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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슬람권 금융 허브
종교 장애 극복.금융혁신 선도
중동지역 국가들이 이슬람 법체계에 얽매여 있는 동안 말레이시아는
이의 법 정신에 어긋나지 않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들고 중동지역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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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등 이슬람 국가가 이자 수익을 금하라는 코란의 문구에 얽매여 있는 동안 말레이시아는 관련 법 규정을 제정해 이자
수익을 통한 금융거래를 장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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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람권의 변방 국가에 불과했던 말레이시아가 지속적인 금융혁신을 통해 이슬람권 금융산업을 이끌어가는 개척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슬람권의 중심인 중동지역 국가들이 이슬람 법체계(샤리아)에 얽매여 있는 사이,
말레이시아는 샤리아의 법 정신에 어긋나지 않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들고 중동지역으로 파고들면서 이슬람권 금융허브로
도약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국제시장의 틈새를 파고들기 위해 2001년 중동에 처음 진출, 이슬람 채권(수쿠크)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수쿠크 발행 첫해 이슬람 채권시장 규모는 1억5천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6년 만에 500억 달러로 팽창, 현재 자산규모가 1조 달러에 이르는 이슬람권 금융산업 중 가장 괄목할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번창일로에 있는 이슬람 금융산업을 이끄는 국가는 다소 엉뚱하게도 이슬람권 중심인 중동에서
수천km 떨어진 변방국가 말레이시아다.
금융분석가들은 이슬람 채권산업을 육성하려는 말레이시아 정부 당국의 노력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수쿠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2004년에는 웹사이트를 구축해 모든 수쿠크 목록을 게재해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
컨설팅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사의 대표인 파이즈 이즈미는 월 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말레이시아가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가 이끄는 금융혁신은 이제 중동지역뿐 아니라 이슬람권과 거래하고 있는 시티그룹의 시티뱅크나 HSBC 홀딩스 등
서구의 거대 금융회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CIMB 금융그룹과 같은 말레이시아 투자은행은 이슬람 세계에서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기업매출채권과 연계된
‘무보증 이슬람 사채’와 ‘자산담보부증권’ 등을 발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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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가 이끄는 금융혁신은 이슬람권과 거래하는 서구의 거대 금융회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에 위치한 시티그룹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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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홀딩스나 시티그룹 등 서구 금융기관 역시 이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슬람권 금융산업이 뒤처지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이자 수익을 금하는 샤리아의 법 정신이다.
‘알라는 거래는 허용하되 이자는 금했다’는 코란의 가르침에 따라 이슬람 사회는 물품과 서비스 제공, 직접투자,
자산임대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돈을 빌려주고 얻는 이자 수익은 금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 같은 장애를 뛰어넘기 위해 샤리아의 법 정신에 어긋나지 않는 채권 관련 법 규정을 제정한 뒤 중동시장을
파고들 수 있었다.
혁신의 바탕은 압둘라 아흐마드 바다위 총리가 주창한 ‘이슬람 하다리’에 있다.
이는 경제발전, 과학진흥, 다양성의 존중을 통해 문명화된 이슬람 사회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중동 등 이슬람 국가가 이자 수익을 금하라는 코란의 문구에 얽매여 있는 사이 말레이시아는 역으로 이자 수익을 통한 금융거래를
장려했다.
말레이시아는 첫 단계로 1983년 이슬람 은행법을 통과시켜 ‘뱅크 이슬람’을 설립, 이슬람 자본의 대출을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이슬람 보험회사인 ‘타카풀 말레이시아’를 설립했다.
1994년에는 금융시장을 개방해 HSBC 홀딩스가 말레이시아에서 금융업을 시작했으며, 말레이시아는 소위 수쿠크라 불리는 이슬람
채권도 발행했다.
이처럼 한발 앞선 금융혁신으로 말레이시아는 두바이, 바레인 등 강력한 후발주자를 뿌리치고 전 세계 이슬람 채권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엄격한 이슬람 사회에서 발 빠르게 금융혁신을 단행할 수 있었던 것은 관련법 제정과 개정을 쉽게 하도록 금융정책 결
정기관에 종교 지도자로 구성된 자문단을 따로 둔 덕분이었다.
다른 이슬람 국가의 종교 지도자들이 특정 금융정책에 대해 종교적 순수성을 다투는 동안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자문단을 통해
신속히 정책을 수립, 집행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신속하고 유연한 금융정책의 수립을 통해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권의 금융허브를 꿈꾸고 있다.
압둘라 총리는 최근 은행 관계자 회의를 통해 “이슬람 자본이 아직도 무슬림에게 큰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전 세계 번영에
발맞춰 이슬람 금융산업의 확대가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금융혁신을 통해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말레이시아는 이제 변방국가에서 탈피, 종교와 문화 등 다른 부문에서도 이슬람 중심사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성옥 방콕 특파원 | sung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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