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인들은 자신이 버는 것 보다 빚이 더 많은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가계 총부채는 미연방제도이사회(FRB)가 소비자 부채를 기록하기 시작한 지난 1950년대 이후 사상 최대 액수인
2조1천7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가계 총소득보다 무려 8.4%나 초과한 것이다.
지난 1952년만 해도 가처분 소득 대비 평균 부채는 40%에 불과했다. 지금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는 126%나 된다.
연봉 7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는 별 문제가 없다. 또 저소득층 또한 학자금 지원과 같은 혜택이 주어지는 등
오히려 특별한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문제는 모든 것을 자기가 부담하는 연봉 2만5천~7만 달러의 중산층이
늘어나는 부채 때문에 갈수록 힘든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 중산층의 평균 수입은 4만5천 달러. 이들은 지난 2001~2004년 사상 최저의 금리 시대였음에도 불구,
자기 부채가 인플레율을 감안하고도 무려 33.1%나 증가하는 것을 목도해야 했다.
또 이 기간 중 오히려 소득은 줄어 소득 대비 부채 증가율은 무려 33.9%나 됐다.
주택투자와 교육비 상승
부채가 버는 것보다 많은 것은 언뜻 보면 신용카드 빚의 증가에 따른 과소비의 결과가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일부 젊은 소비자층에게는 그런 경향도 없지 않다. 그러나 주 원인은 주택투자나 상승하는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과다하게 빌린 돈이다.
미국진보센터(CAP)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교육비는 지난 2001~2004년 사이 인플레율을 감안하고도 무려
24.6%나 뛰었다. 또 지난해 모기지 비용은 총부채의 19.8%인 4천310억 달러에 달했다.
중산층은 자기 소득의 평균 20%를 빚 갚는 데 쓰며, 소득의 4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는 다부채 가구들이
특히 중산층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다부채 가구는 지난 2001년 12.8%에서 2004년에는 13.7%로
늘어났으며, 특히 이 기간 중 다부채 가구로 전락한 중산층은 3.2%포인트나 늘어났다.
일자리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을 겨우 따라가는 정도이고 임금은 오르지 않은 채 소득이 5년 연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주택투자와 교육비에 따른 빚을 갚기 위해 더 많은 빚을 져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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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학 교육비가 크게 오르면서 대다수의 중산층 미국인이 이를 충당하기 위해 많은 돈을 빌리고 있다.
사진은 대학교 캠퍼스에서 한낮의 오후를 즐기고 있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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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구 없나
중산층 가구가 불어나는 빚더미에서 탈출하려면 수입이 늘거나 가구 구성원이 새로 일자리를 얻어 돈을 버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미국의 경우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가구가 부부 맞벌이를 하고 있다.
가장이 24시간 일을 할 수도 없고 노동연령이 안 되는 자식을 일터로 내보낼 수도 없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소득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이익을 내더라도 대부분은 회사
몫이나 CEO에게 돌아가지, 월급쟁이의 임금이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나마 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정치권이 최저 임금을 올리거나 임금소득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AP의 크리스천 웰러 연구원은 “빚의 악순환을 겪고 있는 중산층을 빚에서 헤어나게 하려면 소득의 빠른
증가가 필요하다”면서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개입하는 것은 정책의 문제이며,
이는 주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노황 워싱턴 특파원 | nhpark@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