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로 무노조 원칙을 고수해 왔던 월마트에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생겼다.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의 월마트 진장점에서 직원 31명이 월마트 44년 사상 처음으로 노동조합 결성식을 가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말에는 선전, 둥관 등 공단지역에 진출한 홍콩계 등 외자기업 가운데 도금, 염색, 제지 등
환경유해 업체들이 대거 광둥성 정부로부터 토지임대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사실상 퇴출명령을 받은 셈이다. 이외에도 향후 6개월 안에 5만 개의 홍콩계 기업들이 문을 닫아야 한다.
한국계 기업 30여 곳도 이미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중국의 외국인 투자정책이 변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유치로 경제성장을 거듭해온
중국이 이제는 ‘배가 불렀는지’ 외국인 투자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높은 저축률과 경상수지 흑자로 투자재원이 풍부해지고 외환보유고도 넉넉해진 중국이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우대정책의 필요성을 재고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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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유통업체로 무노조 원칙을 고수해 왔던 월마트에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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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대중국 3위의 투자국인 한국 기업도 이제는 중국의 변화된 외국인 투자정책을 되돌아 점검해봐야
할 때가 된 듯하다. 중국의 최근 외국인 투자억제 방향은 일단 부동산 부문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중국은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부동산 가격 폭등 및 자산 거품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지난 7월 24일
건설부, 상무부, 인민은행 등 6개 부처 공동으로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엄격히 규제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외국인이 중국에서 부동산을 매입하려면 1년 이상 중국 내 근무 및 재학 경력을 증명해야 하며 실거주 목적에
한해서만 구매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변화하고 있는 중국의 외국인 투자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외자기업에게만 적용되던 다양한 조세감면 조치를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세제개혁을 추진중이고,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소득세 통합이다. 중국은 그동안 내자기업의 소득세율은 모든 지역에서 33%를,
외자기업은 15∼24%로 차별을 둬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차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상무위원회가 내.외자 기업간 소득세 통합 일정표를 마련하고 새로운
기업소득세법 초안을 심의하기 시작하면서 통합작업이 실질적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중앙정부는 또 지방정부의 외자기업에 대한 특혜 남용에 대해 견제에 나섰다.
지방정부가 합법적 우대정책을 웃도는 조건을 제시해 외자를 유치했던 경제개발구를 대대적으로
정리, 1년 만에 전국 5천 개 개발구 중 60∼70%를 정리하기도 했다.
계속 적자신고를 해왔던 쑤저우 나이키에 대해 중국 세무당국이 세무조사에 나서 235만 위안을 추징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중국은 외자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도 장부상 적자를 조작하고 있으며,
특히 이전가격 거래를 통해 매년 300억 위안에 달하는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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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시는 향후 5년간 외자유치를 기존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 업종과 인프라 건설, 사회사업 등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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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와 함께 중국시장에서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가진 외국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반독점법 제정’을 추진중이다.
지난 94년 논의를 시작했다 10년 이상 표류해온 반독점법 제정이 최근 급물살을 타는 배경에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지나친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숨어 있다.
월마트의 노조설립은 사실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들로선 앞으로 노사관계에 대해서도 고민을 더 깊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96년 첫 점포를 내고 중국에 진출했던 월마트는 중국 당국의 압력에 맞서 10년간 무노조
경영을 해왔으나 결국 무릎을 꿇었다. 첫 노조설립 이후 열흘 만에 다른 점포 4곳에서 노조가 추가 설립되는
상황을 월마트는 지켜보고만 있다.
외자기업의 노사관계에 대해 협조, 또는 방임의 자세를 보이며 친기업적 태도를 유지해온 중국 정부는 최근
노조설립 압력, 단체협약 체결요구 등 노동자의 권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노사분규 건수는 31만4천 건으로 전년 대비 20.5% 증가했고 이 가운데는 외자기업의 노사분쟁도
2만6천 건에 달한다. 중국 정부가 노동법에 입각, 예외 없는 정책 적용을 촉구하면서 외자기업들에겐 노사문제가
사업상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으며 신 근로계약법 도입은 인건비 상승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제조원가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도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이 대중국
투자를 재고하기 시작한 계기가 되고 있다.
낮은 임금과 땅값을 무기로 전 세계의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며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의 제조업이
최근 생산비용의 빠른 증가세로 인해 외국인들에게 투자처로서 매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이미 대중국 외국인 투자감소 신호는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올 들어 7월까지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전년 동기 대비 1.16% 감소한 327억1천만 달러로
나타났고 6월과 7월의 FDI는 각각 1년 전보다 12.2%, 5.5% 줄어들면서 2개월 연속 감소행진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중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외국자본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비등한 상태다.
당초 겨냥했던 기술혁신 역량 축적은 이뤄지지 않은채 외국인 기업의 시장 장악만 초래하고 국부를 유출하고
있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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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인건비만을 노린 중국진출은 이제 ‘무덤’이 될 수도 있다.
중부 후베이성의 한 공사현장에서 철근 위를 걸어가고 있는 중국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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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외자유치를 통한 첨단 선진기술 도입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자성에 따라 외자기업이 공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할 때 기술이전 조건을 내걸고 인허가를 내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베이징 제2공장 설립에 대해 중국 정부는 엔진기술 이전, 독자모델 개발 등의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상하이시는 최근 외국인 투자시 농민권익 침해 금지, 신규개발 구역제한 조치와 함께 향후 5년간 외자유치를
기존 제조업 위주에서 금융, 물류, 교육, 기술서비스 등 8가지 서비스 업종과 인프라 건설, 사회사업 등으로 바꿨다.
앞으로는 외국인 투자도 입맛에 맞는 사업만을 선별해 받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외국인 투자제한 조치가 외자기업들로선 속으론 못마땅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중국은 국제기준에 맞춰 내국민 대우 원칙을 적용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노골적인 반대를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세제혜택 축소나 기술이전 요구, 외자기업의 독점 견제 등은 중국이 내건 공정경쟁, 자주창신(自主創新)
측면에서, 노조설립 확대, 노동자 임금수준 향상 등은 빈부격차 해소 및 조화사회 건설이라는 정책과제 방향과 맞는다.
그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중국의 허술한 법규나 정부의 비호에 편승해 준법 투명 경영을 하는 데
취약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과거엔 묵인돼 왔던 각종 편법행위가 앞으로는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저가 인건비만을 노린 중국진출은 ‘무덤’이 될 수도 있다.
진출업종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이나 첨단업종으로 좀더 다양화하고 진출지역도 동북 3성이나 서부, 중부지역으로
다변화하는 것도 필요한 중국투자 전략 가운데 하나다.
정주호 홍콩 특파원 | jooho@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