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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자기업에 노조설립 압력
중국정부 노동자 권익에 발벗고 나서
중국의 전국 노동조합 중앙조직격인 중화전국총공회(中華全國總工會)가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들에
대해 노조설립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총공회는 최근 삼성을 비롯해 월마트, 코닥, 델컴퓨터, 맥도날
드 등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공회 설립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총공회는 이미 지난 9월 외자기업과 중국 민영기업의 공회 설립 방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연
말까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와 공동으로 진행한 집법검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노조가 설립되지
않은 기업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중국의 관련 법률에 따라 노동행정
기관과 사법기관의 힘을 빌려 노조설립에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무노조 경영방침을 고수했던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최근 노조설립 허용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총공회가 월마트를 첫 번째 타깃으로 삼고 압박을 가해 온 데다 뒤에 버티고 있는 중국 당
국의 강력한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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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북경대리점에 소비자들이 찾아와 구매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기업 중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은 중국 내 기업 출범과 함께 노조설립을 허용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대부분에는 노조가
설립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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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는 지난해 11월 23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종업원들이 노조설립을 요구할 경우 월마트 중국법인
은 그들의 희망을 존중하고 중국의 노조 관련법에 따른 의무를 다할 것”이라며 백기를 들었다. 월마트는
그동안 노동계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으면서도 노조설립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는 무노조 경영방침을
전 세계적으로 고수해 왔다.
중국 20여 개 도시에서 39개 매장을 운영중인 월마트는 약 2만 명의 중국인을 고용하고 있으며, 내년에
15개의 점포를 추가 개점할 계획이다. 중국시장을 연차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월마트의
입장에서 중국 당국과 분란을 일으킬 경우 사업진행에 유리할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마트뿐 아니라 코닥, 델, 맥도날드, KFC 등 대형 다국적 기업의 중국법인에는 대부분 노조가 설립돼
있지 않다. 총공회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40여만 개의 외자기업 중 20%, 중국 내 200여만 개의 민영
기업 중 40%에만 노조가 구성돼 있다.
한국기업 가운데 삼성은 무노조 경영원칙의 국내와 달리 29개 현지법인 중 절반가량에 노조를 두고 있
고, LG는 19개 전 사업장에 노조가 설립돼 있다. 베이징 현대자동차는 출범과 함께 노조설립을 허용했
다. 그러나 약 2만 개로 추산되는 중소기업의 경우 대부분은 노조가 설립돼 있지 않다.
현행 중국 노동법과 공회법(노조법), 외자기업법 등에 따르면 근로자는 자체적으로 노조를 결성하거나
가입할 수 있으며, 사측은 이에 대해 반대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사측이 노조 구성을 반대하거나
방해할 경우 당국으로부터 벌금을 부과받는 등 제재를 당한다.
그러나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외자기업들이 노조설립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코닥의
경우 “노조 설립은 노조 내부의 일로 기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코닥은 나아가 “회사명으로
어떤 임의조직도 구성할 수 없으며 따라서 노조도 ‘코닥 노조’라는 명칭을 쓸 수 없고 회사 관리자들
의 노조활동 참여를 금지한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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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일본 대기업 마쓰시타 공장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중국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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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기업이 노조설립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방정부들이 외자기업 유치를 위해 이를 묵인하고 있
기 때문이라고 중국 언론들은 지적한다. 일례로 광둥성의 경우 ‘외자기업은 노조설립을 잠시 늦출
수 있다’는 규정까지 만들어 놓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도 노동자들이 회사에 노조설립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을 자제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조설립에 앞장섰다가 자칫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한국 중소기업으로 하여금 노조설립을 꺼리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설립 후 회사가 부담
해야 할 경비가 과도하다는 점이다. 노조원이 자신의 급료에서 일정 부분을 조합에 내는 우리와 달리
중국에서는 노동자 총임금의 2%를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 일부 직원이 노조에 가입했더라도 기업은 전
체 노동자 임금의 2%에 해당하는 공회비를 노조에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노동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노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총공회의 기본원칙이라는 점에서 노조
설립은 중국진출 기업들의 피하기 힘든 연구과제인 셈이다. 특히 이인위본(以人爲本?인민을 근본으로
한다)이 중국의 4세대 지도이념 중 하나이고 보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중국 노동자들의 목소리
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는 지난해부터 최저임금 규정, 단체협약 규정, 노동보장 감찰조례 등 관련 규정을 노동자 권
익을 보호하는 쪽으로 대폭 개정, 노동자 권익보호 의지를 강력히 내비치고 있다.
박기성 베이징 특파원 | jeans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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