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발표한 테러자금조달억제법 제정안과 특정금융거래보고법 개정안은 우리나라의 반(反)테러 의지를
대외에 천명하고 자영업자의 탈세와 검은 돈 거래를 막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국세청에 제공할 수 있는 금융거래 정보의 범위를 원화 거래를 통한 일반 조세포탈
조사에 필요한 경우로까지 확대한 것은 고소득.전문직 자영업자의 탈세 차단을 위한 조치로 주목된다.
◇탈세 의혹 금융정보 국세청 통보
특정금융거래보고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FIU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고하는 금융거래 중 탈세 의혹이 있다고
판단되는 정보는 국세청에 통보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FIU가 탈세와 관련된 거래 정보 중 외국환거래를 이용한 조세포탈이나 5억 원 이상의 부정환급의 경우에만
국세청에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원화거래를 이용한 일반적인 탈세와 관련된 거래 정보는 통보할 수 없게 돼
있다.
또 현재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FIU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금융거래의 범위에 원화거래를 이용한 탈세 관련 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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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의혹 금융거래 정보가 국세청에 통보되면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 방지와 과표 양성화는 물론
부동산 투기 현황 파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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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등 금융기관은 5천만 원 이상의 현금거래와 2천만 원 이상의 거래 중 돈세탁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이는
거래에 대해서는 FIU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은 2천만 원 이상의 거래 중 돈세탁 뿐 아니라 소득ㆍ증여ㆍ상속 등 일반적인 탈세
의혹이 있다고 판단되는 거래 정보를 FIU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만 한다.
FIU도 금융기관이 보고하는 금융거래 중 자체 분석을 통해 탈세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국세청에 통보할 수
있고 국세청도 탈세 혐의가 있는 사람에 대한 금융거래 정보 중 FIU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요청해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자영업자 탈세 억제 효과..개인정보 관리 우려
탈세 의혹 금융거래 정보가 국세청에 통보되면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 방지와 과표 양성화는 물론 부동산 투기
현황 파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은닉 소득이나 탈루 세액을 현금으로 보관하기 보다는 금융거래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고
부동산거래에 수반하는 자금 결제도 대부분 금융기관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수상하다고 보고하는 대규모 금융거래를 면밀하게 분석하면 이전보다 수월하게 탈세 혐의를
포착할 수 있고 부동산 매매에 따른 실제 차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빈번하게 대규모 금융거래를 하는 사람의 거래 흐름을 추적하면 종합소득 등도 파악할 수 있다.
또 국세청은 이전보다 많은 탈세 정보를 수월하게 얻고 조사할 수 있게 된다.
우선 FIU가 국세청에 제공하는 금융거래 정보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FIU 관계자는 "지난해 312건의 금융거래 정보를 국세청에 제공했지만 특정금융거래보고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제공
건수가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FIU가 보유한 일반 탈세 관련 금융거래 정보를 요청할 수도 있어 탈세 관련 금융거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국세청은 현재 탈세와 관련한 자금출처조사권이 있지만 금융기관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등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
문제는 개인의 금융거래 정보 관리다.
현행 특정금융거래보고법이 국세청에 제공하는 금융거래 정보를 외환거래를 이용한 조세포탈과 5억 원 이상의
부정환급으로 제한한 것에 이런 점도 고려됐다.
FIU 관계자는 이에 대해 "탈세 관련 모든 금융거래 정보를 국세청에 통보하지 않고 일정 금액 이상의 탈세 의혹이
있는 거래만 통보할 방침이며 국세청이 자료를 요청한다고 해서 무조건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위 블랙리스트 등 특정인들의 금융거래 정보를 별도로 관리할 계획도 없다"며 "금융거래 정보를
최대한 신중하게 관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카지노 통한 자금세탁 감시
카지노를 이용한 자금세탁을 감시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카지노 사업자도 특정금융거래보고법 상의 금융기관과 유사한 보고 의무를 갖게 돼 카지노를 이용해 불법 자금을
세탁하려는 움직임을 감독당국이 점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법조브로커 윤상림 씨 사건에서 불법 자금으로 카지노 칩을 산 뒤 이를 다시 수표나 현금으로 교환해 세탁하는
수법이 적발돼 이에 대한 방지책 마련이 요구됐었고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도 카지노에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비금융기관인 카지노를 통한 자금세탁방지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카지노
사업자가 FIU에 보고해야 하는 거래 규모 등은 시행령 등을 통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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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사업자도 특정금융거래보고법 상의 금융기관과 유사한 보고 의무를 갖게 돼 카지노를 이용해
불법 자금을 세탁하려는 움직임을 감독당국이 점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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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는 하지만 자금세탁과 관련될 수 있는 변호사, 회계사 등에 보고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은 장기 과제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테러자금 예방과 처벌 명문화
테러자금조달억제법 제정은 외환규제 완화 등으로 테러자금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증가함에 따라 테러자금 조달
등에 대한 처벌규정을 법제화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 제정안은 우리나라의 반(反) 테러의지와 자금시장의 건전성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테러자금조달억제법은 국가나 외국 정부, 국제기구, 공중을 협박할 목적의 폭력행위를 '테러'로, 테러와 관련된
개인과 단체 등을 '테러 관련자'로 각각 규정하고 테러에 이용되거나 테러 관련자에게 속하는 자금ㆍ재산을
'테러자금'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국가나 정부는 현실적 가능성이 낮고 정치적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테러단체 지정에서
제외토록 했다.
이와 함께 무분별한 테러 혐의 거래 지정 등을 막기 위해 법무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과 협의를 거치도록 했고
사후에도 법원과 국회의 통제를 받도록 했다.
아울러 테러혐의 거래나 혐의자로 지정된 뒤에도 이의신청이나 동결명령의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
개인이나 단체의 권리를 보호하는데도 신경을 썼다.
이상원 경제부 기자 | leesang@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