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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 잔재 지운다
공산주의 붕괴후 세력다툼
발트 3국을 포함한 구 공산주의 국다들은 1989년 공산주의 붕괴 후
레닌과 스탈린동상등 공산주의 유물을 대부분 파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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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의원들은 구소련을 상징하던 망치와 낫그림의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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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
가리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인근의 베르터누크 광장. 작은 연못이 하나 있고, 그 위로 청동 다리가,
다리 위에는 중절모를 쓴 아주 평범한 남자 동상 하나가 의사당 쪽을 바라보고 서있다.
1956년 헝가리 혁명의 영웅으로 러시아에 저항하다가 비밀리에 사형에 처해진 너지 임레 전 총리의 동상이다.
너지 동상에서 50여m 정도 뒤로 가면 서버첵(자유)이라는 이름의 광장이나 나오는데 여기에 2차 세계대전 당시 헝가리에서
사망한 옛 소련 병사들을 기념하는 오벨리스크가 서 있다.
재미있는 건 너지 동상의 얼굴이 바라보는 방향이다.
동상 제작자의 의도겠지만 그는 러시아와 헝가리의 구원(久怨)의 역사를 상징하듯 옛 소련 오벨리스크를 등지고
헝가리 국회의사당 쪽을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의 그늘에서 벗어나 헝가리 민족의 자유와 민주를 찾으려는 너지 전 총리의 숙원이 지금은 과연 해결됐을까.
헝가리는 1989년 공산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시장경제와 다당제를 도입했으며, 2004년에는 유럽연합(EU)에도 가입했다.
동유럽의 '철의 장막'이 무너진 지 18년이 됐고, 헝가리는 1인당 GNP가 1만 달러를 넘어서며 자본주의의 단맛을 즐긴 지 오래다.
그런데 공산당이 몰락한 지 18년 만에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제1야당인 피데스(FIDESZ.청년민주연맹)가 서버첵 광장에 있는 구 소련 오벨리스크의 철거를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헝가리를 32년간 통치한 카다르 야노시와 부인의 무덤이 파헤쳐지는 사건도 일어났다.
왜 새삼스럽게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비단 헝가리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옛 소련 소속이었던 에스토니아 정부는 최근 수도 탈린 시내 한복판에 있는 소련군의 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동상을 전격 철거했으며,
폴란드도 소련의 '붉은 군대'와 관련된 기념물과 시설 철거를 추진하고 있다.
폴란드의 경우 아우슈비츠 수용소 기념관에 마련된 러시아인 희생자 전시관을 3년째 폐쇄, 러시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 에스토니아 의원들은 구 소련을 상징하던 망치와 낫 그림의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며,
라트비아 의원들은 구 소련의 침공을 부인하는 행위를 범죄로 간주,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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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는 1989년 시장경제와 다당제를 도입했으며, 2004년에는 유럽연합에도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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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 3국을 포함한 구 공산주의 국가들은 1989년 공산주의 붕괴 이후 레닌과 스탈린 동상 등 공산주의의 유물들을 대부분 파괴했다.
하지만 당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를 물리친 옛 소련의 전승 기념물들은 상당 부분 남겨뒀는데 이번엔 이마저 완전히 없애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는 발끈하고 있다.
동유럽에 남아 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구 소련 군대의 전승 기념탑이나 동상들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파시즘에 대한 승리를
상징한다는 게 러시아의 주장이다.
그러나 동유럽 국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폴란드 국제관계센터의 에우게니우스 스몰라르 소장은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을 2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자로 간주하면서도
나치 몰락 이후 자신들이 해방시킨 나라들에 독재 체제를 심은 사실은 무시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나치로부터 해방이 또 다른 억압으로 이어진 만큼, 승리나 해방을 기념할 일이 전혀 아니라는 다른 역사 해석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동유럽의 이 같은 '구 소련 잔재 지우기'가 오로지 역사 해석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일까.
많은 헝가리인들은 카다르의 무덤 훼손이나 오벨리스크 철거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대부분은 그런 게 왜 중요하냐고 반문한다.
문제는 오랜 세월 러시아의 그늘에 있던 옛 공산주의 국가들의 내부에는 여전히 알게 모르게 러시아의 영향력이 남아 있고,
친 러시아 인사들이 일정한 사회.정치적 세력으로 잔존해 있어 이에 맞서는 세력과 아직도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헝가리의 경우 야당은 구 공산당의 후신인 현 사회당(MSZP) 정부가 친 러시아적이라고 비난하며,
에너지를 중심으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폴란드는 2005년 9월 총선에서 공산 정권의 부패를 일소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승리한 '법과 정의당'이 이끄는
보수 우파 정부가 공산 정권과 관련된 기구를 폐지하고 공산당 연루자를 공직에서 추방하는 등 과거사에 대한 물적,
인적 청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공산주의가 붕괴된 지 18년 만에 다시 찾아온 '소련 잔재 지우기 붐'을 단순히 역사 해석의 문제보다는 정치적 세력 다툼의 현상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혁창 부다페스트 특파원 | fai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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