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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빈곤층이 늘고 있다. 일자리가 불안한 까닭이다. 실업 등으로 일이 끊어지면 이들은 순식간에 극빈층으로 전락할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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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청 취업정보은행에 설치된 비정규직 실직근로자 상담실. 상담사가 실직자에게 적합한 공공기관이나
중소기업 일자리를 알선해 주고, 구인 요건에 미달하면 시 산하 직업학교와 민간 교육기관의 직업훈련을 받도록 도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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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직장에서 기능직 사원으로 일하는 김모(남.45) 씨.
입사 15년이 넘었지만 그의 살림은 그 때나 이제나 크게 다르지 않다. 2년마다 옮겨 다녀야 하는 전셋집조차 올해에는
어쩌면 더 줄여서 이사해야 할지 모른다.
잦은 야근에 주말근무까지 마다하지 않지만 줄어들지 않는 대출금과 늘어가는 두 아이 교육비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턱 막힌다.
미혼의 직장인 박모(남.37) 씨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을 졸업한 후 한 번도 쉬지 않고 직장에 다녔지만 월급은 밀리거나 떼이기 일쑤였다.
쥐꼬리 만한 월급이나마 악착같이 모으려고 애쓰지만 서른 중반을 넘긴 지금도 결혼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자고 나면 올라가는 물가 탓에 기본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버겁다.
그에게 재테크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적은 월급, 불안한 고용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 푸어(Working Poor; 일하는 빈곤층)가 늘고 있다.
정규직, 비정규직을 떠나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불안정해진 까닭이다.
실업이나 입원 등으로 그나마 하던 일조차 끊기면 순식간에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약 7명이 자신을 워킹 푸어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68.7%)보다 여성(71.6%), 정규직(66.5%)보다 비정규직(73.6%)이 자신을 워킹 푸어로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비정규직 기혼 여성은 응답자의 77.6%가 워킹 푸어라고 대답했다.
자신을 워킹 푸어로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적은 월급과 고용 불안.
이들은 현재의 월급으론 생활비조차 감당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월소득은 미혼인 경우 100만~120만 원, 기혼인 경우에도 200만 원 미만이 대부분이다.
워킹 푸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기울이는 노력은 자기계발(61%)이고 생활비 감축(33.1%), 목표를
정하고 매진(28.3%), 로또 등 복권 구입(14%)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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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근로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 및 취업설명회’에서 참가자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 행사는 6개월 후 실업자로 내몰릴 수 있는 이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마련됐다. 사진.임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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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
문제는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불안정한 고용으로 자칫하면 더 많은 이들이 워킹 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워킹 푸어로 전락한 뒤에 다시 뛰쳐나오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워킹 푸어의 증가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문제다.
개인파산은 물론이고 노후 불안, 양극화, 국가 재정 악화 등 다방면에 걸쳐 악영향이 파급되는 탓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워킹 푸어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체계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최고의 복지는
결국 일자리이므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만성적인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무조건 도와주는 것에서 벗어나 일할 수 있는 기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정부의 과제인 셈이다.
일자리 창출은 하반기 경제운용의 정책목표 중 하나다.
경기회복의 기미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지만 고용 상황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 분야별로 고용창출력을 높이고 여성, 청년, 고령자,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위해 희망근로 프로젝트, 사회서비스
일자리 마련 등도 추진한다.
나아가 전일제 취업이 힘든 계층을 위해 파트타임 등 단시간 일자리도 늘릴 계획이다.
복지강국으로 꼽히는 유럽 선진국들도 최근 들어 무조건적으로 베풀던 복지를 줄이는 대신 일자리를 만드는 식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열심히 일한 후 그에 합당한 댓가를 얻게 함으로써 워킹 푸어들이 중산층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보조금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뼈아픈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아울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회를 확대하고, 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소득에 따른 합리적
세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