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속의 야생 고릴라로 유명한 콩고민주공화국은 ‘오지’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가장 험난한 곳
가운데 하나다.
아프리카 한복판에 위치한 이 나라는 지난 1998년부터 5년간 내전으로 400만 명이 숨졌다.
지난 2003년 조셉 카빌라(35)가 반군 세력과 평화협상 끝에 과도정부를 구성해 내전을 종식시켰지만 도로와 통신,
철도 등 거의 모든 인프라가 피폐화됐다.
내전 이전엔 쿠데타와 독재가 번갈아 가면서 악정이 거듭돼 이미 세계적으로 가난한 생활수준이 더욱 악화돼 왔다.
이런 민주콩고가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지 46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적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를 치르면서 국제적인
관심 대상으로 등장했다.
선거를 통해 정통성을 확보한 정부가 출범할 경우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콩고는 한반도 면적의 11배가 넘는 곳으로 금과 다이아몬드, 구리, 코발트 및 최근 휴대전화 부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콜탄 등 자원이 매우 풍부한 곳이다.
더욱이 세계 두 번째로 많은 수량을 자랑하는 콩고 강은 수력발전 잠재력이 풍부하고 삼림자원도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다.
열악한 인프라
수도 킨샤사를 향하는 관문인 은질리 국제공항에 내려 보면 이 나라 상태가 어떤 정도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여객기를 게이트에 연결시키는 차량도, 공항 구내에서 승객을 공항 청사에 운송하는 대형버스도 보이지 않는다.
승객들은 비행기에서 내려 걸어서 2층으로 된 낡은 청사에 들어가 입국 수속을 밟아야 한다.
다만 공항 규모가 인천 공항에 비해 훨씬 작기 때문에 그다지 오래 걷지는 않아도 된다.
이어 국제공항과 킨샤사를 잇는 편도 2차선 도로는 군데군데 웅덩이가 패여 있다.
도로에는 ‘저런 차도 굴러다닐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고물차가 수두룩하다.
택시로 이용되는 마이크로버스는 페인트칠이 다 벗겨져 있고 접촉사고 상흔이 이곳저곳에 나있다.
그나마 포장된 도로는 전국적으로 450km에 불과하다.
도로 양옆에는 단층짜리 벽돌건물이 죽 늘어서 있다.
흙바닥에 되는대로 벽돌을 쌓아올린 것으로 보이는 이들 상가건물에는 미장원, 옷가게임을 알리는 페인트가 조악하게
칠해져 있다.
서울의 세종로 격인 도심 곰베 지역에 들어오면 그래도 일부 고층빌딩들이 눈에 띈다.
도로 중앙에 세워진 원형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서 경찰관이 교통정리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상당수 건물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거나 퇴색해 있다.
또 이곳엔 유선전화가 없다. 보다컴과 셀텔 등 외국계 이동통신 업체가 제공하는 무선전화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정부 부처 내에서도 긴급한 회의를 하려면 일일이 휴대전화로 연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유선전화의 단축다이얼 서비스가 없는 것이다.
인구가 800만 명에 이른다는 킨샤사 도심을 차량을 이용해 약간 벗어나면 또다시 공항에서 수도로 들어올 때 보이는
풍경이 나타난다. 편도 1차선 도로 옆 맨 흙바닥 위에 단층짜리 벽돌건물이 허술하게 지어져 있다.
벽돌 상가 건물 앞에는 노점상들이 진을 치고 있다.
도로 옆에는 배수시설이 제대로 안돼 장대비가 내리면 물이 상가 쪽으로 흘러넘친다.
이를 막기 위해 사람들이 삽을 들고 나와 도로 옆 도랑으로 물길을 내야 한다.
대선 후 경제개발에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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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의 관료와 주민들은 지긋지긋한 내전과 갈등을 넘어서 경제안정과 발전을 갈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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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만나본 관료들과 주민들은 지긋지긋한 내전과 갈등을 넘어서 경제안정과 발전을 갈구하고 있었다.
카빌라 대통령과 반군 그룹 출신 장-피에르 벰바(44) 부통령이 경합을 벌인 10.29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 이후
안정된 정부가 출범하길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 직전 만난 젊은 변호사 니콜라스 리안자(25)는 개표 결과에 대해 카빌라-벰바가 승복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쉽진 결국 승복할 것”이라 말한다.
국민들이 더 이상의 갈등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카빌라나 벰바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에선 1차 선거에서 45%를 득표한 카빌라가 결선 투표에서 이변이 없을 경우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반군 그룹 출신인 벰바가 결과에 승복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
벰바는 여전히 사병을 거느리고 있어 그가 불복할 경우 또다시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투표 당일인 10월 29일 여러 곳의 투표소를 다니면서 만난 현지 주민들은 킨샤사가 벰바의 아성인 만큼 카빌라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니고 있었으나
“벰바가 패배할 경우 다시 내전이 벌어질 것”이란 답변을 하진 않았다.
카빌라가 대통령으로 집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정도였다.
투자진흥청의 무톰보 칼론지(47) 투자진흥국장은 내전 발발 가능성 여부에 대해
“양 후보가 모두 선거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며
“콩고는 그동안 내전 등으로 발전할 기회를 놓쳤다.
콩고 정부는 선거가 끝난 후 경제개발에 매진할 것”이라 강조했다.
투자대상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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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진흥청의 칼론지 국장은 국제공항으로서 시설이 뒤떨어지는 은질리 공항을 비롯해
도로, 호텔, 주택 등 인프라 구축에 한국인이 진출해주기를 희망한다. 사진.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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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론지 국장은 한국 기업이 콩고에 진출할 경우 광물자원보다는 도로, 주택 등 인프라 쪽을 권장한다.
투자진흥청이 광물 분야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광물자원은 이미 과거부터 외국계 거대기업이 들어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현지 사정에 밝은 다른 한 한국인도 한국 중소기업이 뛰어들 경우 광물자원은 쉽지 않은 분야라고 말한다.
광물은 탐사와 개발에 엄청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므로 중소기업이 유럽계 대기업과 경쟁을 벌일 경우 승산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현지 업자들과 접촉하다 오히려 사기를 당할 위험도 있다고 귀띔한다.
실제로 콩고 주재 한국대사관은 구리 등을 국제가격에 비해 싼 값으로 공급하겠다는 사기성 제안에 넘어가지 말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칼론지 국장은 건설, 농업, 주택, 관광 및 대중교통 분야에서 한국이 투자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국제공항으로서 시설이 훨씬 뒤떨어지는 은질리 공항을 비롯해 도로, 호텔, 주택 등 여러 분야의 인프라 구축에
한국인이 진출해주기 바라는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거의 유일하게 가뭄 걱정을 하지 않는 콩고에서는 농업도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투자진흥청이 콩고에서 외국인들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창업에 필요한
원스톱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한국 기업인이 현지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적극 돕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편 현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교포도 대선 이후 안정된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 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기회와 위험 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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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중순, 노무현 대통령과 데니스 사수 은게소 콩고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사진.백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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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는 자원 대국인 데다 인구도 6천500만 명에 이르는 등 새로운 시장으로서 잠재성이 있다.
하지만 후진적인 사회관습과 부패 등 기업을 하는 데 어려운 요인들이 있다고 현지에서 만난 한인들은 전한다.
콩고는 지난 2003년 과도정부가 들어선 이래 꾸준히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있고, 이동통신 가입자도 급증하고 있는 상태다.
킨샤사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있는 콩고코리아텔레컴(CKT) 부사장 김교환 씨는 보다컴, 셀텔 등 이동통신 가입자가
35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매년 가입자가 100% 정도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전한다.
또한 킨샤사 도심을 중심으로 부동산 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새로운 건물을 건설하는 공사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CKT는 최근 대한전선이 대주주로 참여했는데 콩고에 유무선 통합 전화서비스를 실시해 이 나라 통신사업의 주축으로
자리 잡을 계획이다.
콩고 주재 이욱헌 대사대리에 따르면 세계은행과 유럽 선진국 등이 이 나라에 대한 개발지원 투자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부패 문제는 현지 진출에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한 교민에 따르면 관공서에서 공증을 받을 때도 ‘윤활유’가 필요하다.
인허가를 받기 위해 한 부처 내에서 여러 부서가 논의하거나 여러 정부 부처가 협의해야 하는 사항은 그만큼 액수가 커진다.
그런데 이 같은 ‘윤활유’는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 있기도 하다는 것.
해당 부서 담당자에게 회의 소집이 필요하다는 휴대전화를 걸어야 하고 택시 등 교통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가난한 정부는 제대로 통화료, 교통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 교민은 이 같은 ‘윤활유’를 지급하긴 하지만 ‘큰 액수’는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현지에 오래전부터 들어와 기업을 하는 외국인들은 아예 먼저 ‘큰 돈’을 찔러놓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이 교민은 전했다.
이와 함께 2년에 한번 꼴로 군사적 갈등을 겪어온 정치적 불안정도 큰 제약 요인이다.
현지에서 15년간 선교.교육 활동을 해온 김경식 목사는 2년에 한번 꼴로 군인들의 폭동 등 정치적 불안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경험담을 밝혔다.
그러나 현지에선 대체로 낙관론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여러 리스크가 있지만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리스크가 없으면 진출할 여지가 없을 것이란 견해가 유력하다.
유럽 거대자본이 이미 모든 것을 장악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민철 요하네스버그 특파원 | minchol@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