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고속도로(아우토반)에 속도 제한이 없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아우토반 전체가 속도 무제한이 아니라 무제한 구간이 있다는 것이다.
진출입로 부근과 굽은 길 및 경사로, 그리고 공사 구간은 예외 없이 속도제한 표시가 붙어 있다.
아우토반 중 곧고 평탄한 ‘일부 구간’만 속도 제한이 없는 셈이다.
아우토반의 진짜 좋은 점은 따로 있다. 통행료가 없다는 것이다.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독일의 고속도로망을
승용차 운전자들은 한 푼도 내지 않고 이용한다. 독일 운전자들뿐 아니라 인근 유럽국 운전자들도 유럽의
중심인 독일의 고속도로를 공짜로 이용하고 있다. 독일 인근의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이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멀지 않은 장래에 아우토반 공짜 이용 시대가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독일 교통 당국은 2005년
1월 1일부터 화물차에 대한 고속도로 통행료를 징수하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에는 승용차에 대해서도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화물차에 대한 통행료 부과를 시행하는 데도 논란과 문제점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화물차 통행료를 부과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통행료 징수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또 통행료 수입도 늘어나는 등 통행료 도입이 성공적이란 자평이 나오고 있는 점 등은 승용차에도 통행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독일 교통부는 화물차에 대한 고속도로 통행료 수입이 올해 상반기에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한
14억9천만 유로에 달한다고 밝혔다. 올해 전체 통행료 수입은 29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보이고,
내년에는 31억 유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2톤 이상의 화물차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국도에서도 통행료가 징수된다.
화물차에 대한 통행료 징수가 국도로 확장된 것은 고속도로에서 통행료가 부과됨에 따라 이를 회피하기 위해
국도를 이용하는 화물차가 늘어나 국도의 혼잡이 가중되고 도로파손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교통부는 우선 주요 간선 국도 3개에서 통행료를 부과한 다음 통행료 부과 대상 도로를 확대할 계획이다.
톨게이트가 없는 독일 고속도로에서 화물차에 대한 통행료 징수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자동
요금청구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국 고속도로 주요 지역에 설치된 약 45만 대의 카메라 장착 측정기와 차량마다 부착된 이동통신
발신기, 위성을 이용한 지리위치추적시스템(GPS) 등을 이용해 차량 운행거리를 자동으로 계산해 운송업체에
청구서를 보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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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자동차 업계는 승용차 통행료 부과에 반대하고 있다.
자동차 운행비용이 늘어나면 자동차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세계적 자동차 회사인 독일 BMW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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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스템은 또 차량의 유해가스 배출이나 적재 무게, 과속 여부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벌금도
부과할 수 있도록 돼있다. 그러나 승용차의 경우는 이런 방식을 채용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회사에 소속된 화물차의 경우에는 통행료 사후 청구 방식이 가능하지만 이를 승용차 소유자 개개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너무 복잡하고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지적되는 탓이다.
이에 따라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에서 시행되고 있는 기간별 사전 통행 티켓 구매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에는 연간 고속도로 이용권을 구매해야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외국인의 경우 스위스의 고속도로를 단 한 번만 사용하더라도 1년치 통행료를 내야 한다.
오스트리아는 1주일, 2주일, 1개월, 6개월, 1년 등 기간을 세분해 고속도로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 당국은 승용차에 대해 통행료를 징수하기 위해 톨게이트를 설치하는 방안은 배제하고 있다.
설치 비용뿐 아니라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아예 통행료를 걷지 않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승용차 통행료 부과에 대해 독일 남부의 바이에른 주가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이에른 주는 오는 2008년부터 화물차뿐 아니라 승용차에 대해서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징수할 것이라고
귄터 벡슈타인 바이에른 주 내무장관이 최근 밝혔다.
바이에른 주 정부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려는 승용차 운전자들에게 연간 100유로의 통행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바이에른 주 정부는 승용차에 대한 통행료 부과로 연간 49억 유로의 추가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벡슈타인 장관은 승용차 통행료 수입은 석유세 인하 재원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부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정부도 바이에른 주와 비슷한 방식으로 승용차에 대해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 주는 통행료 수입을 석유세 인하 재원으로 활용함으로써 독일 운전자들이 기름 값이 싼 나라로 국경을
넘어가 주유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 밝히고 있다.
그러나 볼프강 티펜제 연방 교통장관은 승용차에 대한 통행료 징수에 반대하고 있다.
승용차에 대한 통행료 징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독일 자동차 업계도 승용차 통행료 부과에 반대하고 있다. 자동차 운행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이 자동차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독일 자동차 산업발전의 밑거름이 돼온 아우토반의 무료 통행이 사라질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송병승 베를린 특파원 | songbs@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