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경제중심지 상하이의 화려한 야경. 풍부한 유동성이 중국 증시를 ‘눈먼 황소’처럼 내달리게 하고 있다.
|
|
중
국에서 최근 전당포가 성업중이다.
공산당 정부 수립 이후 사라졌던 전당포가 다시 생겨나고 있는 것은 개혁.개방 이후 은행 문턱을 넘을 수 없는
신용 바닥층의 고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성업은 주식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돈을 대출받아도 되지만 중국 은행감독 당국은 주식투자를 위한 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했다가 주가가 하락할 경우 은행까지 부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것을 지켜보던 보수적인 중국인들조차 급기야 전당포에 집을 맡기고 돈을 빌려 주식시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베이징에서 징청화샤(京城華夏)라는 상호로 전당포를 경영하는 양융 씨는 “최근 거의 매일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려는 고객들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면서 “주택 저당이 반 년 전에 비해 7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중소기업들이 급전 조달을 위해 달려왔지만 지금은 30% 이상이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라 말했다.
베이징의 경우 전당포 이자는 매달 3% 이상의 고리다. 10만 위안(1천200만 원)을 빌리면 매달 3천 위안을 이자로 내야 한다.
하지만 한껏 고조된 주식투자 열기에 휩싸인 중국인들에게는 이런 고리의 이자가 크게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중국 주식시장은 지난 2월말 거품논쟁 이후 탄력을 받았다.
3월 18일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예금대출 금리를 각각 0.27% 올렸다.
중국의 과잉유동성이 자산시장에 거품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고 자금시장을 조인 것이다.
하지만 중국 증시는 이날 금리인상 이후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하면서 한두 차례 주가조정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연일 상승가도를 달렸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의 금리인상만으로 시중 유동성을 조이기는 역부족이라 해석했으며,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을 호재로 받아들였다.
 |
|
올해 중국 증권시장에 대해 20~30% 성장을 전망하는 동방증권 량우펑 리서치센터장
|
|
중국 증시의 상승요인은 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면서 기업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기초 위에 중국의 여유자금이 은행을 떠나
증시로 속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유동성이 중국 증시를 ‘눈먼 황소’처럼 내달리게 하고 있다.
증시로의 자금유입은 매일 신규로 개설되는 계좌 수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국 등기결산공사에 따르면 A주 투자를 위해 신규로 계좌를 개설한 투자자 수는 지난 1.4분기에만 479만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6%가 증가했다.
펀드에 새로 가입한 투자자도 374만 명에 달한다.
A주와 외국인도 살 수 있는 B주 계좌, 그리고 펀드 가입자까지 합치면 중국의 주식인구는 지난 3월말 현재 8천725만 명이다.
주식투자 가능인구 비율로 따지면 8명 중 1명 꼴로 주식투자자다.
해외자금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외국인이 A주를 사는 것은 제한돼 있다.
중국 정부의 승인을 얻은 외국의 적격 기관투자자(QFII)들이 A주를 매입할 수 있지만 승인받은 100억 달러가 거의 소진됐다.
중국 증권 당국은 추가로 60억 달러를 승인해줄 계획이지만 시기는 미정이다.
지금처럼 주가가 가파르게 올라가면 과열에 대한 우려로 승인 시기는 늦춰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현재 한국은 대한투신과 삼성투신, 미래에셋이 QFII 자격승인을 요청해 놓고 있지만 승인 여부는 불투명하다.
3월 금리인상 이후 시작된 중국 증시의 ‘춘계 대공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승장이 길어지면서 조정의 골도 깊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해관은 3월말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폭이 68억7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6%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무역수지 흑자 폭이 작년에 비해 9배 증가한 점에 비춰 3월 무역수지 흑자폭 감소는 다소 충격적이다.
여기에 중국이 과잉유동성 억제를 위한 긴축방안을 강구중이다.
3월 금리인상으로 중국의 금리수준은 8년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 인민은행은 4월 16일부터 상업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다시 0.5%포인트 인상했다.
지급준비율이란 상업은행들이 예금 지급준비를 위해 예치해야 하는 비율이다.
지준율을 올리면 그만큼 시중에 풀려나가는 돈이 줄게 된다.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상은 올 들어서만 3번째다. 인민은행이 추가 긴축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높다.
3월 무역수지 흑자가 줄었지만 수출업자들이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률 하향조정을 피하기 위해 미리 앞당겨 선적한 요인이
커 4월부터 예년 수준의 증가율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곡물가격 상승으로 물가부담이 쌓이고 있다.
향후 1.4분기 경제지표들이 나오고 더 이상 시중의 유동성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금리 추가인상과 같은 강도 높은 대책이
나올 수도 있다.
 |
|
중국 증시는 이제 세계 증시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상하이 증시 직원들
|
|
중국 증시는 이미 과대평가된 측면도 없지 않다.
지난 3월말 현재 중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5.17배로 작년 동기의 18배를 크게 웃돌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주가수익비율이 25배를 넘으면 과대평가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중국 증시의 거품논쟁은 현재 일단 수그러든 상태다.
중국 증시는 지난 1월말 청쓰웨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의 거품경고로 한 차례 조정을 겪었다.
당시 청 부위원장은 중국 상장기업의 70%가 부실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경고가 기폭제가 돼 중국 증시는 10% 이상 폭락했다.
중국 증시는 이제 세계 증시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월의 조정이 세계 증시에 큰 파동을 촉발하면서 세계 자본시장의 연계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중국 증시에 다시 조정국면이 온다면 인민은행의 긴축정책이 도화선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스탠다드 차터드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그린은 “인민은행이 분기별로 한 번씩 지준율을 인상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올해 벌써 3차례 지준율을 인상했지만 6번을 채울 것”이라며 “현재 10.5%인 지준율이 12%에 이를 수 있다”고 추측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아시아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타오둥은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은행들에 대해 행정규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증시가 과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어떻게 연착륙할지 세계 자본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진병태 상하이 특파원 | jbt@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