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T는 단일한 대학을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대학, 연구기관과 기업을 연계하는 일종의
네트워크 형태를 띨 예정이다.
유 럽에 미국 명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 맞설 만한 ‘유럽공과대학(EIT)’ 이 마침내 설립된다.
EIT는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미국과의 과학기술 연구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해온 작품이다.
하지만 학계에선 “정치적 동기에 의해 그나마 빈약한 EU 연구기금을 낭비하려는 쓸모없는 계획”이라며 노골적으로
반대해왔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 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은 지난 10월 20일 핀란드 라티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바로수 위원장이
제안한 EIT 설립안을 승인했다.
바로수 위원장은 학계의 반대의견을 수렴해 정상회의에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가장 큰 변화로는 전통적 캠퍼스에 해당하는 중앙 운영기구 설립조항이 삭제된 점이다.
EIT 설립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찬성으로 돌아선 것도 MIT 등 기존 대학과는 달리
대규모 새 캠퍼스를 설립하지 않는다는 수정내용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MIT와 달리 EIT는 단일한 대학을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대학, 연구기관과 기업을 연계하는 일종의
네트워크의 형태를 띨 예정이다.
EU 25개 회원국의 혁신 잠재력을 되살릴 범유럽 연구조정센터의 성격을 띨 EIT는 오는 2008년, 또는 2009년 출범해
2010년부터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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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T는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이 미국과의 과학기술 연구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해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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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의미
바로수 위원장은 지난 10월 집행위 회의에서 EIT 수정안을 확정한 후 “EIT는 유럽의 혁신 잠재력을 살리기 위해
연구, 교육, 산업계 사이의 벽을 허물 것”이라 말했다.
바로수 위원장은 EIT 설립으로 보다 많은 과학적 발명이 성공적인 산업제품의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U 순회 의장국인 핀란드의 마티 반하넨 총리도 “EIT는 유럽의 혁신 격차를 메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말했다.
집행위는 ‘유럽판 MIT’로 불리는 EIT 설립으로 유럽의 연구개발 예산을 현 국내총생산(GDP)의 1.9%에서 3%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연구개발 예산은 GDP의 2.6%, 일본은 3.2%에 달한다.
운영 방식
정상회의를 통과한 수정안에 따르면 EIT는 연구 프로젝트를 선정해 유럽 각국에 흩어져 있는 기존 대학과
연구센터, 그리고 업계 인사들을 한데 묶어주는 기획과 조정의 사령탑 역할을 수행한다.
대학 운영은 업계와 학계 저명인사 15명 및 학생, 직원대표 4명 등 19명으로 구성되는 이사회가 맡는다.
이사회는 핵심 연구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할 이른바 지식혁신공동체로 불릴 연구그룹과 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연구그룹은 자율적으로 프로젝트 연구작업을 수행한다. 이사회는 총 60명의 행정직원들을 두게 된다.
재원 규모 및 충당
집행위는 오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EIT 설립 및 운영자금으로 24억 유로(3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3억 유로는 EU 예산에서 충당하고 나머지는 회원국, 지방정부, 민간부문에서 지원받을 예정이다.
폴크스바겐, 노키아, 유니레버, 지멘스,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EIT 지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집행위는 밝혔다.
출범 시점
집행위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07년 말, 또는 2008년 초까지 EIT의 법적 골격을 갖추고, 2008년 중 이사회를 인선한다.
이어 오는 2009년 연구프로젝트 선정 작업에 들어가 2010~2011년 본격적인 연구작업이 수행될 전망이다.
핵심 연구대상은 에너지, 환경, 정보, 나노기술 등 첨단 분야다.
학위 존재 여부
EIT는 일종의 네트워크로 학위를 수여할 수 없다.
하지만 네트워크 연구작업에 참여하는 유럽 내 대학들이 대신 학위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집행위는 내다보고 있다.
집행위는 EIT와 계약을 체결하는 연구그룹에 EIT 학위 수여 자격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사회 기구 설립 장소
폴란드와 프랑스가 EIT 이사회를 유치하기 위해 경합하고 있다.
폴란드는 EIT 유치에 관심이 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일부 유럽의회 의원들은 유럽의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세우되, 의회는 브뤼셀로 일원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학계 등 반발
유럽 내 기존 명문 사학들을 비롯해 학계에선 EIT 설립으로 기존 대학들에서 연구지원금이 EIT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하고 있어 EIT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마지막 홍콩 총독으로 EU 집행위원을 지낸 옥스퍼드대의 크리스 패튼 총장은 “기존에 있는 대학 및 기구를 제대로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런던에 있는 과학과 공학을 위한 캠페인의 피터 포트그리브 소장 역시 “과학계의 전체적인 입장은 EIT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은 EIT 설립자금이 지난해 설립된 유럽연구위원회(ERC)로 돌려지거나 기존 대학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자들은 EIT의 연구기금 분배기능이 또 하나의 관료주의만 낳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과학적 우수성만을 기준으로
기금을 분배하는 ERC가 그 기능을 맡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수 위원장은 EIT가 ERC와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이상인 브뤼셀 특파원 | sangi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