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강의동이 신전 분위기를 내는 이유는 실제로 신전을 짓는 데 쓰였던 사암을 외장석재로 가공해
외벽을 쌓아올렸기 때문이다.”
삼
성건설이 뜨거운 사막의 모래바람을 이겨내고 북아프리카 이집트에 조성한 카이로 아메리칸대학(AUC)의 새 캠퍼스가
착공 4년 만에 학생들을 맞이하게 됐다.
이집트의 최고 명문대인 AUC는 9월초 삼성건설이 카이로 외곽 100만m2(33만평) 부지에 새로 만든 캠퍼스에서 2008학년도
새 학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건설이 이룬 이집트 백년대계의 이 터전은 강의실 168개와 실험실 210개, 극장(300석), 강당(1천500석), 도서관 등이 들어선
건물 66개 동과 야간 조명시설을 갖춘 잔디구장 2개, 테니스 코트 6면 등 다양한 스포츠 시설로 이뤄졌다.
이집트의 신전에서나 볼 수 있는 황갈색 빛깔을 띤 이들 건물은 캠퍼스 담 너머의 끝없는 사막지대와 어우러져 신비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40도를 오르내리는 강렬한 태양에 얼굴이 검게 그을린 김일중(50) 삼성건설 현장소장은 “주요 강의동이 신전 분위기를 내는
이유는 실제로 신전을 짓는 데 쓰였던 사암을 외장석재로 가공해 외벽을 쌓아올렸기 때문”이라며 “이 돌을 구하기 위해 이집트
북쪽의 시나이 반도에서 남쪽 끝 아스완 지역까지 훑고 다녔다”고 설명했다.
외국회사가 설계한 캠퍼스의 도면에 나와 있는 돌 종류는 카이로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풍화작용이 급격하게 일어나는
단점이 있어 내구성이 뛰어나면서 아름다운 돌을 찾아나선 것이다.
결국 삼성건설은 카이로에서 900km 떨어진 아스완 인근 엘-아카바 지역에서 건물 외장공사에 적합한 돌을 찾아냈고,
이집트 당국의 허가를 얻어 이곳의 돌산 3곳에서 채석한 사암석을 나일강 옆 도로를 따라 카이로로 운반했다.
이렇게 채굴해온 사암석은 AUC의 새 캠퍼스 건설현장에 마련한 가공장에서 벽돌로 만들어져 강의동 건축에 쓰였다.
새 캠퍼스는 세계 공모에서 당선된 작품을 토대로 만들어진 덕분에 건물 하나하나가 나름의 조형미를 뽐내고 있으며,
특히 모로코의 한 성당을 본딴 예술학부동(4동)은 막 지은 건물인데도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삼성건설이 2004년 8월 첫 삽을 뜬 이후 준공을 코앞에 둔 현재까지 채굴한 돌의 규모가 무려 3만m3에 달하다 보니 이집트의 현지
언론은 “피라미드 건설 이후 가장 돌이 많이 들어간 공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동원된 인력도 수대에 걸친 국가사업이었던 피라미드 건설공사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공사가 한창이던 올 2월에는 현지 인력
8천200여 명이 투입되기도 했고, 공사비는 2억 달러 이상이 들어갔다.
4년 가까운 시간을 꼬박 사막의 건설현장에서 보낸 김일중 소장은 “대학 캠퍼스 전체를 한꺼번에 조성하는 공사는 매우 드문
일”이라며 “고생은 했지만 한국인이 이집트 최고의 명문대를 새로 짓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모든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일했다”고
말했다.
모래암석(사암)으로 된 건물 외벽이 과연 얼마나 지속되겠냐는 질문에 김 소장은 “신전이 수천 년의 세월을 견디지 않았느냐”며
“같은 돌로 지은 건물이니 룩소르의 신전만큼 오래 갈 것”이라 장담했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
 |
|
"한국인이 이집트 최고의 명문대를 짓는다는 자부심으로 모든 직원이 최선을 다해 일했다." 사진 고웅석 특파원
|
|
Q. AUC 새 캠퍼스 건설공사의 특징은.
종합대학교의 캠퍼스 전체를 동시에 짓는 일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특히 미국과 멕시코, 이집트의 세계적인 건축회사 3곳이 캠퍼스를 3등분해 각각의 특색을 살려 설계한 건물들은 하나하나가
예술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캠퍼스에 현존하는 모든 IT 기술을 다 집어넣었다.
예를 들자면 캠퍼스의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도록 유비쿼터스를 구현했고, 학생이나 교직원이 카드 하나로
도서관과 연구실 출입, 구내식당 이용, 현금인출 등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Q. 공사중 어려웠던 점은.
강의동을 짓는 데 필요한 돌을 확보하는 게 가장 큰 난제였다.
처음 설계도면에 나와 있는 돌은 카이로 인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퇴적암이었는데 내구성이 떨어졌다.
우리는 내구성이 뛰어난 돌을 찾기 위해 차량으로 이집트 북쪽 시나이반도에서 남쪽 아스완 지역까지 훑고 다녔다.
아스완 인근에서 우리가 찾던 석산을 발견하기까지 무려 8개월이 소요됐다.
그 석산에서 나온 돌(사암)은 과학적 테스트에서 내구성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고 경제성도 있었다.
Q. AUC 건설에 들어간 사암은 어떤 돌인가.
아스완이나 룩소르에 있는 신전의 건설에 쓰인 돌이다. 그래서 AUC 강의동마다 신전 같은 분위기가 나는 것이다.
우리는 이 돌을 나일강 옆 도로로 900km를 실어와 건설현장의 가공장에서 깎고 다듬어 외장석재로 만들어 썼다.
이집트 역사상 이만큼 많은 물량을 운반해 건설공사에 사용한 것은 피라미드 건설 이후 처음일 것이다.
Q. 인력수급은 무난했나.
이집트엔 고난이 기술을 가진 숙련공이 부족해 한국에서 전문가들을 데려와 현지 근로자들을 교육해가며 일을 했다.
공사가 한창이던 올해 2월에는 이곳에서 하루에 8천200명이 일했다.
Q. 삼성건설이 이집트에서 맡게 된 다른 공사는 없나.
이집트에선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이 새로 건설될 예정이다.
이집트 대박물관으로 불리는 이 박물관 건설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일본 회사와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 : 공동기업체)’를
구성하고 입찰을 준비중이다. 이 공사를 맡게 되면 삼성건설은 또 하나의 세계적 걸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고웅석 카이로 특파원 | freemong@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