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자 대부분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거래를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투기세력 등을 차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부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실수요자들이라며 규제와 세금부담을 완화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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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3.30 대책의 약효를 배가시킨 청와대의 ‘버블(거품)’ 경고가 나온 지 2개월.
‘청와대발 구두 경고’는 예상 외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쳤으며, 버블 경고를
받은 지역뿐 아니라 대부분 지역의 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했다. 일선 중개업자들은 거래를 막고 있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거래를 활성화시킬 계기가 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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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대책과 3.30 대책 후 버블 세븐 지역과 비(非) 버블 세븐 지역간 아파트값 격차가 심화되는 가운데,
서울 강북의 아파트 주민들이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서 아파트 적정가를 지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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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해본 지 오래 됐어요”
최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3.30 대책이 나온 뒤에도 상승 곡선을 그렸던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5월 15일 버블
경고가 나온 이후에는 상승세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아직 하락세로 돌아서진 않았지만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아파트값이 추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송파구 오륜동의 S공인 관계자는 “최근 들어 가격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거래는 거의 끊겼다”며 버블 경고 이후의 시장변화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파트 거래를
성사시켜본 지 오래 됐다”면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해 자기 돈으로만 아파트를 사라고 하니 거래가
이뤄지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가격이 얼마 올랐다, 혹은 얼마 내렸다고 하는 부동산 정보업체의 통계는
의미가 없다”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데 시세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A공인
관계자도 “물건은 많이 나오고 있으나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무거워진 영향도 있는 데다 아파트를 사기 위해 대출을 받기가 이전처럼 쉽지 않은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분당신도시 금곡동의 S공인 관계자도 “세금부담 때문에 시세보다 3천만 원 정도 싼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가 끊겨 거래가 안 된다”면서 “판교 청약 탈락자들이 분당으로 대거 몰려들 것으로 기대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비(非) 버블세븐 지역인 용산구와 성동구 등에서도 거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용산구 한남동의 H공인 관계자는 “U-턴 프로젝트와 7월 시행되는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
등의 영향으로 올 초에 많이 올랐지만 지금은 매수세가 없어 가격도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규제ㆍ세금 등 완화해야 숨통 트인다
부동산 중개업자 대부분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거래를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투기세력 등을 차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부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실수요자들이라며 규제와 세금부담을 완화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송파구 오륜동 S공인 관계자는 “종합부동산세,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과세 등은 문제가 많다”며
“일제시대도 아닌데 실거래가 신고로도 부족해 자금조달 계획까지 요구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기도 했다.
서초구 잠원동의 H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규제하면 공급 부족으로 인해 집값이 오르는
현상이 없을 것”이라 말했고, 용산구 한남동의 D공인 관계자는 “취.등록세와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주되 보유세는 중장기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파구 문정동의 E공인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대체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정부정책을 옹호한 뒤 “다만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의
전매를 막은 것과 재건축시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짓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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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무거워진 데다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었다.
사진/조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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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집값 ‘떨어진다’ VS ‘좀 있으면 올라간다’
서초구 잠원동의 H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이미 목까지 차올랐다”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약간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강북지역에 뉴타운을 지정해 개발중이고,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도 이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했다”면서 “강북에 타워팰리스나 동부센트레빌, 아이파크 등이 들어서면
강남에 집중된 수요가 강북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용산구 한남동 뉴타운 지역의 H공인
관계자도 “뉴타운 개발을 호재로 지금껏 꾸준히 올라왔다”면서 “앞으로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만간 다시 오를 것으로 보는 중개업자들도 많다. 양천구 목동 T공인
관계자는 “아무리 정부가 버블이라고 떠들어도 금방 가격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목동의 경우는
지금도 소폭 오르고 있으며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평촌신도시 귀인동의
K공인 대표 역시 “당분간 떨어지진 않고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다시 올라갈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