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전양판점 전국시대
단일 전자제품 시장 놓고 최후 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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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양판점이 무한경쟁에 들어가면서 소비자들은 자고 나면 떨어지는 가격에 즐거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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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에서 가전양판점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다.
강력한 판매력을 배경으로 일본의 가전양판점은 가전 메이커의 상품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이 무한경쟁에 들어가면서 소비자들은 자고 나면 떨어지는 가격에 즐거워하고 있다.
JR 센다이역 서쪽 출구로 나가면 가전양판점 업계 1위인 야마다전기의 새 매장 ‘라비’가 보인다.
이곳은 2월 개업했다.
매장은 4층으로 컴퓨터가 주된 상품이다.
매장에는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마이크를 이용해 제품을 소개하는 점원들의 목소리와 진열된 제품을 고르는 고객들로
하루 내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방금 전까지는 15만8천700엔 하던 노트북 컴퓨터가 어느 순간 13만4천800엔으로 떨어지는 등 하루에도 여러 번 가격이 변한다.
이 매장은 연면적 7천200m2로 일본 도호쿠 지역 최대 규모다.
상품 수는 모두 20만 점이 넘는다.
센다이역 주변에는 라비 외에도 유명 가전양판점들이 모두 입주해 있다.
다이에 센다이점, 요도바시카메라의 ‘마루치미디아 센다이’도 라비와 경합을 벌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처음엔 하루 단위로 할인 경쟁이 이뤄졌지만 어느새 경쟁 매장의 가격변화에 따라 즉각 대응하는 시간단위
경쟁 양상이 일상화됐다.
일본에서 가전양판점은 요도바시카메라와 빅쿠카메라 등 도심의 터미널 부근에 주로 점포를 내는 ‘도심형’과 야마다전기,
에디온, 고지마 등 교외의 간선도로변에 매장을 내는 ‘교외형’ 등 두 가지로 나누어져 왔다.
야마다전기는 교외형 점포를 전국에 개설하면서 업계 톱 자리를 차지했다.
경쟁사 매장 주변에 점포를 내 가격경쟁을 통해 소비자를 끌어오는 것이 주된 전략이었다.
일본 서부 규슈 지역에서 ‘케즈전기’의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해온 쇼이치전기는 “야마다의 출점과 가격공세로
이익률이 줄어들어 신규 출점할 여유가 없어졌다”며 케즈전기와 계약을 청산하고 지난해 11월 야마다전기와 자본.업무 체휴에
들어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이런 교외형의 야마다전기가 도심에 점포를 내면서 요도바시나 빅쿠카메라에 정면 도전하면서 업계에 폭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야마다전기의 센다이 진출은 지난해 봄 오사카 시내 난바에 이은 두 번째 도전이었다.
야마다전기의 야마다 사장은 “우리 회사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에서 시장점유율이 낮다.
전국의 주요 도시를 보면 현재의 2배 정도의 출점 여력이 있다”고 지속적인 대도시 공략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야마다전기는 오는 7월에는 도쿄시내 이케부쿠로에 있는 빅쿠카메라 본점 인근에 연면적 4천600m2의 대규모 매장을 개설할
예정이어서 빅쿠카메라가 긴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빅쿠카메라는 업계 2위인 에디온과 제휴에 나섰다.
지난 1월 중순 빅쿠카메라의 아라이 창업자가 에디온의 구보 마사타카 사장과 첫 제휴협정을 맺은 뒤 2주일 만에 양사는
자본.업무 제휴에 합의했다.
서로 상대방 주식 3%를 소유하면서 상호 임원 파견, 상품 공동구입, 물류망 공동이용, 포인트 상호이용 등이 주요 제휴 내용.
두 회사의 매출 합계액은 1조3천억 엔에 달해 이들이 경영통합을 할 경우 야마다전기와 대등한 수준의 거대 양판점연합체가
탄생하게 돼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에디온 측은 “물류망 공동화 등 자본.업무 제휴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과당경쟁에 따른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출생률 저하 및 노령화로 가전제품 전체의 매출액은 1999년 7조6천996억 엔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
2004년에는 7조4천451억 엔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가전양판점은 1990년대부터 대규모 소매점포에 대한 규제 완화에 힘입어 점포 수가 늘어왔다.
특히 제품 진열과 가격 등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까다로워지는 가운데 강력한 구매력을 갖게 되면서 다양한 종류를 싼값에
공급할 수 있는 양판점의 시장점유율은 늘어만 갔다.
대형 양판 10개 회사의 매출액 합계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0년 37.8%에서 2005년 63.9%로 급증했다.
반면 1982년 전국에서 4만7천672개에 달했던 소규모 가전판매점은 2004년에는 거의 절반 수준인 2만5천80개로 줄었다.
야마다전기가 도시로 진출한 것도 전체적인 시장축소에 따라 그동안 개척하지 않았던 지역에 대한 공략을 통한 매출확대 차원이다.
업계도 이제 도시형, 교외형으로 구분됐던 과거의 경쟁구도가 사라지고 단일 전자제품 시장을 놓고 마지막 결전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야마다전기의 도심 진입과 관련, “도시형과 교외형은 점포 운영전략이 다르다.
전단지를 뿌려서 주말에 손님을 끌어모으는 교외형 전략이 도심에서도 통할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야마다전기가
도시 지역 소비자를 겨냥한 새로운 영업전략을 도입할 것이 분명한 만큼 향후 추이를 쉽게 속단할 수 없다.
이들 양판점이 가격경쟁을 통해 승부할수록 속이 타는 곳은 제조업체다.
과거에는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소매점을 통해 적정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생산량의 70% 가까이가 양판점을 통해
거래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의존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양판점이 가격인하를 요구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양판점은 하루에도 몇 번씩 경쟁업체의 가격을 조사해 이보다 조금이라도 낮게 가격을 책정한다.
이는 결국 제조업체에 가격인하나 리베이트 부담 압력으로 돌아온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는 물론 양판점 업체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격인하 경쟁으로 제조업체의 부실이 발생하면 결국 양판점도 피해를 본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가격경쟁을 지켜보는 소비자들은 “같은 제품을 조금만 기다리면 더 싸게 살 수 있다”며 즐거워하지만 전문가들은
출혈경쟁으로 도산하는 기업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하게 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양판점들의 최후 결전이 얼마나 계속될지 주목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최이락 도쿄 특파원 |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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