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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서 6월 6일부터 8일까지 열린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에는 G8 회원국 이외에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공 등
소위 신흥경제국 정상들이 초청됐다.
이들 5개국 정상은 기후변화 대책과 세계 경제 문제에 대한 토론에 참석해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번 회의에서 G8 정상들은 기후변화 대책 등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는 데 신흥 경제국가들의 참여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 국가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임을 선언했다.
G8 공동성명은 “우리는 새로운 파트너십에 기초하고 실질적 주제를 다루는 구조적인 대화의 새로운 형식을 창안할 것”이라 밝혔다.
이번 회의를 주재한 G8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신흥 경제국가의 참여 없이는 기후변화,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라운드 협상, 지적재산권 문제 등의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 인식에 따라 앞으로도 어떤 방식으로든 G8 회의에 신흥 경제국들이 계속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흥 경제국가의 위상이 높아졌다 해도 G8이 바로 G13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G13을 공식 창설할 계획이 없다”고 G13 논란에 대해 쐐기를 박았다.
G8은 필요한 범위에서만 이들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을 뿐이며 실제로는 신흥 경제국의 부상에 대한 공동대응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번 G8 정상회의에서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풍성한 성과를 거둔 것도 선진국들의 이런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화의 주도 세력인 G8은 이번 회의를 통해 세계 문제에 대한 선진국들간 연대를 확인하고 나아가 신흥 경제국가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기후변화 대책에 대한 유럽과 미국간 이견이 노출되고,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 방어기지 설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간 갈등으로 회담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G8 정상들은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에 합의했으며, 세계경제의 균형발전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기후변화 대책 논의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데는 반대했지만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새로운 국제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논의에는 참여할 것을 약속했다.
이 같은 합의에 따라 G8 정상회담 공동선언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가 명시되진 않지만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감축키로 합의하고 다른 국가들도 이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문구가 들어갔다.
G8 정상회담 공동선언의 기후변화 대책 부분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지구적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오늘 우리 모든
주요한 배출국가들은 EU, 캐나다, 일본이 2050년까지 적어도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결정한 데 대해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라 규정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유럽과 미국간 타협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경제지역을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로 끌어들이려는
속내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토의정서는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의무이행 기간이 2012년으로 종료되기 때문에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약 체결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포스트 교토의정서 논의의 핵심 주제는 미국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아울러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 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경제지역에 대해서도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G8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포스트 교토의정서 논의에 참여할 것을 약속함에 따라 중국과 인도 등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 참여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는 여전히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은 선진국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의무적인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데 동참하는 것을
거부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지구온난화에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야 하며,
동시에 개발도상국들이 기후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처럼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인도 등 온실가스 배출 대국들이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데 거부감을 감추지 않고 있어
앞으로 포스트 교토의정서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 경제의 균형 발전과 안정화 방안이 중점 논의됐다.
여기서 균형 발전은 선진국과 개도국간 균형 있는 발전이란 의미보다 선진국이 신흥 경제지역을 견제하는 의미가 더 크다.
세계 경제 분야에 대한 G8 공동성명에도 선진국들의 이런 의도가 엿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성장과 책임’이란 제목의 공동선언은 “아시아의 신흥 경제국가들은 더 유연한 환율 체제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으며 금융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신흥 경제국가는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보고 있으며 흑자 규모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조정 필요성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효과적인 환율 변동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에 대해 자유변동 환율제도 도입을 통해 과도한 수출경쟁력을 완화하고 흑자 규모를 줄일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하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동성명은 산유국들에 대해 설비 증대와 경제 다양화를 위한 투자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헤지펀드 문제에 대해서는 감시의 필요성은 확인하면서도 실질적인 규제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반면 투자의 자유가 경제성장과 번영, 그리고 고용증진을 위한 근간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선진국 투자자본의 글로벌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송병승 베를린 특파원 | songbs@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