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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의 개혁.개방 1번지 선전에 살고 있는 천옌페이는 지난 3개월을 힘들게 보내야 했다.
그녀는 두 가지 중 한 가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손해를 보고서라도 집을 팔든지, 담보로 잡힌 집을 은행에 내놓든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32세의 천 씨는 외국계 무역회사에 다니는 남편과 함께 모두 4채의 집을 샀다.
천씨 부부는 주거용으로 2003년 한 채의 집을 샀고 이어 은행대출을 받아 2007년 3채의 집을 더 샀다.
3채의 집을 사는 데 들어간 돈은 각각 420만 위안(6억3천만 원), 171만 위안, 108만 위안이다.
천 씨는 30%의 자기 돈에 70%의 은행대출을 받았다.
집을 산 뒤만 해도 분위기는 괜찮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을 넘어서면서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천 씨는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바뀌었다.
둥관에 산 한 채는 1년 사이에 집값이 50% 떨어졌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6차례 금리를 올렸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지나치게 거품이 끼는 것을 막기 위한 거시정책 조정의 일환이다.
현재 중국의 예금과 대출금리는 9년래 가장 높은 4.14%와 7.47% 수준이다.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천 씨가 매달 대출을 갚기 위해 은행에 갚아야 하는 이자비용만 2만2천 위안이다.
선전에서 그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지난 2007년 집값이 한참 뛸 때 선전에 들어간 부동산 자금이 100억 위안(1조5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인 위옌차오는 “중국 집값이 50% 정도 더 떨어질 공간이 있다”고 말해
부동산 투자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부동산 경기가 광저우, 선전 일대를 중심으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와중이어서 그의 발언의 파장은 컸다.
집값이 50%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그의 발언의 근거는 2006~2007년 집값이 천정부지로 뛸 때 원가내역을 자세히 들여다
보라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에 부동산 개발업자의 과도한 이익탈취와 권력층에 줄대기 위한 비용이 상정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경유착을 부른 직접비용을 30%로 보고 이로 인한 간접적인 가격상승분이 추가로 20% 정도 더해졌다면서 개발과정에서
부당하게 부풀려진 원가부담이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이 부풀려진 원가가 정상을 되찾을 경우 집값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부동산 가격에 낀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일까.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광저우와 선전 등 광둥성 일대의 부동산 시장이 가장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위옌차오의 지적이 맞다면 광둥 지역 외에 부동산 가격하락 현상이 전국으로 확산될 여지도 없지 않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부동산 가격하락 현상이 중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는 베이징과 광저우가 흔들리고 있는 반면, 상하이는 아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 외곽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다소 하락하는 기미가 있지만 시 중심 지역은 상승폭이 둔화되는 정도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두 자릿수의 고도성장을 배경으로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였던 부동산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완연히
한풀 꺾인 데 이어 올 들어서는 중국의 핵심 도시권에서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분양주택 할인판매에 나서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이 드디어 올 때까지 온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중국의 제1부동산 개발업체인 완커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베이징, 광저우, 선전, 청두, 우한,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분양주택 할인판매 행사를 가졌다.
완커의 할인판매는 그동안 전례가 없었던 데다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평균적으로 15~30% 싼 큰 폭의 할인이었기 때문에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완커는 지난 2월 상하이에서 5% 할인한 가격에 10개 동을 할인판매했고 완커의 할인판매 이후 상하이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뤼디집단이 10% 할인판매를 결정한 데 이어 이후 부동산 업체들이 연이어 가격할인에 나섰다.
우한에선 둥싱집단 산하 부동산 업체인 둥성디찬이 지난 2월 분양을 시작한 광구중신화위옌의 가격을 주변 시세보다 30~45%나
싸게 책정했다.
둥싱집단의 총재이면서 포브스가 선정하는 중국의 부호 순위에서 70위에 랭크돼 있는 란스리는 “이제 시작”이라며 “우한의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저우에서 발행되는 남방도시보는 지난 2월 자체 조사를 토대로 광저우 아파트의 60%가 가격이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2007년 10월 가격과 대비한 결과 시내 주요 108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1개 단지는 50% 폭락했고 17개 단지는 20~40%
가격이 빠졌으며 44개 단지는 20% 이내에서 가격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광저우시 부동산관리국은 아파트 분양가격이 1월에 1m2당 9천766위안(127만 원)으로 지난해 10월의 1만1천574위안에 비해
1천808위안(15.6%) 떨어졌다고 공표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역별 호재에 따라 가격이 급등하는 지역도 나타나겠지만
전반적으로 지난 2~3년 간의 광풍노도와 같은 급등세는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김형술 사장은 “과거처럼 집을 사서 큰 투자수익을 거두려는 기대는 금물”이라면서
“가장 하방경직성이 강한 상하이도 집값 하락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경기가 불안한 상황이다.
올 1.4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연간 성장률 11.9%에 크게 못 미치는 10.6%에 그쳤고 이 기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에 달해
고물가 속의 저성장이란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에 대한 우려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린 성장동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진병태 상하이 특파원 | jbt@yna.co.kr
