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대' 움직임이 심상찮다
부산외대의 25년간 숙원사업이던 부산시 금정구 남산동 부지로의 캠퍼스 이전이 본궤도에 올랐다.
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한국(HK) 지원사업에 이 대학의 지중해지역원과 이베로아메리카연구소가 연속 선정돼 향후 10년간
총 15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또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외국대학들과 잇따라 복수학위제 협정을 맺는 등 해외교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199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호세 라모스 오르타(61) 동티모르 대통령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함으로써 국제화 시대
대학의 새로운 역할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부산외대의 놀라운 성과는 교육행정에 평생을 바친 유선규(柳宣圭.60) 총장의 남다른 리더십을 엿볼 수 있게 한다.
2007년 3월 취임한 유 총장은 대학의 경쟁력은 ‘교육혁신과 글로벌 인재양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한마디로 요약한다.
따라서 과감한 시설투자와 교육의 국제화에 대학이 앞장서 입학자원의 감소, 교육시장의 개방 등 우리나라 대학에 닥치고
있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유 총장은 부임한 즉시, 입학 후 2년은 부산외대에서 공부하고, 2년은 해외 대학에서 보내 졸업 때 2개의 학위를 동시에 받는
‘외국대학과의 복수학위제(일명 2+2제도)’를 확대추진했다.
현재 9개국 19개 외국대학과 복수학위 협정을 체결해 운영 중에 있고 향후 30개국, 50여개 대학에 재학생의 30%를 파견할 예정이다.
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영어권 대학과의 복수학위제를 추진해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작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새크라멘토) 등 5개 대학, 호주 퀸즐랜드대학 등 3개 대학과 협약을 체결했으며,
영국 3개 대학과도 조만간 협정을 체결한다.
돋보이는 복수학위제 운영 등으로 부산외대는 중앙일보 대학평가 국제화부문 전국 4위를 기록한다.
교수 10명중 3명이 외국인 교수이고, 외국인학생, 원어민강좌, 국제교류부문에서 전국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해 외국인 교수는 필수적이다.
외국인 교수는 외국어교육만 아니라 전공과목강의도 함께 담당한다.
부산외대는 모든 학생이 영어는 기본으로 하고, 1개 이상의 외국어를 익힐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또 학사제도를 개편해 입학한 학과의 전공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을 경우 전과하거나 또는 복수전공을 충분히 이수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남산동 부지로의 캠퍼스 이전은 부산외대의 청사진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다.
유 총장은 부임 후 캠퍼스부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성공시켜 부산외대 25년 숙원사업이었던 캠퍼스 이전을 현실화시켰다.
현재 마스터플랜을 마무리하고, 설계과정에 있는 남산동 캠퍼스는 국내외 50여개 대학을 벤치마킹해 교육에 적합한 학습환경
조성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첨단 IT기술을 도입한 도서관 및 강의실, 행정시스템, 시설물 유지관리시스템 도입 등 유비쿼터스 캠퍼스로 조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2007년도 인문한국(HK) 지원사업에 지중해지역원(원장 하병주 교수)이 선정된 데 이어 작년
하반기 이베로아메리카연구소(소장 김우성 스페인어과 교수)가 선정된 것은 부산외대의 연구 역량을 실제로 증명했다는 평가다.
향후 10년간 두 연구소는 총 15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이베로아메리카연구소 연구 성과는 중남미 지역 자원개발, 관광, 기업진출을 촉진하는 기반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7년 전부터 부산외대가 추진해온 중남미 지역 한인 네트워크 구축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지중해지역원은 아랍을 중심으로 지중해 연안만 아니라 자원보고인 사하라 사막 아래쪽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국가 자원외교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뿐아니라 근동 북동부의 자원보고 지역인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지역 자원 확보를 위한 교류기반 조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유 총장은 생각하고 있다.
국가전략사업추진과 대학의 역할에 대한 유 총장의 시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저는 부산외대를 우리나라 최고의 일류대학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궂은 일은 제가 맡을 것이니 교수님들은 학생교육과 연구에 전념해 주시고, 직원 선생님은 교수와 학생을 가족같이 보살피고
지원해 주십시오.” 유 총장이 평소 교직원에게 하는 말이다.
이렇듯 학교발전을 위한 명확한 비전제시와 솔선수범하는 총장의 열정, 구성원 개개인을 위한 따뜻한 배려가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는 것이다.
유 총장은 참모진을 신뢰한다.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얼굴보고 결재한다. 학교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보직자는 총장임기와 함께하겠다며 무한한 신뢰와
책임감을 심어주고 있어 모두가 최선을 다한다.
다음은 유 총장과의 인터뷰 요지.
대학경영 목표는 무엇인가.
“저는 우리 부산외대를 우리나라 최고의 일류대학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모든 수험생이 가고 싶은 대학,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하여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대학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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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켄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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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발전의 핵심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일류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여 우수한 학생을 길러낼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이에 적합한 최적의 교육환경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부산외대는 외국어대학으로서의 특성을 살려 현재 추진 중인‘2+2 해외복수학위제도’를 비롯한 학사개혁과 남산동 캠퍼스
조성을 통하여 해결될 것입니다.
또한 일류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또 하나의 요건이 동문회의 결속과 발전입니다.
특히 부산외대는 해외에 많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결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제가 신속하고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구성원의 의지를 한 곳으로 모으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총장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대학 경영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대학은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책무를 부여받은 기관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각종 의사결정에서 우수학생을 길러내는 데 유용한가 아닌가를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학사운영, 시설확보, 예산집행만 아니라 직원의 출장까지도 그렇게 합니다.
한마디로 요악하면 ‘학생우선(Student First)’이 저의 대학경영 철학이라면 철학이라 할 수 있겠지요.”
부산외대, 국제화 시대 '대학의 제4의 역할' 첨병
12세기 이탈리아에 근대적 의미의 대학이 처음 생긴 이래 교육과 연구는 대학의 움직일 수 없는 두 가지 중심이었다.
최근 들어 일자리가 중요해지면서 취업지원 기능, 더 나아가 인력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개인경력(career)을 개발해
주는 인력개발 기능이 대학의 제3의 역할로 점점 주목받고 있다.
부산외대는 여기에 더해 제4의 역할 즉, 한국과 세계, 세계와 한국을 연결하는 가교(架橋.bridge)로서의 역할을 맡겠다고
자임하고 나섰다.
빠르게 달라지는 국제사회 속에서 대학도 전통적인 역할들에 안주해선 곤란하다는 것.
특히, 이젠 대학이 한국 사회의 세계화와 세계의 한국화를 위해 민간 외교기관으로서 자기 역할을 새롭게 설정해야 할 때라고
부산외대 이재혁 입학홍보처장(러시아어과 교수)은 강조한다.
이런 의미에서 부산외대의 역점 사업인 ‘동티모르 프로젝트’가 하나의 새로운 역할 모델로 제시된다.
유선규 총장을 단장으로, 주요 보직자와 대학원장 등으로 구성된 6인의 부산외대 대표단은 올 2월초 동티모르공화국
수도 딜리 시(市)에 4박5일간 머무르면서 한국 대학들이 시도해보지 못한 새로운 임무를 수행했다.
그 곳 국가원수에게 한국 대학의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동티모르 주재 한국대사관과 협조해 그 나라 노동부와 ‘한국어
교사 수급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국어 교사 수급을 원활하게 진행시키기 위해 동티모르 국립대와 ‘교수 및 학생
교환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올 8월부터 부산외대 교수와 학생 20여명이 해외 파견 동티모르 산업 연수생 1만명의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을 책임지면서
이 신생 공화국의 국가건립(state building) 과정에 깊이 개입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부산외대 대표단은 이번에 다양한 분야의 동티모르 실력자들과 현지에서 깊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450년간 계속된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 이웃 인도네시아의 폭압과 학대, 내란 등에 시달리다 유엔의 개입으로 2002년에야
독립공화국이 된 이 나라는 독립 투쟁에 노인들을 다 잃어버리고 30~40대의 젊은 인재들에게 나라를 맡기고 있었다.
현지에서 이번에 이들과 맺은 진심어린 교우는 거대한 네트워크 자원(network resources)이 돼 우리 기업들의 동티모르 진출에
결정적인 발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런 친교는 지난 2년 간 동티모르 대사로 근무하면서 그 나라 지도층과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부산외대 김수일
대사(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교수)의 숨은 노력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사실 해저와 육지에 세계 25위 수준의 석유와 가스를 매장하고 있는 에너지 잠재 대국으로 알려지면서 한국가스공사,
삼성물산, LG상사, STX 등 대기업은 말할 것 없고 해외 자원개발 협회와 중소기업들도 동티모르에 관심이 많아졌다.
인도네시아 발리와 동티모르의 딜리를 잇는 메르파티 항공의 기내에도 우리나라 기업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석유 시추 및 개발, 가스전 개발, 파이프라인과 공급기지 건설, LNG 플랜트 수주 등을 합쳐 동티모르 에너지 시장 규모는
얼마가지 않아 약 400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지만 기업들이 현지 지도층에 접근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효율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수백 년을 외세에 시달린 땅이기 때문에 대규모 컨소시엄을 이룬다 해도 의심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대학이 맡아야 할 역할이 있다.
공신력 있는 고등교육기관이 국제적인 매개자로 나선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산외대는 앞으로 오르타 대통령(1996 노벨평화상 수상자) 초청 강연을 올 4월 말 학교에서 실시하고 오르타 연구소 혹은
동티모르 연구소를 발족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이재혁 처장은 “부산외대의 ‘동티모르 프로젝트’를 하나의 경험, 하나의 표본으로 삼아 한국의 다른 대학들도 국가 발전에
동참하고 모국 기업들의 세계 진출도 돕는 그런 새로운 역할들을 자임하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특히 “나름의 자기 전문성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의 국가개발 사업에 다양하게 참여해 세계평화에도 기여하는,
그런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문화 기관들로 우리 대학들이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대학의 제4역할’에 대한 첨병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