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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열도가 정부의 연금관리 부실에 대한 비난으로 들끓고 있다. 이른바 '허공에 뜬 연금기록 사태'다.
이는 1997년 기초연금번호제도를 도입, 복수의 연금기록을 일원화하는 과정에서 5천여만 건의 납부 기록이 누락돼
주인을 알 수 없게 된 것을 말한다.
이전에는 결혼으로 성이 바뀌거나 직장을 옮길 경우 새 연금번호를 받아 당사자나 관청 모두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기초연금번호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일원화를 단행한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복수의 번호를 부여한 뒤에도 업무 착오 등으로 한 개의 기초연금번호로 통합되지 않은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1997년 제도 도입 당시 그 숫자는 2억 건이 넘었다는 게 일본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이들 중 개인적으로 연금액을 확인, 결정하는 '재정' 절차에 의해 상당수의 연금기록이 통합됐다.
하지만 아직도 5천만 건이 납부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는 게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국민들을 충격으로 몰아 넣었다.
그 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재정 절차를 거치고도 기록이 통합되지 않은 60세 이상 연금수급 세대의 기록이다.
이 기록은 약 2천880만 건으로 추정된다.
또 5천만 건의 허공에 뜬 연금 기록말고도 1978년 최대 4천만 건의 연금기록이 소관 부처인 사회보험청이 컴퓨터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누락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됐다.
이는 1954년 4월 1일 이전에 후생연금에서 탈퇴한 뒤 1959년 3월말까지 재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의 기록이다.
연금기록대장은 마이크로 필름으로 남아 있지만 사회보험청 측이 "사용빈도가 낮다"는 이유로 전산 입력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받아야 할 연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그뿐이 아니다. 1인당 1개의 번호가 부여돼야 함에도 여러 개의 번호가 부여된 사람이 발견됐다.
이들은 '허공에 뜬 5천만 건'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다.
지난해 10월 시점에서 약 2만 명의 번호가 중복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번호가 재정작업을 거쳐서도 통합되지 않을 경우 본래 받아야 할 금액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와 별도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본인이 연금보험료를 납부했다고 신고했음에도 사회보험청 측이
"기록에 없다"며 각하한 사례가 무려 2만635만 건에 달했다. 이것이 '사라진 연금' 문제다.
국민들을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정부 측이 "기록이 없다"고 각하한 사례 가운데 우리의 읍.면.동에 해당하는 하급 지방관서에는
자료가 남아 있었거가 본인이 추후 영수증을 확인해 전산기록을 정정한 경우가 814건이나 나왔다는 것이다.
일명 '사라졌다가 나타난 연금'이다.
또 연금 납부기록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사회보험청이 기록 입력 실수를 인정해 수급액이나 연금 가입기간을 정정한 사람도
22만 명에 달한다. 그야말로 건드리면 건드리는대로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태는 왜 나왔을까.
먼저 대두되는 것이 전직 경험자들이다.
전직자들이 새 직장에 종전 연금기록을 제출하지 않고 새 연금번호를 받은 사례다.
또 결혼 후 여성의 성이 바뀌는 경우도 이중 연금번호를 받는 주요 원인이다.
나아가 일본의 한자 성명을 영어의 알파벳에 해당하는 '가나'로 바꿔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일본의 성씨는 같은 한자라도 읽는 방법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고, 워낙 성씨가 많아 일본인들도 잘못 읽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미납 연금보험료를 나중에 소급해서 냈음에도 누락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보험료는 사회보험청의 지방사무소에서 징수하도록 돼있는데 하급 지방관서에서 징수한 사례도 밝혀지는 등
총체적인 난맥상이 드러났다.
7월 하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들끓자 아베 신조 총리 정부는 1년 이내에 5천만 건의 기록을 확인해
잘못을 고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1년간 확인작업을 벌인 뒤 문제가 있는 수급자에게는 2008년 8월까지, 피보험자에게는 2009년 3월까지
'연금기록이 떠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통지문을 보낸다는 방침이다.
이후 당사자 면담 등을 거쳐 기록을 수정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계획이다.
연금기록 문제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고조되면서 정치권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아베 총리 내각의 지지도는 연금문제가 불거진 뒤 30% 초반 대로 급락했다.
야당은 7월 하순 예정된 참의원 선거전에서 이 문제를 집중 부각해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베 정권이 선거일 이전에 민심을 돌려놓지 못하면 과반 의석이 무너지면서 정권이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여당은 1년 내 연금기록 확인 공약과 함께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연금시효 철폐 특례법안 및 사회보험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사회보험청 개혁법안을 선거 전에 처리하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문제의 기초연금제도 도입과 관련된 역대 후생성 장관의 책임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할 당시의 장관이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자민당 내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자민당은 국민이 연금보험료 납부 사실을 증명하는 영수증이 없더라도 연금 지급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별도 위원회를 총무성 산하에 설치키로 했다.
이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위원회 설치 방침에 대해 "법적 근거도 없는 기관이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사민당, 국민신당 등 야3당은 연금기록 분실 등의 책임을 물어 아베 내각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 제출도 검토하는 등
연금기록 문제가 선거 정국과 맞물리며 일본 사회를 뒤흔드는 최대의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최이락 도쿄 특파원 | choinal@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