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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의 M&A가 상대 회사의 명예 등을 생각해 은밀하게 진행돼온 점에 비춰볼 때 오지제지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일본의 동종 업계 대형사간 첫 적대적 M&A여서 주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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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지업계가 적대적 기업 M&A(인수.합병)에 휘말렸다.
보수적인 일본 제조업계에서 대기업간 기업사냥은 극히 드문 일.
금융계에 불기 시작한 M&A 열풍이 제조업계로 불어닥치는 것이 아닌가 재계의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제지업계 선두기업인 오지제지가 지난 7월초 호쿠에쓰제지에 전격적인 경영통합을 제안하면서 사태는 시작됐다.
호쿠에쓰제지는 5위 업체. 호쿠에쓰 측은 제안을 거부하고 매수방어책을 발표하며 맞섰다.
이 공방의 불똥은 곧장 제지업계 전체로 튀었다. 2위 업체인 니혼제지가 호쿠에쓰제지의 주식매집에 나선 것.
오지제지가 호쿠에쓰제지를 차지하게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오지제지가 호쿠에쓰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한 것은 호쿠에쓰가 일본 제지업계 최신 생산설비인
‘N9 머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제지업계는 인프라 투자에 돈이 많이 든다.
이미 설비가 노후해진 오지제치 측은 호쿠에쓰와의 합병을 통해 이를 달성하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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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에 불기 시작한 M&A 열풍이 제조업계로 불어닥치는 것이 아닌가 일본 재계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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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제지는 1873년 창업한 일본 최대 제지 메이커.
지난해 회계연도 매출은 1조2천138억 엔, 순익 210억 엔을 기록했다.
종업원은 약 2만 명. 이 회사는 1993년 간자키제지, 1996년 혼슈제지를 잇따라 합병하는 등 적극적인
M&A를 통해 회사 규모를 키워왔다.
호쿠에쓰는 1907년 설립됐으며 지난해 1천536억 엔의 매출과 32억 엔의 순익을 거뒀다.
인쇄 및 정보용지가 주력제품으로 설비 및 인쇄기술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그러나 합병의 앞길이 그리 탄탄해보이지는 않는 상황. 오지제지가 확보해 둔 호쿠에쓰의 지분이 4%를 밑돌기
때문이다. 여기에 2위 업체인 니혼제지가 뛰어들었다.
니혼제지는 호쿠에쓰의 지분을 10%까지 늘린다는 복안이다.
특히 오쿠에쓰가 미쓰비시상사에 제3자 할당증자를 실시, 미쓰비시 보유지분을 20%로 늘려주는 방식으로 사냥을
피한다는 계획이어서 오지제지의 야망이 달성될지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지제지는 8월 2일부터 호쿠에쓰 주식의 TOB(주식 공개매수)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800엔이며, 예정 매수 주식수는 전체 발행 주식의 50.0008%인 1억81만여 주다.
호쿠에쓰 주식의 7월 평균 주가보다 24% 높은 것이다. 공개 매수 기간은 2일부터 34일간.
시노다 가즈히사 오지제지 사장은 이와 관련, “지난 7월 3일 호쿠에쓰 측에 경영통합을 제안하고 협상을
벌여왔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어 공개매수에 나서기로 결정했다”며 “우호적인 단계는 넘어갔다”고 밝혔다.
특히 오지제지는 호쿠에쓰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신주발행을 포기할 경우에는 주당 860엔에 매입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오지제지는 호쿠에쓰제지 인수를 위해 최소 807억 엔에서 최대 1천658억 엔의 자금이 필요하게 됐다.
이에 대해 호쿠에쓰 측은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매수 방어책 발동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호쿠에쓰는 임시이사회를 열고 적대적 M&A에 저항하기로 결의한 뒤 사외감사 등 3인으로 구성된 독립위원회를
만들어 매수 방어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자본 제휴회사인 미쓰비시상사에 대한 제3자 배당(지분율 약 24%)을
예정대로 추진키로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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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단련 회장단. 보수적인 일본 재계를 흔들고 있는 잇단 M&A가 향후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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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제지는 신탁은행이나 보험 등 기관투자가에게 협력을 요청한다는 복안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니혼마스터 트러스트신탁은행(8.45%)이나 니혼트러스트 서비스신탁은행(8.36%), 미즈호은행(2.86%) 등이
호쿠에쓰의 주식을 가진 주주여서 이들을 움직일 경우 호쿠에스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 오지제지 측의
판단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호쿠에쓰 주식을 1천 주 이상 보유한 개인들에게도 주식 매도를 권하는 서한을 띄웠다.
노무라증권은 호쿠에쓰 주주들을 상대로 오지제지 제안의 장점을 설명하고 현재의 경영진 불신임을 당부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상대 회사의 명예 등을 생각해 은밀하게 진행돼 왔던 점에 비춰볼 때 오지제지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일본의 동종 업계 대형사간 첫 적대적 M&A여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 내 M&A 활동은 이번 사건에 큰 충격을 받고 있으며 상당한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소규모 회사들 사이에서는 공개적인 적대적 M&A 시도가 있었지만 오지제지와 같은 대기업이 이런 시도를
한 것은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오지제지의 이번 결정이 “유사한 M&A 시도가 터져 나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내놓고 있다.
실제 이 사건 직후 일본 신사복 시장이 재편 움직임에 휘말렸다.
신사복 2위 업체인 아오키홀딩스가 규슈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후타타에 주식 공개매수(TOB)에 의한 경영통합을
제안한 것이다. 아오키가 지난 8월 7일 후타타에 건넨 제안서를 보면 조건은 매수가격은 주당 700엔으로 후타타의
판단에 업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이런 제안에 따라 후타타의 최대 주주로 역시 같은 업계의 4위인 고나카는 긴급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상장기업인 후타타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다.
후타타는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계약을 맺고 경영조언을 받아가며 제안내용을 분석중.
아오키 측은 고나카는 후타타의 대주주이지만 협상 상대는 어디까지나 후타타라는 입장이다.
아오키의 제안에 응하지 않겠다는 고나카와의 사이에 후타타 쟁탈전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언론은 보수적인 일본 재계를 흔들고 있는 잇단 M&A가 향후 대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매수 방어책을 앞다퉈 마련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전망에서라는 것이다.
신지홍 도쿄 특파원 | shi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