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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해체에서 통합으로
계열강화 시동 건 일본 닛산자동차
계열해체. 이는 일본 닛산자동차를 수렁에서 구해낸 카를로스 곤 사장이 1999년 ‘닛산 재건계획
’에서 던졌던 일성(一聲)이다. 요체는 계열로 엮여 있던 부품업체들을 떼어내 불필요한 비용을 삭
감하겠다는 것이다.
닛산자동차는 이 전략에 따라 계열사로 돼있던 부품업체 주식을 잇따라 매각, 실로 극적으로 V자 회
복에 성공했다. 그랬던 닛산자동차가 이제는 계열강화를 향해 시동을 걸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
고 있다.
닛산자동차 노선을 일대 전환하고 나선 곤 사장의 전략은 무엇인가. 지난 12월초 닛산자동차는 부품
업체인 카소닉칸세이를 연결자회사로 흡수한다고 발표했다. 발표회에 오래간만에 모습을 드러낸 곤
사장은 그러나 전략이 바뀌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No”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답에도
불구하고 닛산자동차는 2005년 1월 카소닉칸세이에 대한 출자비율을 41.7%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닛산자동차의 변신은 놀라울 정도다. 닛산자동차는 1999년의 재건책인 ‘닛산 재건계획’을 가동하면
서 그 때까지 계열로 구축해놓고 있던 산하 부품업체 주식을 도요타 그룹과 미국 자동차 기업 등에
팔아치웠다. 부품과 자재 등의 거래처를 계열 부품사 외 업체들에도 개방, 경쟁을 촉발시키면서 납입
비용을 끌어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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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회장이 일본 도쿄에서 기지회견을 갖고 철강부족 상태로 2005년 3월
닛산자동차의 일본 내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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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 사장이 수렁에 빠져 있던 닛산자동차를 극적으로 회복, 반석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견인차는 뭐니
뭐니 해도 이러한 계열해체였다. 그러나 이 노선은 돌연 한계를 드러냈다. 2004년 하반기 들어 신형
차 6종류를 집중 투입해 공세를 걸려고 했던 닛산자동차는 벽에 부닥쳐야 했다. 철강업체들이 자동
차용 강재 공급부족에 따른 감산을 단행했기 때문이었다. 강재 조달처를 신일본제철 등 3사에 묶어둔
바람에 급격한 자동차 증산을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곤 사장은 “강재 조달처를 줄이는 방법으로 1조 엔을 절약해 왔다. 이번의 감산 영향은 60억 엔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의 계열해체 노선이 틀리지 않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
러한 발언과 별도로 곤 사장은 물밑에서는 부품업체의 자회사화에 나섰다. 계열해체는커녕 계열강화
라고 할 수 있는 경영전략을 내놓은 셈이다.
지난 11월초. 도요타 자동차 경영설명회.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이자 도요타
자동차 총수인 오쿠다 히로시 회장이 이례적으로 회견에 임했다. 그는 도요타 자동차의 경영과 관련
된 행사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인물이다.
“부품업체로부터 공급이 중단되면 자동차 업체는 영위할 수 없다. 부품을 충분히 확보해두지 않으면
명을 재촉하는 것이다.” 오쿠다 회장은 가슴을 열어 보이며 이 같은 위기감을 토로했다. 이를 두고
도쿄신문은 철강 감산에 따른 쇼크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으로 평했다.
불과 1개월 뒤. 오쿠다 회장의 위기감은 닛산자동차에 불어닥친 감산 쇼크에서 엄연한 현실로 드러났
다. 오쿠다 회장은 “앞으로 자동차 업체가 획기적인 전자기술 등을 가진 부품업체에 종속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까지 점쳤다. 부품업체를 자회사화해 지배 아래 두어야한다는 중요성을 지적한 것
이다.
그렇다면 닛산자동차의 사정은 어떤가. 닛산자동차는 보통 재고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부품회
사들도 닛산자동차의 생산속도에 연동해 가동하는 동기생산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최근 자회사화된 카소닉칸세이는 이미 닛산자동차 공장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 운전석 부위의 미터기와
에어컨 등을 조립, 공급하는 체제를 갖췄다. 닛산자동차에서 차지하는 부품 업체 비중이 다시 커가는
추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또 다른 딜레마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품업체가 전적으로 제조하는 부품이 늘어감
에 따라 자동차 생산과정에서 자동차 업체가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 늘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닛산자동차가 부품의 품질은 점검할 수 있어도 기술적인 축적은 부품업체만 전유하게 되는
일을 피할 수 없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부품업체를 단순 계열이 아닌 완전히 지배가능한 자회사로
만드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 자동차 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닛산자동차 고위관계자는 “부품업체가 연결 자회사가 되면 보다 깊은 관계를 쌓게 된다”며 “그것은
부품관련 기술을 자동차 업체가 파악할 수 없다는 ‘블랙박스’화를 막는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
다. 곤 사장도 “과거에 계열을 해체한 것은 계열의 존재가 나쁜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었다”며 “
앞으로는 업적에 따라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전기?전자제품으로 무장된 ‘달리는 응접실’로 개념이 바뀌고 있는 미래형 자동차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앞서가는 부품업체를 잡아두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 자동차 업체가 지금보다
기술력 및 수익력이 높은 부품업체와의 관계강화를 얼마나 원활하게 구축해 가는가 여부가 이후 생존
을 결정짓는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신지홍 도쿄 특파원 |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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