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원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에너지 공급로 확보와 자체 에너지 생산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세 계 각국의 에너지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독일 역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한 전방위 노력을 펼치고 있다.
세계 3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독일은 원유가 생산되지 않아 에너지 자원의 해외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에 따라 독일은 에너지 공급로를 확보하고, 아울러 자체 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것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 정부가 들어선 이후 독일은 러시아와 유대 강화에 힘쓰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1년 사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5차례나 만나는 등 적극적인 대 러시아 접근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정책의 배경에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독일 에너지 기업 이온(E.ON)은 지난 8월 러시아의 독점 가스공급 회사인 가즈프롬과 2036년까지 가스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온은 이미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발트해를 통해 유럽으로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북유럽가스관(NEGP) 컨소시엄을 통해
가즈프롬으로부터 2011년부터 2021년까지 가스를 공급받기로 돼있으며 새로운 계약을 통해 이를 15년 더 연장했다.
총비용 47억 달러가 들어가는 러시아-독일간 가스관 부설사업을 위한 컨소시엄에는 러시아의 가즈프롬이 51%,
독일 에너지 기업 이온과 화학업체 바스프(BASF)가 각각 24.5%의 지분을 갖는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NEGP 컨소시엄의 경영은 독일 드레스드너 방크의 러시아 지사장인 마티아스 바르니히가 맡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경영감독위원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이밖에도 메르켈 총리는 중남미 정상들과 만나 안정적인 석유공급을 요청했으며, 야로슬라브 카친스키 폴란드 총리와
만나 에너지 공급로를 확보해줄 것을 약속하는 등 에너지 외교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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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에너지 회사 Gasag의 가스 저장고 인근 배수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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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의 강세가 지속되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감에 따라 에너지 효율이 높은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더 많은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것을
각국 정부에 권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원전 폐쇄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일 정부와 전력 업계는 지난 2000년 6월 독일 내 19개 원자력발전소 전부를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키로
합의했다.
1998년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사민당(SPD)과 녹색당 연립정권은 2000년에 원전 신규 건설 금지 및 기존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규정한 법률을 제정했다.
2002년 발효한 이 법에 따라 2003년 북부지역 슈타데 발전소가 폐쇄된 데 이어 지난해 5월 남부 오브리크하임 발전소가
두 번째로 폐쇄됨으로써 독일 원전은 이미 17개로 감소했다.
미하엘 글로스 독일 경제장관은 독일의 원자력 발전소는 “정치적 이유로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말해 원자력 발전소
폐쇄정책의 경제적 효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사당 출신의 글로스 장관은 “우리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가계와 기업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업계는 당초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정부의 강경방침에 밀려 원전을 폐쇄하는 데 합의했으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폐쇄 시한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전력업계는 재생에너지 개발정책은 필요하지만 원전을 특정 시점까지 강제 폐쇄하는 것은 에너지 수급과 비용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아직 석탄류에 의한 전기 생산 의존도가 절반 가까운 현실에서 기후협약 발효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원자력
발전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오는 2010년이면 천연가스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는 에너지원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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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우)가 적극적인 대 러시아 접근 정책을 펴는 배경에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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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현재 미국, 프랑스,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의 원자력 발전국으로 전체 전력 생산량의 28%가 원전에서 나오고 있다.
독일이 세계 최고의 풍력에너지 사용국이지만 아직 그 수준은 미미한 편이다.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 남짓이어서 원전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독일은 에너지원의 자급률을 높이고 미래의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독일 정부는 태양에너지, 풍력 등 재생 가능한 대체에너지 개발 및 연구를 위해 오는 2009년까지 20억 유로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독일 기업들은 오는 2012년까지 대체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해 330억~40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독일 전력회사들은 같은 기간에 발전소 건설과 송전망 확충을 위해 300억 유로를 투자할 예정이다.
최근 독일을 비롯, 서유럽 전역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자 독일 정부는 전력 업체에 대해 송전망을 확충하는 등
유사시에 대비한 시설을 확충할 것을 촉구했다.
독일에서는 지난 9월 세계 최대의 태양열 발전소가 완공돼 가동을 시작했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 아른슈타인에
들어선 태양열 발전소는 12MW의 발전 용량을 갖고 있으며, 3천5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독일은 지난해 태양에너지 개발 분야에 37억 유로를 투자했다. 독일 태양에너지협회는 독일의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태양에너지 비중은 현재 1%에 못 미치지만 오는 2020년까지는 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송병승 베를린 특파원 | songbs@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