀드 대량환매) 사태가
재연되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국내 펀드시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식형펀드가 증시 회복의 동력을 제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재유입을 위해선 증시의 본격적인 반등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미국발 금융위기의 불확실성이 걷히고
증시의 대세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이 믿음이 되살아나야 한다는 분석이다.
권정현 굿모닝신한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적립식 자금 유입은 유지되고 있으나 거치식 자금은 크게 줄었다.
펀드로 자금이 다시 들어오려면 먼저 증시의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MMF 등 부동자금이 빠르게 늘고 있어 시장의 방향이 어느 정도 결정된다면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재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남수 삼성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펀드 투자가 보편화됐다 해도 무작정 돈이 들어올 수 없으며,
펀드 자금은 증시 움직임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선 전반적인 관망 분위기 속에 증시가 박스권의 고점에 도달하면
펀드 투자 비중을 줄인 뒤 저가매수의 기회를 노리는 등 펀드 투자가 시황 변화에 연동해 단기화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펀드 시장의 성장 추세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해도 증시 조정 폭이 예상보다 컸던 것을 감안할 때 펀드 자금이 다시 선순환 구조로
복귀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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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해외펀드 비과세 방침에 따라 시중은행이 신규 해외펀드를 속속 출시한 가운데,
모 은행에서 신규 해외펀드 상품을 안내받는 고객들 사진.도광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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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인기 펀드 ‘도미노’ 추락
주식형펀드의 열기가 최근 급격히 냉각한 데는 작년까지 대박의 기대를 낳으며 자금몰이를 주도했던 이른바 명품.인기 펀드들이
글로벌 증시 하락기에 줄줄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증시가 뜨겁게 달아올라 ‘꿈의 지수’인 코스피 2,000을 돌파했던 작년에 단기 고수익을 거뒀거나 최고의 유망상품으로 꼽혔던
베트남펀드와 아시아리츠펀드, 인사이트펀드, 중국펀드 등이 최근 연거푸 추락한 탓에 주식형펀드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유행을 쫓거나 펀드 판매사 등의 과잉 광고를 믿고 뭉칫돈을 맡겼다가 증시 조정기에 막대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장기투자
의욕을 상실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주식형펀드가 증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명품펀드는 애물단지?
2006년 하반기 이후 잇따라 출시된 베트남펀드가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대표적인 명품펀드다.
처녀 출시 당시 시가총액 1조 원 정도에 불과한 소규모 베트남 시장에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투자돼 증시의 거품을 일으켰다가
정부의 긴축정책과 통안채 발행 등으로 현지 주가지수인 VN지수가 지난해 3월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1년도 안돼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적립식혼합 1’의 경우 2006년 11월 설정돼 지난해 10월 중순까지 수익률 25.19%로 양호했으나
그 이후 수익률이 급감해 3월 13일 현재 설정 후 수익률이 -15.05%로 집계됐다.
출시 당시 1천만 원을 투자해 지금까지 환매하지 않았다면 원금 150만 원 이상을 날린 셈이다.
홍콩과 중국, 싱가포르, 호주,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부동산투자신탁(REITs)주식 등에 투자하는 리츠펀드도 2000∼2006년까지 지속한
글로벌 저금리 덕분에 호황을 누렸으나 이후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태풍을 맞아 수익률 급락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 달여 만에 4조7천억 원을 모아 공룡펀드로 분류된 미래에셋의 인사이트펀드도 출시된 지 3개월 만에 1조 원 이상을
까먹은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중국펀드의 경우 양호한 수익률 덕분에 지난해 10월까지 엄청난 자금을 빨아들였으나 11월부터 글로벌 악재를 이기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다. 연초 대비 수익률이 -20% 안팎을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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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의 불확실성이 걷히고 증시 회복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 전까진 펀드시장도 정체,
또는 성장둔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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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광고와 뒷북 투자
펀드시장의 보석 취급을 받으며 인기를 모았던 펀드들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과잉광고와 뒷북투자 관행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펀드의 경우 제2의 중국펀드가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으나 작년 10월 이후 악성 인플레이션 등의 악재로 주가가 끝없이
미끄러지면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음에도 덩치가 워낙 큰 탓에 빠져나오지 못해 연못 속 고래 신세가 됐다.
이는 자산운용사들과 펀드 판매사들이 작년 초까지만 해도 ‘리틀 차이나가 깨어난다.
인구의 절반이 20대 이하인 젊은 국가를 주목하라’는 등의 찬사를 쏟아내며 뭉칫돈을 쓸어 모으는 데 혈안이 됐으나 위험요인은
애써 외면한 결과란 지적을 받고 있다.
세계증시의 동반 하락 상황에서 인사이트펀드 투자자들이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한 것은 증시 상승장에서 승승장구했던
미래에셋의 실적과 브랜드를 과신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인사이트 펀드가 돌풍을 일으킬 당시 펀드 애널리스트들은 “미래에셋의 펀드가 과거 우수한 수익률을 거뒀다는 신뢰 때문이
인기가 높지만 과거 실적만을 근거로 미래수익률을 낙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했으나 투자자들은 좀처럼 귀담아 듣지 않았다.
펀드 선진국의 경우 수차례의 대세 상승 및 하락 장세를 경험한 후 분산.장기.가치 투자가 올바른 해답이란 결론에 도달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역시 마이동풍이었다.
인사이트 펀드는 세계증시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중국 관련 주식과 서브프라임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 업종 등에 대거
투자 했다가 낭패를 당한 것이다.
아시아리츠펀드와 중국펀드 등도 화려했던 과거 실적을 포장해 대박의 환상을 갖도록 광고한 덕분에 매머드펀드로 급성장할 수
있었지만 유행을 쫓아 뒷북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은 여지없이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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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투자가 보편화됐다 해도 무작정 돈이 들어올 수 없으며, 펀드 자금은 증시 움직임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 사진.서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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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부진, 증시 미래에 암운
주식형펀드는 증시의 다양한 악재를 이기고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막상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1,600선 밑으로 떨어지는 등 급락하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에 급성장한 주식형펀드가 최근 수개월 동안 부진한 성적을 올리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약세 증시를 부양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주식형펀드 설정 잔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동안 매달 약 10조 원씩 늘어났으나 2월부터 지난 3월 11일까지
증가액이 고작 4조9천823억 원에 그쳤다.
주식형펀드의 설정액 순유입액이 급감한 것은 국내 및 해외 증시 조정이 장기화된 데 따른 현상이다.
세계증시의 리더격인 중국과 미국시장이 각각 긴축강화와 경기침체 우려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글로벌 증시가 곳곳에 놓인 암초에 걸려 난항 조짐을 보이자 주식형펀드에 대한 불안심리가 높아지면서 환매가 이뤄지거나
신규유입 자금이 줄어들었고 그 결과 증시 회복에 필요한 실탄 공급 능력이 극도로 약해진 것이다.
펀드 전문가들은 “글로벌 신용경색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팽배해지면서 펀드 형태로 들어간 주식시장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이는 증시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한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이런 악순환 구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원자재.러.브 펀드 안전한가?
최근 뜨는 원자재펀드나 러.브 펀드가 급락장의 피난처가 될 수 있을까. 해외 주식형펀드들이 글로벌 증시의 급락 여파로 줄줄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농산물 등 원자재펀드와 자원대국인 러시아와 브라질 주식에 투자하는 일명 ‘러.브 펀드’가 투자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국제유가와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상품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수익률이 급상승한 결과다.
하지만 단기적인 운용성과나 유행을 쫓아 투자할 경우 자칫 고점에서 펀드 가입을 하는 ‘뒷북 투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계론도 만만찮다.
펀드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해 리츠펀드, 일본펀드, 물펀드, 베트남펀드 등이 인기를 끌면서 자금이 몰렸으나 결국 수익률이
악화되면서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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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유망상품으로 꼽혔던 아시아 관련 펀드들마저 최근 연거푸 추락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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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고공행진
원자재펀드는 연초 불어 닥친 글로벌 증시 한파로 해외펀드들이 일제히 추락한 가운데 군계일학의 수익률로 단번에 스타 펀드
반열에 올랐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원자재섹터펀드인 ‘미래에셋맵스로저스Commodity인덱스파생상품 1 ClassA’는 3월 13일 기준
3개월 수익률이 23.82%로 해외펀드들 중 수익률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우리Commodity 인덱스플러스파생 1 Class C1’이 20.91%,
농산물펀드인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종류형파생상품(C-A)’이 20.39%로 뒤를 잇고 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16.57%이다.
해외 주식형펀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펀드(80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21.94며, 신흥국주식펀드(85개)는 -11.31%다.
인도펀드(24개)도 최근 현지 증시의 급락 여파로 3개월 평균수익률이 -20.04%로 후퇴했다.
최근 출시되기 시작한 브라질펀드와 러시아펀드도 1개월 평균 수익률이 각각 8.54%와 6.77%로,
해외 주식형펀드 평균인 0.98%를 크게 웃돌고 있다.
급락장 피난처 될까
원자재펀드나 러.브 펀드의 강세는 무엇보다 원자재 가격의 급등 덕분이다.
3월 중순 국제유가(WTI)가 사상 처음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고 국제 금값이 처음 온스당 1천 달러를 넘어선 것을 비롯해 에너지,
천연자원, 농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급등은 중국 등 신흥시장국들의 고성장으로 수요가 늘어난 데 근본 원인이 있지만, 최근 금융불안으로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투기적인 수요가 가세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러.브 펀드의 부상도 천연자원 대국인 러시아와 브라질이 투자처라는 게 주된 배경이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생산량 세계 1위, 석유.니켈 생산량 2위며, 브라질은 에탄올.설탕.쇠고기.커피 생산량 1위, 철광석.콩.옥수수
생산량 2위다.
러.브 펀드는 현지 증시와 글로벌 증시의 상관관계가 낮아 분산투자 효과를 살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이들 펀드는 성장성 못지않게 투자위험도 크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최근 급등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은 변동성이 커 언제 상승세가 꺾일 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위험이다.
시장 일각에선 원자재 가격이 이미 오버슈팅 상태여서 자칫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와 브라질의 경우 다른 신흥시장과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금융시스템과 경제 여건으로 인한 변동성과 돌발 변수를 간과할 수
없다.
베트남도 지난해 가장 각광받던 시장 중 하나지만 인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혀 주가가 추락하면서 베트남펀드는 회복을 장담하기
힘든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태다.
특히 원자재펀드는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구조에 따라 펀드간 수익률 격차가 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원자재펀드들 중 원자재 가격과 직접 연동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는 절반에도 못 미치며,
나머지는 관련 사업을 하는 해외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펀드다.
주식에 투자할 경우 펀드가 원자재 가격보다 증시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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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형 저금리와 고령화 사회 진입을 배경으로 전통적 재테크 수단인 은행 예금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자산관리의 패러다임이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바뀌었다. 사진.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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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투자 철칙
원자재펀드나 러.브 펀드는 당장 단기성과가 우수하다 해도 손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무차별적인 쏠림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시장전문가들 공통된 지적이다.
또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 철저한 분산투자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자산전략부장은 “원자재펀드에 지금 가입할 경우 원자재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올라야만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에는 언제 청산될지 모르는 투기적인 수요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추가상승이 가능할지 불확실하다.
앞서 2006년에도 지금처럼 투기적인 수요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다 급락 사태를 빚은 경우가 있었다.
원자재펀드에 대한 비중을 낮추고 위험관리에 더욱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통상 대안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은 전체 자산의 20%를 넘지 않는 것이 좋은 데 원자재펀드는 특히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10%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산투자라고 해도 브릭스펀드, 브라질펀드, 원자재펀드에 나눠서 투자한다면 사실상 원자재 관련 펀드에 ‘몰빵 투자’를 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전체적인 균형감각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펀드시장, 봄은 언제 오나
미국발 악재로 글로벌 증시가 직격탄을 맞아 주식형펀드들이 죽을 쑤고 있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는 -10.5%의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여기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증시 약세가 5개월 이상 지속되자 펀드 가입 시점을
기다려온 많은 투자자들 중에는 아예 펀드 가입계획 자체를 철회하는 투자자도 생겨나고 있는 현실이다.
맛은 묵은 장이 최고
그러나 증시 경험을 되짚어보면 증시 침체기 때 과감하게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했을 때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9.11 테러 직후다.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 2001년 9월 11일 코스피지수는 540.57를 기록했고 다음 날엔 475.60까지 급락했다.
메가톤급 악재로 글로벌 증시의 투자심리가 급랭하자 이성을 잃은 국내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는 바람에 증시 낙폭이
더욱 커진 것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직.간접적으로 ‘저점 매수’에 나서 달콤한 수익을 챙긴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 100억 원 이상이면서 ‘미국 9.11 테러’ 사건 발생일(2001년 9월 11일) 이전에 설정된
국내 주식형펀드(32개)를 대상으로 9.11 테러 다음 날부터 현재까지(3월 13일 기준) 6년 6개월간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미래에셋의 ‘디스커버리주식형’과 ‘인디펜던스주식형1’ 펀드가 각각 723.25%, 608.5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만약 9.11 테러 직후에 해당 주식형펀드들 중 하나에 1억 원을 가입했다가 지금 환매한다면 6억~7억 원이 넘는
돈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KTB글로벌스타주식C’ 펀드의 수익률도 429.51%에 달했으며, 12개 주식형펀드의 운용수익률도 300%를 웃돌고 있다.
주식처럼 펀드 투자의 기본도 저점 매수와 장기투자라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저점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장기 투자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최소한 3년 이상은 묻어두겠다는 결심을 하고 투자에 나선다면 단기 불확실성에 흔들리지 않고
수익이 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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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하반기 증시회복 전망을 감안할 때 오는 5~6월쯤 펀드 투자를 고려해볼 기회가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최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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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급반등 어려워
그러나 현재 증권가에서는 그 누구도 증시 바닥을 예측하지 못해 펀드 가입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신용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경기 침체 우려, 달러 약세,
중국 인플레이션, 유가상승 등의 악재들이 한꺼번에 글로벌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
그러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의 분석과 전망을 종합해보면 국내 증시는 올 4~5월 정도까지 박스권 등락을 지속하다
서서히 조정권에서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모든 악재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 데다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만큼 하반기까지 우세를 떨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또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펀드 대량 환매가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수급 요인도 나쁘진 않다.
지난 1월 증시 급락에도 적립식펀드 판매가 꾸준해 증가해 계좌 수는 1천500만 개를 돌파했고 판매잔액은 64조 원을 넘어섰다.
3월 들어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액은 감소했으나 여전히 유입액이 환매액보다 많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증시 사이클상 지난 3~4년간 지속된 대세상승 시기와 같은 급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식형펀드 가입 시점
이 같은 전망을 감안하면 아직까진 주식형펀드에 공격적으로 가입할 시점은 아니란 결론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증시회복 전망을 감안하면 오는 5~6월쯤에 서서히 펀드 투자를 고려해볼 기회가 올 것이라 내다봤다.
또 적립식펀드 투자자들은 장세에 흔들리지 말고 섣불리 환매에 나서지 말아야 하며, 거치식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높은 펀드에서 일부 현금을 찾아 증시 바닥을 확인한 뒤 새로운 펀드에 가입하라고 조언했다.
신상근 삼성증권 자산배분전략 파트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한 상황을 지켜보고 1.4분기 기업실적이 발표될 때까지
공격적인 펀드 투자를 자제하라”며 “대내외 변수가 안정을 찾아가는 것을 확인한 뒤 분할투자에 나서라”고 말했다.
서경덕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팀 과장은 “앞으로 3개월 정도 글로벌 증시와 경제흐름을 지켜본 뒤 펀드 가입 여부를 결정하라”고
제안했다.
이계웅 팀장은 “글로벌 증시가 동반 조정을 받고 있어 해외 주식형펀드들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나 여전히
신흥시장의 성장잠재력이 뛰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해외상황을 봐가며 브릭스펀드 등에 투자하는 전략을 짜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성장 매력이 낮은 미국 등 선진국 투자 펀드와 변동성이 큰 섹터펀드에 대해선 보수적으로 접근해 투자 비중을
최소화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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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해외펀드 투자와 환테크
환테크에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전 수요가 급증한 것도 이유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지난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해외펀드에 있다.
3월 19일 현재 수탁고가 57조 원에 육박하는 해외 주식형펀드들은 해외자산에 투자해서 얻은 운용수익과 함께
환전시 적용되는 환율이 실제 수익률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가입자라면 외환시장 움직임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
외화가 쌀 때 사뒀다 비쌀 때 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것이 환테크의 기본.
하지만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많은 데다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지금 같은 환율 상승기에는 환헤지를 하지 않는 환투자형 해외펀드에 가입함으로써 운용수익에 환차익까지 일석이조를 노려볼 만하다.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해외펀드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이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다.
잘못하면 벌어놓은 운용수익을 환차손으로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0여 년 만에 처음 800원 대로 내려서며 급락 때 환헤지를 하지 않았던 해외펀드와 역외펀드들은
환차손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를 계기로 투자자들 사이에선 해외펀드 가입시 ‘덜 먹고 안전하게’ 환헤지는 필수라는 공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펀드 열풍을 타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해외펀드들의 약 80%가 환헤지를 하게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펀드들의 보유자산 가치가 급증했으나, 이로 인한 막대한 환차익은 대부분 환헤지를
걸어둔 탓에 손도 못 대고 날리게 됐다.
그렇다면 해외펀드 투자시 환헤지를 하는 것이 유리할까,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할까?
환율 상승기에는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지만 하락기에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조건 환헤지를 해둔다면 환율 변동에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아예 차단해 버리게 된다.
해외펀드 가입시 환헤지 여부는 이후의 환율 변동에 대한 투자자의 중장기적인 판단에 근거해 결정해야 한다.
환헤지 선택을 중요한 투자활동으로 인식해 펀드를 고를 때 투자지역이나 수단은 물론 과거수익률,
보수체계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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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 증권부 기자 | abullapia@yna.co.kr
황대일 증권부 기자 | hadi@yna.co.kr
윤선희 증권부 기자 |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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